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33 - 2017 WBC 결승전 -->

5회 초 마지막 이닝이라고 생각하며 양현정은 마운드에 올랐다.

4회에 드디어 타선이 터져준 덕분에 스코어는 2대2 동점이 되었다.

무실점 목표는 깨졌지만 남은 1이닝을 막아내면 양현정의 임무는 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양현정이 상대할 첫 타자는 9번 포지였다.

[어느새 미국은 3번째 타석이 다가왔네요.]

[양현정 선수가 안타를 꽤나 허용했지만 위기를 잘 넘겨온 덕분에 2대2 스코어가 유지되고 있는데요.]

- 이번에만 막아봐라.

- 불펜 준비 중인거 같은데?

[불펜이 벌써 준비 중인데요. 우규인 선수가 준비 중입니다.]

[과연 그렇군요. 우규인 선수가 마무리 투수 경험도 있다보니 아마 우규인 선수가 2이닝 정도를 소화할겁니다. 만약 양현정 선수가 그 전에 무너지면 그때부터 나와서 던질 것이고요.]

[그러면... 3이닝이 남게 되는군요.]

[저희에게는 차우천, 원종헌, 오승훈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들이 있으니깐요.]

- 투수 5명으로 정리하는 경기.

- 역시 4강때 패전조랑 감각 떨어진 애들 몰아 넣은건 결승을 위해서였어.

불펜이 움직이는 것을 파악한 양의정은 초구부터 과감하게 승부하기로 했다.

그런 과감한 피칭으로 인해 포지도 한국쪽에 뭔가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불펜이 돌아가고 있나? 하긴 우릴 상대로 5이닝 2실점이면 충분히 잘 한 것이니... 아니, 2실점은 아니겠군.'

딱!

3구째를 과감하게 때려낸 포지의 타구는 좌익수 옆에 떨어지며 2루타를 만들어냈다.

[2루타를 때려내는 버스터 포지!]

[시작하자마자 선두 타자에게 맞는건 안 좋은데요.]

[이어서 다시 이안 킨슬러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오늘 경기 투런 홈런을 때려냈던 타자인데요.]

"어떻게 생각해?"

"흠... 아마 이번 이닝은 어떻게 버틸꺼야. 운 나쁘면 1점 줄 수도 있겠지만."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스카우터들은 무사 2루의 찬스에도 별 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굳이 호들갑을 떨거나 하면서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었다.

"이 위기를 막아낸다면 연 300만불 정도로는 평가 해줘야겠지."

"그래? 난 굳이 평가한다면 연 400만불 정도까지는 보는데."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의 의견은 항상 갈린다.

하지만 그것은 그 선수의 가치가 어느정도냐에 대한 것이지 그 선수의 실력이 있다 없다가 아니었다.

그때 양현정이 이안 킨슬러를 2루수 플라이로 잡아내면서 1사 2루로 상황을 바꾸었다.

이제는 2루 직선타 같은 조금은 극단적인 상황이 나와야하지만 병살로 이닝을 마무리 할 가능성도 생긴 것이었다.

그리고 양현정은 남은 두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헛스윙 삼진! 두 타자 연속 삼진으로 5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양현정!]

[5이닝 2실점으로 제 역할을 다 하며 등판을 마무리 합니다.]

- 5이닝 2실점 4K 맞냐?

- 5K였던거 같기도 하고...

어찌되었든 양현정은 잘 던졌다.

미국의 강타선을 상대로 5이닝 2실점을 기록한 것은 어디에서도 자랑할만한 결과였다.

투구수의 경우 아직 90구도 안 되었지만 김인신 감독과 선동연은 양현정의 마지막 삼진 2개가 끝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우규인을 마운드에 올릴 준비를 했다.

"패기는 좋았어."

"그 범가너와 스코어 자체는 같으니깐."

물론 내용에는 차이가 있었다.

5회에 마운드에 오른 범가너는 7,8,9번으로 이어지는 타선을 단 14구만을 이용해서 3K로 쓸어버리며 점수를 뽑아낼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5이닝 2실점 12K 75구

"투구수가 좀 많은거 같은데?"

