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205화 (205/300)

<-- Chapter 40 - 2017 한국시리즈 -->

단번에 동점을 만든 다이노스는 그 흐름을 이어 역전을 시도하려 했다.

스크럭스의 플라이로 유성이 3루까지 가면서 성공하는듯 했으나 이어서 타석에 들어선 권희돈이 범타로 물러나며 박선민도 불리한 볼 카운트에 몰렸기에 실패하는 듯 했다.

[2S-2B의 카운트에 몰리며 불리한 입장이 된 박선민인데요.]

[아쉽네요. 지금 상황에서는 어떻게든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올 틈만 만든다면 되는데요.]

'그러고보니 아직 한번도 안 해 봤던가...'

유성이 데뷔한 이후로 수 없이 많은 2,3루 도루를 시도하고 성공했으나 시도하지 않은 도루가 하나 있었다.

잠깐 타임이 나오자 유성은 바로 3루 코치에게 붙어 조용히 이야기했다.

"선민이형한테 전달해주세요."

"뭘?"

"다음 공을 참으라고요."

"대체 뭘 하려고..."

타이거즈 벤치에서도 유성을 꾸준히 지켜보고 있었기에 유성이 뭔가 이야기하는 것은 확인했다.

하지만 무엇을 이야기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3루수 이범오가 주위에 어슬렁 거렸음에도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찌되었든 무엇인가 작전이 들어간것은 확실하기에 타이거즈 내야진은 조금씩 시프트를 준비했다.

"여기선 홈 대시가 가장 유력합니다. 게다가 박유성의 주력을 생각하면..."

"홈스틸?"

"내야진을 움직이게 해서 생기는 공간으로 타구를 때려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음..."

두 가지 가능성이 제시 되면서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지만 다행스럽게도 타이거즈 키스톤 콤비는 국가대표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비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3루 주자 견제를 위해 3루수 대시 그리고 유격수가 3루쪽으로 이동하며 공백을 매꾸고, 거기에 2루수는 뒤로 가서 유격수의 공백을 연쇄적으로 매꾼다."

내야진이 그야말로 하나처럼 움직일때 가능한 움직임이었으나 타이거즈 내야진은 그 움직임을 소화할 능력이 있었다.

'대기? 유성이는 대체...'

박선민이 의문을 표할때 마르코스는 땅볼 유도를 위해 살짝 벗어나는 공을 던졌다.

유성에게 기다리라는 사인이 나왔기에 박선민은 유인구를 참아냈고, 그 이전에 유성은 스타트를 끊었다.

[아! 주자 뛰었습니다!]

리그 최고의 주자다운 속도로 단번에 홈으로 쇄도하는 유성.

그리고 공을 받았으나 우타자인 박선민의 존재로 순간 유성의 위치를 확인 못한 타이거즈 포수는 한박자 늦게 홈 플레이트로 달려 들었다.

결과는 유성의 손이 이미 홈을 태그하고 지나간 뒤였다.

거기다가 논란이 생기지 않게 발로 플레이트를 찍어둔 상태로 멈추었기에 완벽한 세이프가 되었다.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역전에 성공하는 다이노스!]

[박유성이 기어코 해냅니다!]

- 와, 이걸 뒤집네.

- 더 쩌는거 있다.

- 뭐?

[이 홈스틸이 놀라운건 말이죠. 박유성 선수가 데뷔하고 처음 시도했고, 처음 성공 시킨 홈스틸입니다.]

[통산 도루 300개가 넘는 선수가 홈스틸은 이번이 처음이라니 아이러니하네요.]

- 실화냐. 그동안 홈스틸을 한번도 안 했다고?

- 할려고 했는데 못했던 경우도 좀 있음.

예를 들면 유성이 지금처럼 기다리라는 사인을 보냈음에도 스윙을 해버렸다던가 기다렸는데 볼넷이 되버려서 상황이 잠시 멈춰버려서 들어오지 못했다던가 그런 상황이 이어졌기에 유성은 뛰지도 못했다.

