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158화 (158/300)

<-- Chapter 32 - 2017 WBC BIG4 -->

1회가 0대0으로 마무리 되고 2회로 넘어가게 되자 대한민국 대표팀은 계획을 바꿀 필요성을 느꼈다.

"초반은 버리자. 일단 선발을 끌어내리던가 해야겠어."

"네. 본격적인건 3회나 4회부터 해요."

그렇게 생각하며 대표팀은 조금은 경기를 길게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보통이라면 상대팀이 이러한 작전을 예측할 가능성은 낮았다.

문제는 상대팀에 몰리나라고 하는 포수가 버티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저쪽은 분명 투수구를 늘릴려고 할꺼야."

"그래요?"

"괜찮아. 리드는 내가 하는거고 넌 타자들을 손쉽게 잡아낼 공을 가지고 있으니깐."

"그렇죠?"

"그래. 그러니깐 리드대로 잘 던져."

대한민국이 좋은 피칭을 보여주었으니 이쪽도 좋은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느낀 것이었다.

그렇게 1회에는 나오지 않았던 아껴둔 구종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마 코레아에게 맞지 않았다면 커브는 2회나 3회에 나왔겠지. 하지만 우리도 아껴두고 있는게 있단 말이지.'

포심와 투심 그리고 슬라이더만으로 마무리 했던 1회와 다르게 또 다른 구종을 꺼내면서 대표팀은 1회보다 더 적은 투구수로 물러나고 말았다.

"저게 뭐야?"

"커터네요."

"골치 아프네. 직구 2개에 슬라이더도 까다로웠는데 커터까지..."

이대오, 김태규, 박선민

세 타자 모두 커터로 인해 땅볼로 물러났다.

"저쪽도 투구수를 아끼는 쪽으로 고려 중이라는거겠죠."

"생각 이상으로 힘들어지겠구만."

[몰리나가 정말로 영리하네요. 보면 타자들이 초구를 지켜보면서 투구수를 늘리려는 그런 움직임이었는데요. 아껴둔 커터를 꺼내면서 투구수를 오히려 절약해버렸습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가 적이라는건 정말이지 어렵네요. 게다가 오승훈 선수와 같은 팀이기도 하니깐 더욱 골치 아프겠어요.]

대표팀 투수진에서 최고의 전력은 오승훈이었다.

9회를 완벽하게 틀어막는 그 능력은 대표팀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몰리나의 존재로 오승훈이 이전같은 모습을 보일 확률이 낮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9회까지 가는걸 걱정해야할 판이지만...'

차라리 미국이 4강 상대였으면 어떨까 싶을 정도로 푸에르토리코의 전력은 대단했다.

설사 대진이 바뀌었다고 해도 결국 결승에서 만나게 될테니 변하는건 없겠지만 박찬오는 대표팀은 어쩌면 여기가 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이닝은 2회 말로 넘어가고 있었고, 푸에르토리코의 선두 타자는 몰리나였다.

"어중간한 볼배합으로는 힘들꺼야."

메이저리그에서 20홈런을 기록하기도 했고, 작년에도 3할에 10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였다.

포수라는 포지션이 아니었다면 더 뛰어난 성적이 나올 수도 있었기에 대한민국 배터리는 이대오 이상의 타자라고 가정하고 승부를 준비했다.

가지고 있는 패는 이미 다 보여주었으니 지금부터는 배합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승부였다.

[과연 김태곤 선수의 볼배합이 몰리나를 속일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인데요. 몰리나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가 된건 뛰어난 공격력 이전에 몇년째 골든글러버를 수상할 정도로 수비에 인정 받았던 선수거든요.]

그 말대로 몰리나는 김태곤이 어떤 식으로 볼 배합을 가져갈지 예상하고 있었다.

'1회에 직구 비중이 높았으니 2회에는 변화구 비중이 높아질려나?'

변화구 비중이 높아진다면 슬라이더가 유력할 것이다.

커브는 딱 1번 보여줬고, 체인지업은 직구를 쓰지 않으면 효과가 비교적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초구부터 슬라이더가 들어왔다.

