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154화 (154/300)

<-- Chapter 31 - 2017 WBC 2라운드 -->

5대3의 스코어에 6회 초로 접어든 경기.

마운드에 오른 임상민은 일본 타자들을 차근차근 잡아내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 다이노스의 마무리로써 2점대 방어율과 30세이브를 기록한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기에 1이닝 정도는 가뿐하게 막아낼 수 있었다.

임상민이 6회 초를 가볍게 막아낸 가운데 6회 말 2아웃에 유성이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주자가 1명 있었지만 하필 발이 느린 김태곤이었기에 유성이 출루하더라도 더블 스틸 같은 방법을 쓰기는 힘들었다.

[일본도 투수가 바뀌었는데요.]

[일본 입장에서는 한번 승부를 보는게 좋을꺼 같은데요. 단타로 막는다면 주자가 김태곤 선수이기 때문에 점수도 안 줄테니깐요.]

일본도 그런 생각이 있었기에 유성과 승부를 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유성을 거르고 이대오, 김태규와 승부하면 한방이라도 맞으면 실점이지만 유성에게 맞는다면 실점을 안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었다.

"승부 할려나?"

"안 할꺼 같은데?"

"흐음..."

일본은 다시 한번 승부를 피했다.

유성을 단타로 막을 자신이 없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유성보다는 뒤의 이대오, 김태규와 승부 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대오와 김태규는 자신을 선택한 일본에게 매우 뜨거운 맛을 보여주었다.

딱!

[내야를 완전히 빠져나가는 이대오의 중전안타!]

[타구가 중견수 방향으로 똑바로 굴러간게 아니라 살짝 좌익수쪽으로 치우치면서 2루의 김태곤 선수가 홈에 들어 올 수 있었습니다.]

[이걸로 다시 1점 더 도망가는 대한민국 대표팀. 스코어 6대3이 됩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멈추지 않고 그대로! 쭉쭉! 그리고 담장을 넘어갑니다!]

[김태규의 쐐기를 박는 쓰리런!]

이대오의 적시타에 이어 김태규의 쓰리런이 터지며 스코어는 단숨에 9대3까지 벌어지게 되었다.

아직 일본에게 3이닝이 더 남아있지만 원종헌, 차우천, 오승훈이 연달아 나오는 상황에서 6점이나 뽑아내기는 매우 힘든 상황이었다.

"졌군."

"운 좋게 대한민국이 필승조가 아니라 패전조를 보낸다면 추격을 할 수 있겠지. 하지만 결국 필승조가 나오면 그 흐름도 끊어지게 될테고..."

"박유성만 주의하는게 아니었어. 할꺼면 클린업 모두를 신경 썼어야지."

"솔직히 김태규의 부활은 예상외였지만... 변명에 불과하겠지."

6점차까지 점수가 벌어지면서 일본 선수들은 포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만약 오타니가 있었다면이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상황은 절망스러웠다.

[4강에 진출했다고 자만한걸까요.]

[그것보다는 인정하기 싫지만 오타니도 없는 일본 대표팀이 더 약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확실히... 오타니가 참가도 못한 우리와 달리 한국은 박유성이라는 괴물이 멀쩡하게 나오고 있으니깐요.]

일본 해설진들도 이 홈런으로 패배를 직감하고 탄식을 표할 수 밖에 없었다.

4강 진출을 확정하면서 역대 최약의 대표팀으로도 성과를 보일 수 있었지만 숙적인 한국을 잡지 못한것은 크나큰 실책이었다.

완전히 기울어진 경기로 인해 경기를 느긋하게 할법도 했지만 한국은 일본이라는 라이벌을 위해 마지막까지 전력으로 상대했다.

7회 원종헌, 8회 차우천이 연달아 올라오며 잠시 방심하는 사이에 1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차분하게 이닝을 정리하는 사이에 8회 말에는 오늘 마지막이 될듯한 타석에 들어서는 유성이 기어코 2라운드 4번째 홈런이 되는 투런 포를 쏘아올리며 경기는 11대4까지 벌어지게 되었고, 9회 초에는 7점차에도 불구하고 라이벌에 대한 예의로 오승훈이 등판하며 경기를 그대로 마무리 지었다.

