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40 - 2017 한국시리즈 -->
유성이 타석에 들어서자 타이거즈 벤치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유성을 거를 것인가 거르지 않을 것인가부터 해서 거른다면 뒷타자를 무실점으로 처리 할 수 있을 것인가까지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리고 필승조로 분류된 투수들이 준비를 시작하며 오늘 경기를 어떻게든 잡아오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1경기 잡더라도 다이노스에게 2경기 내주면 끝나는건데..."
"4대0이랑 4대1은 아무래도 차이가 있으니깐. 그리고 포기하기에는 좀 빠른 감이 있기도 하고."
일단은 유성을 다시 한번 거르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지며 유성은 이번 타석에도 고의 사구로 걸러지게 되었다.
1차전 1번의 안타를 제외하면 항상 걸러지고 있었기에 유성 입장에서 화가 날법도 했지만 너무나 익숙했기에 유성은 그저 지켜만 보았다.
단, 한순간을 위해서 말이었다.
유성이 완전히 손을 내리며 고의 사구를 구경하자 헥터는 조금 더 안 쪽으로 던지며 유성을 도발하려 했다.
하지만 이 도발 자체가 유성에게는 기회였다.
가끔씩 유성이 보여주던 고의 사구를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진 배트 던지기가 지금 다시 펼쳐진 것이었다.
배트에 맞은 공이 튕겨 나가며 내야를 구르기 시작했고, 유성은 공이 맞자마자 동시에 스타트를 끊었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타이거즈 배터리는 물론 내야진 전체가 움찔하였고, 이내 동시 다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1루수 방향으로 향했기에 1루수가 대시했고, 2루수와 투수는 빠르게 1루 커버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격수는 2루로 향하며 만약을 대비했고, 포수는 1루수와의 연계를 위해 1루 방향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공을 잡고 1루로 던졌을때 유성은 이미 1루에 도달한 상황이었다.
최악의 주자를 고의 사구가 아닌 안타로 출루 시키고만 타이거즈 선수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사실 이번 이닝에서 고의 사구 작전을 사용하는거 자체가 무리였다.
앞선 이닝에는 앞에 주자가 있거나 2아웃이기에 타자에만 집중 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지금은 무사 주자 1루의 상황으로 완벽하게 단독 도루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다시 말해 고의 사구를 했어도 이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유성이 억지로 내야 안타를 뽑아내며 직접 출루한 것이었다.
이제 타이거즈에게는 두 가지 상황이 예상 되었다.
하나는 박유성이 전혀 도루를 안 하는 경우였다.
유성이 홈런으로 다득점을 뽑아내며 도루를 하나도 안하는 날이 있었다.
그것이 오늘이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
문제는 오늘 경기는 박유성이 홈런을 친 것도 아니고 0대0의 상황이 7회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지금의 이 흐름이라면 박유성은 분명히 달릴 것이고 실제로 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만 하나 의문 점이 있다면 가만히 있어도 고의 사구가 되는 상황에서 이렇게 억지로 안타를 치는 것에 의문이 들었지만 유성은 헥터의 상태를 보고 웃었다.
'6이닝을 소화하며 체력 대부분이 소진 되었다. 그리고 방금의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체력이 더욱 소진 되었지.'
유성은 자신이 말했던 5차전 종료를 지키기 위해 오늘이나 내일 경기를 내줄 생각이었다.
대신 그 1경기에서 타이거즈 투수진을 제대로 괴롭히고 흔들어버릴 생각이었다.
"...저녀석 생각 이상으로 악랄하다고 해야하나."
"이번에는 또 뭘 봤는데?"
"가만히 있어도 출루가 가능한 상황에서 억지로 안타를 뽑아냈다. 마침 투수는 6이닝 동안 100구 가까이를 던지며 한계에 가까워진 상태."
"그렇군. 대략 이해했어. 가치가 더 올라가는 소리도 들리고 말이야."
보는 관점에 따라 유성은 악랄한 선수가 되기도 하지만 영리한 선수가 되기도 했다.
