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161화 (161/300)

<-- Chapter 32 - 2017 WBC BIG4 -->

유성의 뛰어난 송구 능력은 경기장에서 경기를 보고 있던 스카우터들은 물론 VIP석에 있던 이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팀의 사장과 단장도 보고 있었다.

LA 다저스의 사장 앤드류 프리드먼과 단장 파르한 자이디는 유성의 놀라운 송구를 보며 감탄 할 수 밖에 없었다.

"정말 2억불을 준비 해야할지도 모르겠군."

"데뷔하자마자 30-30 클럽에 그 다음에는 40-40 클럽 그리고 2년전과 작년에는 2년 연속 50-50 클럽. 가장 유력한 60-60 클럽 후보죠."

"메이저에서 60-60 클럽을 할 수 있을까?"

"해당 시즌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홈런왕과 도루왕을 동시에 차지할 수도 있는 기록이니깐... 한국에서 어느정도까지 기록하느냐에 따라 갈리겠지만 한국에서 60-60 클럽을 기록한다면 메이저에서 60-60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자네치고 후한 이야기인데?"

"그가 이곳으로 넘어올때 24세에 불과하니깐요. 몇년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좋아. 성장 가능성까지 본거라면 납득할 수 있지. 문제는 그의 에이전트가 보라스라는거지."

"상황에 따라서 역대 최고 액을 제시해야할 수도 있겠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7회 초 푸에르토리코에 변동이 생긴 것을 보았다.

[오늘 3번째 투수를 마운드에 올리는 푸에르토리코입니다.]

[우리에게 남은 공격 기회가 3번에 9개의 아웃카운트가 있는데요. 현재 푸에르토리코의 투수진을 본다면 앞으로 1이닝씩 바꿀 확률이 높죠?]

[네. 어차피 우리도 남은 3이닝에 차우천, 원종헌, 오승훈 선수가 올라올 확률이 높기에 투수를 어떤 순서로 올릴 것인가와 그 사이에 점수를 추가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됩니다.]

- 이제는 진짜 불펜이 더 강한놈이 이기는 승부인가.

- 우리는 다행인게 여기서 한방 쳐줄 타자가 있으니깐.

현재의 타순이라면 늦어도 8회에는 유성의 타석이 돌아오게 된다.

8번부터 시작되는 대한민국 타선은 김재후가 오늘 첫 안타를 때려내며 선두 타자 출루에 성공했다.

[안타가 터져나오면서 무사 1루로 기회가 만들어진 대한민국입니다.]

[여기서 김태곤 선수가 잘 이어준다면 박유성 선수까지 갈 수 있는데요.]

'번트?'

타석에 들어선 김태곤은 벤치의 사인을 확인하고 고민에 빠졌다.

무사 1루.

아마 자신의 주력 같은걸 감안하면 병살 확률이 높기에 지시한 것일 것이다.

김태곤 본인도 납득했기에 번트를 위해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 몰리나는 병살을 잡기 위해 3루수를 3루보다 홈플레이트에 더 가까운 위치까지 전진 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번트 자세를 취하니깐 3루수가 바로 앞으로 나오는데요.]

[너무 많이 나왔는데요?]

[대신 유격수가 3루쪽으로 조금 이동하고 2루수도 2루 베이스 바로 뒤로 이동했네요.]

[1,2루 사이가 넓어졌지만 병살로 잡아낸다는 생각으로 수비에 임하고 있는 푸에르토리코입니다.]

[경기 후반인만큼 1점을 짜내는 것도 좋거든요. 그래도 이런 움직임이라면 오히려 병살을 당할 확률이 높습니다.]

푸에르토리코 내야진의 움직임을 본 김태곤은 잠시 타석에서 빠져나와서 벤치를 다시 보았다.

내야의 움직임을 본 이상 벤치에서도 작전에 변화를 줄 수 밖에 없었는데 문제는 김태곤이 이 작전을 얼마나 해줄지가 미지수였다.

"번트 연습은 많이 했어도 이건 거의 안 해봤을텐데..."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그 사인을 전해받은 김태곤은 순간 딸꾹질이 나는듯한 느낌을 들었다.

