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175화 (175/300)

<-- Chapter 34 - 미디어데이 -->

"집이다."

"유성이 왔네?"

"형들이랑 니들은 왜 맨날 여기 살고 있냐?"

"뭉쳐서 살면 좋잖아?"

"..."

박민병, 김성옥, 구청모, 장형식.

팀의 주요 투타 자원들은 유성이 WBC로 자리를 비웠을때도 유성의 집을 사용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깔끔하게 사용해둔 덕분에 집은 떠나기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제 3일 뒤면 개막이기에 유성은 선수들에 대한 신경을 끄고 자신의 페이스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우리 개막전을 어디서 하더라?"

"홈에서 하잖아요."

"그랬나..."

"그러고보니 민병이형 다리는 어때?"

"다리? 아, 개막전은 무리래. 그래도 1주일 정도면 갈 수 있으니깐 상관 없어. 그러는 너야말로 개막전부터 뛸 수 있겠냐?"

"그래서 귀국한 이후로 가볍게 러닝만 하고 쭉 쉬고 있어. 개막전부터 출전 할 수 있을꺼야."

"아차, 60-60 한다고 했지? 미안."

"알면 완전한 상태로 돌아와. 급하게 와서 부상 재발 당하지나 말고."

두사람이 쓸때없는 기싸움을 펼칠때 팀 선배들이나 유성에게 지목되었던 김성옥과 구청모는 나름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유성이 이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요점은 간단했다.

김성옥에게는 못쳐도 된다.

왜냐하면 앞이나 뒤에 유성이 있기 때문에 부담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렇게 이야기하였고, 구청모에게는 맞아도 된다.

왜냐하면 자신이 외야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실점 가능성도 낮다.

"물론 내가 커버 못할 정도로 못하면 할말이 없지만..."

그렇게 이야기한 유성은 선수들에게 시범 경기 선발 로테이션에 대해 선수들에게 물어보았다.

에이스인 해킹은 부상으로 페이스가 늦게 올라오면서 시범 경기에 1번도 등판하지 못하였고, 새 투수인 맨쉽은 좋은 피칭을 보여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타선의 경우 자신이 없는 동안 새 외국인 타자 스크럭스가 4번을 담당하면서 나름 괜찮은 성적을 보여주었다고 하였다.

"해킹, 맨쉽, 이재후, 최강금, 구청모로 5선발이 확정된건가... 형식아, 괜찮냐?"

"뭐... 내가 못한건데 별 수 있겠냐."

"내가 이런말 하기는 뭐하지만... 해킹은 지난 시즌부터 부상때문에 자리를 비우는 시기가 생길꺼야. 강금이형이나 청모 너는 풀타임 선발이 처음이기에 부진해서 2군에 내려가거나 불펜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어. 맨쉽은 메이저리그에서 불펜으로 뛰던 선수라 긴 이닝을 소화하는 문제라던가 내구성쪽에 의문이 있어. 그나마 재후형이 매년 성적이 안 좋아지고는 있지만 확실한 선발이지. 아무튼 다시 말해서 기회는 많을꺼야. 그 기회를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잡느냐에 따라서 시즌이 끝난 후에 니 위치가 달라질꺼야."

눈이 휘둥그레 커질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유성의 설명은 정확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김성옥이 유성에게 외야진에 대한 이야기도 해달라고 했으나 유성도 이 분야에서는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이종박 선배가 2군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1군에 올라올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꺼야. 나랑 범성이형 때문에 외야 2자리가 항상 채워졌던걸 생각하면 1자리가 비워진거지. 문제는 희돈이형이 제대하면서 좌익수를 노릴테고, 성옥이형도 위치상 좌익수를 노려야할텐데... 내가 감독님이라면 군필인 희돈이형을 조금 더 위로 둘꺼야. 그러니깐 형은 4번 외야수라는거지."

"그렇구나..."

만약 6선발 체제를 가동하고, 외야수 4명의 실력이 비슷해서 로테이션을 가동하면 장형식과 김성옥도 충분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발진은 결국 5선발 체제를 확정하였기에 장형식은 5선발에서 이탈자가 생기는 것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외야진은 상황이 더 안 좋았는데 팀을 넘어 리그 최고의 선수인 유성이 외야진의 중심을 잡고 있었고, 다이노스의 넘버2라고 할 수 있는 범성도 1자리를 잡고 있었다.