애초에 이 플레이를 깨달은건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를 포함해도 극소수에 불과 했다.
나머지는 왜 굳이 안타를 만들어냈는지 이해를 못하고 있었기에 쉽게 말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 뭐가 되었든 갓유성님이 하신거니 일단 환호나 하고 보자.
- 간단해서 좋네.
사람들의 이목이 유성에게 집중된 가운데 타석에 들어선 스크럭스는 2차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유성쪽을 보았다.
'3구까지 계속 기다려라.'
그러자 기다렸다는듯 1루 코치를 통해서 사인이 나왔고, 스크럭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교환을 마쳤다.
사인 교환을 눈치챈 타이거즈 배터리는 내야진을 움직였고, 유성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 유성의 도루 성공률이나 실패 횟수가 지난 시즌보다 떨어지기는 했으나 그것은 79번의 도루 성공을 위한 것이었기에 딱히 차이는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지루한 견제 싸움에서 유성은 얼마든지 해보라는듯 리드를 역으로 벌렸다.
다이노스 홈인 마산구장이었다면 팬들의 야유가 나왔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타이거즈의 홈에서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기에 헥터의 견제에 대해 뭐라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벌써 6구나 견제가 들어갔는데요.]
[그러면서 스크럭스와 1S-1B의 승부를 이어가는 것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래도 너무 주자쪽만 신경 쓰는건 아닌가 싶네요.]
- 어차피 박유성은 2루 갈꺼라서 헛힘 쓰는건데 말이지.
- 그러게 말이야.
7구째 견제구마저 유성이 가볍게 살아남으며 헥터는 스크럭스에게 3구째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유성에게 너무 집중한 나머지 유성이 움직일듯한 모습을 보여주자 제구가 흔들리고 말았고, 폭투가 나오며 유성은 편안하게 2루로 향할 수 있었다.
[결국 긴 승부 끝에 승자는 박유성 선수가 되었네요.]
[이제 3루로 가는 것만 견제하면서 타자를 상대하는게 더 좋을듯 한데요.]
유성을 2루로 보내며 스크럭스 타석에만 10개의 공을 던졌던 헥터는 명백하게 지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에 타이거즈 벤치에서는 스크럭스를 끝으로 헥터를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헥터가 던진 4구째가 그만 실투가 되며 스크럭스는 기다렸다는듯 풀스윙으로 공을 저 멀리 날려버렸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멀리! 저 멀리 날아가면서! 담자아아앙을 넘어갑니다아아아아!]
[기나긴 승부 끝에 7회 초 드디어 다이노스가 앞서가기 시작합니다!]
완벽한 풀스윙으로 만들어진 투런 홈런.
헥터는 6이닝 2실점이라는 기록에도 불구하고 패전 위기에 빠지며 강판 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난전의 시작일줄은 아무도 생각 못하였는데 7회 말에 마운드에 오른 장형식은 앞선 이닝 헥터가 무너진 것을 봤기에 침착하게 타자들을 상대할 준비를 했다.
효율적인 피칭을 이어왔기에 체력의 여력이 남아있던 그는 마지막 이닝인 이번 이닝에 힘을 쏟아 붙기로 결정했다.
팡!
그렇게 1회 이후로 꾸준히 140 초중반이 유지되고 있던 구속이 140 후반까지 올라오며 타이거즈 타자들을 찍어누르려고 했다.
하지만 리드를 내준 타이거즈 타자들은 역으로 이번 이닝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끈질기게 늘어지기 시작했다.
어찌어찌 2아웃을 잡았지만 투구수가 아슬해진 장형식이었기에 불펜에서는 원종헌이 여차하면 바로 나갈 수 있도록 준비 중이었다.
'마지막 하나.'
장형식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때 타이거즈도 마지막 도전을 하듯 대타 카드를 꺼내들었다.
1,2차전에 선발로 나섰지만 3차전에 벤치에서 쉬고 있던 김주처가 바로 그 카드였다.
'하필 여기서...'