"이닝당 15구 수준이니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2이닝 동안 25구는 범가너에게 충분한 투구수입니다."

마지막 투혼을 태우듯 2K를 잡고 내려간 양현정에 대한 예의로 범가너는 5회 3타자를 전부 삼진으로 잡았다.

본래라면 이것보다 더 적은 투구수를 기록해야했지만 상대 투수의 뛰어난 피칭에 보답했을 뿐이었다.

"남은 2이닝이 관건이겠군."

"3번째 타석이기도 하고, 범가너의 공략한 1,2번과 4번이 나오니깐."

[이번 이닝이 점수를 뽑아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이닝일겁니다.]

[그렇죠. 지난 이닝에 대표팀의 7,8,9번이 연달아 아웃을 당하고 말았지만 그로인해 이번 이닝에는 1,2,3번부터 시작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물론 우리가 먼저 미국의 타선을 막아야하지만요.]

6회 초

미국의 선두 타자로 4번 아레나도가 타석에 들어선 가운데 우규인이 마운드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2경기 등판해서 8.1이닝 7실점으로 좋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는데요.]

[방어율로 따지면 7.56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 그렇게 안 좋았냐?

- 사실 양현정도 오늘 경기 전까지 8이닝 5실점으로 방어율 5.63이었는지라...

- 그래도 오늘 5이닝 잘 막아서 4.85까지는 내려옴.

- 아무리 이닝 소화가 적었다지만 너무한데...

그때 우규인을 상대하던 아레나도의 방망이가 크게 돌아갔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를 중견수가 따라가는데요! 담장을!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다시 미국이 리드를 잡게 되었군요.]

- 담장을! 하고 다음에 힘 빠지는거 들었냐.

- 내가 더 불쌍할 정도다...

- 과연 7점대 방어율의 투수.

- 이제 나머지 다 무실점으로 막아서 2이닝 채우면 방어율 몇 되냐?

- 6.97

- 그래도 6점대로 내려오네.

우규인이 아레나도에게 홈런을 허용하면서 3대2로 다시 미국이 리드를 잡은 가운데 우규인은 호스머와 매커친을 연속해서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하지만 이어서 타석에 들어선 크로퍼드에게 다시 안타를 허용하더니 이때를 기다렸다는듯 스탠튼이 커다란 2루타를 때려냈다.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스탠튼은 아예 3루까지 노렸다.

하지만 유성이 거기까지는 허가하지 않았는데 2루에서 3루로 가는 분위기가 보이자 공을 들고 있던 유성은 그대로 3루로 공을 던졌고, 순간적으로 3루 코치의 사인을 확인 하지 못했던 스탠튼은 그대로 3루로 향하다가 아웃을 당했다.

[아웃! 박유성 선수가 다시 한번 위기에서 대한민국을 끌어 올립니다!]

[정말 다행이네요. 스탠튼이 무리하게 3루를 간 덕분에 박유성 선수에게 잡혔고, 이닝이 마무리 되었네요.]

1이닝 2실점을 기록한 우규인은 그대로 교체 되었다.

이미 차우천과 원종헌이 준비를 시작했기에 남은 3이닝은 필승조가 전부 등판할 계획이었다.

"다시 2점 차인가..."

"이번 이닝에 다시 점수를 뽑아낸다면 다행이지만..."

"혹시 모르니 연장 준비를 시켜둬."

"연장전이요?"

"그래. 난 솔직히 3,4점 더 주는 것도 각오했는데 유성이 덕분에 막았으니깐. 어쩌면 연장전까지 갈지도 몰라."

"...알겠습니다."

6회 말로 이닝이 넘어간 가운데 원종헌, 차우천에 이어 임상민과 심차민도 준비를 시작했다.

이 4인에 오승훈까지 5명의 투수라면 남은 3이닝에 연장 2,3이닝 정도까지도 충분히 막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불펜이 포화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한 가운데 6회 말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범가너는 남은 투구수가 25구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타석에 들어선 이영규를 맞이하고 있었다.

