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164화 (164/300)

<-- Chapter 33 - 2017 WBC 결승전 -->

전날 밤 결승전 라인업과 미국의 선발에 대해 알게 된 선수들은 꽤나 늦은 시간까지 분석을 했다.

"아오 진짜 범가너라니..."

"급하게 분석 자료 다 들고 와서 분석했다지만 어렵겠는데..."

"직구면 직구 변화구면 변화구... 뭐 이런 만능이 있는거냐."

대표팀 선수들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고통 받고 있었다.

범가너라니 지난 시즌에 이닝 2위, 삼진 3위, 방어율 4위를 기록한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거기다가 포스트시즌이 되면..."

지난 시즌까지 포스트시즌 통산 15경기에서 13번 선발로 나와서 97.1이닝 8승 3패 1세이브를 기록한 그는 1.94이라는 터무니 없는 방어율을 기록했다.

통산 방어율이 아슬하게 2점대 방어율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매년 200이닝 이상을 소화해주는 철인이기도 했다.

"시즌 중에도 2점대 후반인데 포스트 시즌에 들어가면 1점이나 더 떨어진다니..."

"WBC 결승전에 걸맞는 빅게임 플레이어네요."

솔직히 말해서 선수들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매드범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터무니 없는 이 선수를 상대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처럼 중요한 경기에서는 커쇼보다 더 뛰어나다는 소리까지 듣는 선수였기에 한숨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커쇼가 왔어도 힘들었을꺼 같지만..."

커쇼의 포스트 시즌 자료를 살펴보면 마지막 이닝에서 방어율이 25.92까지 오를 정도로 오르지만 그 마지막 이닝 전까지만 해도 1.97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 차이는 뭐라고 설명해야할까..."

"괜히 범가너가 철인인게 아니겠죠."

커쇼의 기록까지 가져와서 분석했지만 하면 할수록 한숨이 나왔다.

커쇼는 그래도 한계점이라도 보여주었지 범가너는 답도 없었다.

"100구 제한이라서 오히려 더 마음껏 던질꺼 같아서 무섭단 말이지."

"그렇네. 100구 넘어서도 날뛰는 놈이 100구 제한 걸리면 그만큼 힘을 더 쓸테니..."

"우리 진짜 7이닝에 저녀석 끌어 내릴 수 있는걸까."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뭔데?"

"포수가 버스터 포지잖아요."

"아... 같은 팀이지."

범가너와 포지.

같은 팀에서 호흡을 맞춘 메이저리그 최고의 배터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이었다.

"우리한테 무슨 원망이라도 있는걸까."

"미국이 이번에 처음 결승에 올라온거라서 그런거 같기도 하네요."

"...솔직히 말해서 제발 그 이유면 좋겠다."

언제까지 한숨을 쉴 수는 없었다.

가능한 모든 자료를 정리하여 준비한 선수들은 경기 당일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노력했으면 오후가 되서야 일어난 선수도 있었을 정도니 대충 감이 올 것이다.

"좋아. 이제 경기 시작까지 몇시간 밖에 안 남았어."

"...작전대로 잘 할 수 있을까요?"

"우리를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게 만든 투수들이나 유성이를 믿어."

"왜 책임이 유성이한테 가는걸까요."

"나도 몰라."

가벼운 이야기로 분위기를 조금 풀어버린 선수들이지만 막상 경기장에 도착해서 벌써부터 관중들이 대부분 찾아온 경기장의 모습과 이미 도착한 미국 대표팀의 모습에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과연 결승전인가..."

"그나마 다행인건 오늘 경기에서 우리가 홈팀 자격으로 뛰기 때문에 초가 아니라 말 공격을 한다는거지."

만약 리드를 잡을 수 있다면 9회 말 공격을 안하기 때문에 경기가 조금 더 빨리 끝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우선은 최대한 투구수를 늘리고 출루하면서 리드를 잡는 것을 목표로 한 대표팀이기에 경기가 시작되어야 알 수 있었다.

"일단 준비하자."

"네."

선수들이 차분하게 그라운드에 적응하면서 몸을 푸는 사이에 미국 대표팀도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다.

대한민국 VS 미국

외신에서는 06년에 양팀이 맞붙은 이후로 11년만에 다시 맞붙게 되었기에 미국의 복수전 같은 기사를 쓰기도 했는데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기사는 아래의 기사였다.

