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40 - 2017 한국시리즈 -->
치열한 접전 끝에 마무리된 3차전.
다이노스 선수들은 예상 외의 1방에 당황하기보단 감탄하였다.
유성의 말대로 5차전에 끝낼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4차전은?"
"일단 1경기 내주었으니 4차전은 잡아와야지."
"...그게 쉬울까? 유성이가 계속 막힌다면 3차전과 비슷한 흐름이 될 수도 있어."
"그걸 아니깐 유성이도 5차전 이야기를 한거겠지."
"응?"
"요점은 유성이라면 1경기 내주는걸 감안했을꺼야. 그리고 남은 경기를 단번에 쓸어오는걸로 끝낼꺼니 5차전을 이야기한 것일테고."
"그럼..."
"우리 팀 최고의 천재를 믿어보자고."
천재.
그것은 유성이 데뷔할때부터 붙어있던 별명이었다.
데뷔하자마자 3할 30-30 클럽 그리고 3관왕을 기록하며 유성은 수 많은 센세이션을 보였다.
덕분에 06년 류연진 이후로 처음으로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수상하였고, 이러한 기록은 야수로 한정할 경우 10년 이상 전의 이야기가 되었다.
최근에는 신이 내린 재능이라는 새로운 별명도 붙었지만 자주 이야기되는 갓유성에 묻혀서 별로 거론 안되던 별명들이었다.
하지만 자주 거론 안되더라도 그 별명으로 불렸다는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고, 선수들도 유성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고 있고, 인정하고 있었다.
그렇게 유성을 중심점으로 하여 준비하기 시작한 한국시리즈 4차전.
언론은 다이노스 타선과 그런 괴물 같은 타선을 상대해야하는 양현정에게 이목을 집중했다.
하지만 그들은 타겟을 잘못 잡았다.
다이노스 코치진은 하나의 영상을 보고 있었다.
바로 그들의 토종 에이스 이재후의 연습 연상이었다.
"...이건."
"오래도 걸렸네."
"시즌이 끝나고 한국시리즈까지 그 짧은 기간에 이 정도까지 끌어올렸다고?"
"사실 퓨처스에 있던 12시즌에도 나름 사용할 줄 알았지만 이 수준까지 올리는데 5년 정도 걸린거지.
"그거 참 오래도 걸렸군. 그래서 이 영상대로라면..."
"그래. 드디어 실전에서 완전히 쓸 수 있게 된거지."
창단 이후 항상 그 자리를 지켜왔던 다이노스의 토종 에이스 이재후가 드디어 완성 시킨 것이었다.
그를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킬 새로운 무기를 말이었다.
"내년에도 안 되면 토종 에이스 자리는 형식이한테 주려고 했는데..."
"무려 5년이나 토종 에이스 자리를 지켜온 녀석이니 제대로 사용하기만 하면 각성했다고 할 수 있겠지?"
"당연하지. 녀석의 자질은 충분했거든."
다이노스 코치진이 기대하는 이재후의 신 무기는 한국시리즈에 초점을 맞추어 준비 되었기에 코치진은 재후가 등판하는 4차전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렇게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한국시리즈 4차전이 시작되었다.
양현정 vs 이재후.
둘 모두 3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며 토종 에이스의 위엄을 보여주었으나 양현정은 200이닝 가까이 소화하고 20승을 거두었다는 차이점이 있었다.
그래도 이재후도 커리어 최다 승과 최다 이닝을 기록하며 그렇게까지 떨어진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았기에 오늘 경기는 어느쪽의 컨디션이 더 좋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였다.
"플레이볼!"
시작된 경기에서 양팀의 투수들은 둘 다 최고의 컨디션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1회 초 먼저 마운드에 오른 양현정이 시작부터 150KM의 강속구를 뿌리며 1번 박민병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어느덧 풀타임 4년째를 경험한 민병이었기에 이 공만으로 양현정의 상태를 알 수 있었다.
'컨디션이 최고조인가 보네...'
시즌 중 다이노스를 상대로 3점대 후반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던 그였기에 분명히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다행이라면 홈인 챔피언스필드보다는 다이노스의 홈인 마산구장에서 좀 더 좋은 성적을 거두었는데 지금 경기를 치루는 구장은 마산구장이 아닌 챔피언스필드라는 것이었다.
