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36 - 2017 시즌 대 기록의 향연 -->
전설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다이노스의 3월 1경기를 포함한 4월에 치룬 26경기에서 거둔 22승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역대 월간 최다승이었다.
다이노스가 4패나 한게 의문일 정도로 4월의 다이노스는 압도적이었고, 그 압도적인 흐름을 이끈 유성도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5월이 되자 다이노스의 페이스가 조금씩 하락세에 빠지기 시작했다.
4월에 너무 막 달린 감도 있었지만 유성을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타순의 공백을 대체자로 나선 김성옥이 제대로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5월 첫 3연전 시리즈인 트윈스전에서 유성이 3홈런 2도루를 기록하며 위닝시리즈를 이끌었고, 휴식을 부여받으며 대타로만 경기에 나섰던 라이온즈전에서도 도루 1개를 추가하며 팀이 위닝시리즈를 거두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4승 2패로 5월 첫 주를 무난하게 시작한 다이노스는 이어진 히어로즈 3연전 중 첫 경기가 우천 취소가 되면서 조금 더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지금 페이스 너무 빠른거 아니야?"
"지금 페이스를 유지하면 110승 넘게 거두게 되는거니 빠른 감이 있기는 하죠."
"그래? 그럼... 좀 여유롭게 가자."
"가만히 생각해보니깐 오늘 선거날 아니냐?"
우천 취소로 경기를 치루지 않는 오늘은 바로 5월 9일이었다.
작년부터 이어진 거대한 사건이 끝나고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날이었는데 마침 비가 오면서 시간의 여유가 생긴 선수들은 할일도 없는데 투표나 하자면서 움직였다.
"누구 찍었냐?"
"그거 비밀 아니냐?"
"몰래 이야기하는건 되지 않을까?"
"그런대 우리 팀은 왠만하면 비슷할꺼 같은데?"
민병을 비롯해 유성이나 범성처럼 젊은 투수들이 한 곳에 모여서 조용히 말하듯 자신이 찍은 번호를 말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하나의 동일한 번호가 나오며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었다.
"좋아. 기분인데 고기나 먹으러 가죠."
"유성이 니가 사냐?"
"간만에 살게요."
"아싸! 공짜 고기다!"
그렇게 떠나기 전에 선수들은 단체로 투표를 했다는 것을 알리는 인증샷을 남기며 고기를 먹기 위해 떠나갔다.
"아니 그런대 나랑 범성이형이랑 태곤이형에 유성이, 성옥이, 형식이, 청모까지 7명이 다 똑같은게 말이 되냐?"
"입에 있는거부터 먹고 말해."
"아, 미안."
다이노스의 현재와 미래라고 불리는 7인 답게 생각이 일치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놀라운 일이었다.
"고기 내가 사는거니깐 열심히 구워줘."
"야, 일단 한꺼번에 구워버리게 걍 부어버려."
터무니 없는 방식으로 고기를 구워버리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유성은 어이 없다는듯 웃었다.
워낙 좋은 분위기이다보니 다른 선수들도 같이 웃기 시작했고, 기분 좋게 비가 가져다준 휴식을 만끽한 선수들은 다음날부터 다시 이어진 히어로즈전에서 2연승을 거두며 다시 페이스를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타순에 조금씩 변동이 생기는 가운데 선발진에 계속 변동이 생기면서 히어로즈전에 이은 위즈전에서는 예상 외로 루징 시리즈를 기록하고 말았다.
"아깝다. 위닝이었으면 30승 선착인데..."
"지금도 좋은 페이스니깐 무리하지 말라고."
"그건 알지만..."
이때만 해도 다이노스 선수들은 알지 못했다.
이것이 연속 루징 시리즈의 시작이라는 것을 말이었다.
그 다음주에 이어진 베어스전과 와이번스전에서 다이노스는 연속 루징 시리즈를 기록하며 2승 4패라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 사이에 유성이 27홈런 25도루까지 기록을 늘려가며 5월이 끝나기 전에 30-30 클럽에 가입할 기세를 보여주고 있었다.
