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171화 (171/300)

<-- Chapter 33 - 2017 WBC 결승전 -->

7대6으로 대한민국이 다시 리드를 잡은 가운데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해성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 모습을 보며 김인신 감독은 이대오, 김태규, 박선민, 손아성을 불러서 대타 준비를 시켰다.

"해성이 상황에 따라서 아성이는 바로 들어갈수도 있으니 빠르게 준비 해둬라."

"네."

김해성은 벤치에서 대타를 준비하는 움직임을 확인하였다.

그렇기에 차분하게 승부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김해성이 차분하게 승부한 끝에 볼넷으로 출루하자 바로 대타 손아성이 타석에 들어섰다.

[드디어 대타가 나오네요.]

[꽤나 기다렸죠.]

[손아성 선수가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 8회 말에 승부수 뽑아드네.

- 여기서 크게 벌려놔야 뒤가 편하니깐.

딱!

[쳤습니다! 2루수 키를! 넘어가지 못했습니다!]

[김해성 선수 급하게 1루로 돌아옵니다.]

[아쉽네요. 안타가 될 수 있는 타구였는데 저걸 잡아버리니...]

- 야 저건 봐줘야한다. 저걸 잡는데 어떻게 해야하냐.

- 운이 없네 운이 없어...

2사 1루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박선민이 대타로 들어서면서 한방을 노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손아성 선수의 안타가 터졌다면 박선민 선수가 편하게 희생플라이라도 쳐서 1점을 추가했을텐데 말이죠.]

[지나간 일을 아쉬워해서는 안되지만 그 수비는 정말 대단했죠.]

- 진짜 우리한텐 아쉬운 수비고 저쪽에는 최고의 수비였지.

- 이제 점수 뽑을려면 큰거 터트리는게 좋은데 어쩔려나?

박선민은 자신이 대타로 나온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한방 그것도 거대한 한방이 필요했기에 나왔다.

그래서 몇개의 공을 지켜본 그는 망설임 없이 풀스윙을 시도했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멀리 날아가는데요! 중견수, 우익수가 따라가는데요. 넘어가느냐! 넘어가느냐!]

[잡았나요? 공이 어디갔죠?]

[잡았네요. 넘어가는듯 했던 타구가 담장 바로 앞에서 잡히고 마네요.]

[결국 1점만 추가하면서 이닝을 마무리하게 된 대표팀입니다.]

[그래도 이제 9회 초로 이닝이 넘어가기 때문에 오승훈 선수가 등판하거든요.]

실제로 8회 말이 시작하기 전부터 준비 중이던 오승훈은 마운드에 올라서 경기를 마무리 지으려고 하고 있었다.

[이제 아웃카운트 3개만 더 잡으면 경기가 끝나는데요.]

[미국의 타선은 9번 버스터 포지부터 시작하는데요.]

[이쯤되면 대타가 나올 타이밍인데도 미국은 대타를 쓰지 않네요.]

- 그러고보니 미국은 대타 안 쓰고 있네.

- 선수가 없는건 아닌데 뭐지?

사실 미국도 대타를 고려 중이었다.

문제는 대타를 쓸만한 찬스가 안 나오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포지가 오승훈을 상대로 안타를 때려내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하는 오승훈 선수입니다.]

[KBO와 다르게 메이저리그에서는 꽤나 쉽게 치는 타자들이 있었는데요.]

[시즌 중이었으면 오승훈 선수가 분석된게 아닌가 그렇게 이야기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 시즌 전이니깐 포지가 잘 쳤다고 봐도 되겠죠.]

이때만해도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무사 1루 상황에서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70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10홀드와 10세이브 이상을 기록하고,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마운드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야구는 항상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라는 말처럼 결코 쉬운 흐름으로 가지 않았다.

킨슬러가 다시 안타를 때려내며 주자가 2명이 되었을때 모두가 긴장했으나 오승훈이 2번 아담 존스를 삼진으로 처리하자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제 병살타를 유도하기만 하면 단숨에 이닝을 마무리 할 수 있기 때문이었는데 오승훈이 병살타를 유도하는 그런 성향이 아니기는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병살타가 필요했다.