[경기 종료! 스코어 11대4로 대한민국이 2라운드마저 3승을 거두며 조 1위로 4강에 진출합니다!]

[이제 결전의 장소 미국으로 향합니다!]

*

"그나마 마지막에 박유성의 홈런을 봐서 다행이네."

"1,2라운드 합해서 7홈런이라..."

"생각만 해도 무섭구만."

"이 정도면 우리 둘 중 1명은 지명투수로 합류해야겠지?"

"어쩌면 둘 다 합류해야할지도 모르겠다만."

"잰슨에게 삼진 당했던걸 보면 둘 다 가는건 좀 그렇지 않나?"

"아니. 내가 볼때 저녀석은 아직도 100%가 아니야. 물론 잰슨도 100%가 아니었지만 둘 다 100%라면 어떻게 될지 몰라."

"그래? 니가 그렇게 말한다면 참가해볼까?"

"니가 한다면 난 안 할게."

"어? 왜?"

"생각해보니 저녀석은 물론 너도 나도 100%가 아니니깐 1명만 가도 충분해."

"흐음... 뭐, 좋아. 그럼 내가 가도록 하지."

유성의 홈런을 보기 위해 마지막까지 지켜보던 그들은 빠르게 경기장을 빠져나가며 4강과 결승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일본 홈팬들이 그런 그들이 보았으나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었기에 정체를 들키지는 않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그들이 쓰고 있는 모자에 그려진것은 미국의 국기인 '성조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자리를 비우고 경기를 보기 위해 찾아온 한국팬들에게 인사를 하던 유성은 왠지 모를 느낌을 받고 관중석을 보았으나 그곳은 빈 관중석이었다.

이전까지 두 미국인이 있었던 자리였으나 유성은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다시 팬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대한민국이 1위로 4강에 진출하고, 일본이 2위로 4강 진출한 가운데 반대편에서는 또 다른 4강팀을 가르기 위한 승부가 시작되었다.

푸에르토리코, 미국, 도미니카, 베네수엘라가 맞붙는 이곳은 푸에르토리코와 미국이 먼저 1승을 챙기며 리드를 잡은 상태였고, 대한민국 대표팀이 일본전이 끝난 다음날에 바로 미국으로 출국하는 사이에 양국은 4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비행기 타는 사이에 미국이랑 푸에르토리코가 4강을 확정했네."

"누가 1위고 누가 2위를 하느냐가 관건이겠네요."

"유성이 넌 누구랑 4강에서 만나고 싶냐?"

"음... 푸에르토리코?"

"왜?"

"왠지 미국은 결승에서 더 강할꺼 같거든요."

"...?"

왠지 영문 모를 이야기를 하는 유성이었으나 일단 유성이 결승에서 미국과 붙고 싶어한다는 것은 알게된 선수들이었다.

그리고 미국과 푸에르토리코는 연장 접전 끝에 미국이 승리를 거두며 유성의 바람대로 미국과는 결승에서 맞붙게 되었다.

"진짜 미국이랑 결승에서 붙는건가..."

"야야, 4강부터는 1번만 져도 끝이니깐 일단 4강부터 집중해라."

"네."

일본전에서 쓰리런 홈런을 포함해 무려 5타점을 몰아치며 페이스를 회복한 김태규는 이대오와도 화해하며 다시 사이 좋은 듀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실 싸운것 같지도 않았기에 한참 후배인 유성에게 하극상을 당하기도 했으나 대표팀의 분위기는 역대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단 2번만 더 이기면 최초로 WBC 우승을 차지하는 상황인만큼 대충할 수도 없는 분위기이기도 했다.

문제는 상대팀인 푸에르토리코가 그동안 만난 팀들보다 더 강하다는 점이었다.