사실 3,4번으로 권희돈과 김성옥이 정해지기는 했지만 5,6번 옵션으로 이종박이나 김주완 같은 선수도 있었다.

"시즌 초반에는 희돈이형이랑 로테이션 형식으로 적지만 꾸준히 출전할 수 있을꺼야. 그때 잘해야해. 아니면 2군에 계시는 이종박 선배나 주완이형이 올라올테니깐."

"좋아."

이것저것 이야기하는 사이에 제법 시간이 흘렀기에 유성은 그들을 데리고 근처에서 식사를 하러 나왔다.

그렇게 나온 식당에서 유성은 새 외국인 듀오를 만날 수 있었다.

"스크럭스, 맨쉽이던가? 반가워."

"니가 바로 50-50을 기록한 몬스터로군."

"이런 타자랑 같은 팀이라니 15승 정도는 할 수 있겠어."

"하하하, 15승이나 할려고? 그러면 매경기마다 퀄리티 스타트를 해야할텐데?"

"퀄리티 스타트? 할만하던데?"

"그래? 잘해보라고."

맨쉽에게 매경기 퀄리티 스타트를 하면 15승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웃어넘긴 유성은 스크럭스를 보았다.

과거 3년간 같이 뛰었던 테임즈와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 더 장타에 집중된 타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로 외모도 비슷해 보이는건 착각일려나.'

대학교까지 3루수로 뛰었던 선수였으나 프로 입단 이후 1루로 전향한 타자였다.

기존에 테임즈가 1루를 담당했기에 그의 영입이 이해가 되었다.

"테임즈랑 아는 사이라고?"

"그래. 대학교때부터 알던 사이였어."

"와우, 여기서 가산점이 들어갔었군."

유성을 포함한 5명의 선수들에 두 외국인들과 두사람의 부인 그리고 통역까지 총 10명이나 되는 대 인원이 뭉치게 되자 주변의 이목이 잠시 쏠리게 되었고, 야구장 근처의 식당이다보니 그들을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희생하고 올게!"

"그 사이에 우린 많이 먹고 있을게."

"유성이 니것도 구워두기만 할테니 빨리 와라."

"고마워."

그리고 유성은 선수들을 대표해서 희생했다.

사실 다이노스를 넘어서 리그에서 가장 인기 많은 선수 중 1명인 유성이었기에 사람들도 별 다른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성이 먼저 나서자 더 좋아하기도 했다.

어떤 곳에서는 사람들이 SNS에 소식을 알려서 다른 사람까지 몰려오게 만들기도 했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일이 없는 것 같았다.

애초에 이 식당의 가격을 생각하면 SNS에 소식이 올라와도 찾아올 사람은 딱히 없을 것이다.

덕분에 사람들에게 사인을 해주는데 그렇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유성은 금방 돌아올 수 있었다.

"빨리 왔네?"

"사람 자체가 적더라고."

"다행이네. 니 몫으로 남겨둔것도 우리가 먹을까 고민했는데."

"..."

"안 먹었어."

"그럼 괜찮아."

아무리 유성이라도 자신이 먹을 음식을 건드리는 것은 용납하지 않았다.

그렇게 무사히 식사를 마치고, 시간이 남았기에 선수들은 외국인 선수들을 데리고 근처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테임즈 대신 왔으면 3할 30홈런 100타점 정도는 해야지. 녀석은 3년 연속으로 기록했으니깐 너도 그 정도는 해야할꺼야."

"너무 부담 주는거 아니야?"

"나도 부담 주기는 싫은데 언론도 그렇고 팬들도 부담을 줄테니깐 내가 미리 부담을 주는거지."

"뭐야 그거."

"뭐, 타점만 제대로 올려줘도 상관 없어. 홈런은 내가 치는 것으로도 충분하니깐."

2년 연속 50홈런을 기록한 거포의 상징성은 그런 것이었다.

물론 유성 앞뒤의 타자들이 꾸준히 20홈런 이상을 기록해준 덕분에 유성에게 가해지는 견제의 범위도 약해지면서 만들어낼 수 있던 기록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없었어도 유성은 최소 40홈런 정도를 때려낼 능력이 있었다.