[첫 대회가 시작되고 11년만에 결승에 오른 야구 종주국 미국은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8년만에 다시 결승에 올라온 대한민국은 이번에야말로 우승 할 수 있을 것인가.]

솔직히 미국 입장에서는 굴욕일 수도 있겠지만 첫 대회인 06년에 A로드, 데릭지터, 마크 테세이라와 같은 선수들이 합류하고도 4강도 못 갔다는 점은 큰 굴욕이었다.

그래서 2,3회 대회에서는 전력과 네임벨류가 떨어졌지만 이번 4회 대회에서 다시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참여하며 1회 대회에 맞먹는 라인업을 완성하게 되었다.

그 정점에는 당연히 지명투수로 합류한 범가너가 있었다.

게다가 범가너는 자신만만하게 한국을 상대로 무실점을 기록하겠다는 말까지 했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이러하다.

"뒤늦게 합류한만큼 최대한 긴 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겠습니다."

"긴 이닝이면 어느정도를 생각하고 있나요?"

"7이닝 정도 소화하는걸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소식은 한국에게도 전해졌는데 범가너의 7이닝 무실점 선언을 듣고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녀석도 7이닝을 맥시멈으로 보고 있어. 그렇다고 성급한 승부는 하지마 까딱 잘못해서 투구수가 남기라도 하면 녀석은 8이닝, 9이닝까지 올라올 수 있는 철인이니깐."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7이닝째에 어떻게든 점수를 내야할꺼 같은데 말이죠."

"그래서 감독님이 널 4번으로 넣고, 두 형들을 대타로 놔둔건가 싶기도 해."

범가너의 인터뷰가 끝나고, 한국쪽으로 넘어온 외신은 유성을 찾았다.

4강까지 10홈런을 기록하며 가장 유력한 대회 MVP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장원정도 유력한 후보였다.

3경기동안 16이닝을 소화하며 단 3실점을 하며 1.69라는 압도적인 방어율을 기록했기 때문이었는데 임펙트로 본다면 장원정보다는 유성이 더 높게 평가 받고 있었다.

게다가 장원정은 결승 선발이 아니었기에 유성이 홈런을 더 추가하면 볼 것도 없이 유성이 MVP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영어가 가능한가요?"

"네. 물론이죠.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서 학생때부터 영어를 배워놨거든요."

"와우, 생각보다 더 잘하시네요. 그러면 질문을 하겠습니다. 범가너가 7이닝 무실점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7이닝 채우기 전에 꼭 홈런 1방 때리도록 하겠습니다."

"정말인가요?"

"물론이죠. 전 4강에서 3연타석 홈런까지 치면서 감각도 최고 수준으로 올라왔어요. 당장 시즌 시작해도 될 정도라니깐요?"

꽤나 떨어진 곳에서는 유성이 영어로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며 일부 선수들은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인터뷰를 보고 있던 미국 선수들은 유성을 더욱 집중 견제해야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때?"

"재미 있군. 다른 녀석들을 볼넷으로 보내는 한이 있더라도 저녀석과는 꼭 승부를 해야겠어."

"볼넷까지는 너무 나간거 같은데..."

"뭐 어때? 우리 조합이면 충분히 녀석을 상대할 수 있잖아?"

"하긴 그렇지."

본래 범가너가 합류하지 않았다면 텍사스의 루크로이가 마스크를 착용했겠지만 범가너의 합류로 포지가 마스크를 쓰게 되었다.

둘 다 뛰어난 공격력을 보유하였지만 루크로이가 조금 더 수비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는데 바로 몰리나와 맞먹는 프레이밍 때문이었다.

프레이밍만 따지면 몰리나 이상일지도 모른다는 소리까지 있을 정도의 포수지만 범가너가 결승전의 포수를 바꿔버린 것이었다.

어찌되었든 둘 다 뛰어난 공수 만능형 포수라는건 변하지 않는 것이기에 별 다른 문제 없이 양팀의 라인업이 공개되었다.

대한민국의 라인업이 조금 빨리 나왔는데 이 라인업을 보고 모두가 놀랐다.

이대오와 김태규가 빠진 라인업이기 때문이었다.