"1라운드에 떨어진 대만, 이스라엘이나 2라운드에서 떨어진 네덜란드와 쿠바. 모두 약한 것은 아니었지만 상대적으로 따지자면 우리보다는 약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다르다."

푸에르토리코는 지난 대회 준우승 팀이기도 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을 노린다고 할정도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번 대회에 지명타자로 참가한 메이저리그의 리빙 레전드 300-300의 카를로스 벨트란을 시작으로 15시즌 신인왕을 차지하기도 했던 신성 카를로스 코레아가 3루를 담당하고 있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하비에르 바에즈, 프란시스코 린도어가 키스톤 콤비를 이루며 이번 대회에서 가장 강력한 내야진을 구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푸에르토리코의 내야진에는 그 정점으로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인 야디어 몰리나까지 버티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이겨?"

"진짜 다른 팀들이랑 격이 다르네..."

"차라리 미국이 더 쉬울꺼 같은데?"

그런 말이 나오자 유성이 직접 버스터 포지, 폴 골드슈미트, 이안 킨슬러, 지안카를로 스탠튼, 앤드류 맥커친, 아담 존스 등등의 타자들을 열거하며 미국도 터무니 없이 강하다는 것을 실감 시켜주었다.

"...어찌되었든 남은 경기는 전력을 다해서 승부하도록 하자. 첫 우승을 노려봐야하잖아?"

"우승 못하면 억울해서 형들 강제 은퇴 시켜버릴꺼에요."

"하하..."

비행 시간을 빼더라도 2라운드 마지막 경기와 4강전까지 4일 정도의 시간이 있었기에 선수들은 LA에서 개인적인 시간을 보냈다.

이때 영어가 가능한 유성은 다른 선수들에게 잡혀서 이리저리 끌려다녀야 했다.

통역이 있기는 했지만 선수들 숫자가 있다보니 팀이 나누어지면서 유성이 끌려다니게 된 것이었다.

"보통이면 쉬고 있어야하는데..."

"어차피 넌 쉰다면서 또 훈련할꺼잖아."

"그래. 너 쉰다면서 러닝 4시간이나 했던거 유명한 이야기잖아."

"헐. 쉰다면서 러닝 4시간이라니..."

"그땐 우천취소로 3경기나 쉬어서 그랬던건데..."

"아무튼 유성이 너도 돈 쓰는 법을 배우는게 좋겠다."

"그러고보니 너 1억 어떻게 했냐?"

"에이전트에게 부탁해서 처리 해달라고 했어요."

"그래? 그럼 이제 돈 쓰는 법을 가르쳐주마."

그렇게 유성은 새로운 경지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 하루만에 1만불이나 사용했다는 전설이 만들어진 날이기도 했다.

덕분에 LA에서는 새로운 동양 거부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나돌기도 했을 정도였으니 어느정도인지 짐작이 될만했다.

"1만불이면 얼마더라?"

"아마 1천만원이 넘지?"

"대체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는거야?"

"LA에 살고 있는 녀석이 있잖아. 그녀석한테 물어봤지."

"유성이도 참 불쌍하네."

"아니, 막판에는 오히려 유성이가 더 날뛰더라."

"..."

무려 1만불이나 사용하였던 유성은 그 다음날 체력 회복을 위해 침대와 한몸이 되며 휴식을 취했다.

1억 기부 문제는 보라스가 빠르게 해결을 해주면서 끝났고, 1만불을 사용한것도 유성의 재산과 평소 생활을 생각하면 의외로 무리없는 지출이었다.

"그나저나 침대 편하다..."

휴식을 취하고 있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기에 TV에 푸에르토리코 경기를 틀어두며 유성은 4강전을 대비했다.

솔직히 말해서 유성은 기대되었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포수인 몰리나라면 자신을 속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면서 말이었다.

"으아, 빨리 경기하고 싶다."

4강전은 이제 2일만을 남기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야구 돌아가는 꼴 봐라

아주 개판이네

푸에르토리코 엔트리 자료가 없어서 고통 받고 있네요.

미국은 있는데...

지명 투수로 합류할 투수가 누구인지는 결승에서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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