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152화 (152/300)

<-- Chapter 31 - 2017 WBC 2라운드 -->

대한민국과 일본의 맞대결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본래라면 일본의 홈이 되어야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한국이 홈팀으로써 경기를 치루게 되었다.

[도쿄돔에서 한국이 홈팀으로 뛰게 되는건 처음 보는 일이네요.]

[앞선 대회에서도 이런적은 없었으니깐요.]

[이제 관건은 일본을 어떻게 상대하느냐인데요.]

[잘 해줄겁니다. 지금까지도 잘해왔으니깐요.]

- 핵심은 유성이라는거잖아.

- 일본이 유성이 거를꺼니깐 다른 타자들이 잘해야한다는거지.

어찌되었든 선발로 나서는 양현정이 먼저 도쿄돔의 마운드에 올랐다.

2년 전의 프리미어 12때 부상으로 참가 못했을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기에 양현정은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고, 이날을 위해 페이스를 최대한 조절해왔다.

덕분에 예상보다 빠르게 페이스가 올라오면서 80구를 던질 몸은 완성된 상태였다.

"80구 꽉 채우게 하지는 말고 5이닝 넘기면 바로 내리는걸로 하지."

"네."

페이스가 올라왔다고 해서 벤치에서 양현정에게 무리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이전 경기에서 3이닝만 소화했던 점을 고려하면 5이닝 선에서 끊어주는게 좋았다.

장원정의 경우 워낙 투구수 관리를 잘한 덕분에 4이닝, 7이닝씩 소화했지만 보통의 경우 우규인처럼 3.2이닝, 4.2이닝 정도를 소화했다.

"3이닝에 5이닝이면 충분하겠지."

"그런대... 만약 결승에 간다면 로테이션은 어떻게 되죠?"

"장원정이 4강을 담당한다면 양현정, 우규인이 1+1으로 던질꺼야."

80개로 7이닝을 소화하던 그 모습을 생각하면 4강에서도 장원정은 최소 6이닝은 막아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결승에 양현정, 우규인이 1+1으로 뛴다면 9이닝을 두 사람이 막아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면 승훈이를 불러온 의미가 퇴색되는데요."

"나도 굳이 2명이서 끝낼 생각은 없어. 총력전도 좋지만 여유롭게 가는것도 나쁘지 않을테니깐."

이미 대한민국 대표팀은 결승까지 가는 것을 생각하며 계획을 구상하고 있었다.

지금의 그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일본이라는 산을 넘어야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마운드에 오른 양현정은 140 초반의 직구를 앞세우며 일본 타자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딱!

한국은 이날 경기 전까지 WBC 5연승을 기록 중이었는데 일본도 마찬가지로 5연승을 기록 중이었다.

그만큼 양팀의 페이스가 좋았는데 덕분에 1회부터 타자들이 활약하기 시작했다.

[1루 잡지 못하고! 2루수 따라가지만 이미 벗어납니다!]

[이건 양현정 선수가 못 던졌다기 보다는 타자가 잘 쳤다고 할 수 있는 공이네요.]

[그렇죠. 우리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이제 첫 타자를 상대한 것이니깐요. 뒤를 잘 막으면 됩니다.]

첫 타자부터 안타를 내준 양현정은 피치를 올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80구까지만 던진다면 힘을 아낄 필요는 없었다.

팡!

[첫 타자에게 안타를 내준 이후 구속을 끌어올리기 시작하는 양현정 선수입니다.]

[앞선 타자를 상대할때는 142KM 안밖의 구속이 나왔는데 이젠 146KM 안밖으로 구속이 올라왔어요.]

[WBC에 존재하는 투구수 제한의 이점이 이러한 점이죠. 투구수 제한이 있기에 선발 투수는 평균 100개씩 공을 던져야하는 시즌 중과는 다르게 80구에 힘을 몰아서 던질 수 있게 됩니다. 보통 100구씩 던지는 투수들을 보면 또 80개 넘어갈쯤에 힘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80구 제한이 걸린 덕분에 좋은 모습을 꾸준히 보일 수 있는거죠.]

[그렇죠. 4강과 결승에서는 100구 제한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좀 달라지겠지만 80구 제한인 지금은 충분합니다.]

