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162화 (162/300)

<-- Chapter 32 - 2017 WBC BIG4 -->

프리드먼 사장이 결단을 내린 사이에 6대3으로 다시 점수가 벌어지자 일부 관중들이 경기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주력 득점 루트가 다시 돌아온 가운데 대한민국의 필승조를 생각하면 뒤집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투수 바꿀까?"

"..."

"이봐, 몰리나?"

"아니요. 그대로 가죠."

"그래? 알았어. 말하면 바로 바꿀테니깐."

몰리나는 승부가 길어지기 전에 끝내지 못했던 자신을 자책하는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다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쓰는게 맞아.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맹신해서는 안되고, 벤치에서 놀고 있는 머리들도 어느정도는 활용을 해줘야지."

몰리나의 모습을 보며 김인신 감독은 여럿이서 머리를 맞대어서 짜낸 전략이 승리한 것을 조용히 자축했다.

무사 2루 상황에서 몰리나는 이영규와 서건수라는 대한민국의 1,2번 타자를 단 2구만에 정리했다.

그 사이에 김태곤이 아슬아슬하게 3루까지 가기는 했으나 몰리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2아웃이기에 1회처럼 유성을 잡아낸다면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녀석... 모든 구종을 다 노리고 있어?'

유성은 보통 괴물이 아니었다.

사실 유성을 상대하기에 앞서 이영규와 서건수를 처리했던 투수를 내리고 유성을 상대하기 위해 4번째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으나 유성은 그 투수의 모든 구종을 다 노리고 있었다.

몰랐으면 모를까 알게된 이상 공략법을 찾아야하지만 몰리나로써는 답이 없었다.

투수가 커쇼 정도 되는 선수라면 모를까 지금의 투수진으로는 미안하지만 유성을 막을 수가 없었다.

결국 몰리나는 바깥쪽 낮은 코스를 요구했음에도 그걸 또 때려버리는 유성에게 패배를 인정 할 수 밖에 없었다.

'뭘 던지든 다 쳐버린다니... 이런 비상식적인 녀석이 나타날 줄은 몰랐군.'

[박유성의 대회 10호 홈런이 되는 투런 홈런! 이 홈런으로 스코어는 8대3까지 벌어지게 됩니다!]

[몰리나 선수 박유성 선수에게 3연타석 홈런을 맞으니깐 이젠 완전 해탈한 표정이네요.]

- 불쌍한거 봐.

- 몰리나의 잘못은 갓유성과 같은 팀이 아니라는 점.

- 그건 진짜 어쩔 수 없는건데...

유성에게 하도 당해서인지 동정 여론이 생기기도 했으나 어찌되었든 대한민국이 결정적인 리드를 잡았기에 이러한 반응이 나온 것이었다.

- 그나저나 솔로, 투런, 쓰리런까지 다 쳤네?

- 타자들이 일만 제대로 했어도 만루까지 치는건데

- 만루까지 치기에는 푸에르토리코가 불쌍함.

유성에게 홈런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이후 침착하게 이대오를 처리한 몰리나는 그렇게 길었던 7회 초를 마무리했다.

[푸에르토리코에게는 악몽처럼 길었던 7회 초가 드디어 마무리 되었네요.]

[우리에게는 매우 기쁜 이닝이었지만요.]

7회 말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차우천이나 원종헌이 아닌 장시화였다.

예상 외의 등판이었지만 해설진은 나쁘지 않은 판단이라고 생각했다.

[곧 시즌 개막이기도 하거든요? 점수에 여유가 생겼으니 소속팀을 생각해서 그동안 기회가 적었던 투수들을 등판 시킨듯 합니다.]

[차우천, 원종헌 선수는 벤치로 돌아왔고 불펜에서 박희서, 이현성 선수에 이대윤 선수까지 보이네요.]

[차우천, 원종헌 선수에 오승훈 선수까지 결승에서 사용할 생각이겠죠.]

[4강이 끝나고 하루 쉴 시간이 있지만 무리 안 시키는 것도 좋죠.]

남은 이닝이 3이닝뿐이었기에 지금 마운드에 오른 징시화부터 불펜의 3인까지 4명으로 해결할 생각인듯 했다.

장시화 0.2이닝 1피안타 1실점

박희서 0.2이닝 2피안타 1실점

이현성 1이닝 1피안타 무실점

이대윤 0.2이닝 3피안타 1실점

4명의 투수들이 3이닝동안 기록한 기록이었다.

