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32 - 2017 WBC BIG4 -->
대한민국의 경기가 끝나고, 다음날 일본과 미국의 4강전이 펼쳐졌다.
장원정이나 일부 선수들은 숙소에 머물렀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경기장을 찾았다.
"누가 올라올까?"
"아무래도 역시 미국이 올라오겠지?"
"하긴 저 전력이라면 미국이 유리하지."
냉정하게 봐서 대한민국의 상대는 미국이 유력했다.
하지만 예상외로 일본이 초반부터 경기를 투수전으로 끌고 가며 경기는 팽팽하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지만... 설마는 아니겠지?"
"그건 아니에요. 일본 투수는 지금 전력으로 던지고 있으니깐 오래 가지 못해요."
"그런가?"
유성이 본것은 정확했다.
대한민국의 결승 진출 소식에 일본도 나름 힘이 들어간 상황이었다.
"문제는..."
"미국이 너무나 안정적이라는거지."
"네. 게다가 일본은 우리처럼 확실한 한방 타자가 없으니깐."
"하하..."
자신을 말하는 것이었기에 유성은 어색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전날 4강전에서 3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며 이번 대회에서만 10개의 홈런을 때려낸 유성은 가장 유력한 대회 MVP 후보였다.
그래서인지 과거 13년 대회에 유성이 참가했다면 그때도 최소 2라운드까지는 진출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고보면 박유성 선수가 13년 WBC에 참가했다면 그때 최소 2라운드는 갔을꺼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말이죠.]
[13년이면 이제 막 1군 첫 시즌을 준비하는 신인이었기에 뽑을리가 없었겠지만요.]
[그렇죠. 아무튼 일본과 미국의 경기가 4회를 지나 5회를 향하고 있는데요. 아직도 0대0이네요.]
[어제 경기에서도 초반에는 투수전이었는데 이 경기는 투수전이 좀 더 길게 이어지고 있군요.]
- 둘 다 전력 다 소모하고 아무나 올라와라.
- 그런대 지금 루머 하나 퍼지고 있던데.
- 또 뭔 루머?
- 미국에 지명투수 1명 합류했다던데?
- 루머가 맞다면 대 결승용 투수인건가!?
현지 언론은 물론 한국에서도 조금씩 루머가 퍼지고 있었는데 미국에서 결승을 위해서 지명투수를 1명 불렀다는 루머였다.
"미국에서 지명투수를 데려왔다던데 누구일까?"
"지명투수 명단에 커쇼, 범가너, 신더가드 같은 투수들의 이름이 있었으니 그 중에 하나겠죠."
"3명 다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데?"
"제일 무서운건 다저스타디움의 주인인 커쇼지만요."
클레이튼 커쇼, 메디슨 범가너, 노아 신더가드.
규정이닝으로 한정할 경우 1점대 방어율을 2번이나 기록하였으며 2년 전에는 300K를 달성하기도 했던 현존 최고의 투수 커쇼.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방어율 4위, 이닝 2위, 삼진 3위를 기록하며 자신이 커쇼와 비견될 최고의 투수라는 것을 보여준 포스트 시즌의 괴물 범가너.
15시즌에 데뷔하면서 토르라는 별명을 얻더니 지난 시즌 방어율 3위, 삼진 4위라는 성적을 기록하며 새로운 괴물의 등장을 알린 신더가드.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
"그렇죠? 그러니깐 일본이 이기기를 빌어봅시다."
커쇼, 범가너, 신더가드 같은 괴물 투수와 결승에서 맞붙을 바에는 한일전을 또 치르겠다는게 유성의 생각이었고, 유성의 이야기를 들은 선수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기가 원래 원하는대로 안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으니 일본 선발 투수가 놀랍게도 6회까지 무실점을 기록하는 투혼을 펼쳤음에도 7회부터 이어진 일본 불펜진이 무너지면서 미국이 리드를 잡기 시작했다.
[6회까지 잘 버텼던 일본이지만 7회부터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결국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이로써 대한민국의 결승전 상대는 미국이 되었네요.]
[오늘 경기를 본다면 푸에르토리코전보다 더 힘들 수도 있고, 역으로 더 쉬울 수도 있겠는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그전에 미국에서 지명투수가 1명 합류했다는 소식이 들어왔거든요? 아마 그 투수가 결승전을 위한 비밀병기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가장 힘든 경기가 될꺼라고 봅니다.]