그러다보니 이번이 첫 홈스틸이었던 유성은 들어오자마자 거한 축하를 받았다.

"살려...줘..."

"수비 나가야하니깐 그만해."

"네."

여전한 영향력을 가진 이호중이 말리지 않았다면 유성은 수비를 좀 더 늦게 나갔을지도 몰랐다.

아무튼 리드를 허용한 4회 초와 역전에 성공한 4회 말이 끝나며 경기는 5회로 넘어가게 되었다.

3대2로 다이노스가 리드를 잡은 가운데 5회와 6회에는 양팀 모두 무실점을 기록하며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지는 것을 보여주었다.

변동이 생긴 것은 7회 초 다이노스가 해킹을 내리고 필승조를 투입한 것이었다.

원종헌이 먼저 나선 다이노스의 불펜은 그 위명대로 압도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원종헌이 150이 넘는 직구 중심의 피칭으로 타이거즈 타자들을 상대해나갔다.

그들도 150이 넘는 강속구에 익숙해졌지만 원종헌의 공을 공략하기는 힘들었다.

애초에 원종헌의 공이 쉽게 공략이 가능한 공이었다면 그의 방어율은 2점대가 아닌 4점대까지 올라가 있었을테니 지금 타이거즈 타자들이 맥 없이 쓸려 나가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그렇게 7회 초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다이노스는 7회 말에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여전히 마르코스가 마운드를 지키고 있었지만 투구수가 많아졌기에 이 이닝을 마지막 이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남은 힘을 쏟아부어서 다이노스 타자들을 상대한 그였지만 하필 마지막 타자인 손시한에게 안타를 허용하더니 대타로 나온 이호중이 쐐기를 박는 투런 홈런을 때려내며 경기는 완전히 기울어졌다.

[대타로 나와서 투런 홈런을 때려내는 이호중!]

[스코어 5대2로 다이노스가 완전히 리드를 잡습니다!]

포스트시즌 엔트리가 30인으로 늘어난 덕분에 다이노스는 포수를 좀 더 여유롭게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그건 타이거즈도 마찬가지지만 포수 포지션이 가장 명확하고 거대한 약점인 다이노스 입장에서는 더욱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었다.

지금처럼 이호중의 투런 홈런이라는 최고의 결과가 나오며 리드를 굳건히 할 수 있게 되었고, 8,9회에 연달아 올라온 김진호, 임상민이 전부 무실점으로 이닝을 틀어막으며 1차전은 다이노스의 승리로 끝나게 되었다.

[경기 종료! 1차전 승리팀은 다이노스입니다!]

[예상대로라고 해야할까요. 박유성 선수가 4타석 중 3타석에 볼넷으로 출루했지만 한 타석에서 동점을 만드는 2루타에 역전 득점까지 기록하며 여전히 공격의 핵심인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 진짜 밸런스 패치 좀...

- 포기해. 그리고 차라리 내년에 야구 안 보는게 더 좋을지도 몰라.

2차전은 맨쉽과 임기용의 선발 대결이었으나 오늘 다이노스 불펜만 봐도 알 수 있듯 타이거즈는 초반에 승부를 보는게 좋았다.

"문제는 맨쉽이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할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거지."

"게다가 예상 이상으로 뛰어난 이닝 이터의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초반에 무너트리기도 힘들어졌어."

그 예상대로 빠르게 시작된 2차전에서 전날 2점에 그쳤던 타이거즈 타선은 맨쉽을 초반에 끌어내리기 위해 노력했으나 맨쉽에게 단 1점만을 뽑아내고, 이닝은 5회를 지나 6회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 사이에 다이노스가 3점을 뽑아내며 오늘도 리드를 잡은 것은 덤이었다.

6회가 시작되는 시점에 다이노스가 3대1로 리드를 잡고 있는 2차전.

[오늘 경기도 이대로 다이노스가 리드를 잡으며 끝날 것인지가 관건일듯 합니다.]

[불펜을 보면 이민오 선수가 준비 중인데요.]

