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155화 (155/300)

<-- Chapter 32 - 2017 WBC BIG4 -->

바다와 멀지 않은 곳에서는 조금씩 해가 뜨고 있었다.

"아, 해는 동쪽에서 뜨던가?"

이른 아침부터 달리고 있는 사람은 바로 유성이었다.

전날 푹 쉰 덕분에 체력을 회복한 유성은 마침 숙소 근처에 바다가 있었기에 그곳을 달리고 있었다.

"경기장도 멀지 않으니 다행인가..."

어느덧 WBC 4강전까지 단 하루만을 남기게 되었다.

4강 상대인 푸에르토리코에 대한 것을 생각하며 아침 운동을 하던 유성은 잠시 숨을 돌리고는 이내 숙소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음... 좀 멀리 왔나?"

올때는 뛰어서 왔으니 갈때는 걸어서 가고 있었던 유성은 자신이 생각보다 멀리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중간부터 다시 뛰기 시작했지만 벌써 1시간이나 왔는데도 숙소가 보이지 않았다.

"이러다가 아침 못 먹게 생겼는데..."

시차적응을 위해 오늘 훈련은 오전 10시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다.

마침 아침이 오전 10시까지만 제공되기에 정한 결정이기도 했는데 벌써 9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잠깐만 생각해보자..."

6시 30분에 숙소에서 출발했고, 7시 30분에 멈춰서 7시 40분부터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현재 시각 9시 10분이 되었음에도 숙소가 보이지 않았다.

"대체 왜 숙소가 안 보이는거지?"

정말로 영문을 모르겠는 유성은 멍하니 걷기 시작했다.

일단 숙소 근처까지 오기는 한거 같은데 과연 미국 서부 최대 도시 중 하나인 LA답게 고층 건물이 많았는데 유성 입장에서는 이게 비슷해 보였다.

"미국 건물들은 한국보다 특색이 없다고 해야하나..."

같은 방을 쓰는 대표팀 선수들에게 운동 간다는 것을 말해두기는 했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감이 들었다.

'설마 나 말로만 듣던 국제미아가 되는건가...'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로 유성은 당황했는데 그럴 수 밖에 없는게 현재 유성은 휴대폰도 지갑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외국인 2명이 그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어? 이봐, 너 혹시 박이냐?"

"응? 누구야?"

"한대 맞으면 정신 차릴려나?"

"잠깐만 폭력을 쓰지말자고!"

유성은 왠지 자신을 아는듯한 외국인을 만났으나 기억이 잘 안났다.

그때 다른 외국인이 유성과 이야기 중인 외국인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 크리스. 슬슬 훈련 시간이야."

"벌써 그렇게 되었나? 그러면 박, 결승에서 보도록 하지. 얼른 가자고, 포지."

"그래."

"결승?"

그렇게 유성이 물었지만 이미 두 사람은 저 멀리 뛰어가고 있었다.

"뭐야?"

"유성아. 여기서 뭐하냐?"

"어? 형들."

마침 원종헌과 임상민이 나타난 것이었다.

"휴대폰도 안 가져가고 어디까지 갔냐?"

"그냥 생각 없이 1시간 정도 달렸는데요."

"...아 맞다. 잠깐 일이 생겨서 훈련 30분 정도 늦어졌다더라."

"왜요?"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다. 그나저나 너 아침 먹었냐?"

"아..."

"역시나 30분 좀 넘게 남았으니 지금 급하게 가면 먹을 수 있겠는데?"

"그럼 가볼게요."

"그래."

그렇게 숙소를 향해 뛰어가려던 유성은 임상민이 숙소가 코 앞이라는것을 알려주자 큰 충격을 받으며 숙소에 귀환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아침은 맛있었다.

평화로운지는 모르겠지만 대표팀의 아침은 그렇게 종료 되었다.

그리고 훈련이 시작되기 전 유성은 한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마침 같은 숙소에 미국 대표팀이 머물고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 크리스... 아하... 그녀석이었군."

과거 히어로즈에서 뛰면서 유성과 40-40 클럽 경쟁을 하기도 했던 크리스 클레이튼.

메이저리그에 복귀하자마자 30-30을 기록하기도 했던 괴물이었다.

"그녀석 옆에 포지라고 했던가...?"

포지라면 확실히 미국 대표팀의 포수 버스터 포지를 말하는 것이었다.

유성은 짧은 시간에 미국 대표팀의 3번 타자와 포수를 만난 것이었다.