[그렇군요. 미국에서 누굴 데려왔을까요?]
[지명투수 명단을 보면 다들 알만한 유명하고 또 뛰어난 투수들이 있기 때문에 누가 오든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힘들겁니다. 예상은 저도 누가 올지 모르겠는지라 못 하겠네요.]
- 진짜 꽁꽁 숨겨놨나본데?
- 박사장님 반응 봐서는 커쇼는 아닌거 같다.
- 대체 누가 오는거지...
모두들 고민에 빠졌을때 미국 대표팀은 숙소로 돌아와서 마지막 경기를 준비했다.
"이렇게 합류해줘서 고맙네."
"뭘요. 시즌 전에 한번 뛰어보고 싶었으니 괜찮습니다."
그의 합류로 결승전 투수 운용이 한층 편해졌다.
그 정도 되는 투수라면 100구 제한에도 불구하고 6이닝은 가볍게 막아줄테니 남는 이닝만 잘 막으면 문제 없을 것이다.
"한국의 괴물이 과연 어느정도의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지는군."
"아무리 괴물이라도 녀석에게는 힘들겁니다."
"그렇게까지 자신 안 하는게 좋지만... 그래도 기대되기는 하는군."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를 데려왔으니 자신감을 가지셔도 좋습니다."
결전은 내일이었다.
그런 미국과의 결전을 펼칠 대한민국의 분위기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미국의 경기를 보고 숙소로 돌아온 선수들은 내일 펼쳐질 미국전을 위해 모든 자료를 준비했다.
"어차피 이제 몇시간 밖에 안 남았어. 경기 보러 가기 전에 훈련을 해놨으니깐 남은건 내일 경기를 위해 최상의 몸상태를 유지하는 것뿐이야."
"대신 상대 팀의 자료를 철저하게 분석해야겠죠."
"관건은 내일 미국 선발이 누구냐인데..."
"냉정하게 보자고. 유성이 말고는 아무도 못 친다고 생각하고 준비하자."
"왜 기준이 그렇게 되는건데?"
"그럼 이번 대회에서 유성이보다 잘 하는 사람이 있던가?"
"...없지."
"그러니깐 유성이가 기준인거야."
다른 타자들은 몰라도 유성은 공략이 가능하다.
그 정도로 높은 기준을 설정하며 대표팀은 내일 경기를 준비했다.
"그런대 그 정도 투수가 나오면 우리는 무슨 도움이 되는거죠?"
"투구수 늘려서 빨리 끌어내려야지."
"...결국 그 작전이군요."
"별 수 없잖아? 까딱 잘못했다가 미국 선발이 100구로 9이닝 다 던져버리면 우린 뭐할틈도 없이 쓸려나갈테니깐."
그런 상황에서도 유성은 자료를 보며 조용히 내일 경기를 준비했다.
애초에 유성의 능력을 생각하면 유성 자기자신은 딱히 볼 필요가 없지만 다른 타자들이 자신에게 조언을 구할 경우를 위해서라도 봐둘 필요가 있었다.
"유성아."
"...네?"
"니 생각은 어때?"
"역시 투구수를 늘리는 작전이 좋겠죠. 우리쪽에서 출루를 얼마 못한다고 가정하면 저도 빨라야 6회쯤에 3번째 타석을 맞이할테니깐요."
"100구 제한이니깐 9이닝 다 던진다고 하면 이닝당 몇구지?"
"이닝당 11구면 99구로 100구가 되요."
"하지만 우리가 작정하고 투구수를 늘리기 위해 버틴다면 이닝당 13구 이상은 던지게 만들 수 있을꺼야. 그렇게 계산하면 어떻게 되지?"
"7이닝 정도가 될꺼에요."
"7이닝이라... 8,9회에 뒤집는 경우가 아예 없던 것도 아니지만... 6이닝으로 끊게 만들려면 어느정도지?"
"어... 이닝당 16구요."
"아, 그건 어렵네. 별 수 없다. 투구수를 늘리는 작전으로 최대 7이닝까지만 던지게 만들자. 가능하다면 6이닝을 채우면 바로 내리게 만들고 말이야."
대표팀은 목표를 정했다.
최대 7이닝까지는 그 투수에게 당해주겠다는 마지노선을 말이었다.
