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182화 (182/300)

<-- Chapter 35 - 2017 시즌 개막 -->

시작부터 선두타자 안타를 허용하며 불안하기 시작한 이재후는 하마터면 실점할뻔하기도 했으나 유성의 존재로 인해 주자가 홈으로 들어가지 못하며 겨우 1회를 무실점으로 넘겼다.

유성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1회 말 볼넷으로 출루하여 연속 도루로 단숨에 3루까지 도달한 가운데 타자들의 도움으로 홈에 들어오며 선취점은 다이노스가 획득했다.

그러나 2회에도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이재후는 결국 3회에 볼넷과 데드볼로 위기를 자처하더니 2타점까지 내주며 2대1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후에 볼넷을 1개 더 내주면서 가까스로 이닝을 마무리한 이재후지만 그 시점에서 이미 투구수가 70개를 넘겨버리고 말았다.

"형식이를 준비 시키고 있지만 조금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단 4회까진 재후에게 맡겨야겠군."

70구가 넘어버린 투구수였으나 대부분이 볼질이었기에 여력은 남아있었다.

[이재후 선수가 다시 올라오네요.]

[힘이 꽤 빠졌으니 오히려 이제는 제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동안의 다이노스를 생각하면 좀 다른 투수 운용인데요.]

[그렇죠. 그동안 볼넷 주고 그러면 과감하게 내렸는데 오늘 이재후 선수는 계속 놔두네요.]

[일단 불펜에서 장형식 선수가 준비 중인데요.]

[이재후 선수에 대해 조금 더 지켜볼 여지가 있다는거겠죠.]

- 걍 내리는게 좋지 않나?

- 수비 컨디션 좋으니깐 수비 믿고 가는거 같기도 하고...

그래도 이재후는 김강문 감독의 믿음을 완전히 저버리지는 않았는데 다시 마운드에 오른 4회 초에 자이언츠 타자들과 어려운 승부를 하기는 했지만 무실점으로 이닝을 틀어막았다.

"드디어 감을 잡은거 같은데 투구수가 90개가 다 된게 아쉽군."

"이만하면 다음 경기에서는 잘 할테니 형식이를 올리죠."

"그래. 무리할 필요는 없지."

이재후가 4회 초를 마무리한 가운데 4회 말에는 유성이 다시 한번 타석에 들어섰다.

전날 유성의 폭격이나 다름 없던 타격에 자이언츠는 조심스럽게 공을 던지려고 했으나 볼넷으로 내보내기에는 유성의 도루가 거슬려서 할 수 없었다.

[박유성과 승부하자니 1방 맞을꺼 같고, 거르자니 또 도루를 허용할꺼 같고. 딜레마네요.]

[저라면 차라리 승부해볼꺼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 타석에 볼넷으로 박유성 선수를 출루 시킨만큼 이번에는 승부를 걸어볼만 하죠. 문제는 박유성 선수를 잡을 정도의 결정구가 있느냐 없느냐인데요.]

- 그런대 홈런을 맞든 출루를 시키든 1점이면 병살 가능성이라도 만들게 출루 시키면 안되나?

- 유성이가 지난 2년간 병살 1번도 안 쳤는데다가 병살 당한 것도 2년간 단 1번 뿐이었는데 그게 가능하겠냐.

- 병살 그렇게 안 나왔나?

유성이 타자로 들어섰을때나 주자로 있을때나 병살을 노리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것이었다.

병살을 당했던 단 1번의 케이스도 유성이가 런 앤 히트 작전이 걸려서 먼저 도루를 했을때 수비수가 놀라운 호수비로 타구를 잡아냈던 경우였다.

그렇게 차분하게 공을 지켜보던 유성은 이번에는 안타를 때려냈다.

딱!

[쳤습니다! 1,2루를 빠르게 가르는 타구가 우익수에게 흘러갑니다.]

[이제 다시 달리기 시작하면 금방 동점으로 이어지겠군요.]

[네. 뒤에 스크럭스나 박선민 선수가 한방 제대로 쳐주면 단숨에 홈에 들어 올 수도 있으니깐요.]

1루에 나간 유성은 잠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오늘 이미 2도루를 추가한 상황이었기에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기도 했고, 뒷 타자들의 안타로도 충분히 홈에 들어갈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스크럭스가 삼진을 당하자 이야기가 달라졌는데 이 삼진 아웃으로 2아웃이 되었기에 더 이상 안전하게 경기를 풀어 가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유성은 자이언츠 투수가 박선민에게 초구를 던지자마자 2루를 훔치며 오늘 경기 3번째 도루를 기록하였다.

