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167화 (167/300)

<-- Chapter 33 - 2017 WBC 결승전 -->

3회 초 미국의 선두 타자는 8번 스탠튼이었다.

[이 선수도 지난 시즌에 20개가 넘는 홈런을 기록했던 선수인데요.]

[하지만 흔히 말하는 유리몸 성질때문에 162경기로 치루어지는 메이저리그에서 120경기 이상 출전한 시즌이 7번의 시즌 중에 단 3번 밖에 없거든요. 다만 그 3번의 시즌에 전부 3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는 점도 또 주목할만한 부분인데요. 이 선수가 건강하게 120경기를 넘어서 140경기 이상을 치룬 시즌도 또 3번 중 2번으로 줄어드는데요. 2014년이 건강한 스탠튼이 어느정도 성적을 기록 할 수 있는지 보여준 시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기록 빌런 등판해라.

- 14시즌 성적 145경기 37홈런 105타점 타율 0.288 출루율 0.395 장타율 0.555 ops 0.950 war 6.3

- 이 정도면 크보에서 어느정도냐?

- 유성이랑 홈런왕 경쟁하고도 남음.

메이저리그에서 30홈런을 기록한 선수가 무려 8번에 배치되어 있었다.

전성기가 지난 것도 아니고, 지난 시즌에도 27홈런이나 때린 선수가 8번에 있다는 것은 큰 부담감이었다.

[그러고보니 지난 시즌에 올스타전 홈런더비에서 또 엄청난 기록을 세웠거든요?]

[홈런더비면 엄청난 기록일꺼 같은데요.]

[네. 8강, 4강, 결승까지 다 합해서 61개의 홈런을 때려내면서 홈런더비 우승을 차지했죠.]

[와우, 61개라니 파워만큼은 메이저리그 최고네요.]

[그렇죠.]

- 61개라니 유성이는 몇개냐?

- 경쟁 상대들이 그 전에 다 나가떨어지기는 했지만 아무리 유성이라도 50개 근처에는 못 갔는데...

터무니 없을 정도의 파워.

사실 유성도 홈런레이스에서 61개를 치는 것이 가능하지만 경쟁자들이 그 전에 탈락했기에 그 정도까지 갈 필요가 없었다.

어찌되었든 그렇게 터무니 없는 파워를 보유한 타자가 지금 타석에 들어섰고, 5이닝 무실점을 각오한 양현정과 양의정은 스탠튼을 막기 위해 사인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장타력이 뛰어난 타자이기 때문에 좋은 공을 절대로 주면 안됩니다만 그렇다고 볼넷도 안됩니다. 앞서 말했던 14시즌에 13도루를 기록하기도 했을 정도의 주력을 보유한 선수거든요.]

[비교하자면 박유성 선수는 주력 비중이 더 큰 장타자지만 스탠튼은 장타 비중이 더 큰 장타자로군요.]

- 유성이 도루 숫자 생각하면 뭔가 안 맞는데?

- KBO랑 메이저 수준을 생각해야지. 유성이가 탈KBO라서 그렇게 느껴지는거고.

그러는 사이에 양현정은 스탠튼에게 2개의 직구를 던지며 단숨에 2스트라이크를 잡았다.

하지만 스탠튼은 미동도 하지 않고, 양현정의 공을 지켜볼 뿐이었다.

[차분하게 그저 공을 지켜보기만 하는 스탠튼입니다.]

[방심해서는 안됩니다. 까딱하면 바로 담장을 넘겨버릴테니깐요.]

그 말처럼 3구째 유인구로 사용하기 위해 던진 슬라이더를 건드린 스탠튼은 그대로 타구를 담장쪽으로 보내버렸고, 이 타구는 그대로 담장을 넘어가버렸다.

진작에 파울라인을 넘어가버렸다는 사실을 제외한다면 말이었다.

[어우, 위험했습니다. 저정도로 빠지는 공을 파울 홈런으로 만들어버렸네요.]

[장난 아니네요. 양현정 선수는 물론 뒤에 나올 투수들도 긴장하면서 상대를 해야겠어요.]

3구째를 때려내서 보여준 파울 홈런의 비거리는 엄청났다.

다저스타디움의 크기를 고려해도 최소 130미터는 날아간 그런 거대한 타구였다.

