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183화 (183/300)

<-- Chapter 35 - 2017 시즌 개막 -->

8회 말로 넘어간 경기.

여전히 2대2의 스코어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다이노스 입장에서 남은 공격 기회는 단 2번 뿐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어떻게든 출루를 해야 9회 말에 유성이가 타석에 들어설겁니다."

"녀석들이 제대로 해주기를 빌어야겠군."

지금 상황에서는 2명의 주자가 더 출루해야 유성이 9회 말 2아웃 상황에 타석에 들어설 수 있다.

타자들이 어떻게든 출루를 하기 위해 자이언츠 투수진을 물고 늘어지기 시작한 가운데 그 상황을 보고 있던 장형식은 김강문 감독에게 다가갔다.

"감독님. 만약을 상황을 위해 몸만 풀어두겠습니다."

"너, 아이싱 하라고 했는데..."

"이기고 싶습니다."

"..."

예상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오늘 장형식은 4이닝 동안 단 2개의 안타를 허용하면서 9개의 삼진을 잡아낼 정도로 최고조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투구수도 아직 58구 밖에 안 된 상황이었다.

이재후가 4이닝도 못 채우고 물러났다면 모를까 4이닝을 채워둔 덕분에 여유도 많은 편이었다.

그렇게 고민하던 김강문 감독은 최일헌 수석코치에게 이야기했다.

"불펜 정리해."

"감독님."

"아직 60개도 안 되었으니깐 좀 더 던질 수 있을꺼야."

"그렇기는 합니다만..."

장형식을 슬쩍 보자 투구수 이전에 아직 아이싱을 안 한 덕분에 더 던질 여유는 있었다.

자신은 투수 코치의 자리를 벗어난지 제법 되었지만 아직도 나름의 영향력은 있었다.

그렇기에 장형식의 추가 등판을 허가 하였다.

"좋다. 9회까지 처리하고 와라."

"네!"

기세 등등하게 장형식이 불펜으로 이동해 다시 준비를 시작한 가운데 다이노스 타자들은 주자를 1명 내보낸 상태였다.

물론 하위타선이었기에 결정타를 때릴 수는 없었고, 결국 이닝이 그대로 마무리 되었다.

[다이노스가 이번 이닝에도 득점에 실패한 가운데 이제 9회 초로 이닝이 넘어가게 됩니다.]

[잠시 광고 보고 오시죠.]

광고 타임이 되자 해설진들은 잠시 여유를 가지려고 했으나 마운드에 다시 오르고 있는 장형식을 보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분명 그들이 알기로 투구수에 여유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김진호가 준비하고 있었던 다이노스 불펜이 장형식을 다시 올린 것은 예상 외의 전개였다.

그 사이에 광고가 끝나자 해설진은 급하게 당황스러움을 감추고 해설을 진행했지만 감탄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장형식 선수가 9회 초에도 다시 마운드를 오릅니다.]

[지난 이닝까지 투구수가 60구도 안 되었기에 여유가 있는데요. 그래도 또 올라올줄은 몰랐네요.]

[그러고보면 본래 선발로써 준비를 했던 선수였죠?]

[네. 시범 경기때 경쟁에서 밀리면서 롱맨이 되었는데 이렇게 9회 초를 마무리 하면 5이닝 무실점이 되기에 여차하면 금방 선발 라인업에 진입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형식이가 또 올라왔다고?

- 이참에 10K 채우자!

지금의 흐름이라면 장형식은 이번 이닝 10번째 삼진을 잡아낼 수 있다.

그리고 타선도 이 흐름이라면 9회 말에 유성이 다시 기회를 얻어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저녀석도 참 대단하다니깐..."

"이러면 우리도 어떻게든 9회에 점수를 뽑아야겠는데..."

"저쪽은 마무리 투수가 올라왔으니깐 말이야. 꽤나 골치 아프겠는데?"

"언제는 골치 안 아팠던가?"

"...하긴."

장형식은 9회 초 2개의 삼진을 추가하면서 단 1명의 타자에게도 출루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5이닝 무실점 11K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장형식은 오늘 경기를 마무리 했다.

"75구도 안 됬군."

