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166화 (166/300)

<-- Chapter 33 - 2017 WBC 결승전 -->

타석에 들어선 2번 서건수를 본 SF 배터리는 이번에는 빠르게 템포를 가져가기로 했다.

포심, 투심, 슬라이더.

단 3개의 구종에 3개의 공으로 서건수에게 헛스윙 삼진을 유도한 것이었다.

[두 타자 연속 삼진을 당하고 마는 대한민국 타선입니다.]

[이건 안 좋은데요.]

[일단 1회니깐 그렇게까지 나쁜건 아니지만 너무 무기력한 느낌도 있네요.]

- 역시 범가너인가.

-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한거 아니냐.

1,2번 타자가 단 8구만에 무너진 가운데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3번 타자로 나서게된 민병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이제 민병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뒤에 박유성 선수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출루만 하면 되는데요.]

앞서 8구를 지켜본 민병호는 아직 나오지 않은 커브와 체인지업은 우선 잊기로 했다.

하지만 투구수를 늘리는 작전을 잊지는 않았기에 초구를 우선 지켜보았다.

[자, 지금 1,2,3번 전부 초구를 지켜 보았네요.]

[투구수를 늘릴려면 일단 1개는 보는게 좋으니깐요.]

초구가 다시 포심이 들어왔기에 민병호는 2구째를 노려볼까 고민하기도 했으나 작전을 위해 2구째도 참았다.

[확실하네요. 투구수를 늘리는게 오늘 대표팀의 작전이네요.]

[못 친다면 투구수를 늘려서 빨리 끌어내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아쉽네요. 2스트라이크로 몰리고 말았거든요.]

- 걍 치면 안되냐?

- 범가너가 한 5이닝만 던지고 내려가면 그래도 되는데 그게 아니잖아.

"괜찮은 작전이야. 투구수를 얼마나 늘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지만."

"범가너의 피칭을 보면 은근히 봐주는 느낌이 드는데?"

"아니, 녀석의 말대로 오늘 7이닝을 소화하면 지금처럼 조금은 풀어주면서 가는게 좋아."

민병호에게 던진 3구째가 볼이 되자 민병호는 4구째를 스윙할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4구째에 갑자기 등장한 커브로 인해 헛스윙을 하면서 결국 1회를 3K로 마무리한 범가너였다.

[1회를 마무리 하는데 단 12개의 공만이 필요했던 범가너입니다.]

[커브를 여기서 꺼낼줄은 몰랐네요. 1회는 3개 구종으로 계속 갈줄 알았거든요.]

"커브를 빨리 꺼냈네?"

"여유롭게 경기를 풀어나가지만 대충하지는 않겠다는거지."

이 흐름이라면 대한민국은 역시 4번을 제외하고는 승산이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1회를 가볍게 마무리한 범가너는 덕아웃에 들어와서 한국이 2회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았다.

"점수 언제쯤 날려나?"

"늦어도 3회."

"한바퀴 돌 시간은 달라는거지?"

"그래. 저 투수 생각보다 공이 나쁘지는 않거든."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마운드에 오른 양현정은 5번 호스머를 상대하게 되었다.

[소속팀에서 20홈런 넘게 친 장타자인데요.]

[제구를 낮게 잘해야할겁니다.]

'직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1회에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로 던지다가 안타를 맞고 체인지업을 꺼냈다.

다시 말해 1회에는 커브를 아껴두었다.

범가너도 아껴둔 구종이 있겠지만 양현정은 아끼지 않고 팍팍 쓰기로 정했다.

[헛스윙 삼진!]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까지 제구가 제대로 들어갔네요.]

[양현정 선수의 집중력이 많이 올라왔네요. 1라운드때 생각하면 좀 안 좋았죠?]

[굳이 말하자면 페이스가 올라온 2라운드때도 잘 던지다가 무너졌죠. 이제는 제대로 해줘야할텐데요.]

그 말을 듣기라도 한듯 호스머를 삼진으로 처리한 양현정은 이어서 타석에 들어선 앤드류 매커친을 유격수 직선타로 아슬아슬한 감이 있지만 처리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크로퍼드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2회 초를 무실점으로 틀어막는데 성공했다.