유성이 꾸준히 장타를 때려준다고 가정한다면 7이닝을 채우기 전에 끌어 내리겠지만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그들은 철저하게 유성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대오와 김태규가 없었기에 가능한 움직임이었고, 그 둘과 친한 선수들도 이 결정을 납득할 수 있었다.
4강에서 보여준 유성과 이대오, 김태규의 차이가 확연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김인신 감독이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내일 미국 선발에 대한 정보가 들어왔다. 그래서 조금 이르지만 내일 라인업을 발표하겠다."
'왔나.'
'감독님의 성향이라면 4강과 동일하게 갈려나?'
'유성이를 빼는 터무니 없는 일을 하시지는 않겠지...'
1번 좌익수 이영규
2번 2루수 서건수
3번 우익수 민병호
"어?"
4번 중견수 박유성
5번 포수 양의정
6번 지명타자 김해성
"아?"
"잠깐..."
7번 3루수 허경인
8번 1루수 오재훤
9번 유격수 김재후
선발투수 양현정
"감독님. 대오 선배랑 태규 선배는요?!"
"그 둘과 이야기를 나누고 결정한 것이다."
"..."
"아예 빼는건 아니다. 필요할때 대타로 쓸꺼니깐."
결과적으로 이대오와 김태규가 빠지고 완벽하게 유성을 중심으로 하는 타선이 만들어지면서 선수들의 계획 자체는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러면 내일 경기에서 나랑 건수랑 병호까지 3명이서 1회에 나서고 상황에 따라 유성이가 2회에 선두 타자로 나서는건가...'
"그나저나 정리해보니 수비 비중이 높은 라인업이네요?"
"그러고보니..."
"너희 아직 하나 안 들은게 있는데 말이야."
"그러고보니 내일 선발이 정해졌다고..."
양현정이 상대할 미국의 선발은 대체 누구인가.
"바로..."
*
"설마설마 했지만 진짜 나올줄이야."
"당황하지말고 작전을 다시 정리해보자."
"네."
유성이 4번으로 들어간 이상 1,2,3번은 철저하게 투구수를 늘리고 출루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어떻게 1번만 출루해도 유성을 빠르게 불러들일 수 있을테고 승부처인 6회 혹은 7회에 1방 날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일단 하위타선도 투구수를 늘리고 출루하는 쪽에 초점을 맞춰줘. 의정이는 일단 리드에 집중해야하니깐 그냥 풀스윙 3번 하고 들어가는 것도 고려해봐."
"해볼게요."
"해성이도 여차하면 1방을 노려. 대신 상황에 따라서 투구수를 늘리도록 해보고."
"네."
정리하자면 1~3번과 7~9번까진 전부 투구수를 늘리고 출루에 방향을 맞추는 것이었다.
5번 양의정은 포수 리드에 좀 더 신경을 써야하기에 뜬금포를 제외하면 기대할 것이 얼마 없고, 6번 김해성은 반반으로 맞겼지만 내일 상황을 예상하면 뜬금포를 노리는 스윙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
"결국 결정적인건 유성이에게 달렸네."
"그러게. 유성아, 내일 잘 할 수 있지?"
"솔직히 말해서 확답은 못하겠네요. 상대가 보통 상대가 아니다보니..."
"그렇지? 하지만 최대한 노력해줘."
"그건 당연하죠. 장담은 못해도 저정도 상대를 상대로 최선을 다 하지 않는건 이길 생각이 없다는거니깐요."
그때 그들 뒤에 두 거인이 나타났다.
"정 안되면 우리가 대타로 나가서 칠테니깐 힘들면 말해라."
"그래. 우리는 내일 딱 1타석만 노리고 갈꺼니깐."
"그럴 일은 없을거에요. 대오형, 태규형."
"그러면 좋겠다만..."
불안감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그들을 믿는게 베스트였다.
4번으로 나서는 유성과 대타로 준비할 이대오와 김태규 그리고 내일 선발로 나서는 나머지 8명의 선수들과 선발 양현정이 상대해야할 미국의 거대한 투수는 바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메디슨 범가너였다.
========== 작품 후기 ==========
네. 그렇습니다. 결승 상대는 포스트 시즌의 괴물 범가너였습니다.
명단 살펴보다가 신더가드도 있어서 고민 했지만 범가너는 포시에 각성하는 특성을 고려해서 나중에 또 만나게 될테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