그 말대로 구속이 올라온 양현정은 일본 타자들을 차례차례 정리하기 시작했다.

원래 양현정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해외 그 중에서 일본 진출에 관심을 가졌으나 일본 구단의 미지근한 반응과 타이거즈가 대권을 노리기 위해 전력 강화 하는 모습을 보고 잔류를 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양현정은 17시즌이 끝나고 다시 일본에 진출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고, 이 경기는 일본 구단들에게 일종의 쇼케이스가 될 수도 있는 경기였다.

그래서 양현정은 2번 타자를 삼진으로 막아내고, 3번 타자에게 병살타를 유도하며 단숨에 1회 초를 마무리했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 정도는 명확히 알고 있기에 양현정은 자신의 약점을 노려오는 일본 타자들에게 역공을 펼쳤다.

"현정이형 기합이 대단한데?"

"일본 진출을 노렸으니 아무래도 일본 구단에게 선전 포고 하는거겠지. 너희들이 영입 안 한 투수가 이정도라고 말이야."

"그러면 전 미국한테 홈런을 쳐야하나요?"

"하는 김에 일본한테도 쳐야지."

"기회가 오면 당연히 칠꺼에요."

이영규와 이야기 하며 덕아웃에 돌아온 유성은 타석에 들어설 준비를 했다.

마찬가지로 이영규도 타석에 들어설 준비를 하며 데이터를 마지막으로 정리했다.

"최고 156KM에 평균 147KM의 직구라..."

"현정이형보다 조금 더 빠르다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음... 대충은 알겠는데... 첫 타석은 지켜보는걸 위주로 할테니깐 뒤를 부탁할게."

"네."

1회 말에는 일본의 선발 투수 센가 고다이는 타석에 들어서는 이영규를 보며 공을 던질 준비를 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1번으로써 훌륭한 활약을 펼친 타자이기에 박유성을 거르기 위해서 꼭 잡아놔야하는 타자였다.

"1,2,3번 모두 빠르니깐 박유성은 보내더라도 1,2번은 무조건 잡아놔야해."

"알고 있어요."

"그래. 니 공은 저 선발보다 더 좋으니깐 할 수 있어."

그렇게 차분하게 고다이는 초구를 던져서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영상으로 볼때도 그랬지만 저 타격폼 엄청 거슬리네.'

그래도 대기타석에 있는 2번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3번 박유성만큼은 아니었다.

이영규는 컨택, 선구안 그리고 특이한 폼 같은 부분에서 짜증나지만 박유성은 모든 부분이 짜증 수준이 아니라 흉기 그 자체나 다름 없기 때문이었다.

"건수형, 공 좀 지켜봐요."

"왜?"

"대오형이랑 태규형 한테 기회 좀 주게요."

"그래? 흠... 뭐 니가 치나 뒤에 형들이 치나 똑같은 점수니깐 상관 없지만."

이영규는 그 사이에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아쉽게 범타로 물러나게 되었다.

하지만 7구나 던지게 하면서 뒤의 타자들이 공을 충분히 볼 수 있게 했기에 이득이라고 할 수 있었다.

"7개? 이러면 나도 5개는 던지게 해야할꺼 같은데..."

"제가 있으니깐 편하게 하세요."

"그래."

타석에 들어선 서건수는 이영규가 그랬던것처럼 차분하게 공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이영규가 7구나 지켜본 덕분에 서건수는 공을 오래 봐야한다는 부담감이 사라졌지만 테이블 세터라는 위치에서 마음대로 스윙하기는 힘들었다.

"공 좋네. 영규형이 밀릴만 했어."

140 중반으로 양현정과 비슷한 구속이 유지되고 있지만 간간히 150짜리가 날아오기도 했기 때문에 서건수는 침착하게 공을 걷어내며 버티기 시작했다.

뒤에 유성이 있기에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유성이 말했던대로 이대오와 김태규에게까지 찬스를 이어갈려면 자신이 먼저 살아나갈 필요성이 있었다.

3구를 지켜보며 1S-2B의 카운트를 만든 서건수는 그대로 4구째를 받아쳤고, 이 타구를 일본 유격수가 빠르게 따라갔으나 잡았다가 놓치는 바람에 서건수는 실책으로 출루에 성공했다.