"하지만 여전히 2스트라이크지."

저 멀리 사라진 파울 홈런의 위치를 보던 유성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내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공 1개 정도 빼는게 좋기는 했지만 그 뒤는 승부를 할게 분명했다.

실제로 양현정은 유인구로 커브를 던지며 헛스윙을 유도했고, 볼이 되었음에도 신경 쓰지 않고 5구째로 결판을 냈다.

팡!

[헛스윙 삼진! 93마일이 나왔네요.]

[양현정 선수도 본격적으로 던지기 시작했네요.]

- 잘 던진다!

- 모로가든 무실점으로 막으면 된다!

이어진 타자는 9번 버스터 포지.

앞선 이닝에서 양의정이 땅볼로 물러났으니 포지도 최소한 외야 플라이 아웃으로 잡아낼 필요성이 있었다.

'당한게 있으면 갚아줘야지.'

'그렇지.'

"흠... 뒤로 갈까 앞으로 갈까."

스탠튼이 삼진을 당한 것을 보고 뒤로 가 있던 유성은 정상 위치로 돌아왔지만 포지가 타석에 들어서자 다시 뒤로 갈지 앞으로 갈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타석에 들어선 선수도 쉬운 선수가 아니죠.]

[네. 2012년에는 내셔널리그 MVP를 차지하기도 했고, 실러 슬러거 3회, 골드 글러브 1회를 차지한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 중 1명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죠.]

[부상으로 시즌 아웃 당했던 11년을 제외하고 메이저리그 풀시즌을 치루기 시작했던 2010년부터 작년까지 7년 중 6년간 10홈런 이상을 기록하며 장타력을 과시하고 있는 타자이기도 하죠.]

- 정보) 7년 중 6년이 10홈런 이상이지만 그 중 2년만 20홈런 이상이다.

- 고마워요. 정보 빌런!

- 그런대 정보 알려주는데 왜 빌런이라고 부르냐.

- 나도 몰라.

포지를 상대로 양현정은 이전과 똑같이 3개의 공으로 2S-1B을 만들어냈다.

100구라는 제한은 미국도 잘 알고 있었기에 기본적으로 투구수를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었다.

불펜이 나오면 그때는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일단은 선발을 내리는걸 우선으로 하고 있었다.

덕분에 양현정은 대부분의 승부에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을 수 있었다.

'녀석이 벌써부터 전력으로 던지기 시작했으니 나도 빠르게 점수를 뽑아줘야겠군.'

범가너가 벌써부터 전력으로 던지고 있는 이상 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빠르게 점수를 뽑아내야했다.

다소 무리해야할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결승전이 끝나고 메이저리그 개막전까지 시작이 있으니 부담감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포지는 타격 자세를 잡았고, 양현정의 공을 가볍게 때려냈다.

딱!

[내야를 빠져나가는 타구!]

[포지에게 안타를 허용하는 양현정입니다.]

[방향에 따라서 2루타까지 가능했는데 박유성 선수가 잘 끊어주면서 1루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 치는건 진짜 잘 치네...

- 메이저리그가 폼은 아니니깐...

1사 1루 상황에서 미국의 타선은 다시 1번으로 돌아왔다.

지금부터는 조심해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1번 이안 킨슬러에게 초구 92마일(148KM), 2구 94마일(151KM)를 연달아 던지며 다시 한번 2스트라이크를 만든 양현정은 3구째 낮은 존에 아슬하게 벗어나는 커브를 던졌으나 이안 킨슬러가 그 공을 때려내고 말았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큰데요. 멀리 날아갑니다. 좌익수, 중견수 따라가는데요.]

[아... 넘어가버렸습니다.]

[투런 홈런을 허용하는 양현정 선수입니다.]

- 기어코 넘어가네.

- 불안한 감은 있어도 홈런 맞을 공은 아니었는데...

- 결국 수준 차이라는거지. 메이저리거들은 결국 저정도 공은 평소에도 보는 수준이니깐...

- 진짜 수준 차이가...

이안 킨슬러에게 허용한 투런으로 인해 양현정은 다음 타자인 아담 존스와 8구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나마 3번 크리스티안 옐리치를 2구만에 병살타로 처리하면서 투구수 손실을 줄이기는 했지만 3회가 끝난 시점에서 이미 투구수는 40구를 넘어 50구에 근접한 상황이었다.

