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33 - 2017 WBC 결승전 -->
범가너가 강판되자 미국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범가너가 말한 것처럼 7이닝은 힘들어도 6이닝은 막아줄 것이라 생각하며 아직 준비를 한 투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 불펜에서 연락이 왔다.
"감독님. 스트로먼이 등판을 요청했습니다."
"뭐? 스트로먼이? 잠깐... 그는 여기 벤치에..."
"5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불펜에 와서는 준비를 시작하더군요."
사실 본래 일정대로라면 WBC 결승전은 그가 등판해야했다.
하지만 범가너의 합류가 결정되면서 그의 등판은 취소가 되었는데 이러한 결정은 2라운드때 4실점이나 했던 것이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이야기를 들은 미국의 감독 짐 릴랜드는 투수코치에게 샘 다이슨과 팻 네섹의 준비를 지시하였다.
그리고 불펜 코치에게 물었다.
"어느정도 준비가 되었지?"
"바로 올라가도 됩니다."
"좋아."
[미국의 2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는 마커스 스트로먼입니다.]
[어? 이 선수는 제가 알기로 선발인데 나왔네요.]
[기록을 보면 2라운드때 4실점을 했던 적이 있네요.]
[그렇군요. 범가너의 합류와 2라운드때의 부진으로 인해 불펜으로 나온듯 하네요.]
실상은 다를지 몰라도 이야기는 대충 맞아떨어졌다.
어찌되었든 지금 미국이 믿을건 스트로먼이었다.
"1.2이닝 그 정도만 버텨줘도 충분해."
"그 정도면 충분해요. 전력으로 갈테니깐."
[이 선수는 최고 96마일의 싱커성 직구를 던질 수 있는데요. 커터처럼 보이는 80마일 중후반의 슬라이더와 80마일 초중반의 슬러브처럼 보이는 슬라이더 2가지 슬라이더에 커터, 체인지업도 보유하고 있는 선수입니다. 게다가 제구력도 9이닝당 볼넷 2개가 안될 정도로 제구력도 뛰어난 투수입니다.]
[불펜으로 나온만큼 범가너와 비슷하면서 좀 더 빠른 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도 되겠군요.]
[네. 그리고 지난 시즌에 32경기에서 9승 10패 방어율 4.37을 기록했지만 204이닝을 소화하면서 아메리칸 리그에서 이닝 7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204이닝인데 이닝 7위라니 역시 메이저리그는 대단하네요.]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이에 스트로먼은 준비를 마치고, 첫 타자를 상대했다.
6회 말 1아웃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스트로먼을 상대하기 위해 타석에 들어선 양의정은 일단 공을 지켜보기로 했다.
팡!
그리고 초구부터 95마일이 나오는 직구로 인해 얼어 붙을 수 밖에 없었다.
[초구부터 95마일이 나오네요. 불펜으로 나오는만큼 전력으로 던진다는거겠죠.]
[그렇죠. 게다가 여러 변화구를 가지고 있는 투수라서 금방 공략하기는 힘들겁니다.]
"후... 이게 무슨 산 넘어 산인건지..."
한숨을 내쉬던 양의정은 2구째부터 이어진 변화구의 향연에 맥 없이 물러나고 말았다.
"싱커성 직구답게 변화가 심해. 95마일이라는건 153KM의 구속이라는건데 싱커성이 포함되니..."
"2가지 슬라이더랑 체인지업을 확인한건 다행이네요. 남은건 커터뿐이지만 슬라이더를 보면 커터의 견적이 대략적이나마 나오니..."
양의정이 스트로먼의 구종을 확인한 덕분에 김해성은 한층 편하게 스트로먼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국가대표에 선발된 이후 처음으로 장타를 때려냈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가!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를 완전히! 갈라버립니다!]
[김해성은 2루로! 2루에 서서 들어갑니다!]
