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40 - 2017 한국시리즈 -->
양현정이 유성을 삼진으로 잡고 다른 타자들마저 단번에 처리하는 괴력을 보이자 일부 스카우터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건 대체..."
"두가지로군."
"뭐?"
"음... 쉽게 설명하자면 니가 좋아하는 게임으로 비유하지. 첫 타석은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할 수 있는 상황. 즉, 한계돌파로 정리할 수 있겠고, 지금은 게임으로 치자면 스킬이나 칭호의 효과라는거지. 팀의 에이스 혹은 KBO 에이스의 자존심으로 인한 것."
"이해는 쉬운데 그게 말이 되나?"
"한 리그에서 수년간 군림한 투수야.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리그의 수준이 오르고 있지."
실제로 이번 시즌에 하위권으로 탈락한 팀들은 이미 내년 시즌을 위해 새롭게 외국인 선수 구성을 하며 다음 시즌을 준비 중이었다.
"이재후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이 리그는 우리의 상상 이상의 리그가 될지도 모르겠군."
이쯤되니 감탄이 나오기 시작했다.
단순히 수년간의 경험으로 인해 지금 한계를 넘은 것이라 생각했으나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한국시리즈라는 한국 최대의 무대라는 요소까지 겹치며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던 것이었다.
"이런건 단순히 경험만으로 힘들어. 양키스처럼 전통의 강팀에서 에이스를 담당하는 투수에게나 나오는거지."
"양키스라... 한국의 양키스라고 한다면 타이거즈라고 할 수 있지. KBO 최다인 10회 우승을 기록한 팀이니깐. 유니폼은 공통점은 없지만..."
"뭐, 커리어를 고려하면 납득 되는군."
수 많은 선수들을 봐오고 그 선수들이 한계를 뛰어 넘는 모습을 많이 봐온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도 확신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5회 말 이재후가 선두 타자 최영우를 상대할 준비하고 있었다.
[어느덧 5회 말로 이어지는 경기.]
[정말 팽팽한데요.]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대타가 나오는건 아니지만 벤치가 바빠지고 있는게 보이네요.]
지금의 흐름이라면 이재후도 5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낼 것이다.
그렇다면 7회나 늦어도 8회부터는 대타를 이용해서 상대 투수를 노려보는게 좋았다.
두 투수의 흐름이라면 9회까지 던지고도 남는 상황이었다.
각팀 에이스의 자존심을 고려해서 6회까지는 넘어가더라도 3번째 타석이 돌아오는 7회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아오 진짜. 140 겨우 찍던 시절에도 골치 아팠는데..."
"솔직히 5이닝 정도 생각했는데 5이닝은 무슨 완투할 기세네요."
"약이라도 빨았냐?"
"무슨 말이 되는 소리를 하셔야지..."
이번에도 김태곤은 최영우와 가볍게 떠들며 차근차근 볼배합을 조합하기 시작했다.
슬슬 아껴두고 있던 신 무기를 사용할때가 된거 같지만 대기록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은 아직 이른 감이 있었다.
반대로 말하면 이재후는 5회와 6회가 시련이 될 수도 있었다.
3번째 타석인 7회부터는 무조건 신 무기를 꺼낼 예정이었다.
그 전에 공략을 당한다면 볼것도 없이 6이닝을 채우자마자 바꾸거나 그 이전에 강판 시켜버리겠지만 투구수 절약을 잘 해둔 덕분에 이재후는 여전히 최고 145KM의 구속을 유지하고 있었다.
- 그런대 뭔가 힘 빠지네.
- 아니 진짜 박유성을 삼진으로 잡을줄은 몰랐다.
마치 투심 아니 그 이상으로 변화하는 직구와 그런 직구 이상으로 변화하는 체인지업.
두 구종만으로 이재후는 5이닝째인 이번 이닝에도 타이거즈 타선을 휩쓸어 버렸다.
삼진 1개만을 추가하였으나 다른 두 타자를 3구만에 정리하며 투구수를 대폭 절약한 것이었다.
삼진을 잡는데 6구나 사용하며 약간 손해를 본 것을 3구만에 2아웃을 잡는 것으로 만회하며 이재후의 투구수는 58구째에 머물렀다.
그렇게 5회가 끝나고 경기의 절반이 진행 되었음을 알리는 클리닝 타임이 시작되었다.