[투구수 관리도 잘 되고 있었는데 여기서 크게 늘어나고 말았네요.]

[문제는 범가너가 이번 이닝에 20구 정도는 던져야 투구수가 비슷해 진다는 점인데요.]

[7,8,9번으로 이어지는 하위타선이 최대한 버텨주기를 빌어야겠군요.]

투런 홈런을 맞기는 했지만 뒷 타자를 잘 정리하고 들어온 양현정은 고개를 위로 들면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거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양의정과 다른 타자들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공을 받던 내가 공을 받기 전부터 이건 3이닝동안 가장 좋은 공이다라고 생각할 정도의 공이었는데 그걸 그대로 받아서 넘겨버렸으니 녀석도 충격이 있을꺼야."

"어떻게든 3회와 4회에 1점이라도 따라가야겠네요."

"그렇지."

타석에는 7번 허경인이 들어서고 있었다.

2이닝 동안 범가너의 투구수가 24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투구수를 여기서 최대한 늘리기 위해 배트를 짧게 잡았다.

'짧게 잡았군. 여전히 투구수를 늘리겠다는 소리인가.'

2점의 리드를 얻은만큼 포지는 이전 이닝보다 좀 더 공격적으로 피칭을 가져가기로 했다.

경기 중반까지 무실점이 이어졌다면 모를까 이 정도라면 7이닝 이상을 노려볼만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포지의 생각을 모르는 범가너는 포지의 리드에 변화가 생긴 것을 감지하기는 했지만 그 리드를 거부하지는 않았다.

수년간 함께 호흡을 맞춘 파트너를 무시할 정도의 인물이 아니었기에 범가너는 초구로 허경인을 잡아냈다.

아껴두었던 체인지업을 꺼내면서 말이었다.

[여기서 체인지업이군요.]

[점점 골치 아파지는데요.]

[범가너의 피칭 스타일을 생각하면 포심, 투심, 슬라이더 위주인지라 커브와 체인지업은 없는 걸로 생각하면 됩니다만 그래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네요.]

허경인을 1구만에 정리한 범가너였지만 오히려 뒷 타자인 오재훤에게는 예상 외로 끈질긴 승부를 이어갔다.

2년 전의 프리미어 12처럼 별에 별 루틴을 다 끌어 모으면서 시간을 끌은 것이었다.

'이 녀석, 열 받는데?'

'맞춰버려?'

'그 정도까지는 아니야.'

말로 할 수는 없지만 범가너가 대기록을 세울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었기에 포지는 범가너가 데드볼을 던지는 것을 허가하지 않았다.

문제는 오재훤의 쓸때 없이 긴 루틴으로 인해 승부가 길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빠른 공은 겨우 커트하는거 같으면서도 유인구는 잘 고르고 있군."

"그러고보니 저 타자 2년 전 프리미어 12때 그랜드 슬램을 때렸던 타자였던가?"

"...맞아. 그 타자야. 투수를 엄청 짜증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지."

"범가너랑 포지 정도 되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영향이 아예 없는건 아니군."

6구와 7구를 연달아 걷어내며 어느새 승부는 8구째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오재훤을 잡더라도 1명을 더 잡아야 이닝 종료인만큼 포지는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범가너가 전력으로 던지는 슬라이더는 체력 소모가 크다.

하지만 지금처럼 8구 승부까지 이어진다면 더 아껴봐야 의미가 없다.

'쓰자.'

'괜찮겠어?'

'남은 이닝을 생각하면 박유성은 많아야 2번 상대할테니깐.'

'...좋아.'

팡!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8구째에 고속 슬라이더로 인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고 마는 오재훤입니다.]

[더 승부를 이어갔다가는 투구수 소모가 많아질테니 과감하게 결정구를 꺼낸듯 하네요.]

오재훤을 처리한 범가너는 김재후를 단 5개의 공만으로 다시 삼진을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3이닝 무실점 7K 39구

투구수를 늘리기는 했지만 결국 다시 삼진을 내주면서 메이저리그 최고의 벽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 대표팀 선수들이었다.

========== 작품 후기 ==========

이제 3회 끝이라니...

한 4편쯤 잡아야 끝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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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능력 관련 수정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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