'슬라이더가 예상대로 왔으니 다음은 직구일려나?'

이어서 2구째로 살짝 빠지는 볼이 되는 직구가 들어오면서 몰리나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잘 맞아도 탈인가.'

아무튼 이런 상황이라면 체인지업 혹은 슬라이더가 들어올 것이다.

예상대로 3구째는 슬라이더.

'볼 카운트를 잡기 위해서 던지는 슬라이더라...'

일단 2S-1B이 되었으니 더욱 집중을 해야하는 시점이었다.

슬슬 체인지업이 나올때도 되었는데라고 생각하며 기다린 4구째는 예상 외로 커브였다.

커브의 등장으로 몰리나의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볼카운트로 2S-2B이 되면서 저쪽은 하나의 여유가 있지만 이쪽은 여유가 없었다.

그럴때를 위해서 있는게 바로 타임이었기에 몰리나는 적절한 타이밍에 타임을 요청했다.

"왜 그래요?"

"머리가 복잡해져서 말이야."

"확실히 저쪽 배터리가 과감성이 있어요."

"제구력이 되다보니 가능한거지만 말이야."

뒤에서 기다리던 6번 타자 린도어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몰리나는 범위를 좁혀들어가기로 정했다.

"커브는 보여주기 용도고, 체인지업이 나올 확률이 높겠지. 직구랑 슬라이더도 가능성 있겠지만 지금 볼카운트에선 체인지업이겠지."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들어선 몰리나는 체인지업을 노렸다.

만약을 위해 직구와 슬라이더에 대한 준비도 조금은 해두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기다린 5구째는 직구였다.

딱!

[파울이 되는군요.]

[보니깐 체인지업이나 슬라이더를 노린거 같은데요.]

[체인지업은 얼마 안 던졌으니 슬라이더를 노렸을 것 같기도 한데요.]

직구가 날아오기는 했지만 체인지업의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었다.

그리고 6구째가 다시 직구로 날아오자 아슬하게 파울로 만들어낸 몰리나는 계획을 변경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3연속 직구라는 터무니 없는 짓을 한 녀석들이지만 그걸 이용해서 변화구로 낚아버린 전적도 있지.'

어쩌면 1회의 피칭이 2회를 위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들의 피칭은 예상을 넘고 있었다.

그렇게 직구냐 체인지업이냐 아니면 다른 변화구냐로 고민 하는 사이에 날아든 7구째는 스트라이크 존 낮은 곳에 정확히 들어가는 커브였다.

"당했군."

[삼진 아웃! 몰리나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장원정!]

[이 공은 정말 좋았네요.]

[네. 존에 정확히 들어가면서도 낮게 잘 들어간 커브였죠.]

다음으로 타석에 들어선 프란시스코 린도어는 초구부터 과감하게 스윙을 시도했다.

마침 초구가 직구였기에 타구는 멀리 날아가기 시작했고, 까딱하면 넘어갈지도 모르는 타구였지만 이번에도 유성이 가볍게 타구를 잡아내면서 단숨에 2아웃이 되었다.

"이러면 이득이지. 몰리나에게 7구를 쓴걸 린도어에게 1구만 쓰면서 오히려 절약이 되버렸지."

"6이닝은 안정적으로 소화해주겠군요."

"타선이 터져준다면 좀 빨리 내릴 수도 있는데 아쉽군."

"너무 무리 시킨다고 한 소리 듣기 싫으니 그냥 100구까지 던지게 하고 결승에선 구경 시키는게 좋겟죠."

"음... 일단은 지켜볼 수 밖에 없는건가?"

"첫타석과 두번째 타석은 다르니깐요."

순식간에 2아웃을 잡아낸 덕분에 분위기를 타기 시작한 장원정은 나머지 타자마저 땅볼로 처리하며 2회도 무실점을 기록하였다.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는 3회로 넘어가게 됩니다.]

[아직 2회 뿐이지만 양 팀 합해서 단 1안타만 나온걸 보면 오늘 경기는 정말 점수를 뽑아내기 힘들것 같네요.]