[2사 2루의 찬스를 다시 잡는 대한민국! 이제 안타 하나면 리드를 더욱 벌릴 수 있게 되는데요.]
7번 허경인은 그렇기에 이 타석을 위해 집중력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지금쯤이라면 대타를 꺼낼법도 한데..."
"그러게. 한국에는 3루수를 소화할 수 있는 장타자가 있는데 말이야."
김인신 감독도 그 부분을 고민했다.
하지만 여기서 대타를 꺼내기 보다는 조금 더 뒤에서 꺼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허경인은 그 믿음에 보답했다.
딱!
[다시 안타! 이 타구가 내야가 내야를 벗어납니다!]
[2루 주자 3루 돌아서 홈으로!]
[들어옵니다! 이제 스코어는 6대4로 대한민국이 더욱 리드를 잡습니다!]
"장난 아니군. 범가너가 괜히 무너진게 아니야."
대한민국 타선을 상대하던 스트로먼의 감상은 그러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는 물러설 수는 없었다.
8번 오재훤을 투수 앞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한 스트로먼은 그대로 덕아웃에 들어와서 다음 이닝에 상대할 9,1,2번 그리고 만약을 위해 3번의 정보까지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2점차인가..."
박유성의 쓰리런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기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지금 나온 추가점이었기에 짐 릴랜드 감독은 한번 더 투수 교체를 해서 변화를 줄 것인가로 고민하고 있었다.
"스트로먼은 더 던지겠다고 합니다."
"위험하면 바로 바꿀테니 불펜에 준비 하고 있으라고 해."
"네."
어느새 7회 초로 넘어간 이닝.
대한민국의 3번째 투수는 원종헌이었다.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의 등장에 미국도 슬슬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이 남은 3이닝을 어떻게든 버틸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원종헌 선수가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우규인 선수가 무너졌기에 불안한 감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런 불안감과 달리 4강전에 등판하지 않으면서 푹 쉬었던 원종헌의 공은 최고였다.
[95마일이 나오는군요.]
[한국 투수진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라고 적혀있는데요. 최고 96마일을 던질 수 있다는군요.]
[사실상 전력 투구를 하고 있는 것이군요.]
[마침 미국 타자들이 이전 이닝에서 90마일 초반대의 공을 보아왔기에 갑자기 이런 공이 온다면 꽤나 힘들 것으로 생각되네요.]
그리고 그 불안감은 정확하게 적중하였는데 원종헌은 2개의 삼진과 1개의 땅볼로 세 타자를 처리하면서 1이닝을 퍼펙트로 틀어 막은 것이었다.
- 와. 지렸다.
- 한국에서 몇 안되는 구위로 미국타선 썰어먹는 투수다운 포스네.
원종헌의 모습에 인상이 깊었던것인지 몇몇 스카우터들이 그에 대한 정보를 찾기도 했으나 생각보다 많은 나이로 인해 실망을 감출 수 밖에 없었다.
포스팅 자격을 얻더라도 이미 30대 중반에 달하는 나이였기에 오승훈처럼 한국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지 않는 이상 해외로 진출하기는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7회 말에 마운드에 오른 스트로먼은 한국의 9,1,2번을 상대하게 되었는데 이번에야 말로 안타를 쳐낸 김재후와 끈질긴 승부 끝에 이영규가 볼넷으로 출루하며 다시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이하고 말았다.
"바꿀까요?"
"1명만 더 지켜보도록 하지."
다행스럽게도 스트로먼은 그 1명인 서건수에게 병살타를 유도하면서 2루 주자 김재후를 처리하는 괴력을 보였다.
1루 주자 이영규만 2루에 도달하면서 2사 2루의 상황에서 스트로먼이 마운드를 내려갔고, 몸을 풀고 있던 두 투수 중 1명인 다이슨이 먼저 마운드에 올랐다.
2사 2루 상황에서 민병호를 상대하게 된 다이슨은 어려운 승부를 이어가기는 했지만 가까스로 민병호를 삼진으로 처리했다.
