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210화 (210/300)

<-- Chapter 40 - 2017 한국시리즈 -->

팡!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이명구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는 이재후!]

[2구째에 연속해서 140KM의 직구를 찔러 넣더니 3구째 123KM의 체인지업으로 단번에 삼진을 잡아냈네요.]

[지금 보시면 이재후 선수가 선발로 나왔을때와 불펜으로 나왔을때의 성적이 나오는데요. 선발로 나왔을때 2점대 후반과 3점 초반을 오가고 있었는데 불펜으로 나오면 6,7점대로 방어율이 그야말로 폭발했네요.]

[이명구 선수가 자신 만만하게 타석에 들어서길래 뭔가 준비해왔나 싶었는데 설마 이 자료는 안 보고 시즌 막판에 부진했다는 자료만 보고 온건 아니겠죠?]

[설마 그럴까요?]

- ...왠지 우리팀은 그럴꺼 같아.

- 1아웃인데 왜 벌써부터 그러냐?

- 우리 감독이나 코치들 생각하면 저렇게 세분화된 전력 분석은 못할꺼 같아서.

- 전력 분석 자체는 따로 팀이 있지 않냐?

- 그렇긴 한데 보통 2,3명 밖에 없다보니...

- 아... 우린 거의 10명 가까이가 팀으로 구성되던데.

- 괜히 다이노스가 5년 연속 1위가 아니었구나.

참고로 지금 중계를 통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다이노스 팬은 다이노스 프런트 직원 중 1명이었다.

만약 다이노스에게 관련된 기사 같은 것에 이런 행동을 했다면 덧글 알바라고도 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순수히 경기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기에 별 다른 문제는 없었다.

애초에 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다이노스 직원인지도 모를 것이다.

유성과 민병의 방송을 통해 다이노스 프런트에 대한 정보가 꽤나 일반 팬들에게 공개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첫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이재후는 2번 타자를 기다렸다.

전날과 달리 김주처가 2번으로 나섰기에 초반부터 긴장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유리몸이다보니 여러 가지로 저평가되던 그였지만 컨택 능력만큼은 이번 시즌의 박민병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일지도 몰랐다.

단순히 타율로는 파악하기 힘든 부분이 있기에 알 수 있었다.

물론 유성보다 컨택이 뛰어난 타자는 없지만 유성을 상대하지 않는 다이노스 투수들 입장에서 김주처 정도만 되어도 매우 위협적인 타자였다.

하지만 오늘의 이재후에게 그 정도 타자도 별것 아니었다.

여전히 140KM가 유지되는 직구.

하지만 체인지업의 비중이 올라갔다.

초구는 똑같이 직구였지만 이후에는 3연속 체인지업이라는 터무니 없을 정도로 과감한 피칭이이어졌다.

김주처도 설마 3연속으로 들어올지는 예상 못했기에 맥 없이 삼진으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첫 체인지업으로 2스트라이크가 되며 긴장감이 올라왔고, 두번째 체인지업은 심판이 일부러 존을 좁게 잡지 않았다면 그대로 루킹 삼진이 되었을 정도의 공이었다.

천운으로 2S-1B로 살아남았지만 그런 정신 없는 상황에서 이어지듯 날아온 3번째 체인지업은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오며 결국 루킹 삼진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양현정 선수를 따라서 이재후 선수도 두 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냅니다!]

[이제 3번 버나디나로 이어지는데요.]

타이거즈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타자 버나디나.

시즌 시작 전에는 그를 1번 타자로 기용하기 위해 데려온 타이거즈였으나 시즌이 진행되며 장타력을 개화 시키기 시작한 그는 결국 3할 2푼 30-30-110-120이라는 단순 비교로만 봐도 나범성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며 최고의 외야수 중 1명으로 꼽히고 있었다.

"이번 시즌 WAR 5 이상을 기록한 외야수는 8명. 박유성은 말할 것도 없으니 제외하면 7명이 남지. 1명은 약쟁이. 다른 1명은 타율 3위에 20-20 클럽을 기록했고, 또 다른 1명은 저기에 좀 전의 박유성처럼 타석에 들어서기를 빌고 있지."