*

"무슨 생각해?"

"방금 만난 녀석."

"아, 한국의 3번?"

방금 유성을 만났던 크리스와 포지는 마침 유성이 그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때 그들도 유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녀석은 한국에서 나보다 뛰어났어."

"그래. 너보다 먼저 40-40을 기록하고, 50-50까지 했다며?"

"한국에서 그런 성적을 기록했던 내가 메이저리그에 와서 30-30을 한걸보면 녀석은 오자마자 40-40 할지도 몰라."

"그건 좀 믿기지 않는데... 그래도 진짜라면 우리팀에 오면 좋겠군."

모든 메이저리거는 많은 연봉을 받는 것을 원하기도 하지만 우승을 거두는 것을 원하기도 했다.

크리스는 작년 5년 계약으로 복귀하였는데 앞으로 2년 더 지금처럼 MVP 3위 안에 들어가는 시즌을 보내면 옵트아웃 자격을 얻어 FA 시장에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 너희팀에 있는 철인이 싫어할꺼 같은데?"

"그녀석은... 포스트 시즌때도 그렇고 대단하기는 한데 뛰어난 동료보다는 강력한 적을 원한다니 터무니 없는 녀석이지."

"그런 팀으로 잘도 최근 8년간 3회 우승을 거두었군."

"너도 잘 알잖아? 그 철인이 우승을 이끌었다는거."

포지의 팀은 샌드란시스코 자이언츠였고, 그 팀에서 철인이라고 불릴만한 선수는 단 1명이었다.

그래서 크리스는 이야기를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내년에는 누가 우승할지 궁금하군. 컵스도 저주를 깨버렸으니 내년에는 그렇게 위협적이지는 않을텐데 말이야."

"그걸 누가 알겠어? 컵스도 몇년이나 준비해서 우승을 거둔거잖아."

"그렇다면 이번 WBC는?"

"당연히 우리지. 결승에서 그녀석이 오기로 했으니깐."

크리스와 포지는 우승을 자신했다.

결승전에 합류할 예정인 그 선수는 그만큼 자신 있는 필승카드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훈련을 시작한 유성은 왠지 모르게 안 좋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에게 이야기하는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이번 대회는 뭔가 심상치 않겠는데..."

당장 4강팀인 푸에르토리코만 해도 메이저리거가 5명이 넘어가는 상황이었는데 미국은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본능적인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훈련은 차근차근 진행되었고, 김인신 감독은 살아난 타선 덕분에 4강 라인업을 짜는 것이 한결 편해진 상태였다.

"박유성, 이대오, 김태규. 이런 라인업을 다시 볼려면 얼마나 걸릴까?"

"글쎄요. 대오랑 태규는 이번이 마지막이고, 또 타선에도 전체적으로 변화를 줘야할테니..."

"U-24 대회에선 유성이를 중심으로 새로운 팀을 만들어야겠군."

"...감독님은?"

"말했지 않는가. 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마지막이라는 의미는 모두에게 각별했다.

그만큼 선수들은 이 마지막을 위해서 전력을 다해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날 밤 선수들은 모였다.

"임창작 선배도 나이가 있다보니 이번이 마지막이겠지."

"대오 선배나 태규 선배도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하시니..."

"무엇보다 김인신 감독님도 이번을 끝으로 그만 두신다고 하더라고."

이번 대표팀을 끝으로 국가대표라는 자리를 내려놓을 그들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모인 가운데 그들은 이번 대회 우승까지 남은 2번의 승리를 위해 모였다.

"4강 상대인 푸에르토리코 그리고 예상이지만 미국이 우리 결승 상대가 될꺼에요."

"아무래도 미국이 메이저리거도 포함되어있고, 전력이 더 좋다는 평가이니..."

밤중에 은밀하게 모인것이기에 선수들에게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보라스 컴퍼니라는 도우미가 있는 유성이 핵심만 정리해서 자료를 준비했다.

"상세 자료는 톡방에 따로 올려둘테니 확인하시고요. 간략하게 이야기할게요."

"그래."

먼저 4강 상대팀인 푸에르토리코는 메이저리거들로 이루어진 내야진이 핵심인 팀이었다.

20홈런을 때려내는 코레아나 메이저에서만 19년을 뛴 베테랑인 벨트란과 같은 선수들의 존재로 막강한 내야진과 타선이 구축된 팀이었다.

그렇다고 외야진이나 투수진이 약한 것도 아니었다.