[역시 빠릅니다. 단숨에 2루를 훔치는 박유성입니다.]

[박선민 선수도 이 찬스를 살려줘야할텐데요.]

- 대오보다 이쪽이 더 불안하다

- 과연 돈 내놔라 먹튀야를 누가 들을 것인가.

96억의 박선민과 150억의 이대오.

두 선수 모두 전날 무안타로 침묵했는데 오늘 경기까지 합해도 이제 시즌 2번째 경기를 치루고 있는데다가 박선민의 경우 지난 시즌에 3-30-100을 기록하며 돈값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다이노스팬들은 물론 일부 자이언츠팬들도 이대오가 좀 더 돈값을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 사이에 박선민이 볼넷으로 출루하고, 유성이 1번 더 뛰어서 3루까지 도달하자 그런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었다.

[이제 2사 1,3루에 권희돈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게 됩니다.]

[어제 레일리가 5회도 못 채우고 내려오게 만든 결정타를 날린 선수죠.]

- 권희돈은 얼마나 칠꺼 같냐?

- 개인적으로 2할 8푼 15홈런 80타점만 해도 만족한다.

- 몿도 그 정도 기대하지 않냐?

- 몿이 그렇게 타율 높은건 아닐텐데?

- 몿은 15,16 시즌에 대타로 나오기는 했지만 타율이 점점 오르고 있어서 3할 기대해도 될꺼 같은데?

- 몿은 3할에 15-80 정도 기대한다.

- 둘 다 20홈런은 무리라는거네.

여기서 말하는 몿은 모창모를 말하는 것이었다.

다이노스가 결정적인 찬스를 잡다보니 자이언츠 팬들이 상대적으로 조용해진 것과 달리 다이노스 팬들이 활발해지면서 생긴 채팅창 독점 현상이었다.

어찌되었든 각각 2번과 7번을 담당하는 타자들이 15홈런과 80타점을 기록한다면 다이노스 입장에서는 매우 이득이었다.

유성을 제외한 현 3,5,6번으로 이어지는 나범성, 스크럭스, 박선민의 경우 20홈런 100타점이 최소 기대치였기에 모든 타자들이 기대대로 성적을 기록하고 유성이 60홈런과 지난 시즌의 140타점을 기록하면 6명의 타자들이 150홈런과 600타점을 합작하게 되는 것이었다.

- 계산기 두들기다가 소름 돋았다.

- 다른 타자들만 잘 터져주면 200홈런도 노리겠는데?

아쉽게도 나머지 타순인 1,8,9번에서는 마땅한 타자가 없었다.

나범성, 스크럭스, 박선민이 20홈런이 아닌 30홈런을 친다고 해도 200홈런을 노리기는 힘들었다.

그렇게 팀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권희돈은 타격을 하였다.

여기서 작은 문제가 있었는데 타구가 투수 정면으로 향했고, 투수의 몸을 맞고 1루 방향으로 튕겨나간 것이었다.

이대오가 급하게 공을 향해 움직이고 있을때 유성은 진작에 출발했고, 박선민도 그런 유성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움직였다.

공을 잡은 이대오가 2루와 홈이 어렵다는 것을 판단하고 1루로 움직였으나 권희돈이 한발 빠르게 1루에 도착하면서 주자 올 세이프 그리고 동점이 만들어졌다.

[동점! 동점을 만들어내는 다이노스입니다!]

[동점을 허용했지만 자이언츠로써는 아쉬움보다는 투수의 상태를 먼저 신경 써야할텐데요.]

[일단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고 있네요. 혹시 모르니 트레이너가 올라와서 살피고 있는데요.]

"재후형. 형 패전 치웠으니깐 이제 응원이나 열심히 해."

"그래. 고맙다."

"나보단 희돈이형이 잘한거지. 못 쳤으면 못 들어왔을테니깐."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이에 손시한이 볼넷으로 출루하며 2사 만루의 찬스가 만들어졌고, 박강열이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으나 아직 경험이 적은 어린 선수에게는 2사 만루라는 큰 찬스는 꽤나 버거운 것이었다.

이대오가 그 체구를 이끌고 대시할 기세를 보이자 박강열은 자신도 모르게 그 분위기에 압도되고 말았고, 결국 범타로 물러나며 다이노스는 4회 말 동점을 만드는 것에 만족하게 되었다.