[맨쉽이 6회까지 던질듯 하니 이민오 선수가 7,8회를 막는다면 무난하게 다이노스가 경기를 가져갈 수 있을듯 합니다.]

완벽할 정도로 다이노스가 차근차근 승리를 위한 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타이거즈는 이번 이닝이 마지막 기회인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원정에서 1승 1패라도 하는게 뒤를 위해서라도 좋아."

"문제는... 어떻게 공략하느냐인데..."

5이닝동안 70개 밖에 안 던진 맨쉽이었기에 투구수 관리만 잘하면 7이닝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경기 전부터 6이닝만 던지겠다고 이야기해둔게 아니었다면 그 이상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 다이노스 불펜에서 이민오가 준비 중인것을 확인했기에 타이거즈는 이번 이닝이 마지막 기회였다.

그리고 타이거즈는 드디어 타선이 터지기 시작했다.

딱!

[넘어갑니다! 추격을 알리는 솔로 홈런!]

딱!

[또 넘어갑니다! 동점을 만드는 백투백 홈런!]

딱!

[다시 갑니다! 그리고 넘어갔습니다! 경기를 뒤집는 백투백투백 홈러어어언!]

생각도 못한 시점에서 터져나온 3연타석 홈런.

그로인해 경기를 뒤집는 것에 성공한 타이거즈였고, 다이노스는 급하게 맨쉽을 내렸다.

[좋은 피칭을 이어가다가 막판에 백투백투백 홈런을 허용하며 5.2이닝 4실점을 기록하며 내려오는 맨쉽입니다.]

[경기가 5차전이나 6차전으로 가지 않는 이상 더 이상 나올 일은 없겠네요.]

30인 엔트리지만 28인만 출전 명단에 들어갈 수 있기에 1차전에는 2,3차전에 등판할 선발들이 제외 되었고, 2차전에는 1차전에 등판한 선발과 3차전에 등판할 예정인 선발이 제외되어 있었다.

맨쉽의 경우 흐름상 3,4차전에 엔트리에서 제외될 예정이었기에 해설진이 5,6차전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맨쉽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이민오가 아웃 하나를 잡아내며 6이닝째를 채워낸 가운데 다이노스 타선은 동점과 역전을 위해 2점을 뽑아내야했다.

"흠... 뭘 치는게 좋을려나..."

"또 너 거를텐데?"

"능력껏 치면 되잖아."

"..."

4할 타자에게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것도 사실 입만 아픈 일이었다.

그래서 민병은 지금 자신이 해야할 것을 하기 위해 타석에 들어섰다.

"2아웃이더라도 내 타석이 돌아올텐데..."

"차라리 주자가 쌓이는게 좋은데 말이야."

8번 손시한은 아웃을 당했으나 9번 김태곤이 뜬금포 수준으로 안타를 때려내며 1사 1루 상황이 만들어졌고, 민병은 기다렸다는듯 차분히 공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타이거즈 선발은 5이닝을 채운 후 내려갔기에 현재 타이거즈는 바쁘게 불펜을 총 동원하고 있었다.

"유성이를 편하게 만들어줄려면... 역시 만루겠지."

딱!

[쳤습니다! 유격수 키를 또 넘어가면서 안타!]

[중견수가 전진하고 있었기에 주자는 2루까지만 가면서 1사 1,2루의 찬스가 클린업에게 이어집니다!]

오늘도 키 때문에 타구를 잡지 못한 김석빈이 반쯤 좌절하고 있을때 타석에 들어선 모창모는 초구를 휘둘러 내야 플라이 아웃을 당하고 말았다.

그렇게 2아웃이 된 상황에서 범성을 상대하게 된 타이거즈는 여기서 어떻게든 막아야하는 입장이 되었다.

[여기서 막으면 박유성 선수를 상대하지 않게 되지만 못 막는다면... 특히 볼넷을 주기라도 한다면...]

[만루에 박유성이 되겠죠.]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순간 타이거즈는 투수 교체로 활로를 열려고 했다.

========== 작품 후기 ==========

자꾸 시선이 다른 곳으로 돌아가서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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