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213화 (213/300)

<-- Chapter 40 - 2017 한국시리즈 -->

퍼펙트에 이어 노히트 그리고 완봉마저 저지되자 급하게 타이거즈의 김기대 감독이 마운드로 향했다.

만약을 위해 불펜을 준비 시켜두었기에 투수 교체는 걱정없지만 지금 마운드에 오른건 에이스를 위한 것이었다.

마운드로 향하며 김기대 감독은 내야진을 불러모았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괜찮냐, 현정아?"

"...마치 꿈에서 깬 기분이네요."

"그렇냐."

현역 시절 뛰어난 타자였던 김기대 감독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양현정이 지금까지 어떤 상태로 공을 던졌고, 그것이 깨어진 지금 어떤 심정인지 말이었다.

"이제 어떻게 할꺼냐?"

"하나만 더 잡아서 이닝을 마무리하고 끝내겠습니다."

"...알겠다."

그렇게 양현정의 의지를 확인한 김기대 감독은 에이스를 위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맡길 예정이었다.

대신 마운드에 오르며 불러모았던 내야진에게 이야기했다.

"비록 점수를 주었지만 단 1점이다. 그리고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1개. 어떻게든 막아야하는거 알지?"

"네."

"공격은 이 이후에 생각하자. 일단 지금은 막는 것부터다."

그렇게 결의하고 선수들은 각자의 자리로 향했다.

감독이 이렇게까지 도와준다면 그만큼의 역할을 해주는게 좋았다.

양현정은 지금 타석에 들어서고 있는 스크럭스를 보며 남은 힘을 전부 쏟아부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방금 2루타를 허용한 공은 94구째 투구였다.

그렇다면 앞으로 6구 안에 그를 처리한다.

팡!

[여전히 구위는 살아있네요.]

[제가 볼때는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것 같네요.]

[마지막 불꽃이라면...?]

[이번 이닝이 끝이라는거죠.]

- 아직 100구도 안 되었는데?

- 1회부터 3회까지 작정하고 전력으로 찍어 눌렀고, 4회부터 6회까지 변화구 위주로 가서 어떻게 조절했는데 하필 다시 파워 위주로 돌아온 7회에 30개 가까이 던져서 체력 소모가 큼. 만약 박유성을 막았으면 8회에도 나왔겠지만 점수 줬으니 걍 7회로 끝내겠다는 생각이겠지.

- 지켜보면 이렇게 왠지 모르게 납득이 되는 이야기 하는 사람이 있는데...

- 자주 틀린다는거지?

하지만 이번에는 맞았다.

2구째를 다시 찔러 넣으며 2스트라이크를 만든 양현정은 3구째에 곧 바로 승부를 보며 허를 찔렀으나 스크럭스가 어찌어찌 반응하며 걷어낸 덕분에 4구째로 승부가 이어지게 되었다.

여기서 스크럭스도 결정을 내렸다.

하나 더 버티고 그 다음을 때리기로 말이었다.

마침 4구째가 유인구였기에 스크럭스는 참아낼 수 있었고, 5구째에서 제대로 풀스윙을 시도하였다.

딱!

[쳤습니다! 큽니다! 중견수 따라가는데요! 잡을 수 있는가! 아니면...]

[잡았습니다! 몸을 날려서 막아낸 버나디나의 호수비로 이닝 종료!]

7이닝 1피안타 1볼넷 1실점 13K 99구

그렇게 양현정은 한국시리즈 4차전에 작은 아쉬움을 남기며 등판을 마무리했다.

7회 앞선 두 타자를 삼진으로 잡을때만 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으나 범성의 10구 승부가 너무나도 컸다.

그렇게 양현정이 자신의 등판을 마치자 이제 이목은 또 다른 대기록을 노리는 투수에게 향했다.

[양현정 선수가 7회 퍼펙트, 노히트, 완봉을 모두 실패하고 마운드를 내려간 가운데 또 다른 대기록을 노리는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오네요.]

- 이쪽은 과연...

- 양현정 깨지는거 봤으니 이쪽도 엄청 긴장해서 실책하고 하는거 아니냐?

- 그런대 다이노스 분명 1선발은 옛날에 첼리나 지금 해킹이 하는데 대 기록은 이재후가 다 가져감.

- 첫승, 첫완투, 첫완봉 등등...

- 첫 노히트도 이재후네. 첼리는 외인 최초였고.

6회를 마친 시점에서 67구의 투구수였기에 이재후 투수구는 여유가 있는 편이었지만 양현정이 7회에 32구나 던진걸 감안하면 안심할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게다가 타이거즈도 3번째 타석에 도달했고, 앞서서 자신들의 에이스의 기록이 깨졌기에 이쪽도 눈에 불을 키고 덤벼들 것이다.