[제가 볼때 5회 이후부터 투수가 바뀌기 전까지가 점수를 뽑아낼만한 기회라고 봅니다.]

[투수가 힘이 빠지는 시기니깐요?]

[그렇죠. 반면 장원정 선수는 경기 초반에 약한 선수였는데 그 초반을 잘 넘겼으니 페이스 유지만 잘하면 6이닝 정도는 막아줄겁니다.]

결국 지금은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3회 초 7번 손아성은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보고 타석에 들어섰다.

1회에 프레이밍으로 유성이 당했던 부분도 있고, 2회에 커터로 타자들이 싹 쓸려버렸던 부분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존을 좁게 보는게 좋지만 손아성 선수처럼 컨택력이 좋은 선수라면 오히려 넓게 보면서 1,2구만에 과감하게 치고 나가는 것도 좋거든요.]

딱!

[말씀드리는 순간 초구 쳤습니다! 이 타구는 내야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났습니다!]

[드디어 안타가 터졌네요. 선두 타자가 출루하면 사용할 작전이 많거든요.]

[지금이 아슬한 상황이라면 번트로 1점을 짜내는게 좋겠지만 뒤가 상위 타순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최대한 아웃 카운트 손실을 줄이는게 좋을겁니다.]

하지만 주자를 내보낸 몰리나는 대표팀의 작전을 눈치 채고 있었다.

'아웃 카운트 2개를 주더라도 주자 2명을 더 보내면 가장 위험한 녀석이 나오니깐...'

일단 주자를 지울 필요가 있었다.

KBO에서 40개가 넘는 도루를 기록했던 선수인만큼 왠만한걸로는 잡기 힘들 것이었다.

'몬스터처럼 특이한 녀석이라면 초구부터 뛸 수도 있겠지만...'

혹시 모를 도루 저지를 위해서 일단 초구는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아야했다.

다행스럽게도 대한민국 타자들은 투구수를 늘리기 위해서 가능한 공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튼 초구 변화구를 던져서 스트라이크를 잡아냈으니 다음은 주자 견제였다.

'견제구 하나'

굳이 견제를 시킬 필요는 없지만 이런 견제 하나하나가 도루 저지를 위해 중요한 것이었다.

2구째를 던지기 전에 견제구를 하나 던지면서 주자에게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푸에르토리코 배터리는 2,3구째로 직구를 던지면서 도루를 할때를 대비했다.

하지만 주자는 움직이지 않았고, 오히려 타자는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아쉽게 삼진으로 물러나는 김재후 선수입니다.]

[초구 변화구를 스트라이크로 내준게 컸어요.]

[게다가 몰리나의 저격 능력때문인지 손아성 선수도 움직이지 못했고요.]

[지금 타석에 들어서는 김태곤 선수의 주력을 생각하면 손아성 선수가 2루에 가는게 좋았을텐데요.]

이미 지나간 일에 더 이상 아쉬워해서는 안되지만 유성의 타석이 올뻔했던걸 감안하면 또 아쉬워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야구 몰라요'라는 말처럼 예상 외의 상황이 펼쳐졌으니 바로 김태곤이 안타를 때려낸 것이었다.

딱!

[아! 쳤습니다! 1루수 키를 넘기는 타구가 그대로 떨어지고! 손아성 2루 돌아서 바로 3루로! 3루에서! 가볍게 세이프!]

[김태곤의 안타로 주자 1,3루라는 결정적인 찬스를 잡는 대한민국!]

- 아니 김태곤이 안타를 때렸다고?

- 1,2라운드에서도 잊을만 하면 때리더니 실화냐?

- 덕분에 이제 1명만 더 출루하면 유성이까지 이어질 수 있다.

3회 초 1사 1,3루라는 결정적인 찬스에서 대한민국의 타순은 다시 1번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원래 4시 전에 올리려고 했는데 무려 8시에 올려버렸군요.

9시 안 넘은게 어디겠어요?

WBC 챕터를 3분할 했습니다.

전개에 따라 4분할이 될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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