"흐음..."

"나머지 4명이 바로 자이언츠의 손아성과 라이온즈의 구자옥 그리고 저기 나범성과 지금 타석에 있는 버나디나지."

"이제 보니 8명 중 5명이 20-20 클럽 이상을 기록했군."

"그 중 2명만이 30-30을 기록했고 말이야."

또 다른 공통점으로 WAR 5 이상의 외야수 7인 모두 3할 2푼 이상의 타율과 2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는 점이 있었다.

"난 개인적으로 약쟁이한테 부정적인지라..."

"나도 약쟁이는 싫어."

"그럼 약쟁이는 일단 빼고, WAR로 볼때 골든 글러브는 박유성, 박건호, 최영우가 되겠군."

"문제는 약쟁이 성적이 좋아서 박건호와 최영우 중 1명이 빠지고 약쟁이가 들어오겠지."

"그나저나 지금 경기를 집중해야하는데 왜 약쟁이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아..."

그때서야 다시 경기로 시선을 돌린 스카우터들은 이재후가 2S-1B로 버나디나를 몰아 넣은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2스트라이크 이후 파울이 1번 있었기에 이번 공이 5구째가 되는 상황에서 승부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이명구, 김주처 같은 컨택 능력이 좋고 출루 능력이 뛰어난 타자들을 넘겼기에 이재후는 부담 없이 버나디나를 상대했다.

물론 그 장타력을 무시해서는 안되지만 뒤에 대기하고 있는 타자만큼은 아니었다.

타이거즈의 새로운 4번 최영우.

100억이라는 금액으로 타이거즈에 이적해온 첫 해에 30홈런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6.5가 넘는 WAR를 기록하며 돈 값만큼은 제대로 한 그였다.

96억을 받았던 박선민이 첫 해에 30홈런을 넘겼음에도 WAR 5를 못 넘겼던 것을 감안하면 그는 충분히 제값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주자를 놔둔 상태에서 그를 상대하는 것은 위험했다.

아무리 이재후 자기자신이 숨겨둔 신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말이었다.

애초에 단 하나의 스트라이크면 처리 할 수 있는 사냥감을 놔두고 도망갈 투수였다면 이 공룡 왕조의 에이스가 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이재후는 조금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존을 걸쳐들어가는 정교한 직구로 버나디나를 흔들고, 체인지업으로 마무리하는 루트를 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예상 외로 버나디나가 직구에 헛스윙을 하면서 투구수를 아낄 수 있게 되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양현정과 똑같이 1회를 마무리 한 것이었다.

[두 투수 모두 1회를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마무리 합니다.]

[투구수는 양현정 선수가 12구, 이재후 선수가 10구로 이재후 선수가 조금 이득입니다만 단 1이닝의 결과이기에 큰 상관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2회에 계속해서 이목을 집중 시켰고, 조금씩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2회 초에 마운드에 오른 양현정은 최근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에 의해 당장 메이저리그에서 뛸 경우 망해도 30-30 클럽을 기록하고도 남을 것이라 평가 받는 박유성이라는 타자를 상대하게 되었다.

1,2,3차전 유성은 2안타를 제외하고는 모든 타석에서 볼넷이나 고의사구로 회피 당했다.

하지만 양현정은 승부를 피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 양현정의 눈빛을 보고 유성도 깨달았다.

드디어 제대로 타격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앞선 3경기에서 꾸준한 견제를 받다보니 100%로 맞춰두었던 타격 컨디션이 약간은 하락해있었다.

말 그대로 약간이었기에 신경 쓸 수준은 아니지만 지금의 양현정이라면 꽤나 고전할지도 몰랐다.

팡!

생각에 잠겨있을때 153KM라는 양현정의 최고 구속이 기록된 직구가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과감하네.'

딱 거기까지만 생각했다.

이 공에서 알 수 있듯 오늘의 양현정은 다른 생각을 하면서 상대할 정도로 널널한 상대가 아니었다.