문제는 히어로즈에게 스윕을 거두면서 분위기를 반등하는듯 했던 다이노스가 이글스에게 루징 시리즈를 기록하면서 여전히 애매한 위치에 머무르고 말았다는 점이었다.
"뭐한다고 벌써 50경기나 치룬거야?"
"이기고 지고 한다고 그렇게 되었지."
우천으로 인해 경기가 취소되면서 고기도 먹을겸 겸사겸사 선거까지 하였던 날로부터 2주 정도가 흘렀다.
그 사이에 다이노스는 여러 변화가 생겼는데 맨쉽이 부상으로 빠지며 2군에 내려가 있던 이재후가 돌아와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었다.
아쉬운 점은 내야진이 무수히 많은 실책을 기록하는 바람에 이재후는 복귀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였다.
그런 상황에서 장형식이 2이닝 7사사구라는 터무니 없는 모습을 보이자 유성마저 한숨을 쉬었고, 김강문 감독도 한숨을 쉬었다.
그 경기로 인해 김상영 투수코치가 2군으로 강등되고 수석코치던 최일헌 코치가 투수코치로 돌아가고 수비코치이자 1루 주루코치인 김평후 코치가 수석 코치로 들어갔다.
비워진 1루는 전준후 3루 코치가 담당하고 그로인해 비워진 3루는 2군의 3루 코치를 콜업 시키는 것으로 공백을 매꾸었다.
마무리로 7사사구라는 터무니 없는 기록을 보여준 장형식을 2군으로 내리며 개편을 마친 다이노스는 이재후가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토종 에이스로 부활한 덕분에 해킹과 함께 원투펀치를 다시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어찌어찌 공백을 매꿔가던 다이노스였지만 5월 마지막 시리즈가 타이거즈전이라는 점은 그들에게 큰 부담감이 되는 부분이었다.
"하필 타이거즈전이야."
"유성아, 슬슬 다시 칠때 안 됬냐?"
"이글스전 마지막 경기에서 쉬었으니 그럴때가 되기는 했죠."
5월 초에 있던 라이온즈전에서 3경기 전부 벤치에 있었던 것과 달리 최근 팀 성적이 하락세인 점을 감안해서 유성은 이글스 3연전 중 마지막 경기에서만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유성에게는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한 휴식이었다.
월요일이 사이에 끼여있었기 때문이었는데 히어로즈, 이글스전을 거치면서 28홈런 27도루까지 성적을 끌어 올린 유성은 느긋하게 타이거즈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요점은 간단했다.
그동안 페이스를 조절하고 있던 유성이 이번 3연전부터 다시 타격 능력을 터트리기 시작하면 되는 것이었다.
[다이노스가 헤매는 사이에 엄청나게 추격을 한 타이거즈인데요.]
[4월에 26경기 22승 4패를 거두었던 다이노스가 5월에 23경기 13승 10패를 거둔 것만 봐도 페이스가 떨어진 것을 알 수 있죠. 또한 7할의 타율을 유지하던 박유성 선수의 타율이 5할 중반까지 내려온 점도 페이스가 명백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죠.]
[그래도 지난주 이글스 전에 약간이나마 휴식을 취한 덕분에 타이거즈전부터 다시 페이스가 올라 올 수도 있을텐데요.]
[그렇죠. 다른 선수들이라면 확신하지 못하지만 박유성 선수는 1,2위의 매치처럼 중요한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주거든요.]
- 한동안 안 들어왔는데 우리 성적 왜 이렇게 됬냐? 유성이는 타율 언제 저렇게 떨어졌고?
- 얼마나 안 들어왔길래 유성이 6할 깨진걸 이제 알았냐?
- 위즈한테 루징 당하고 안 왔는데.
- 2주만에 왔으니 6할 깨진걸 몰랐지. 타율 쭉쭉 떨어지다보니 30-30도 아직 못했음.
다이노스는 팬들의 숫자가 적다보니 이렇게 중계방에 오랫만에 접속하여도 알아보는 유저들이 있을 정도였다.