"이 정도 페이스라면 선발로 나왔을때 7이닝이나 8이닝도 가능했겠는데..."

지난 시즌에 단 5번의 기회에서 거두었던 1번의 완봉승에서 알 수 있듯 장형식이 오늘처럼 각성하는 날에는 7,8이닝이 우수울 정도의 소화력을 보여줄 것이다.

"...만약 재후가 다음 경기에서도 부진한다면."

"형식이를 쓰는 것도 고려해봐야지."

장형식은 김강문 감독의 기대를 좋은 의미에서 보답했다.

그러다보니 타자들도 은연중에 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병을 대신해서 1번 자리를 받았던 이상후가 시작을 끊어냈다.

딱!

[쳤습니다! 투수 키를 제대로 넘겨서 내야를 빠져나가는 안타를 때려내는 이상후!]

[이거죠. 이 흐름이라면 가능해요!]

- 갓유성이 온다!

- 어떻게든 병살 잡아서 막고 싶겠지만 이 흐름이라면...

딱!

[3루수 몸을 날리지만 잡지 못하면서 연속해서 안타를 터트리는 다이노스!]

[이제 무사 1,3루의 결정적인 찬스를 잡는 다이노스입니다!]

[덕분에 타선은 이제 클린업인 나범성, 박유성, 스크럭스로 이어집니다.]

- 몿 잘 친다!

- 호부지 자리 챙겨갔으니 그 정도는 해줘야지.

타자들의 9회 말 맹타로 인해 팬들도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더욱 큰 소득은 9회 말 끝내기 찬스가 만들어진 덕분에 홈 팬들까지 이전보다 더 큰 응원을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범성이형 병살 쳐도 상관 없으니깐 가볍게 치고 와."

"그러지 뭐."

무사 1,3루의 상황이 되자 자이언츠 벤치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먼저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서 범성을 상대하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이런 절호의 찬스에서 유성은 터무니 없이 높은 득점권 타율을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범성도 위험하기는 하지만 유성보다는 위험 단계가 낮다.

자이언츠 배터리도 그 점을 알고 있기에 범성에게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3루 주자의 홈스틸을 막기 위해 3루수가 상대적으로 전진하였고, 그러면서 유격수도 3루 방향으로 1발 이동하였다.

'내야에 변동이 생겼군.'

뒤에서 지켜보던 유성은 단숨에 파악했고, 타석에 들어선 범성도 그 움직임을 확인했다.

'이 움직임은 나보단 3루 주자인가.'

마운드에 있는 손승록은 땅볼 유도에 유리한 구종을 보유하고 있다.

여차하면 자신은 물론 3루 주자까지 잡히는 병살타가 당할 수도 있었다.

그 대신 1루 주자가 2루로 갈 수 있겠지만 그러면 역으로 자이언츠는 유성과의 승부를 피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면 타자의 머리가 복잡해지죠.]

[네. 지금 3루쪽이 살짝 움직였는데 이러면 투수는 3루 주자를 신경 쓸 필요 없이 타자만 보면 되거든요.]

- 범성아 제발 쳐라!

- 하다못해 혼자 죽던가!

다이노스팬들도 만약 범성이 치지못할 경우 어떻게 될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지금 자이언츠 수비의 움직임이라면 타자와 3루 주자를 동시에 잡아내는 병살타를 노리고 있었다.

하다못해 3루 주자라도 잡아낸다면 범성을 출루 시켜도 1사 1,2루 상황이 되고 유성을 거르면 1사 만루가 된다.

유성의 존재로 6-4-3 병살 같은 상황은 없겠지만 역으로 3루 주자와 타자를 동시에 잡는 병살 작전을 다시 사용 할 수 있었다.

"그냥 편하게 치면 되는데..."

생각이 길어지는 사이에 1S-1B의 카운트가 되자 범성은 잠시 타석에서 물러났다.

그때 유성이 중얼거리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편하게 치라는 유성의 이야기에 잠시 머리를 굴린 범성은 이내 타석에 들어섰다.

'그래. 저쪽이 땅볼이라면 난 그걸 뛰어넘을 파워가 있어.'