그러나 이재후는 여유로웠다.

14시즌에 다이노스 최초의 노히트 노런이라는 대 기록을 세울때도 이런 느낌이었다.

물론 점수 차이는 더 컸지만 아무튼 지금 이재후의 감은 좋았다.

그것은 무엇을 해도 성공할것 같다는 그런 감이었다.

초구는 서클체인지업이었다.

딱!

[쳤습니다! 유격수 잡아서 침착하게 1루로! 아웃!]

[공이 몰려서 안타라고 생각했는데 변화가 심해서 1구만에 아웃을 잡았네요.]

이어서 2구째는 직구였다.

양현정처럼 힘을 아껴두었기에 여전히 145KM가 나오는 직구였고, 그 직구는 체인지업처럼 심하게 변화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보였다.

딱!

[쳤습니다! 2루수! 뒤로 물러나있던 2루수가 여유롭게 잡아냅니다!]

[수비 시프트가 좋았네요.]

[네. 그런대 이번 공도 몰렸는데요.]

뭐가 되었든 아웃을 잡았으니 문제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이재후는 3구째를 준비했다.

타석에 들어선 버나디나의 머리는 복잡했다.

'직구? 체인지업?'

두 구종 모두 터무니 없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자신들의 에이스가 무너졌는데 상대 에이스를 무너트리지 못하면 면목이 없기 때문이었다.

초구는 직구였다.

앞서서 체인지업처럼 심한 변화가 나오지 않았기에 그런 변화를 생각하고 스윙했던 버나디나는 헛스윙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것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다음은 체인지업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체인지업이 날아왔다.

하지만 사이드암이라는 투구폼에 이재후의 서클체인지업이 가지고 있는 터무니 없는 움직임은 작정하고 노려도 때리기 힘든 것이었다.

그래도 억지로 때려낸 버나디나였지만 아슬아슬하게 정말 아쉽게도 라인 밖 펜스에 맞고 말았다.

[파울! 정말 아쉬운 파울이 나옵니다!]

[이게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왔으면 타이거즈 입장에서는 최고의 상황이었을텐데요.]

감을 잡았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체인지업이 맞는 것을 보고 이재후와 김태곤은 동시에 생각했다.

아껴두었던 신무기를 꺼낼때가 되었다고 말이었다.

그것은 지켜보고 있던 최일헌 투수 코치도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나오는군."

"무엇을 준비했나?"

"새로운건 아닙니다. 가지고 있던걸 단련 시켜서 완성시키고 그 완성도를 높인것 뿐이죠."

"이미 리그 최고의 3선발이라 불리고 있는데 구종이 하나 더 추가되면..."

"다시 리그를 지배할 에이스로 돌아올때가 된거죠."

버나디나에게 던지는 3구째.

이번 이닝의 5구째.

그리고 타이거즈에게 패배를 알리는 공.

"재후는 오늘 경기 3개의 구종만을 사용했습니다."

"음? 2개가 아닌가?"

"직구에 차이가 있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포심과 과거 퓨처스 이재후라는 별명을 만들게 했던 투심이죠."

"그렇다면 지금 사용할 구종은..."

"3번째가 아닌 4번째 구종이죠."

이재후라는 투수의 사이드암에서 나오는 제 4의 구종.

체인지업과 비슷하지만 결국 직선의 성향을 가진 포심.

체인지업에 맞먹을 정도로 변화하는 투심.

사실상 마구로 취급받는 준 마구 서클체인지업.

그리고 우타자에게 악몽과도 같은 몸쪽에서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횡 슬라이더.

팡!

[헛스윙 삼진!]

[지금 이건... 슬라이더네요!]

[무려 7회에 슬라이더를 꺼낸 이재후!]

- 슬라이더요???

- 재후야???

- 언제 이런 고퀄 슬라이더를 던지게 된거야???

- 오늘 처음 보는건데!?

모두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재후가 슬라이더를 던진 적이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 퀄리티의 구종은 아니었고, 그 이전에 횡 슬라이더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7이닝 무실점 13K 72구

이제 대 기록의 완성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6개 뿐이었다.

생각도 못한 슬라이더의 등장에 타이거즈 선수들은 경악을 하였고, 다이노스 선수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다이노스 선수들은 생각했다.

이거라면 이 경기를 잡을 수 있다.

그리고 대 기록도 얻어낼 수 있다.

8회 초로 넘어온 이닝.

타이거즈는 이전 이닝부터 준비 시켜왔던 불펜을 가동했다.

양현정이 이닝을 마치고 바로 아이싱을 하러갔기에 불펜을 꺼내는 것이 맞기는 했지만 타이거즈 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 진짜 하다못해 안타라도 안 맞았으면...