덕분에 유성이 8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서게 되었지만 여전히 2점의 리드가 있었기에 한국측은 별 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야구는 끝날때까지 결과를 모르는 스포츠였고, 8회 초에 마운드에 오른 차우천이 옐리치, 아레나도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한데다가 호스머에게 데드볼을 허용하면서 무사 만루의 위기를 맞이하고 말았다.
경기 막판으로 갈 수록 급박해지는 경기 상황에 양팀의 불펜진은 더더욱 바빠지고 있었고, 차우천은 매커친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그나마 중견수 앞 안타였기에 주자가 1명만 들어왔지만 여전히 무사 만루의 상황이 유지되고 있었고, 대한민국은 투수 교체를 감행했다.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네요.]
[6대5로 추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무사 만루 상황에서 임상민 선수가 마운드에 오르고 있습니다.]
[오승훈 선수에게 2이닝을 맞기는건 어떨까 싶었는데 임상민 선수를 선택했군요.]
[오승훈 선수가 2이닝을 막아주는게 베스트기는 하지만 김인신 감독이 좀 더 뒤를 보고 있는게 아닌가 싶네요.]
[좀 더 뒤라면...]
[연장전이죠. 불펜을 보시면 오승훈 선수와 심차민 선수가 준비 중인데요.]
[임상민 선수가 얼마나 버텨줄지가 관건이지만 연장전까지 고려해서 준비 중인듯 합니다.]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해서 이현성과 장시화 그리고 박희소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몸을 풀면서 준비를 시작했다.
"끝장 승부로 결판을 한번 내보겠다는 생각인거 같은데?"
"현재 불펜에서 준비 중인 2명에 투수 3명이 더 안 보여."
"3명이나? 4강때 나왔던 투수들까지 쓸 생각인가보군."
그러는 사이에 임상민은 크로퍼드를 병살타로 잡아내며 2아웃을 만들어냈으나 3루 주자가 홈에 들어가는 것을 막지 못하며 동점을 허용했다.
[결국 동점을 허용하고 마는 대한민국.]
[하지만 무사 만루 상황에서 이 정도 결과라면 오히려 베스트라고 할 수도 있겠죠.]
스코어 6대6으로 동률이 이루어진 가운데 2사 3루로 미국의 기회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는 오늘 홈런을 1개 때려낸 스탠든이었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멀리 날아가는데요! 중견수가! 아! 중견수가 잡아냅니다! 담장을 넘어가는거나 다름없던 타구를 잡아내는 중견수 박유성!]
[펜스를 밟고 튀어올라서 저 타구를 잡아냈습니다! 이닝 종료! 갓캐치로 이닝을 마무리하는 박유성!]
- 킹갓 엠페러 유성님이 해냈다!
- 임상민도 잘 했음. 3,4점 내줄 각오도 해야했는데 1점만 주고 막았으니깐.
- 진짜 답이 안 보이는 경기네.
정말 답이 안 보이는 경기는 어느덧 8회 말로 접어들었고, 선두 타자로 나선 유성은 바뀐 투수 네섹의 초구를 받아쳐서 펜스에 원바운드로 직격하는 장타를 때려냈다.
[초구 때렸습니다! 좌익수와 중견수 사이를 완전히 가르는 타구! 원 바운드로 펜스를 맞추는 사이에 박유성은 2루로!]
[3루도 노려볼만 한데요! 네! 갑니다!]
[동시에 중견수도 3루로 송구! 하지만 박유성이 더 빠릅니다!]
[정말 빨라요! 여유롭게 3루에 안착하는 박유성!]
유성의 3루타로 8회 말 무사 3루라는 결정적인 기회를 잡은 대한민국은 양의정의 희생플라이로 다시 한번 리드를 잡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다음화면 WBC도 끝이고, 그 다음부터 17시즌에 돌입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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