당장 투수진만 봐도 한국보다 한수위라는 평가였는데 거기에 인간 스테로이드라는 별명이 있기도 하는 메이저 최고의 포수 몰리나의 존재로인해 투타 모두 막강한 팀이라는게 바로 푸에르토리코였다.

"보라스 컴퍼니가 보내준 리포트에 따르면 투타 모두 한국보다 한두수 위이며 가장 경계해야하는건 몰리나라고 합니다. 타격은 최근 몇년 사이에 각성하면서 3년 연속 3할 10홈런 이상을 기록하며 완성형 포수의 경지에 올랐고, 수비는 말할 것도 없는 메이저리그 최고"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

그를 상대하기 위해 양의정과 김태곤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4강에 등판할 투수를 제대로 공략할려면 KBO에서 3할 2푼 이상을 기록한 타자 정도는 되어야 해볼만 할것이다. 라고 적혀있어요. 투수의 기본 능력에 몰리나의 리드가 합쳐진다면 그 정도는 되어야한다는 이야기죠."

"3할 2푼?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우리 1번부터 6번까지 전부 3할 2푼 이상이잖아?"

"문제는 3할 2푼 이상의 타자라고 해도 무조건 친다고 자신 할수는 없다는거지."

"네. 그래서 확실하게 공략이 가능한 타자는 저랑 대오형 그리고 태규형 정도 밖에 없다고 적혀 있어요."

"음..."

KBO가 타고투저인 리그이다보니 3할 2푼 이상으로 기준을 잡았음에도 16시즌 KBO에서 3할 2푼 이상을 기록한 타자가 20명이 넘었다.

3할 3푼으로 1푼이나 기준을 더 올려도 12명이나 되니 얼마나 심각한 타고투저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대오형은 작년에 메이저에서 뛰었으니 경험이 있고, 태규형은 3할 6푼이나 쳤고, 결정적으로 유성이 넌 50-50 클럽을 기록했으니깐."

"들어보니깐 간단하네."

"응?"

"나랑 영규형은 하던대로 출루하고, 유성이 너랑 대오형, 태규형이 불러들인다. 다른 타자들도 어떻게든 뒷 타자에게 기회를 연결한다."

간단하게 정리해버린 서건수는 이영규와 함께 4강에서 어떻게 출루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 서건수의 모습에 선수들의 무게감이 약간이나마 줄어들었다.

"그러면 6번 타자가 또 관건인데..."

"확실히 3,4,5번이 홈런을 못 치면 주자가 남게 되니깐 6번이 또 해결을 해줘야 하니깐..."

"6번은 그동안의 흐름을 보면 병호 아니면 아성이겠지."

"상황에 따라서 7번도 장타를 발휘해야할텐데 7번에는 선민이형이나 경인이형이 들어가니..."

"점수가 필요할테니 선민이 형이 먼저 들어가고 후반에 점수를 지켜야할때 경인이가 들어가는겠지."

7번 타순의 정리를 가볍게 끝내버린 선수들은 3,4,5번만큼 중요할 6번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6번 타순에 들어갈 민병호와 손아성은 둘 다 20홈런 가까이 때려낼 수 있는 장타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민병호가 잠실을 홈으로 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병호에게 가산점을 줄 수도 있지만 역으로 손아성은 민병호보다 더 많은 타점과 도루를 기록했다.

"우리가 라인업 결정하는것도 아닌데 왜 이리 머리가 아픈겨..."

"솔직히 말해서 둘 중 누가 나오든 크게 상관 없으니깐 그냥 계획만 짜면 되는거 아니야?"

"그렇기는 하죠. 그러면 재후형이 도와주시죠."

"...내가?"

"어차피 유격수랑 포수한테는 타격 기대를 안 해요. 수비가 더 중요한 포지션이니깐요."

"끙..."

"솔직히 말해서 푸에르토리코의 강타선을 막을려면 저기 고민 중인 두 형이랑 재후형 역할이 중요하니깐요."

"좋아. 타격은 너희한테 맞긴다."

역할 분담을 마친 선수들은 경기 중에 사용할 간단한 플랜을 구상하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30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본 방침을 정한 선수들은 이내 유성이 보낸 상세 자료를 확인하며 내일 있을 경기 준비를 마무리 했다.

========== 작품 후기 ==========

삼성이랑 넥센까지 돈을 줬다고?

프로야구 몇년 중지 시켜야할꺼 같은데?

KBO도 수사 한번 받아야겠네.

대체 몇개를 은폐해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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