- 그래도 현정이 오늘 원 없이 던졌다.

그러는 사이에 시작된 8회 초 6번 박선민부터 시작되는 다이노스 타선은 이제 부담감이 없었다.

물론 완전히 안심해도 되는 단계는 아니었지만 승기가 기울어졌기에 경기는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박선민이 안타를 때려내며 기회를 잡은 다이노스는 권희돈이 범타로 물러났으나 손시한의 안타로 1사 1,2루의 찬스를 이어갈 수 있었다.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는 김태곤.

만약 여기서 병살을 치더라도 9회 초에 1번부터 타순이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올해 타격에서 커리어 하이인 2할 6푼의 타율을 기록했던 김태곤은 적극적으로 승부를 걸었다.

딱!

[쳤습니다! 투수 키를 넘기고 내야를 벗어나는 타구!]

[2루 주자는 3루 돌아서 홈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세이프! 스코어를 2대0으로 바꾸는 김태곤의 안타!]

이제 1사 1,3루.

타자는 1번 박민병.

주자가 없다면 모를까 찬스 상황이라면 민병은 득점권의 악마가 되었다.

딱!

타율보다 5푼 이상 높은 득점권 타율을 앞세우며 민병은 초구부터 스윙을 하며 다시 안타를 터트렸고, 스코어 3대0에 1사 1,3루 찬스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8회에서야 드디어 막힌 혈이 뚫렸다는듯 빠른 타격으로 타이거즈 불펜을 몰아치기 시작한 다이노스 타선이었지만 모창모가 투수 앞 땅볼을 치는 바람에 병살타로 이닝을 마무리 하고 말았다.

[아쉽게 병살타가 나왔지만 2점을 추가하며 3대0으로 리드를 벌린 다이노스. 그리고 다시 이재후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슬라이더라는 무기를 꺼내든 이재후는 다시 타이거즈 타자들을 휩쓸어버리기 시작했다.

7회 말에 단 5구만을 던지며 체력을 아끼고 8회 초에 타선이 터진 덕분에 아예 체력을 회복하기까지 한 이재후는 이번 이닝부터는 슬라이더를 포함 시켜서 단 13개의 공만을 이용하여 타이거즈의 4,5,6번을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다.

이전 이닝에도 이재후의 포심, 투심, 서클체인지업에 물러나던 타자들이었기에 슬라이더가 추가된 지금은 별 수 없이 물러나야만 했다.

그렇게 이재후는 대 기록의 완성까지 아웃카운트를 단 3개만을 남기게 되었다.

만약을 위해 불펜에 임상민이 준비하기 시작했지만 9회 초에 타석에 들어선 범성과 유성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딱!

딱!

[백투백 홈런!]

[다이노스의 3,4번 타자가 대기록을 위해 미리 축배를 쏘아 올립니다!]

이미 불펜을 3명째 사용하고 있던 타이거즈였기에 이 2번의 홈런에도 불구하고 투수를 바꿀 수 없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스크럭스, 박선민을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하는가 했더니 권희돈의 대타로 나온 이호중이 진짜 쐐기를 박아버렸다.

[대타로 나온 이호중 선수까지 홈런을 때리네요.]

[이거 참... 경기 막판에 이렇게 될줄은 몰랐네요.]

손시한이 범타로 물러나는 것으로 다이노스의 공격은 끝.

스코어는 6대0으로 불펜이 나올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그 이전에 이재후가 불펜의 등판을 허가하지 않았다.

마지막 이닝이라서 그런지 15구나 사용하기는 했지만 타이거즈의 7,8,9번을 삼진, 땅볼, 플라이볼로 처리하며 경기를 끝내고 대 기록을 완성한 것이었다.

[게임 셋! 경기 종료! 지금 이 순간 KBO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 나왔습니다!]

[다름 아닌 퍼펙트! 35년 역사상 최초의 퍼펙트 게임을 다른 곳도 아닌 한국시리즈에서 완성하는 이재후!]

이재후 9이닝 퍼펙트 17K 100구

오늘 이재후의 피칭은 완벽 그 자체였다.

그리고 자신들의 홈에서 이 기록을 허용하고만 타이거즈에게는 절망 그 자체의 상황이었다.

========== 작품 후기 ==========

호부지 4차전에 굴릴려고 했는데

마지막에 깨알 홈런 말고는...

대신 이재학 버프 먹여서 퍼펙트 찍었습니다.

어떤분이 드래곤볼로 비유하셨길래 이재학을 비교하자면

평소 이재학 사이아인

각 잡힌 이재학 슈퍼사이아인1

4차전 이재학 슈퍼사이아인2

슬라이더 꺼낸 이재학 슈퍼사이아인3

대충 이렇게 보시면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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