"오늘 한국의 첫 안타를 쳤었지? 그렇다면 그에 맞게 상대해줘야겠지."

타선이 추가 점을 추가하다보니 그 사이에 범가너는 이전 이닝의 체력을 나름 회복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남은 2이닝에 남은 모든 힘을 쏟아붙기로 생각하였고, 이영규는 맥 없이 1루 땅볼로 물러나게 되었다.

[범가너의 투구수가 드디어 80구에 도달했네요.]

[이 흐름이라면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를 확률이 높아보이는데요.]

하지만 서건수가 7구 승부 끝에 출루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지게 되었고, 민병호가 안타를 때려내며 1사 1,2루 상황에서 유성이 다시 한번 기회를 얻게 되었다.

- 진짜 트리플 테이블세터는 신의 한수였다.

- 유성이 앞에 어떻게든 주자가 2명씩 나가 있네.

"여기서 또 칠 수 있을까? 범가너가 더 적극적으로 덤빌텐데."

"오히려 그래서 박유성이 칠 수 있을꺼라고 생각해."

유성이 아웃을 당한다는건 그들의 머리 속에 없었다.

첫 타석에 삼진을 당할 경우 그 뒷 타석에서 전부 출루를 했던게 유성이었고 그런 경향은 포스트 시즌처럼 중요한 시기에서 더더욱 강해졌다.

그래서 그 정보를 알고 있는 스카우터들은 이번 승부에서도 유성의 편을 들어주었다.

"마침 득점권 상황이기도 하지."

"득점권 타율은 허상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박유성처럼 확실한 케이스가 있으면 이야기가 다르지."

박유성이라면 세이버 메트릭스의 시대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일부 있었다.

그들은 타율, 출루율, 장타율과 같은 클래식 스탯을 주로 이용한다.

OPS나 WAR처럼 세이버 메트릭스의 범주에 있지만 클래식 스탯처럼 느껴질 정도로 대중화된 스탯도 허용한다.

하지만 그 이상의 세이버 메트릭스는 허용하지 않았다.

그들이 바로 메이저리그의 원로들이었다.

그리고 이 경기를 지켜보던 일부 원로들은 유성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2S-2B로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여기서 슬슬 스윙할 타이밍이기는 한데요. 제 5구째]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담장을 향해서 날아가고! 이번에야 말로 담장을! 넘어갑니다!]

[박유성의 역전 쓰리런 홈런!]

바깥쪽 낮은 존에 정확히 들어오는 범가너의 93마일짜리 고속 슬라이더를 받아치는 유성의 모습을 보며 수 많은 사람들은 확신했다.

이 것은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어버릴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그리고 새로운 종류의 괴물이다.

- 킹갓유성님 만세에에에

- 그 범가너에게 5타점이나 몰아치다니.

- 반신반의 했는데 이 정도면 메이저에서 최소 1억불 아니냐?

- 1억불이 뭐냐 2억불도 가능하지.

결국 범가너는 강판 되었다.

최종 성적은 5.1이닝 5실점 12K 96구였고, 투구수에서 알 수 있듯 서건수와 민병호를 상대한다고 투구수가 이미 90개를 넘어간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유성을 잡아내지 못하고 오히려 역전 쓰리런을 허용하면서 무려 12K나 기록해놓고도 5실점으로 마운드에 내려가게 된 것이었다.

이제 관중들의 시선은 유성에게 향했다.

메디슨 범가너라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5타점이나 몰아친 새로운 괴물에게 말이었다.

========== 작품 후기 ==========

네임드 있는 메이저리거들은 대부분 능력이 부여될 예정입니다.

유성이는 이미 패시브 능력으로 공이 어디로 오는지 알 수 있는 선구안 능력과 수비때 타구가 어디로 날아오는지 알 수 있는 수비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조치입니다.

초반 분량에 능력 없었으면 별거 아니라는 코멘 남긴 분이 있던데

능력 빨이라고 해도 능력을 이용해서 50-50을 기록 할 정도의 타자라면 능력이 없어도 3할 30-30 정도는 가뿐하게 할 수 있습니다.

뭐 그분이 여기까지 올지는 의문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