양현정이 2구째를 준비하는 사이에 유성은 타격 자세를 다시 가다듬었다.

컨디션이 좋고 힘이 넘치는 투수를 상대할때는 투구수를 늘리는 작전을 사용하는게 좋지만 유성은 그 작전을 다음 타석으로 미루었다.

대신 이번 타석에서는 2구째에 바로 전력으로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치겠단 말이지?'

그런 유성의 움직임을 본 양현정은 다음 공에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하는 것을 깨달았다.

'방향은 한 가운데. 그 외의 제구는 필요 없어.'

왜냐하면 양현정은 지금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한국이라는 무대를 넘어 새로운 세계를 향한 도전이었다.

그리고 유성도 한 가운데로 공이 오는 것을 알았기에 양현정의 전력투구에 맞추어 스윙을 시작했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가! 중견수에게 잡히고 맙니다!]

[박유성을 잡아내는 양현정! 그리고 지금 박유성을 잡아낸 공의 구속은 156KM!]

"...생각보다 KBO는 더 재미 있는 리그였군."

"그러게. 이런 극한의 순간에 한계를 뛰어넘다니..."

"심지어 그 결과물이 박유성의 중견수 플라이."

지난 수년간 수 많은 메이저리그 출신의 괴물들을 상대하며 KBO 타자들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진화했다.

반면 투수들은 타자만큼의 성장을 하지 못했는데 메이저리그 출신의 괴물이 크리스 뿐이었고, 그와 동급의 유성을 포함해도 단 2명 뿐이었다.

그래서 뛰어난 타자와 대결할 기회가 적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점차 각 구단에서 더 뛰어난 외인 타자들을 영입하기 시작하면서 투수들도 성장하기 시작했고, KBO를 대표하는 에이스인 양현정의 경우 지금 이 순간에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었다.

유성을 잡아낸 뒤는 간단했다.

맥스 156KM라는 새로운 경지에 눈을 뜬 양현정 앞에서 스크럭스도 박선민도 맥 없이 물러날 뿐이었다.

2이닝만에 5K를 달성한 그런 양현정의 모습에 압도 당할 수도 있지만 이재후는 무덤덤했다.

오히려 자신도 신 무기를 꺼낼때가 된 것을 직감하였을 정도였다.

'유성이를 플라이로 처리했다는건... 오늘 경기 투수전으로 가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마운드로 향하는 이재후는 면목 없다는듯 지나가는 유성에게 가볍게 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도달한 마운드에서 잠시 양현정을 보았다.

'투수전에서 가장 중요한건 상대팀을 얼마나 압도할 수 있느냐.'

마침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는 타이거즈의 4번 최영우.

공룡 군단의 에이스로써 이 이상으로 좋은 기선 제압용 제물은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재후는 안도했다.

상대가 양현정이라는 자신과 똑같이 삼진을 주로 잡는 투수였기 때문이었다.

삼진 대결이라면 재후도 지지 않았다.

특히 오늘처럼 팀의 자존심이 걸린 날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지금 양현정에 이어 이재후도 한계를 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능력자물을 취소하고 결정한 극한의 피지컬물로 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한계돌파(흔한 가챠게임이 생각나는거 같지만 넘어가죠.)

양현종이나 이재학처럼 경력도 되고 에이스급 성적 꾸준히 유지한 투수만 해당되는지라

외국인 빼면 투수가 얼마 없어서 18시즌에 갑자기 분량 늘어나고 그러지는 않을겁니다.

*

글 쓴다고 30일 경기를 이제야 봐서 지금 이야기하네요.

우리 호부지 이호준 선수 다이노스로 이적해오고 지난 5년간 감사했습니다.

'인생은 이호준'이라는 단어를 우리 팀에 와서 바꿀 수 있었죠.

이전에는 비꼬는 의도였지만...

그래서 남은 4,5차전에 호부지가 멱살 잡고 가실 예정입니다.

남은 2경기로 최소 5화는 뽑아내는 늘어짐을 보여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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