하지만 야구의 신이 한국이 아닌 미국의 손을 들어주기라도 한듯 오승훈의 낮은 공을 순간적으로 양의정이 제대로 블로킹을 하지 못했고, 주자는 2,3루로 향하고 말았다.

[아, 경기가 점점 어렵게 흘러가는데요.]

[낮게 잘 들어간 공이었는데 양의정 선수가 저걸 못 잡았네요.]

- 아니 막판에 뭐하는 짓이냐. 개그하냐?

- 이제 병살도 못 잡는데 어떻게 하냐?

- 만루 채우겠지.

1사 2,3루 상황에서 오승훈은 벤치의 판단대로 1루를 채우기로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만루이 상황에 타자는 4번 아레나도였다.

1사 만루의 위기에 심지어 상대 타자는 4번 타자였다.

아무리 야구가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지만 터무니 없는 전개였는데 미국은 여기서 한 술 더 떠서 예상 외의 카드를 꺼내들었는데 바로 아레나도를 빼고 대타를 꺼내든 것이었다.

[여기서 대타가 나오네요?]

[그동안 계속 대타를 안 쓸 정도로 대타로 나올만한 선수가 없었는데 이제 와서 대타로 쓸만한 타자가 생긴걸까요?]

[그러고보니... 잊어먹고 있었지만 1명 생각 나는 타자가 있습니다. 2라운드까지 출전했지만 4강전에 출전을 안해서 하차했는가 싶었던 타자가 1명 있었어요.]

[아, 그 타자라면 분명...]

그때 장내 방송에서 대타로 나서는 타자의 이름을 알려왔다.

[대타 크리스 클레이튼!]

모두가 잊고 있었던 1명의 타자.

하지만 단 1명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랫만이네.'

'가만히 지켜보기나 해.'

KBO 시절 유성과 크리스는 라이벌이었다.

박병훈과 테임즈도 있었지만 타자 NO.1과 NO.2는 두 사람이었다.

[정말 생각도 못한 기용이네요.]

[지난 시즌 0.332의 타율에 38홈런 31도루 110타점 112득점으로 아메리칸리그 타율 2위, 홈런 공동 8위, 도루 2위, 타점 6위, 득점 7위 그리고 출루율 2위라는 엄청난 기록을 만들어냈는데요. 이 선수가 왜 MVP를 수상 못했던건지 의심이 들 정도로 엄청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지난 시즌에 한국에서 보냈던 2년이 자신의 발전을 가져왔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에 대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타자였는데요.]

[그런 엄청난 타자가 이제는 저희 앞을 막고 있네요.]

놀란 아레나도가 내셜널리그 타자이기는 했지만 41홈런과 133타점 116득점으로 홈런왕과 타점왕에 득점 2위를 차지하며 크리스에게 이 부분만큼은 우위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타율, 출루율, 장타율, 도루 같은 부분에서는 크리스만큼의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다.

실제로 1,2라운드 미국의 4번 타자는 아레나도가 아닌 크리스였다.

그런 타자가 지금 1사 만루의 최고의 찬스에 등장한 것이었다.

크리스의 등장에 돌부처 오승훈도 자연스럽게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초구 94마일이 기록되는 직구를 찔러 넣으며 1스트라이크를 잡았지만 이 타자에게 이 정도 카운트는 별것 아니었다.

유성과 처음 맞붙었던 13시즌에도 이 정도 위압감은 없었는데  과연 메이저리그에서 3-30-30-100-100을 기록한 타자는 달랐다.

'아니, 어쩌면...'

지금의 유성도 저정도 위압감이 보일지도 모른다.

둘의 차이는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보았느냐 안 뛰어보았느냐 정도의 차이 밖에 없었다.

KBO에서 성적만 본다면 유성이 우위를 잡기도 했다.

깊은 생각에 빠진 오승훈이지만 길게 생각할 틈은 없었다.

2구째 슬라이더로 살짝 간을 보았던 오승훈은 3구째로 전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95마일의 강속구를 던졌다.

그리고 오승훈은 고개를 숙이며 마운드를 자진해서 내렸다.

크리스가 자신의 전력투구를 그대로 받아넘겨서 다저스타디움 최상단에 꽂아버렸기 때문이었다.