장시화는 피안타가 솔로 홈런이 되면서 실점을 하였고, 박희서는 수비 실책이 겹치면서 실점을 하게 되었다.

이현성은 보다싶이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이대윤은 패전조로 나올 정도로 떨어진 페이스에서 알 수 있듯 1점을 더 실점했다.

그마저도 마지막에 유성의 호수비 덕분에 1점 더 안 내주면서 경기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타자들은 8,9회 합해서 단 1점만을 추가했으나 그 점수 덕분에 오승훈이 몸도 풀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최종 스코어 9대6으로 대한민국이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7회 말부터 좀 위험하다고 느꼈지만 그래도 결국 막아냈네요.]

[오승훈 선수가 불펜에서 몸 풀까 말까 고민하던 모습이 보엿던거 같은데 말이죠.]

[저희 입장에서는 오승훈 선수가 몸 풀기 전에 끝난게 다행이죠.]

- 안 나오던 투수들은 안 나올만 했네.

- 그나마 이현성은 제대로 했는데 결승 선발로 양현정이 나온다고 가정하면 효용성이 떨어지는데...

경기가 마무리 되고, 대한민국 선수들은 작은 축하를 했다.

아직 결승이 남아있기에 크게 하지는 못했지만 8년만의 결승 진출은 나름 즐길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오늘까지만 기뻐하고 내일은 회복과 결승 대비를 해야하는거 잊지 않았지?"

"당연하죠. 어떻게 온 결승인데 내일 철저하게 준비 해야죠."

그러는 사이에 김인신 감독과 코치들도 결승 선발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순서 상으로는 규인이지만 여러가지로 생각하면 역시 현정이가 좋겠죠."

"규인이는 여차하면 롱맨으로 쓸 수도 있으니깐요."

"결승전에서는 굳이 무리 안 시키는게 좋아. 결승 선발은... 양현정으로 하도록 하고, 대신 5이닝 정도만 던지게 하자고. 우규인은 2,3이닝 정도 맡기도록 하지."

"그러면 1,2이닝 정도만 불펜이 담당하겠군요."

"한국은 곧 개막이니깐 승훈이로 1이닝 채우면 될꺼야."

양현정을 굳이 1,2라운드에서 3차전에 등판시키면서 컨디션 조절을 시켜주었던건 결승을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해진 결과를 말하기위해 두 사람을 부른 김인신 감독은 잠시동안의 이야기로 결승전 투수 운용 방법을 확정했다.

"남은건 결승전 타선인데..."

"대오가 4강에 부진한게 아쉽네요."

"태규, 선민이, 아성이도 안타를 치지 못한게 아쉽네요."

"결승전이니깐 한번 타선을 크게 바꿔볼까 싶기도 해."

이대오와 김태규는 이번 대표팀이 마지막이다.

반면 유성은 앞으로도 꾸준히 나올 수 있는 젊은 선수였다.

"유성이 중심으로 타선을 바꿔보도록 하지. 이 다음 대회부터는 세대 교체가 시작될테니깐."

"둘 다 빼시는건 아니겠죠? 그러면 1루수가 없습니다."

"오재훤이는 왜 뽑았겠나. 이대오, 김태규 둘 다 나이가 있어서 1루를 못 볼때를 위해서 내야 멀티로 뽑았으니 이럴때 1루로 뛰게 해야지."

"...진심이신가보군요."

"두 녀석에게는 마지막 시험이 될지도 모르지."

김인신 감독은 타선을 구상하기 전에 두 사람을 먼저 불렀다.

다음 경기가 끝나면 자신도 은퇴하게 될텐데 이렇게 둘에게 시험을 줘도 되는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김인신 감독은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밀고 갔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미래를 위해서 말이었다.

"결승전에서 너희를 벤치에 놔두면서 시작할 생각이다."

"네?"

"감독님. 그게 무슨..."

"마지막이잖냐?"

그 말에 둘은 알 수 있었다.

김인신 감독도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감독님도 그런겁니까?"

"그래. 이제 대표팀도 바뀔테니깐... 너희에게도 마지막 시험을 줄게 있다."

"시험...이요?"