지난 3년간 테임즈와 한 팀으로 뛰면서 범성은 여러가지를 배웠고, 그 중 하나가 이런 상황에서 외야 저 멀리로 타구를 날리는 장타 능력이었다.

생각이 끝난 범성은 망설임 없이 3구째를 풀스윙으로 때렸고, 그 타구는 멀리 저 멀리 날아간 끝에 담장을 넘어갔다.

텅!

[넘어갑니다! 나범성의 끝내기 쓰리런!]

[경기 끝! 스코어 5대2로 다이노스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승리를 거둡니다!]

- 킹갓범성!

- 오늘은 니가 인터뷰해라!

범성의 극적인 끝내기 쓰리런으로 다이노스는 자이언츠에게 위닝 시리즈를 확정하였다.

그렇게 극적인 승리를 거둔 다이노스였지만 다음 날에는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음날 경기의 선발인 구청모가 5이닝 4실점으로 비교적 부진하며 초반부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던 다이노스는 6회 말 가까스로 동점을 만들어냈으나 6,7회를 막아낸 김진호가 내려간 이후 8,9회에 윤호수, 최영성 같은 새롭게 불펜에 합류한 투수들이 3점을 더 내주면서 무너지는 바람에 최종 스코어 7대5라는 아쉬운 패배를 거두고 말았다.

"다이노스가 첫 3연전에서 스윕을 못하다니 이것도 나름 빅뉴스인가?"

"일단 자이언츠가 작년의 1승 15패에서 탈출할 가능성이 생겼으니 그것만 해도 높게 평가해야지."

1팀과 16경기를 치루는 KBO 상황에서 루징 시리즈를 꾸준히 거둘 경우 5승이나 6승을 거두게 된다.

즉, 이대오가 말한 6승을 거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어찌되었든 자이언츠전을 위닝 시리즈로 마무리한 선수들은 월요일이 되자 대전 원정을 준비했다.

다음주 주중에 맞붙는 상대가 이글스였기 때문이었다.

"재후는 4이닝 2실점이지만 제구가 흔들려서 볼넷이 많았고, 청모는 5이닝 4실점으로 볼넷은 거의 없었지만 제구가 안 좋아서 계속 어려운 승부를 했습니다."

"다음주 로테이션이 최강금, 해킹, 맨쉽이니깐 그 부분은 안심해도 될듯 합니다."

"시범 경기를 못 뛰었던 해킹이나 풀타임 선발이 처음인 강금이는 불안한 감이 있습니다. 또 개막전부터 노히트를 해서 약간 무리를 한 맨쉽도 걱정되는 부분이 있고요."

이재후와 구청모가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자 다이노스 코치진들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만약이지만 최강금까지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시즌 시작부터 계획이 바뀌기 때문에 코치들은 조금 더 철저하게 투수들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태곤이는 조금 이른 감도 있지만 슬슬 선발로 넣죠."

"종헌이도 1군으로 올려서 감을 잡게 하죠."

아직 로테이션이 1바퀴도 안 돌았기에 코치진은 벤치 멤버로 개막 3연전을 지켜본 김태곤을 선발로 올리기로 하고, 원종헌도 1군 분위기에 적응 시킬 겸 조기에 올리자고 이야기했다.

"3경기만에 변화를 주기에는 강열이도 나쁘지 않았고, 진호도 괜찮아. 이번주부턴 상민이도 본격적으로 나올테니깐. 강금이가 부진해도 해킹만 제 역할을 해줘도 선발 두 자리가 안정될테니 벌써부터 변화를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네."

"음..."

"뭐, 언제까지 태곤이를 놔둘 수는 없으니 주말 3연전부터 기용하기로 하고, 종헌이는 그 다음주부터 1군에 합류 시켜서 본격적으로 던지게 하지."

"네."

김강문 감독이 단숨에 상황을 정리하면서 다이노스는 다가오는 이글스 전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 작품 후기 ==========

어제 피로가 누적되고 귀차니즘이 겹치면서

걍 안 쓰고 잤습니ㄷ...

아니 그런대 오늘 하루 종일 콧물이 폭주해서 몸상태가 안 좋기는 하네요.

그래서 내일 어떻게 될지는 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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