[판정은 실책이지만 어찌되었든 치고 나가는 서건수 선수입니다.]

[이제 박유성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는데요.]

[일본이 경기 전에 했던 말을 생각하면 아마 승부를 피할겁니다. 유인구로 살살 유인하는척하면서 볼넷으로 피하겠죠.]

그 예상대로 일본은 유성에게 승부를 하는척 하면서 승부를 피했다.

이대오가 2라운드 들어와서 페이스가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점과 김태규가 여전히 페이스가 안 좋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기는 했지만 팬들 입장에서는 일본이 겁쟁이로 보이기도 했다.

- 언제까지 승부를 피할꺼냐!

- 이런식으로 하면 오히려 우리가 30년간 한국을 못 이길꺼다!

물론 한국 팬들도 좋지는 않았는데 유성과 박찬오의 내기였던 4홈런까지 1홈런이 남은 상황에서 일본이 승부를 피했기 때문이었다.

- 이러다가 박사장님이 1억 내게 생겼는데?

- 어차피 사장님 돈 많잖아.

- 그렇기는 하지.

- 그래도 시즌 시작전부터 이렇게 상대 안 해주면 유성이 페이스도 걱정되는데...

- 솔직히 말해서... 박유성이잖아?

사실 한국팬들은 유성이 홈런을 치든말든 상관 없었다.

모로가든 이기면 장땡이라는 것을 2년 전에 이미 체득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유성까지 출루하며 1사 1,2루 상황에서 이대오, 김태규로 타선이 이어지게 되었다.

게다가 둘 다 발이 느린 타자이다보니 병살 위험이 커지게 되었고, 유성과 서건수는 여차하면 더블 스틸로 달릴 준비를 하게 되었다.

"코치님, 대오형한테 더블 스틸 사인을 보내주세요."

"그래."

달리기 전에 유성은 먼저 이대오의 의중을 확인하려고 했다.

이대오도 병살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블 스틸을 막지는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이대오는 더블 스틸을 거부했다.

"그래요?"

"그래."

"뭐지?"

그래도 만약을 위해 리드는 최대한으로 벌려두었다.

[여차하면 뛰기 위해서 그리고 병살 확률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 리드를 최대한으로 벌리고 있는 박유성 선수인데요.]

[서건수 선수는 적당히 잡고 있는데요. 역시 6-4-3 혹은 4-6-3 병살의 위험이 크다보니 2루보다는 1루에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입니다.]

[보시면 일본 내야진의 움직임도 2루보단 1루를 노리고 있네요.]

- 지금 유성이 하는거보면 나잡아봐라 하는거 같은데

- 일본이 그래도 약한건 아닌데 유성이한텐 농락의 대상인건가.

당연히 리드 폭이 최고 수준이다보니 고다이도 1루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성은 1루 견제를 미리 알 수 있었기에 한발 먼저 움직일 수 있었고, 쉽게 잡을 수가 없었다.

'어차피 2루 주자 때문에 더블 스틸이 아닌 이상 도루는 힘들어. 그러니 무시하고, 승부해.'

'네.'

유성이 여전히 리드를 넓게 잡고 있는 가운데 일본 배터리는 이대오와 승부를 보는 것을 결정했다.

유성을 계속 신경 쓰는 것보다는 이대오를 잡는게 더 빨랐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이대오에게 승부를 건 일본이지만 이대오는 일본 배터리가 유성을 신경쓰던 그 타이밍에 이미 결정을 내린 상황이었다.

딱!

[쳤습니다! 1루 키를 완전히 넘기는 타구입니다!]

[2루 주자, 3루 돌아서 홈으로! 빠릅니다!]

[우익수 이제 잡고 중계합니다! 홈이 아니라 3루로! 하지만 1루 주자는 진작에 3루에 도착했습니다!]

[선취점을 만들어내는 이대오의 적시타!]

그렇게 이대오의 적시타로 리드를 잡기 시작한 대한민국이었다.

========== 작품 후기 ==========

아직도 1회라고?!

챕터를 나눠야하나...?

*

어느덧 8월도  3일 남았군요.

시간 빨리 가는거 실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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