'컨디션이 좋다. 그리고 150KM는 까다롭지만... 아예 못 칠 정도는 아니지.'
딱!
[쳤습니다! 하지만 파울!]
[초구를 지켜보고는 바로 반응하는 군요.]
[박민병 선수도 처음 신인왕을 차지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정말 많이 성장했죠.]
[네. 시즌 막판에 아슬하게 규정 타석에 들어서기는 했지만 무려 타율 4위에 위치하게 되었을 정도니깐요.]
3할 6푼이 넘는 타율에서 알 수 있듯 박민병은 작년보다 한층 더 뛰어난 컨택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양현정은 그런 민병을 힘으로 찍어 눌렀다.
3구째 슬라이더로 민병을 현혹 시킨 양현정은 153KM라는 더욱 빨라진 강속구이자 자신의 최고 구속으로 민병에게 헛스윙 삼진을 유도한 것이었다.
[헛스윙 삼진! 박민병을 삼진으로 처리하는 양현정!]
[153이나 나올정도로 컨디션도 좋고, 제구까지 잘 되고 있습니다. 오늘 다이노스는 쉽지 않겠는데요.]
[이러면 이재후 선수에게 부담이 있을듯 한데요.]
2번 모창모도 양현정의 강속구에 맥 없이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단번에 2아웃이 되었고, 클린업 트리오의 시작인 범성이 타석에 들어섰다.
유성에게 가려져서 그렇지 범성도 3할 4푼 25홈런 20도루 100타점 100득점이라는 25-20-100-100이라는 환상적인 기록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유성은 그렇다고 쳐도 스크럭스가 100득점을 실패했기에 20-100-100으로 범위를 줄여도 범성과 유성만이 이 기록에 달성 했을 정도였다.
그만큼 양현정은 더욱 집중력을 끌어 올릴 필요가 있었는데 그렇다고 망설이지도 않았다.
구속이 조금 내려온 148KM가 나왔지만 여전히 공격적인 피칭을 이어가고 있었기에 시작부터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이런 피칭을 보고 범성은 여기서는 장타보단 출루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양현정의 2구째가 살짝 빠지는 슬라이더였기에 범성의 선택은 옳았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양현정이 한 수 위였다.
3구째 145KM로 더 느린 직구로 2스트라이크를 잡는 과감함을 보여준 양현정은 그 기세를 이어 4구째로 끝을 보았다.
'다시 직구!'
팡!
"스트라이크!"
[헛스윙 삼진 아웃!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1회를 단번에 정리하는 양현정!]
[한 타자당 정확히 4개씩 사용해서 12개로 이닝을 마무리했네요.]
[이게 타이거즈의 장점이죠. 에이스급 투수가 3명이나 있고, 2,3선발 정도로 취급되는 임기용 선수까지 압도적인 4선발이 구축 되어있거든요.]
다이노스도 따지자면 에이스 2명에 2,3선발급 2명이 있기에 그렇게 떨어지는 편이 아니었다.
물론 그 중 1명은 오늘 경기 이전까지의 자료를 기반으로 한 것이기에 3선발 정도의 취급을 받고 있었지만 오늘 경기가 지난 이후 그것도 달라질 것이다.
"아우..."
"응?"
"목 풀다가 갑자기 뚜둑 거렸어요."
"트...트레이너?!"
"네?"
"여기 와봐요!"
대기 타석에 준비하다가 수비를 위해 덕아웃으로 들어오던 유성은 목을 풀다가 살짝 삐끗하며 잠시 수비를 나가는게 늦어졌다.
그 사이에 이재후는 마운드에서 연습 투구를 하며 준비를 마무리했다.
[지금 박유성 선수가 목이 안 좋아 보이는듯 한데요.]
[그러게요. 경기 전까지는 괜찮았는데... 영상이 나오네요?]
[어디... 아, 목을 풀다가 저렇게 된거 같네요.]
[일단 명단에 올랐기 때문에 수비는 물론 다음 이닝의 첫 타석까지는 나와야할텐데요.]
유성이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었기에 김태곤은 잠시 마운드에 올라와서 재후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컨디션은?"