만약 다이노스와 위즈가 맞붙는 날이면 가장 시청자 수가 적을 정도로 다이노스는 왕조를 구축하였음에도 신생구단이라는 점으로 인해 팬이 적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번 시즌 새로 합류한 마르코스에 기존 원투펀치이던 헥터와 양현정이라..."
"1,2,3선발이 다 나온다니 이거 완전 최악인데..."
"그래도 유성이가 오늘부터 다시 페이스 올린다고 했으니 믿어봐야지."
유성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는 젊은 선수들을 보며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이호중은 조용히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시범경기부터 1군에서 뛰었던 손시한이나 4월 말에 콜업 되었던 이종박과 달리 이호중은 바로 전날인 월요일에 콜업이 되었다.
4월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던 권희돈이 부진하고 외야 전체를 백업하던 김성옥이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종박이 좌익수 자리를 매꾸었다.
또한 김성옥이 담당하던 외야 백업 자리는 김준원이 대신 담당하며 외야는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종박이 매꾸지 못하는 장타력 부분이 있었는데 이호중을 대신하던 모창모가 장타력을 상실하는 바람에 김강문 감독은 이호중에게 장타력을 기대하며 불러들여 왔을 정도였다.
어느덧 지난 시즌의 멤버가 거의 그대로 구현된 다이노스는 현 시점에서의 베스트 전력으로 타이거즈와 맞붙게 되었다.
"문제는 우리 선발이 애매하다는거지."
"최강금, 정소민, 이재후."
"저쪽은 1,2,3인데 우린 2,4,5라..."
"냉정하게 말해서 재후형도 기복이 제법 있어서 2보다는 3이 어울리지."
"니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역시 힘들겠구나."
"네. 힘들꺼에요. 호중 선배."
같은 팀이어도 유성은 가차없이 말했다.
쓸때 없이 고평가 했다가 자칫 시리즈 전체가 말릴 위험이 있었다.
다른 경기도 아니고 1,2위의 대결 그것도 타이거즈가 스윕을 할 경우 단번에 순위가 역전 당하는 그런 중요한 매치였다.
'6경기까진 아니지만 4경기짜리 3연전 정도는 될려나...'
냉정하게 보았을때 타이거즈의 선발 트리오는 1,2,3이 아닌 1,1,1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맨쉽이 있었다면 1,3,5로 어떻게 비벼봤겠지만 그가 없는 이상 1경기는 준다고 생각하는게 차라리 더 편했다.
목표는 위닝시리즈.
물론 다른 선수들이나 코치들이 들을 수 없게 속으로 생각만 하였다.
위닝시리즈를 목표로 잡은 이상 이재후의 경기를 잡고, 최강금과 정소민의 경기 중 1경기를 잡아야했다.
이재후가 무너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었지만 복귀 이후 치룬 3경기에서 6이닝 3실점, 7이닝 무실점, 7.2이닝 1실점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최소 5이닝은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치로 경기 운용을 생각하였다.
중간에 2군을 다녀오면서 안 좋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이재후지만 바로 직전 등판을 통해 방어율을 2.71까지 끌어내린 상태였다.
"재후형이 1경기를 담당해준다고 생각하고 다른 2경기 중 1경기에 전력을 쏟아부어야겠네요."
"둘 중 한 녀석이라도 잘 버텨주면 좋을텐데..."
냉정하게 볼때 2군에서 7점대를 기록하고 있던 정소민보단 1번뿐이지만 QS+를 기록하기도 했던 최강금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최강금이 선발로 나서는 타이거즈와의 1차전이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오프시즌이나 WBC 같은 곳에선 분량이 폭팔했는데 시즌 들어가니 다시 빨라지는군요.
어차피 17 포스트시즌부터는 제 머리가 열심히 일을 해야할테니...
그래도 타이거즈전처럼 비중 높은 경기는 나름 빡빡하게까진 아니라도 좀 묘사해보겠습니다.
미리보는 코시가 될테기도 하고 오리지널 외국인도 들어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