팬들에게 번티스트라던가 번트 장인 같은 소리를 많이 들었기에 번트에는 자신이 있지만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는 다른 이야기였다.

이럴때만 찾는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김태곤은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유성을 찾았다.

그리고 유성을 발견하자 유성도 자신의 시선을 느꼈는지 팔짱을 끼고 있던 손을 풀고, 손가락 5개를 펼치며 자신에게 보였다.

"5?"

유성과 5를 연관 지어본다면 딱히 연관 되는게 없었다.

유성의 다음 타석이 4번째 타석인 것과 오늘 타점이 4타점인 것을 고려해도 말이었다.

게다가 자신을 보자말자 5를 펼쳐 보인것을 보면 아마도 5구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5구째를 노리라는건가...'

그런 김태곤을 보면서 유성도 고민에 빠졌다.

"그냥 4개 다 펼칠껄 그랬나..."

"응? 무슨 소리야?"

"아무것도 아니에요."

타석에 들어선 김태곤은 일단 유성의 5구째를 위해서 초구를 지켜보았다.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라는 사인이 있기에 번트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나 공이 빠지는 것을 보고 바로 배트를 뺐기에 1볼로 시작할 수 있었다.

'좋아. 초구 볼이라면...'

'번트 대기는 좀 힘든 공이었지. 이번에는 대줄까?'

그렇게 두 포수의 생각이 갈리는 가운데 2구째는 아슬하게 번트를 댈만한 공이 들어왔다.

하지만 김태곤은 이번에도 자세를 풀었고, 스트라이크가 되었지만 오히려 다음 공을 기다렸다.

여기서 몰리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지만 아직 1S-1B이었기에 1개 더 찔러보면 알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1개 더 찔러 보려고 했으나 볼이 살짝 빠지면서 역으로 1S-2B의 카운트가 되었다.

'이녀석 오늘은 제구가 안 좋은 날인건가...'

가끔 투수들의 제구가 안 좋은 날이 있다.

앞서 2개의 공은 제대로 들어왔지만 이렇게 3번째부터 갑자기 흔들리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런 점을 감안한다면 리드에 좀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었다.

'일단 초점을 다시 맞춰야겠군.'

순식간에 생각을 정리한 몰리나는 바깥쪽으로 걸치는 공을 요구했다.

김태곤을 잡기 이전에 제구 문제를 해결해야했다.

그렇지 않으면 1번부터 이어지는 타선에게 또 얻어맞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다시 볼이 되는군요.]

[갑자기 제구가 흔들리는거 같은데요?]

[가끔 이런 경우가 있죠. 게다가 지금 투수가 제구가 좋은 편은 아닌 투수니깐요. 그래서인지 몰리나는 제구를 잡는걸 먼저 생각하는듯 한데요.]

여전히 번트 자세를 취하고 있던 김태곤은 볼이 빠지는 느낌이 들자 배트를 뺐고, 그 공은 다시 볼이 되었다.

[자, 이게 또 볼이 되면서 이제는 1S-3B이 되었는데요.]

[이렇게 되면 번트 자세를 그만 두어도 되지 않나 싶은데요.]

[여전히 번트 자세를 취하는 김태곤 선수입니다.]

[이쯤되니깐 드는 생각인데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가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아, 그런 방법도 있군요. 그런대 김태곤 선수가 번트는 잘 하는데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를 했던 기억은 거의 없는데 말이죠.]

[보면 알겠죠.]

'볼넷은 안돼. 뒤에서 병살로 처리한다고 해도 이런 제구력으로는 가능성도 낮고 위험하기만 해.'

그런 생각으로 몰리나는 한가운데 직구를 요구했다.

타자는 4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꾸준히 번트 모션을 취했기에 이번에도 번트 모션을 취할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면 번트를 대주고 어떻게 1루 주자를 처리하는 방향으로 가는게 좋았다.

그때 주자가 뛰었다.

[주자 뜁니다!]

갑작스러운 주자의 움직임.

김태곤이 유성의 5구째에 정신이 팔려서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지만 김인신 감독은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에 한가지 작전을 더 추가했다.

바로 런 앤 히트였다.