"보다시피 좋아요."
"음... 그거 괜찮겠어?"
"네. 괜찮아요."
13,14시즌의 이재후는 반박할 수 없는 다이노스를 넘어 리그 최고의 에이스 중 하나였다.
하지만 15,16시즌 하락세에 빠지며 평범한 다이노스의 토종 에이스로 위상이 내려왔다.
물론 다이노스 사정에 이것만 해도 대단한 수준이었지만 한번 위를 보았던 이재후였기에 지금의 위치에 만족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이번 시즌이 시작되고 초반에 부진하면서 투 피치에 대한 지적이 들어왔으나 다이노스 투수코치인 최일헌 코치는 투 피치가 아닌 신체 밸런스가 무너졌기에 부진에 빠졌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기에 재후는 밸런스를 다시 잡는데 집중했고 동시에 최일헌 코치와 하나의 준비를 더 하였다.
최일헌 코치가 말한 신체 밸런스 부분을 완벽하게 잡았기에 이재후는 그를 꾸준히 설득하며 그 하나의 준비를 더 하였고, 그것이 바로 이재후의 신 무기였다.
잠시 후 유성이 겨우겨우 회복된 덕분에 중견수 자리로 향하는 것으로 1회 말이 시작되었다.
"플레이볼!"
팡!
초구부터 142KM의 구속이 나오며 이재후도 양현정처럼 컨디션이 좋다는 것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재후는 구속에서 알 수 있듯 파워피처가 아니었다.
그를 5년 연속 규정 이닝과 10승에 도달하게 한 마구나 다름 없는 구종.
바로 서클체인지업과의 조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130 후반에서 140 초반이 유지되는 직구에 120 초중반이 나오는 서클체인지업.
체인지업이라는 구종의 특성에 걸맞게 최소 15KM에서 최대 20KM까지 차이나는 구속의 차이는 체인지업을 효과적으로 살려냈는데 이재후의 두 구종은 여기서 한술 더 떠서 직구와 체인지업이 동일한 회전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시즌 후반에 잠시 밸런스를 잃은듯 했지만 3주나 되는 휴식기가 있기에 충분히 밸런스를 찾아왔을 것이다.
그렇기에 타이거즈의 1번 이명구는 이재후의 구종을 잠시 떠올렸다.
'직구, 체인지업, 슬라이더, 싱커였던가?'
이번 시즌 이재후가 구사한 구종을 꼽자면 이렇게 4가지였다.
하지만 슬라이더와 싱커는 없는 구종이나 다름 없었다.
이재후라는 투수는 직구와 체인지업의 2개 구종으로 96.9%라는 터무니 없는 구사율을 보이는 투수였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두 구종의 위력과 연계성이 뛰어나기에 가능한 것이지만 한국시리즈를 위해 철저히 준비를 해온 타이거즈는 다른 3명의 투수들은 몰라도 이재후에게는 자신이 있었다.
앞선 1,2,3차전에 등판한 해킹, 맨쉽, 장형식은 모두 우완 쓰리쿼터였지만 각자 다른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
해킹은 다양한 변화구 중심의 팔색조 투구, 맨쉽은 브레이킹볼을 중심으로 한 땅볼 유도, 장형식은 최고 152KM까지 나오는 구속을 중심으로 한 구위형.
이재후는 투 피치의 위력과 효율을 극대화하며 뛰어난 삼진 능력을 보유한 투수였지만 앞선 경기에서 장형식이 나오면서 타이거즈는 속으로 환호했다.
이재후가 장형식보다 구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었고, 시즌 막판에 잠시 밸런스를 잃어버린듯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들이 고려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는데 이재후는 시즌 막판에 등판 간격이 컸기에 불펜으로 등판하였기에 밸런스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었다.
즉, 선발로 준비해온 이재후는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고, 새로운 무기까지 준비했기에 역으로 타이거즈에게 악몽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이재후의 2구째가 날아들었다.
========== 작품 후기 ==========
추석이 다가와서 그런지 완전히 방전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늘어진 상태로 체력 회복하는 동안 전개를 머리 속에 그려봤기에 빠르게 집필 중입니다.
내일 3연참을 선언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