"미국은 분명 푸에르토리코보다 더 강할꺼야. 아마 푸에르토리코전처럼 유성이가 3홈런을 때리는 상황도 나오기 힘들겠지. 그러니 너희는 결정적일때 대타로 나서서 너희가 해결을 해줘야한다."

김인신 감독은 이대오, 김태규를 벤치로 보내는 대신 결정적일때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4강전의 부진이 마음 한 구석에 쌓여있던 두 사람은 조용히 납득했다.

부진하고 있는 자신보다는 뜨겁다못해 타선을 이끌고 있는 유성에게 힘을 실어주는게 자신들이 봤을때도 맞는 선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보면 감독님도 연세가 있으셨지."

"그러게. 감독님도 8년 전에 준우승의 기억이 있으니 이번에는 우승하고 싶으시겠지. 그래서 유성이에게 좀 더 힘을 실어준거겠고."

"솔직히 말해서 유성이한테 질투가 날 정도야. 이번 대표팀을 끝으로 4번 타자 자리와 10번의 등번호를 유성이한테 물려주기로 했는데 대회가 끝나기 전부터 4번을 내주다니..."

"짜증나냐?"

"짜증보다는 부진하고 있는 나에 대한 분노."

"그러냐? 나야말로 너한테 밀려서 더 짜증나던데."

"인정할건 인정해야지. 넌 일본에서도 제대로 못 뛰고 한국으로 돌아갔고, 난 일본을 정복하고 미국까지 갔잖아."

"이녀석이!"

30대 중후반에 덩치까지 거대한 두 사람이 싸우게 되자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하지만 우연인지는 몰라도 몇분이 지나도 주위에 사람이 1명도 몰려오지 않았다.

그때 유성이 등장했다.

"선배님들 여기서 뭐해요?"

"어? 유성이냐? 그러고보니깐 넌 언제까지 선배라고 부를꺼야? 대오는 편하게 형이라고 부르면서."

"뭐 어때서 그렇냐. 그냥 유성이 편한대로 하면 되는거지."

"아하... 그럼 태규 선배도 형이라고 부를까요?"

"그래. 편하게 해."

"네. 그럼 태규형, 대오형 전 감독님이 불러서 가볼게요."

"그래."

유성이 사라지고, 두사람은 현실을 받아들여야했다.

대표팀은 이제 변화가 생길것이었고, 그 시작은 자신 두 사람이었다.

그때 유성은 김인신 감독을 만나 자신이 4번으로 올라가고, 이대오와 김태규가 벤치로 밀려날 것이라는 것을 듣게 되었다.

"감독님. 차라리 제가 대타로 가는게 좋지 않을까요. 두 형 모두 마지막인데..."

"그래서 둘을 벤치로 보낸거야."

"...알겠습니다. 그러면 결승전에서 제가 4번으로 나가면 비워진 3번과 5번은 누가 들어오죠?"

"고민 중이야. 선민이랑 아성이도 준결승때 부진을 했다보니..."

김인신 감독도 골치가 아팠다.

이대오, 김태규를 빼버리고 박선민, 손아성도 보류로 밀어버리니 안 그래도 약한 타선이 더 약해진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별 수 없지."

1,2번은 변함이 없다.

문제는 4번으로 기회를 이어주기 위한 3번이었다.

손아성이 좋은 옵션이지만 여기서는 민병호를 넣기로 했다.

주력과 장타력 모두 갖춘 타자인만큼 테이블 세터와 연결 고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5번의 경우 그동안 휴식을 취하면서 컨디션 조절을 해왔던 양의정이 담당하기로 했다.

6번에는 백업 유격수로 있던 김해성을 지명타자로 넣으면서 장타력을 보강했고, 7번에 1루수로 나서는 오재훤, 8번에 3루수 허경인, 9번에 유격수 김재후를 넣는 것으로 라인업을 완성했다.

"이건 나에게도 시험이군."

이대오와 김태규가 빠진 가운데 박선민까지 빼버리면서 장타력만 따진다면 4강 라인업보다 약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라인업으로 승리를 거둔다면 더욱 값질 것이다.

"결전은 모래."

한편 미국 대표팀에는 1명의 선수가 합류했다.

바로 결승전을 위해서였는데 그 선수의 합류로 인해 미국은 우승을 확신 할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드디어 푸에르토리코전 끝!

다음화가 결승전의 시작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저 이제 쓰러집니다.

*

메이저리거들의 능력에 관한 부분을 수정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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