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37 - 2017 올스타전 -->
첫 경기부터 힘겨운 경기를 치룬 다이노스는 2번째 경기의 선발이 비록 복귀전을 치루는 것이기는 하지만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던 맨쉽이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85구 제한이라..."
"그 정도라면 맨쉽의 능력에 우리의 수비까지 합해서 5이닝은 충분히 막을 수 있어. 운 좋으면 6이닝도 노리겠지."
"내일은 좀 더 쉽게 막을 수 있겠지?"
"그러기를 빌어야지."
타이거즈와의 3연전 그 2차전으로 경기가 넘어온 가운데 마르코스와 맨쉽의 선발 대결이 펼쳐지게 되었다.
시즌 초반에 여러 선수들이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며 방어왕 경쟁을 하였으나 시간이 지나며 전부 2점대나 3점대로 추락하게 되었다.
그런 모습을 볼때 맨쉽도 후반기에는 방어율이 제법 상승할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맨쉽은 방어왕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었다.
"부상으로 빠지기 전까지 48이닝을 던졌으니 96이닝을 더 던져야 규정이닝인데 말이야."
"오늘 경기에서 5이닝을 던진다고 가정하면 91이닝이 남고, 후반기 경기수를 생각하면 12번 정도를 등판할텐데 매 경기 6이닝씩 소화해도 규정이닝이 불가능하군."
"음... 오늘 5이닝 소화한다고 가정하고 후반기에 12경기 출전한다고 가정했을때 매 경기 8이닝을 소화하면 아슬하게 규정이닝에 들어갈 수 있어."
"매경기 8이닝? 개막전 노히트 이후로 단 1번도 8이닝 이상 던져본적이 없는데 그게 가능하겠어?"
"그래. 솔직히 7이닝도 무리고 6이닝 정도 유지만 해도 충분한 수치야."
계산에 따르면 오늘 경기에서 5이닝을 소화하고 후반기 예상경기인 12경기에서 전부 6이닝을 소화할 경우 최종 이닝은 125이닝이 된다.
"이거 맨쉽은 까딱하면 재계약이 힘들지도 모르겠군."
"이면 계약을 통해서 2년 계약을 해놨다면 또 모르지만 말이야."
2달이나 되는 공백은 그만큼 큰 것이었다.
시즌 초반 부진하여 2군에 잠시 내려갔다가 오고 기복으로 인해 불펜으로 강등되기도 했던 이재후, 장형식, 최강금 모두 맨쉽보다는 이닝 페이스가 좋았다.
"맨쉽이 돌아왔으니 후반기에는 선발 로테이션이 바뀌겠군."
"역시 시즌 전 선발 구상대로 해킹, 맨쉽, 장형식, 이재후, 구청모 정도가 되겠지."
"이재후는 3선발로 시작했는데 4선발이 되었군."
"돌아보면 13시즌이 풀포텐에 가까운 모습이었지. 매년 조금씩 미세하게 하락세를 겪으면서 지금 수준이 되버렸고 말이야."
1군 풀타임 첫 시즌부터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던 투수는 이제 3점대도 힘겨운 투수가 되었다.
KBO가 꾸준히 타고투저의 방향을 탄 것도 있지만 이재후라는 투수가 매년 정체되다못해 하락세를 타고 있다는 것의 증거이기도 했다.
해킹을 예시로 들면 간단하다.
해킹은 1,2년차에 3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는 투수였지만 3년차에 2점대 방어율과 함께 200이닝에 20승까지 기록할 정도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투수였기 때문이었다.
부상으로 풀시즌을 못 뛴 4년차에도 에이스의 위엄을 보였고, 5년차인 올해도 작은 부상이 있었지만 작년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며 맨쉽이 빠졌을때 그 공백을 매꿔주었다.
"맨쉽이 여기서 건재함을 알려줘야 해킹도 부담이 줄어들텐데..."
"그건 경기를 보면 알겠지."
잠시후 시작된 경기.
딱!
다이노스는 1회부터 제대로 점수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타선 전체가 활발하게 터지면서 단번에 3점이나 뽑아낸 다이노스는 맨쉽이 5이닝을 버티는 사이에 2점을 더 뽑아내며 스코어 5대2 상황에서 맨쉽이 승리 투수 요건을 채우고 내려가는 것을 도왔다.