"제법인데?"

"방심하면 안된다는건 알겠는데..."

"이러면 스탠튼부터 시작인가? 바로 뒤에 니가 나올테니 장난 아니겠군."

"그 전에 한국의 괴물부터 신경 쓰라고."

"그래야겠지."

2회 말 선두 타자로 유성이 타석에 들어섰다.

1회 12개의 공을 지켜보았지만 아직 범가너를 어떻게 상대할지는 정하지 못한 유성은 일단 공을 지켜보기로 했다.

'시작부터 전력으로 가보자고.'

'진짜?'

'당연하지.'

'뭐... 좋아.'

팡!

[95마일이 나왔습니다.]

[1회에 91마일에서 93마일이 나왔는데 2회에 박유성 선수가 나오자마자 바로 95마일로 구속이 올라왔네요.]

[153KM에 해당하는 구속인데요.]

'1회보다 분위기가 더 강해졌군.'

그에 걸맞게 범가너에게 아우라가 느껴졌다.

이것이 수 많은 메이저리거들 사이에서도 정점을 찍은 자의 공이라고 말하듯 말이었다.

2구째도 다시 95마일이 찍혀나오는 포심이 날아왔고, 유성은 그대로 스윙을 했다.

그리고 이 타구는 포수 뒤로 날아가는 파울이 되었다.

'역시 초반이라 힘이 넘치는군.'

유성은 범가너의 구위를 보고 본격적인 승부는 2번째 타석이 될것이라고 생각했다.

'단번에 타이밍을 맞췄군.'

그리고 그러한 유성을 보며 포지는 경계심을 더욱 끌어 올렸다.

'역시 변화구를 쓰는게 좋겠어.'

'간만에 재미있는 녀석을 만났는데 말이야.'

'조금 참아. 2번째 타석에는 원하는대로 해줄테니깐.'

'...좋아.'

'커브로 간을 보고 슬라이더로 정리하자.'

사인을 금방 교환한 두 사람은 3구째로 유인구인 커브를 던졌다.

아슬하게 빠지는 공이었기에 포지의 프레이밍으로도 스트라이크를 만들 수 있었지만 포지는 굳이 미트를 흔들지 않았다.

'볼... 다음 공에 승부를 볼려는건가.'

그동안 수 많은 선수들을 상대하며 유성도 눈치라는게 생겼다.

다음 공에서 두 선수는 승부를 볼 것이다.

"간만에 커트 좀 해볼까."

[2S-1B의 카운트가 됩니다.]

[커브가 아슬하게 들어와서 저희까지 움찔했을 정도네요.]

[앞선 이닝을 생각하면 다음 공에서 승부를 볼려고 할꺼 같은데요.]

그 예상대로 4구째 슬라이더로 바로 승부를 시도한 범가너와 포지였지만 유성은 별거 아니라는듯 다시 파울로 만들어냈다.

"...이정도는 해줘야지."

유성이 4구째를 커트하는 순간 범가너는 한번 더 피치를 끌어올릴 준비를 했다.

'찍어누른다.'

"...못 말리겠군."

5구째는 몸쪽 꽉차는 스트라이크 존에 정확히 들어오는 공을 요구한 포지는 공을 받는 것에 온 정신을 집중하기로 했다.

포지의 요구는 간단했다.

우타자 상대로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는 몸쪽 낮은 코스로 정확하게 들어오는 고속 슬라이더.

남은 것은 범가너 자신이 그 공을 제대로 던지는 것 뿐이었다.

[몸쪽 낮은 코스. 이 궤적이라면 슬라이더인가?]

팡!

[헛스윙! 삼진 아웃!]

[박유성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매디슨 범가너!]

[지금 슬라이더가 93마일이 나왔습니다!]

- 150짜리 슬라이더라니 실화냐.

- 직구 최고 153인 투수가 뜬금 없이 150 슬라이더를 던지네.

- 원래 이런 투수냐?

- 아니 슬라이더 평소에 90마일 정도 나오는데...

- 그럼 5KM이 올랐다는건데 이게 메이저리그의 정점인가.