덕아웃에 돌아온 양팀의 선수들은 6회부터 패턴을 바꿀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7,8,9번부터 시작하는 6회라..."
"어떻게 1명만 출루하면 되는데..."
'퍼펙트를 깨는 것 이전에 출루 자체가 어려우니...'
'6회는 어렵다고 생각하면 7회 1,2,3번으로 시작하는 순간을 노려야하는데...'
이러니저러니 해도 철저하게 이어지고 있는 0의 행진은 6회에도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이닝에는 양현정이 2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14개의 투구수를 소모하였고, 이재후는 이번 이닝에도 1개의 삼진만을 잡으며 9개의 투구수로 이닝을 마무리하였다.
그렇게 6이닝째가 끝나고, 양 투수의 팽팽하다못해 압도적인 위압감까지 주는 투수전은 7회에 드디어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양현정 6이닝 11K 67구
이재후 6이닝 12K 67구
[정확히 투구수가 동일합니다.]
[삼진 1개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만 지켜보기 힘들 정도로 팽팽하네요.]
[이런 명품 경기가 6이닝 동안 이어지는걸 보고 있으니 괜히 제가 더 떨리네요.]
[그만큼 이 경기가 역대급 경기라고 할 수 있는거죠.]
- 떨리는데 30분 뒤에 오면 되냐?
- 야야, 차라리 앞 부분을 안 보고 지금 왔어야지.
- 이제 7회로 넘어가는지라 제일 중요한 부분이거든.
양 팀 타선의 3번째 타석이 돌아오는 7회부터 경기의 흐름을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4~6회 동안 변화구 위주의 피칭으로 체력을 나름 비축하였던 양현정은 7회부터 다시 파워 위주의 피칭을 준비했다.
반대로 이재후는 지금처럼 직구와 체인지업만의 피칭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었지만 동시에 신 무기를 꺼낼 준비를 했다.
먼저 마운드에 오른 양현정은 다시금 최고 156KM의 강속구를 앞세우며 다이노스 타자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3번째 타석답게 다이노스 타자들의 대응도 달라졌다.
'걷어낸다.'
그런 생각으로 정확히 3개의 직구를 걷어내고 2개의 유인구를 참아냈다.
이어서 4번째 직구를 걷어내고 민병은 잠시 숨을 돌렸다.
딱!
[파울!]
[이제는 할만하다는거 같죠?]
[네. 7구째 승부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유인구는 안 속고 존을 노리는 직구는 다 걷어내고 있어요.]
'질기네.'
'다른걸 꺼낼까?'
'...별 수 없네.'
파워 위주의 피칭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직구와 슬라이더에 모두 대응하고 있다면 좌타자에게 잘 안 쓰는 체인지업을 꺼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던진 7구째 체인지업으로 박민병을 삼진으로 처리한 양현정은 다음 타자인 모창모를 기다렸다.
"쓸까?"
"9회 초에 유성이 타석이 1번 더 올 수 있다면 지금은 아끼는게 좋을듯 합니다."
"만약 힘들다면?"
"그래도 9회에 쓰는게 좋습니다."
"...알겠네."
코치가 이렇게까지 이야기한다면 그리고 지금 감독이라면 선수들을 좀 더 믿고 뒤를 봐야했다.
불안감이 아예 없는것은 아니지만 모창모가 침착하게 볼을 골라내는 것을 보며 9회에 승부를 걸어볼만 하다고 생각하였다.
2S-2B의 카운트에서 볼을 하나 더 커트했지만 그 뒤에는 예상 외의 구종이 날아왔다는듯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며 6구만에 다시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여기까지 13구를 소모시키며 어느덧 양현정의 투구수는 80구에 도달했다.
그리고 타석에 들어선 나범성은 힘이 빠지기 시작한 양현정의 공을 볼것도 없이 물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양현정의 투구수가 100구에 근접한 지금의 상황은 오늘 경기에서 다시 없을 최고의 기회였다.
2아웃이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어떻게든 출루만 하면 뒤의 타자가 알아서 해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10구동안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범성이 드디어 출루에 성공하였다.
[볼! 볼넷입니다!]
[오늘 경기 첫번째 출루가 나오면서 양현정 선수의 퍼펙트 행진은 6.2이닝에서 멈추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다른게 남아있기 때문에 실망해서는 안됩니다.]
- 아 결국 깨지네.