[동점이 되면서 4회 말이 마무리 된 가운데 이제 경기는 5회 초로 넘어가게 됩니다.]

[오늘 이재후 선수의 제구가 안 좋기도 했고, 투구수가 90개를 향했기에 조기에 내렸네요.]

[적절한 교체 타이밍이네요. 바뀐 투수는 장형식 투수입니다. 지난 시즌에 37경기 등판했고 그 중 5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는데요. 1번의 완봉승 기록이 있습니다.]

- 형식아 잘해라!

- 그나저나 몇이닝 던질려나?

- 경기가 팽팽하게 이어지면 3,4이닝 정도 던지겠지.

마운드에 오른 장형식은 외야에서 자신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유성을 보고 슬쩍 웃었다.

[장형식 선수가 박유성 선수를 보고 웃네요.]

[리그 최고의 외야수가 자신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있으니깐요.]

[저도 현역때 저런 외야수가 수비하고 있었으면 경기 쉽게 했을텐데요.]

그렇게 마운드에 올라 첫번째 공을 스트라이크로 던진 장형식은 5회 초 세타자 전원 삼진이라는 터무니 없는 스터프를 과시하였다.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자이언츠 타선을 잠재워버리는 장형식!]

[이야, 이건 생각도 못했네요. 이재후 선수의 제구력에 골치 아프던 김강문 감독에게 좋은 옵션이 될듯 합니다.]

- 와, 실화냐.

- 다이노스는 무슨 투수 자원이 남아도냐. 이런 투수를 롱맨으로 쓰게.

- 5선발 후보 중 하나니깐 롱맨으로 쓰는거지.

- 재후 제구 잡게 2군 잠깐 보내고 형식이 선발로 쓰자.

아직 1이닝 밖에 안 던졌는데 설레발이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장형식은 6,7회에도 4개의 삼진을 더 추가하며 3이닝 퍼펙트 7K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2대2의 스코어를 유지했다.

유성의 경우 안타를 하나 더 때리기는 했으나 앞에 주자가 있었기에 이번에는 도루를 하지 못했고, 뒷 타자들의 후속타도 터지지 못했기에 7회가 끝난 시점에서도 여전히 2대2의 스코어가 유지되고 있었다.

딱!

[이대오 선수가 KBO 복귀 이후 첫 멀티 히트 경기를 펼치네요.]

[이대오 선수는 늦든 빠르던 결국 과거 KBO에서 치던것처럼 자신의 페이스를 찾아갈 타자거든요. 어제 박유성 선수에게 막히기는 했지만 오늘은 그만큼 성적을 보여주고 있네요.]

- 반면 우리쪽 돼지는...

- 말하면 슬프니깐 하지말자.

다이노스팬들이 돼지라고 친근하게 부르면서도 까고 있는 타자는 볼것도 없이 박선민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대오와 다르게 박선민은 아직까지 안타를 치지 못하고 있었기에 다이노스 팬들 입장에서도 불안감이 느껴지는 상황이었다.

괜히 하나만 쳤으면이라는 아쉬움이 드는게 아니라는듯 8회 초 이대오에게 첫 안타를 내준 장형식은 2명의 타자를 연속해서 삼진으로 잡았으나 다시 안타를 허용하며 위기를 맞이하였다.

다이노스가 1군에 합류한 이후 4년간 계속 다이노스가 상위권을 유지하기도 했고, 개막전

첫 경기가 너무 압도적이었기에 모두가 잊고 있었지만 그들은 결국 바로 옆 지역에 있는

라이벌이었다.

절호의 찬스를 잡은만큼 자이언츠도 대타를 내면서 기회를 노렸고, 다이노스도 김진호를 준비 시키면서 장형식을 내릴 준비를 했다.

하지만 장형식은 자신의 뒤에 있는 수비수들을 믿고 공을 던졌고, 중견수 플라이로 무사히 세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며 자신에게 찾아온 위기를 스스로 넘겨냈다.

그렇게 장형식은 4이닝 9K 무실점이라는 압도적인 기록을 남기며 등판을 마무리하였다.

========== 작품 후기 ==========

이번화에 자이언츠전 다 끝내려고 했는데...

자꾸 계획이 어긋나는군요.

애초에 400화 안밖에서 완결 내는게 목표였기에 지금의 흐름은 나름 좋은 흐름이지만요.

*

뜬금 없는 소리지만 요즘 자동차 보는 재미가 생겼습니다.

돈도 없고 군대 문제도 있어서

사는건 무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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