[역전 만루홈런이 터졌습니다.]

[스코어 10대7로 미국이 다시 앞서갑니다.]

- 지금 내가 본게 실화냐?

- 불안불안하더니 일 났네...

- 아무리 9회 타순이 좋았다지만 어떻게 만루를 맞냐.

믿었던 오승훈의 역전 그랜드슬램 허용은 모두에게 충격적이었다.

오승훈이 고개를 숙이며 덕아웃에 돌아온 가운데 심차민이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심차민은 호스머에게 안타를 허용하기는 했으나 매커친에게 병살타를 유도하면서 단숨에 이닝을 마무리했다.

[6-4-3 병살타로 이닝을 마무리하는 심차민 선수입니다.]

[잠시 광고 보고 오시죠.]

- 3점을 어떻게 뒤집냐?

- 똑같이 만루 때리면 됨.

- 9,1,2,3번 중에 1명만 죽고 3명 다 나가야함.

- 거의 몰아치듯 안타 쳐야하는건데 어떻게 하냐...

그렇게 절망하고 있을때 이 상황을 예견한 김인신 감독은 이대오와 김태규를 불렀다.

"9,1,2,3번 중에 들어가고 싶은 곳 있냐?"

"3번이요."

"그럼 전 2번이요."

"...좋아."

순서를 정한 김인신 감독은 서건수와 민병호에게 대타 사실을 알리며 제외하였고, 김재후, 이영규에게는 출루를 요구했다.

둘 중 1명만 출루해도 김태규, 이대오가 그 흐름을 이어갈테고 유성이 끝을 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명백히 도박수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9회 말로 경기가 접어든 가운데 미국은 마무리 투수 데이비드 로버트슨을 마운드에 올렸습니다.]

[지난 시즌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62경기에 등판해서 방어율 3.47에 5승 3패 37세이브를 기록한 투수입니다.]

[방어율은 오승훈 선수보다 안 좋습니다만 풀타임 마무리로 3년이나 뛴 경험을 가진 선수입니다.]

180cm를 겨우 넘을 정도로 투수로써는 단신인 선수였는데 그래서 최대한 몸을 앞으로 끌고와서 공을 던지는 스타일을 가진 선수였다.

그래서인지 평균 92마일 정도의 패스트볼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체감으로 2마일 정도 더 빠르게 느껴지는 선수였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직구가 커터처럼 느껴질 정도의 변화를 보이기도 하기에 더더욱 까다로운 유형이었다.

"구속은 94마일 정도로 잡아두고 커터를 친다 생각하고 쳐야한다는거지?"

"네."

"좋아. 요점 정리 고마워."

제구력이 좋은 투수는 아니지만 뛰어난 삼진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에 평범한 제구력이 가려지기도 하는 투수라는 점까지 이야기하며 유성은 타석에 들어설 준비를 했다.

유성의 조언을 받은 덕분인지 김재후는 어렵게나마 로버트슨의 공을 건드렸고, 태어나서 가장 빠른 스피드로 1루로 달렸다.

"세이프!"

[유격수와 3루수 사이로 향한 타구에도 불구하고 전력 질주한 김재후 선수가 몸을 날려서 살아남았습니다!]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무사 1루라는 희망이 남아있어요!]

모두가 절망할만한 상황에서도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4번의 도전 끝에 드디어 우승을 노릴 수 있는 기회였는데다가 죽을 힘을 다한다면 뒤집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기에 이영규는 기습번트를 시도하며 1루 주자를 2루로 보내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출루를 노렸다.

단 1번의 실수면 병살타가 될 수도 있었기에 번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었던 미국은 예상 외의 기습번트로 인해 당황했다.

[무사 1,2루! 아직 경기 안 끝났습니다!]

[이영규의 기습번트가 제대로 적중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대타가 나오는데요! 서건수 선수 대신에 김태규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김인신 감독의 마지막 도박수가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이번화에 끝낼려했는데...

다음화는 진짜 끝냅니다.

그나저나 지난화 후기에 쿠폰 늘어난다고 했는데

현실은 안 늘어났습니다.

쳇.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