- 더럽게 질겼음.
- 이제 90개인데 하필 타자가...
- 이렇게 된거 볼넷으로 보내는게 좋겠는데
양현정은 첫 볼넷을 내주자 힘이 빠졌다.
그만큼 집중하고 있었기에 볼넷을 내주자 힘이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타이거즈 벤치에서는 양현정이 볼넷을 내주자 불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대 기록을 놓친 양현정이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양현정의 남은 투지를 끌어 올리게 만들었는데 마침 상대가 유성이었기에 양현정은 남은 힘을 여기에 모두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승부다."
"뭐?"
"저 눈은 배수진을 친 사람에게서나 볼 수 있는 눈이지."
이번 이닝 들어와서 23구나 던졌음에도 양현정은 아직 여력이 있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100구 이전에 등판을 마치며 경기 감각만 유지하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100구도 안 되는 투구수로 7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덤이었다.
그만큼 좋은 페이스로 준비를 했기에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그는 120구 정도는 충분히 던질 수 있었고, 그렇게 던지기 위해 준비했다.
하지만 이번 이닝 유성에게 그 20구의 여력마저 전부 쏟아부어서 끝을 볼 생각이었다.
팡!
[여전히 154KM가 나오며 아직 힘이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양현정 선수인데요.]
[첫 타석 중견수 플라이에 두번째 타석에는 삼진으로 물러난 박유성 선수도 이번 타석만큼은 배수진을 치고 왔을텐데요.]
[단 한번만 삐끗해도 지금의 흐름이 깨질겁니다.]
[네. 그리고...]
딱!
[파울! 143KM의 슬라이더를 걷어내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지금은 조금만 아래에 맞았어도 결정되는 그런 공이었는데요.]
[아무튼 2스트라이크를 잡았기에 이제 1개의 공만 어떻게 하면 될텐데요.]
다른 타자도 아니고 박유성이다.
2스트라이크를 잡았다고 성급하게 접근해서는 안되었다.
그래서 양현정은 3구째로 살짝 정말 살짝 빠지는 체인지업을 던져서 간을 보았다.
하필 그때 범성이 도루를 시도하면서 제구가 흔들릴뻔 했지만 2아웃이라는 점을 떠올리며 양현정은 침착하게 피칭을 이어갔다.
퍼펙트는 깨졌지만 또 다른 기록이 진행 중이었기에 주심도 혼신의 힘을 다 해서 존을 측정 중이었다.
그래서 살짝 빠지는 공을 볼로 판정하며 2S-1B의 카운트가 만들어졌고, 다음 공에 승부를 보겠다는듯 양현정은 잠시 타임을 선언하며 로진백을 들어 다시 로진을 바르기 시작했다.
범성도 2루에 도달하며 2사 2루의 상황에 최후의 1구만이 남아있었다.
이 다음의 1구가 마지막인 것을 양현정이나 유성이나 모두 직감하고 있었다.
'여기서 녀석을 잡으면 다음 이닝에도 던지고, 그렇지 않으면 이번 이닝을 마무리하고 등판을 끝내야겠지.'
그렇게 정한 양현정은 한 타자를 더 상대할 경우를 생각하며 그곳에 사용할 체력을 제외한 모든 체력을 쏟아부어 공을 던졌다.
그리고 두 타석동안 막혀있던 혈이 드디어 뚫렸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멀리! 저 멀리! 담장을! 넘... 맞고 나왔습니다! 홈런이 아닙니다!]
[2루 주자 빠르게 3루 돌아서 홈으로! 세이프! 드디어 0의 흐름이 깨졌습니다!]
[펜스 플레이부터 중계 플레이까지 완벽했지만 미리 스타트를 끊은 주자를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드디어 터진 박유성의 1타점 적시 2루타!]
입이 마를 정도로 팽팽하게 이어지던 투수전이 드디어 끝나고 7회 초 다이노스가 선취점을 얻어냈다.
========== 작품 후기 ==========
어제 3연참 하려했더니 몸에 피로가 쌓여서 기절
새벽에 눈이 떠져서
집필 시작
어떤 삼국지 방송하는 아저씨가 밤샘을 하는 바람에
7시가 다 된 지금 집필 종료
어제 3연참 실패이니 오늘 3연참을 해야겠군요
잠 좀 자고 올테니 오후, 저녁에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