'쯧. 이젠 한계인데.'
두 배터리가 대타를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고 있는 가운데 외야에 있던 유성도 미묘한 느낌을 받았다.
"느낌이 묘한데..."
남은 힘을 쏟아부어서 타이거즈 타자들을 상대했지만 끈질기게 늘어지며 투구수가 늘어났기에 이제 장형식의 구속은 140 중반대까지 내려왔다.
그래도 과감하게 145KM의 직구를 꽂아넣으며 여력이 있다는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계로군.'
'여기가 고비인가.'
벤치의 두 감독도 진작에 상황을 판단하였다.
그래서 김주처를 대타로 투입하였고, 만약을 위해 원종헌을 준비 시켜두었다.
딱!
[쳤습니다! 하지만 파울이군요.]
[2스트라이크를 잡으면서 유리한 고지에 오른 장형식 선수인데요.]
[이미 100구를 넘었기에 여기서 어떻게든 결판을 내야할텐데요.]
- 누가 이길려나?
- 애매하지. 대타로 나왔으니 주처가 각 잡기는 했을텐데 장형식이 구속은 줄었는데 구위가 살아있음.
- 그게 보이냐.
- 맨날 경기 보다보면 알 수 있음.
"하지만..."
딱!
[쳤습니다! 투수 키를 넘기고 내야를 가르는 안타!]
[아쉽네요. 마지막 순간에 안타를 내주고 마는 장형식 선수입니다.]
[지금은 가볍게 잘 받아쳤어요. 장형식 선수의 구위가 아직 살아있었거든요.]
'후...'
안타를 내주고 장형식이 한숨을 내쉴때 김강문 감독은 사인을 보냈다.
마운드의 주인이 바뀌는 사인을 말이었다.
[결국 투수 교체를 하는군요. 6.2이닝 무실점. 마지막 타자만 잡았다면 깔끔하게 7이닝 무실점으로 마무리했을텐데요.]
[이어서 원종헌 선수가 마운드에 오르고 있습니다.]
잠시 광고를 보고 돌아온 해설진은 원종헌의 초구가 맞아나가는 것을 보았고, 순간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 타구는 큽니다! 어디까지~! 바로 담장을 넘어갑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터지는 버나디나의 동점 투런!]
- 응?
- 응?
- 153KM를 보자마자 넘겨버리네.
- 이게 전직 메이저리거라는거지.
3할 30-30 클럽의 타자는 당연히 경계해야하는 존재다.
그렇기에 원종헌은 초구부터 전력으로 던졌으나 역으로 초구를 노려서 제대로 담장을 넘겨버렸다.
이어서 타석에 들어선 최영우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여전히 150 초반의 구속이 나오는 원종헌의 공이었지만 차분히 지켜보던 최영우는 한순간 힘을 집중 시켜서 풀스윙을 시도했다.
딱!
[다시 갑니다! 담장을 완전히 넘겨버립니다!]
[역전! 최영우의 백투백 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하는 타이거즈!]
[스코어 3대2로 타이거즈가 드디어 반전에 성공합니다!]
그럼에도 마운드에 계속 머물렀던 원종헌은 나지원을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남은 2이닝동안 타이거즈는 모든 불펜을 총 동원하며 다이노스 타자들을 막아냈고, 유성도 여전히 견제를 받는 입장이었기에 다시 고의 사구로 출루 당했다.
그렇게 3대2의 스코어로 타이거즈가 드디어 첫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 3차전이 종료되었다.
========== 작품 후기 ==========
잠깐만... 홈런공장은 황제님인데...
어차피 코시는 그동안 제가 머리를 짜내서 나온 오리지널 전개로 진행 되었으니 신경 끄도록 하죠.
어제 쉰 이유 중에
연재 시간을 낮, 저녁 시간대로 이동하기 위한 의도가 있었는데
중간에 뻗어버려서 또 새벽에 쓰고 있...
하다못해 새벽 2시 전에 집필 끝나면 나도 뭐라 안 하는데 지금 5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