1S-3B 카운터가 만들어지자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질 것이라고 예상한 김인신 감독은 김태곤이 슬래시를 제대로 해줄 것이라 믿고 2중 작전을 걸었고, 김태곤은 공을 던지는 것을 보자 번트 모션을 취소하고 타격 자세에 돌입했다.

그리고

딱!

[그리고 쳤습니다!]

[1,2루를 완전히 가르는 안타!]

먼저 스타트를 뛴 주자는 이미 2루를 지나 3루로 향하고 있었고, 타구가 마침 바운드가 튀면서 옆으로 더 흘렀기에 우익수가 잡기까지 찰나의 순간이 더 소요되었다.

여기서 김태곤이 과감하게 2루까지 달렸다.

'1루에서 멈추면 병살 당할 확률이 높아. 하지만 어떻게든 2루까지 간다면!'

그렇게 생각하며 이 악물고 김태곤이 달리는 사이에 공을 잡은 우익수도 2루로 송구를 시작했다.

의외로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지만 공이 먼저 2루수에게 도달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또 3루 주자가 딜레이드 스틸로 다시 홈으로 뛰었기에 김태곤은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공을 받은 2루수는 김태곤에게 태그를 하자마자 홈으로 던졌다.

3루에 있던 주자가 스타트가 느렸기 때문이었는데 문제는 2루까지 달린 김태곤에게 태그를 한다고 송구 타이밍이 늦어졌고, 결국 홈 승부마저 아슬아슬 해졌다.

남은 것은 2루심과 주심의 판정.

주심은 고민되는듯 잠시 뜸을 들였지만 2루심은 홈에 공이 도착하는 걸 보고 바로 세이프 판정을 내렸다.

"세이프!"

그리고 그 뒤에 주심마저 세이프 판정을 내렸다.

"세이프!"

2루와 홈 모두 세이프였다.

스코어가 다시 6대3으로 벌어지고, 무사 2루 상황에서 1번 타자부터 다시 타순이 이어지는 최고의 찬스를 맞이하게 된 대한민국 타선이었다.

[완벽하게 지략 싸움에서 승기를 잡은 대한민국입니다!]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를 진짜 할 줄은 몰랐지만 거기에 런 앤 히트를 추가할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그 중에서도 김태곤 선수의 안타와 2루까지 달리는 끈기가 특히나 중요했다고 봅니다.]

- 국대포수 지렸다

- 김태곤 다이노스 핵심설 또 떠오르겠네.

누가봐도 완벽하게 대한민국이 푸에르토리코의 작전을 부숴버리고 리드를 가져온 것이었다.

여러가지 자잘한 요소가 겹치기는 했지만 어찌되었든 결과는 세이프였기에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분위기를 타기 시작했다.

"끝났군."

"그래. 이 1점에 타자까지 2루까지 갔으니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갔는데다가 괴물이 또 한번 타석에 나올테니..."

그렇게 경기장을 떠나는 그들은 모래 펼쳐질 결승전을 기대하고 있었다.

결승전에 미국이 올라올게 유력했기에 저 괴물의 한계를 알아보려면 오늘 경기와 함께 가장 좋은 경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VIP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프리드먼 사장은 아직 유성의 타석이 돌아오지 않았음에도 결단을 내렸다.

"KBO와 3천만불 선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고 있다고 했던가?"

"네. 그래서 일본쪽은 5천만불까지 늘리는쪽으로 수정 중이라고 합니다."

"박유성이 포스팅으로 나오면 3천만불 넣고, 다음 타석에서 또 홈런 치면 연봉은 2억불에서 시작하자고."

"네."

어느덧 유성의 포스팅이 2년도 안 남게 된 순간 몸값이 2억을 돌파하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유성이는 하나의 구종을 노리고 들어가는 게스히팅보다는 걍 오는 공을 날려버리는 스타일

능력이 무슨 공이 어디로 오는지 아는 능력이다보니 그렇게 되었죠.

몰리나는 액티브지만 유성이는 패시브라서 차이점도 있지만...

진짜 메이저 오자마자 적응 잘하면서 3할 5푼 이상에 40-40 하는 타자 있으면 2억불은 가볍게 터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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