[맨쉽이 5이닝 2실점으로 승리 투수요건을 갖추고 물러납니다.]
[85구 제한이었으니 이번 이닝에 물러가는게 맞기는 하지만요. 복귀전이라서 그런지 힘든 승부가 많았어요.]
[네. 그래도 수비가 좋아서 잘 버텼네요. 이제 불펜의 차례인데요.]
전반기는 이제 단 2경기만 남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3점차였기에 다이노스는 김진호, 원종헌, 이민오, 임상민으로 이어지는 필승조 4인방을 준비 시켰다.
"괜찮을까요? 민오는 하루 쉬기는 했지만 4연투가 될텐데요."
"별 수 없어. 믿을 투수가 없으니깐."
덕아웃에 들어왔을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유성은 전반기가 2경기가 남았다는 점에서 총력전을 펼쳐야한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4연투는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미국에선 연봉 많은 선수가 감독보다 위라고 하던가.'
언젠가 하극상을 한번 해보고 말겠다는 생각을 하며 유성은 투수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추가점을 뽑아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5회까지 5대2로 리드를 잡고 있지만 타이거즈의 타선을 생각하면 방심 할 수는 없었다.
압도적인 타격 2위의 김서빈이나 100억의 사나이 최영우 그리고 타이거즈 외국인 최초의 20-20 클럽을 노리고 있는 버나디나까지 3점의 리드를 다이노스나 타이거즈 타선을 생각했을때 별것 아닌 리드였다.
불펜 4인방 중 가장 먼저 나선 김진호는 1이닝 1실점을 하며 부진하였으나 다이노스 타선도 이때 2점을 추가하였기에 역으로 7대3까지 차이를 벌릴 수 있었다.
7회에는 원종헌이 마운드에 올라 유성의 호수비 덕분에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게 되었고, 다이노스 타선은 7,8회에 쉬어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모두 침묵을 하였다.
[어느새 경기는 8회 말로 접어들었는데요.]
[이민오 선수가 마운드에 올라오는군요.]
[중간에 하루 휴식이 있기는 했지만 이민오 선수는 이걸로 4연투가 되네요.]
[아무리 전반기 막판이라지만 너무 무리 시키는데요.]
- 아이고 이글스에 노친네 짤리니깐 이젠 이쪽이 난리 치네.
- 킬라인처럼 다 죽여라 다 죽여!
김진호, 임상민, 이민오, 원종헌, 임정후까지 5명의 선수들은 불펜으로서 가장 많이 등판하기도 했고,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선수들이었다.
물론 선발들이 단체로 부진하면서 5,6회부터 불펜이 가동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불펜진도 언젠가는 한계가 올 수 밖에 없었다.
[6월에 들어오면서 다이노스 불펜이 조금씩 흔들리는 그런 모습을 보여준 경우가 많았는데요. 7월에 확연하게 흔들리는 선수도 있습니다. 그런거 모르겠다면서 막 굴리는 사람은 편하겠지만요.]
[어... 그래도 다이노스 선발진이 쉽게 무너지던 부분은 감안해야하지 않을까요.]
[박유성이라는 리그 최고의 중견수 덕분에 리그 최고의 외야진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선발이 5이닝도 겨우 채우는건 분명 선발 투수의 잘못이죠. 그리고 그 이전에 선발이 긴이닝을 소화하도록 육성하지 못한 팀의 잘못도 있고요.]
- 극딜 쩐다.
- 그런대 김강문 감독 평소에도 불안했는데 올해는 진짜 돌머리 됐음. 우리가 첫시즌부터 계속 우승 찍는 바람에 과부화가 걸릴 수 밖에 없긴한데 올해는 아주 다 죽일려고 굴리는거 같다.
- 올해 재계약하고 리빌딩 한다고 하면서 오히려 다 죽이려고 하네.
무려 해설이 직접 김강문 감독과 다이노스를 공격하자 은연중에 혹사 문제로 인해 불만이 쌓여있던 팬들까지 거기에 동조한 것이었다.
7대3으로 4점차의 리드가 만들어졌음에도 이민오를 올린 김강문 감독은 이민오가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자 마지막으로 임상민의 등판을 지시했다.
세이브를 얻을 수 있는 3점차가 아닌 4점차 상황에서의 등판은 등판 간격이 길어져서 감각이 떨어졌을때나 혹은 지금처럼 전반기 막판에 다다른 상황에서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했으나 해설의 이야기는 거침 없이 이어졌다.