"지난 시즌 우리팀 3번부터 7번까지의 성적 들었지?"

"5명 전원 20홈런 80타점 이상이었지? 7번을 빼면 3할 기록이 추가 되었고."

"그래. 너도 최소 20홈런 80타점 정도는 해줘야해."

"30홈런 100타점보다는 쉽겠지."

테임즈의 대체자라는 자리는 생각 이상으로 부담이 될 것이다.

유성이 작년 이상의 성적을 기록한다고 해도 스크럭스도 부담이 심할 것이기에 유성은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기로 했다.

대신 테임즈가 있을때의 재미있었던 이야기들을 이야기하며 분위기를 풀어나갔다.

"그러고보니 테임즈 수염 뽑는 세레머니 알지?"

"...난 수염이 없는데."

"괜찮아. 내가 홈런치면 우리 팬들은 다 용서해주거든."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지난 4년간 꾸준히 6할이 넘는 승률을 기록해왔던 다이노스는 유성이 홈런을 친 날로 한정하면 8할 5푼이 넘는 승률을 기록하기 때문이었다.

1,2년 그런 것이면 모를까 그런 상황이 4년간 이어지니 승리 요정이라는 별명까지 생길 정도였다.

한참을 이야기하던 그들은 어느새 시간이 늦어진 것을 확인하고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날 그들의 모습이 찍힌 사진 1장이 온라인 상에 올라왔는데 팬들은 그 사진에 유성과 4명의 아이들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기본적인 피지컬에서 유성이 다른 선수들보다 조금 더 커보이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

"선수가 자체적으로 홍보해주니깐 얼마나 좋아."

"박유성 선수에게 이런걸 시켜보는건 어떨까요?"

"뭐죠?"

"요즘 인터넷 방송이 유행하고 있으니 인터넷 방송을 시켜보는게 어떨까 싶은데요. 개막 2일 남아서 이건 보류하고 대신 질문을 받아서 Q&A를 하는겁니다."

"그거 나쁘지 않네요. 우리가 질문을 선별해서 진행하면 시간 소모도 줄일 수 있을테니깐요."

"그런대 지금 개막 2일 남았는데 질문을 어디서 모아오죠?"

"그게... 제가 아이디어를 구상하면서 질문도 같이 모았습니다. 기간은 2월 말부터 3월 말까지라서 박유성 선수가 귀국할때 끝났었죠."

"설마... 며칠간 야근했던게..."

"네. 질문들을 제가 1차적으로 확인한다고 그랬죠."

홍보팀은 그의 희생에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팀장인 세나를 비롯한 전 팀원들이 질문을 선별하기 시작하면서 간만에 홍보팀이 풀 가동되는 사태가 진행되기도 했다.

한편 김강문 감독이 최대한 휴식을 취하고, 개막 바로 전날에 경기장에 나오라고 지시한 덕분에 유성은 집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운동만 하면서 체력을 비축하고 있었다.

"아, 심심해."

잘못보면 시체처럼 보일지도 모를 정도로 유성은 늘어져있었다.

오랜시간동안 운동을 해온 경험과 여러 베테랑 선수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통해서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체력을 회복 시킬 수 있는 자세가 무엇인지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렇게 늘어진 자세는 유성에게 적합한 것이었고, 다른 선수들에게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그렇게 유성이 늘어져있을때 연락이 왔다.

"응? 세나씨가 이 시간에 왜 전화를..."

"박유성 선수!"

"어우 깜짝아."

"아, 죄송해요. 아무튼 지금 할거 없으시죠?"

"그렇기는 한데요."

"잠시 구단 사무실로 와주세요. 홍보팀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세나는 본론만 이야기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전부터 느껴왔지만 세나는 꽤나 마이페이스였다.

게다가 가끔은 다른 사람인것처럼 하이페이스가 되기도 했기에 유성은 무엇이 진실인지 고민하다가 부름을 받았으니 일단 구단으로 향하기로 했다.

그리고 구단에 도착한 유성은 생각도 못한 다이노스 팬 Q&A를 진행하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이번화에 끝내려고 했는데 또 다음화로 넘어갔어!

다음화로 진짜 끝내고 시즌 시작합니다.

개막까지 하루 남아서 이제는 넣을 이야기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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