[정말 생각도 못한 라인업인데요.]

[이대오 선수와 김태규 선수가 4강에 부진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뺄 줄은 몰랐네요.]

[게다가 박선민, 손아성 선수까지 빠졌어요. 그러면서 엔트리에 대대적인 변화가 생겼네요.]

- 이렇게까지 갈아버릴 줄은 몰랐는데...

- 그래도 여차하면 대타들 나와서 장타쇼 할 수도 있겠네.

- 범가너가 상대라서 장타쇼는 무리지만...

[이 라인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가 관건이네요.]

[그래도 좋은 점을 꼽자면 박유성 선수가 소속팀에서 차지하고 있던 4번 자리로 왔다는 점과 민병호 선수가 3번에 들어오면서 1번부터 4번까지 전부 도루가 가능할 정도로 빠른 선수로 채워졌다는 점인데요.]

[여차하면 흔들 수도 있겠군요.]

[그렇죠. 뒤에 양의정 선수랑 김해성 선수가 있으니 장타력이 이대오, 김태규 선수가 있을때보다는 모자라도 어느정도 보강이 될겁니다.]

- 김해성은 아직 경험이 모자라서 힘들꺼 같은데...

- 유성이처럼 특출나게 잘하는 괴물이 아닌데 갑자기 6번이나 줘버리면...

- 그런대 뒤에 3명 장타력 생각하면 타순은 이게 맞음. 어차피 지타로 나왔으니 수비 문제도 없고.

[그래도 이대오, 김태규 선수가 결정적일때 해준게 있는데 애매하네요.]

[아마 그 경험은 대타 카드로 쓰기 위해 놔두지 않았나 싶네요.]

- 그래. 아무리 감이 노답이라지만 결정적일때 해준게 있는데 너무 확 뺀거 아닌가?

- 그러면 오늘도 암 걸리는 경기력을 보라고?

일부에서는 격렬한 논쟁이 일어날 정도로 이 엔트리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냉정하게 상황을 보고 있던 일부 팬들은 범가너라는 선발 투수의 존재를 생각하면 차라리 이 엔트리가 좋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 하기도 했다.

- 범가너 내려간 뒤에 이대오, 김태규 그리고 박유성이 연달아서 치면 단숨에 뒤집을 수도 있을꺼 같은데?

- 왠지 이게 맞을꺼 같다.

- 그래 1,2,3,4번까지 다 빠르니깐 커트하면서 버티다가 주력빨로 어떻게 출루 하는 방식도 있잖아.

결과적으로 엔트리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기에 금방 의견들이 정리되고 경기에 이목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공개된 미국의 엔트리를 보고 한숨이 나올 수 밖에 없었는데 1회 대회만큼은 아니라도 터무니 없는 엔트리인 것은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1번 2루수 이안 킨슬러

2번 중견수 아담 존스

3번 좌익수 크리스티안 옐리치

4번 3루수 놀란 아레나도

5번 1루스 에릭 호스머

6번 우익수 앤드류 매커친

7번 유격수 브랜든 크로퍼드

8번 지명타자 지안카를로 스탠튼

9번 포수 버스터 포지

선발 에디슨 범가너

- 하... 이걸 어떻게 이기냐.

- 아니 스탠튼이랑 포지는 왜 저기 있어...

- 이거 이기면 진짜 대한민국 짱짱맨이다.

해설진들도 이 라인업을 보자 말 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이 타선의 공포가 어느정도인지 말하자면 1번 킨슬러, 2번 존스, 4번 아레나도, 5번 호스머, 6번 매커친, 8번 스탠튼 전부 지난 시즌에 20홈런 이상을 때려낸 타자들이고 일부는 아예 40홈런을 때린 타자도 있었다.

나머지 3명의 타자들은 별거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저 3명도 전부 10홈런 이상을 때려내며 장타력을 보유한 타자들이었다.

- 이 타선에게 홈런 몇개쯤 맞을까?

- 최소 3홈런은 맞게 생겼는데...?

이런 이야기가 나올 정도의 상황에서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드디어 경기 시작이다!

170화 전에는 WBC 끝나니 걱정 마시길...

그런대 17시즌 빠르게 넘기려고 했는데

심판 사건 때문에 어느정도 다루어야 할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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