[전반기 막판이라고 사용할 필요 없는 4점차에 이민오, 임상민이라는 필승조를 사용하는건 정말 뭐라 할말이 없군요.]
[144경기 체제인 KBO나 일본을 기준으로 한다면 불펜 투수는 한 시즌에 70이닝 정도를 소화하는게 좋습니다. 만약 다이노스처럼 왕조를 유지하는 팀이라면 80이닝 정도도 납득할 수 있죠. 그런대 지금의 다이노스는...]
어떻게든 다이노스에 대한 공세를 막으려고 했으나 흐름을 지켜본 또 다른 해설자도 다이노스를 공격하기 시작하자 그때부터 경기 중계의 우선 순위가 밀리면서 다이노스에 대한 공세가 이어졌다.
[다이노스는 오히려 첫 시즌이 관리가 더 잘되었다고 봅니다. 다이노스의 두번째 시즌까지는 128경기 체제였기에 그땐 65이닝 정도가 권장선이었는데 그때도 이민오, 원종헌 선수는 불펜으로 70이닝 이상을 소화했으니깐요.]
[원종헌 선수와 이민오 선수가 정말 심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14시즌부터 꾸준히 혹사라고 불려도 문제 없을 정도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게 만들었죠.]
- 그런대 방송에서 이렇게 극딜해도 되냐?
- 차라리 이렇게 해서라도 혹사 그만 두면 좋겠다.
- 보통 나이 많은 사람은 안 바뀌던데. 이글스에서 짤린 영감님도 그래서 짤렸고.
다이노스 투수진은 지난 수년간 꾸준히 혹사를 당하며 피로가 누적되었다.
그와중에 장형식, 구청모 같은 선발 자원을 키워내기도 했지만 여전히 핵심 투수들의 혹사는 심했다.
그리고 이러한 혹사의 말로가 무엇인지 지금 마운드에 오른 임상민이 제대로 보여주었다.
4점의 리드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임상민이 쓰리런을 허용하며 1점차까지 추격을 당한 것이었다.
가까스로 아웃카운트를 마저 채우면서 이닝을 마무리하고 경기를 종료 시켰지만 이 쓰리런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어느덧 전반기 종료까지 단 1경기 남은 시점에서 다이노스 불펜진은 혹사로 무너질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전형적인 쓰는 투수만 쓰는 스타일."
"메이저리그에서도 이 정도 혹사는 안 시키는데 말이지."
"박유성처럼 영리하고 팀에 관심이 많은 선수가 관여를 안 하는 것도 신기하고 말이야."
"여긴 KBO야. 메이저리그처럼 연봉이 많다고 다인 곳이 아니란 말이지."
"아무튼... 결국 오늘도 박유성 덕분에 이긴거나 다름 없군."
위닝시리즈를 확정 지었으나 해설진의 폭주와 함께 꾸준한 혹사로 인해 무너지기 시작한 불펜진으로 인해 다이노스와 김강문 감독은 질타를 받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이렇게 된거지?"
갑작스러운 언론의 질타로 인해 김강문 감독은 당황하였고, 그런 김강문 감독에게 세나가 찾아왔다.
평소에 사용하던 홍보팀장이나 전력분석 부팀장 같은 직함이 아닌 구단주의 대리라는 직함으로 말이었다.
========== 작품 후기 ==========
최근 투수들을 아주 죽이려고 하길래
작중에서는 그러지 않게 개입 시키기로 했습니다.
현실이 얼마나 잔혹하면 김진성이 90이닝 찍을 기세인데
이게 한미일 3국에서 가장 많은 이닝...
이민호도 80이닝 넘어서 90이닝 찍게 생겼고
원종현도 80이닝 넘기게 생겼으니...
다이노스에서 최근까지 50경기 이상 출전한 투수가
위 3인에 임창민, 임정호까지 5명인데
임창민은 세이브 아닐때도 자꾸 불려 나온 여파로 최근에는 전반기 임창용처럼 나왔다하면 박살나고 있고, 임정호는 이닝 소화는 적지만(30이닝도 안됨) 하도 애니콜급으로 나와서(60경기 근접)
저 5인방 중 1명만 무너져도 강윤구, 윤수호, 최금강 중에 1명이 다음 희생자가 될겁니다.
세이콘이 가니 세이콩이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