유성을 5구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범가너는 이어서 타석에 들어선 양의정, 김해성을 3루수 플라이와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2이닝만에 5K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2회를 마무리 했다.

"범가너 녀석 벌써부터 전력 피칭이라니..."

"힘을 무작정 아끼는건 안 좋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페이스를 올렸는데?"

범가너가 전력 투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나 직구 계통에서는 거의 하지 않는다.

다만 슬라이더는 예외였는데 작정하고 전력으로 던지면서 마구에 근접한 공을 던지기도 했다.

"몇몇 멍청한 놈들의 3마일의 소중함을 모르지만 범가너 정도의 선수에게 3마일이 더 생기면 정말로 끔찍하지."

"그나저나 벌써부터 사용했다는건 오늘 경기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이야기인가?"

"그렇지. 전력투구를 하는만큼 체력 소모가 크겠지만 100구 제한이 걸린 지금이라면 오히려 여유야."

그런 범가너의 공에 대한민국 선수들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괜히 메이저리거라는게 아닌가..."

"갑자기 5KM이나 빨라지는 슬라이더가 있을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믿었던 유성이 비록 93마일이나 되는 고속 슬라이더이기는 했지만 헛스윙 삼진을 당한 것에 선수들은 약간 충격을 받았다.

그나마 양의정이 과감하게 2구째를 건드려서 연속 삼진은 중단 시켰지만 김해성이 5구만에 다시 삼진을 당하면서 대한민국의 분위기는 묘해지기 시작했다.

[김해성 선수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범가너는 벌써 5K를 달성했습니다.]

[정말 골치 아프네요. 평소의 모습만 보여줘도 공략이 힘든데 저런 터무니 없는 공까지 보여줬으니..]

- 이건 진짜 졌잘싸라고 해도 인정한다.

- 졌지만 잘 싸웠다. 매드범을 상대로

- 2이닝 퍼펙트 5K VS 2이닝 1피안타 1K 내용이 나쁜 것도 아닌데...

- 한쪽이 너무 압도적이라는게 문제지.

"2이닝동안 24구. 이론적으로 8이닝도 가능한 투구수야."

"공은 충분히 봤으니깐 2번째 타석에서는 최대한 길게 끌고 가야겠어."

"3회랑 4회에 어떻게든 출루를 해야해. 유성이 타석에만 전력으로 던졌으니깐 유성이에게 좀 더 빠르게 그리고 더 많은 기회를 줘야해."

"괜히 부담감이 생기는데..."

가만히 선수들을 지켜보던 유성은 1가지 사실을 떠 올릴 수 있었는데 3회에 타석에 들어설 7,8,9번은 모두 베어스 선수들이었다.

국대 베어스 같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베어스 선수들이 많은 이번 대표팀이었기에 베어스 선수들도 나름 부담이 있었다.

이렇게 범가너 투구수를 계산하며 작전을 짜고 있는 타자들이었지만 투수쪽은 달랐는데 양현정은 5이닝이 이미 정해져있기 때문에 양현정도 봐주지 않고 5이닝에 맞추어서 힘을 실어넣고 있었다.

이후의 4이닝은 우규인을 비롯한 불펜진의 몫이기에 양현정은 5이닝만 무실점으로 막아내면 제 역할을 다 하는 것이었다.

"의정이형."

"어? 아차, 우리 수비지."

2회에 타석에 들어섰기에 장비를 잠시 풀어야했던 양의정은 급하게 김태곤의 도움을 받아서 장비 착용을 완료했다.

"의정이형."

"응?"

"5이닝뿐이지만 무실점으로 틀어막자."

"당연하지. 마음 같아서는 너랑 7이닝까지도 막고 싶은 심정이라니깐."

"그래? 그러면 그 기세로 가자고."

이제 경기는 3회 초로 이어지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90마일 슬라이더만 해도 145KM라서 KBO에서 초고속 취급 받는데

93마일 슬라이더는 광속 취급해도 무방한...

이 흐름이라면 2화 정도 더 쓰면 끝날려나...?

아니 3화는 잡아야할려나...

*

이능력 부분 수정했습니다.

주인공도 능력이 패시브라 거론이 잘 안되는 판에 메이저리거들에게 주는건 좀 아니었던거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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