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31 - 2017 WBC 2라운드 -->
유성이 아쉽게 아웃을 당했으나 이미 경기는 대한민국에게 기울어져 있었다.
하지만 대표팀은 네덜란드의 기세에 밀리지 않기 위해 똑같이 메이저리그 마무리를 꺼내들었다.
8회에 원종헌이 셋업맨으로 나서며 무실점으로 막아놨기 때문에 3점차가 여전히 유지된 상태로 9회가 시작되었고, 대한민국 대표팀에서 마무리 역할을 맡은 오승훈이 마운드에 올랐다.
마운드에 오른 오승훈은 전매특허인 150KM을 넘나드는 돌직구를 앞세우며 네덜란드 타자들을 정리했고, 결국 대표팀은 네덜란드 전에서 8대5의 스코어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이걸로 2승째를 거두며 대한민국은 4강을 확정 지었다.
그것은 쿠바에게 승리를 거둔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한국과 일본으로 확정되었군."
"이제 네덜란드와 쿠바는 꼴지를 안 하기 위해 맞붙을테고, 한국과 일본은 조 1위 결정전 이전에 2년전 프리미어 12때의 연장선이기도 하겠군."
"오타니가 없다는게 아쉽지만 말이야."
"그래. 오타니가 없다는 점은 분명 일본에게 안 좋은 소식이지만 그때보다 더 다양한 투수들을 상대하게 된다면 박유성을 제외하고는 왠만한 타자들은 다 쓸려나갈꺼야."
"한국 투수들이 얼마나 버티느냐가 관건이겠군."
4강팀들이 조금씩 윤곽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모두의 이목은 한일전으로 향했다.
그 전에 치루어진 쿠바와 네덜란드의 경기는 네덜란드가 극적으로 승리를 거두며 쿠바가 최하위로 내려가고 네덜란드가 3위를 기록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대한민국과 일본의 대결.
"말이 역대 최약이지. 선발진은 장난 아닌데?"
"오타니 없다고 징징 거리더니 2라운드 3선발이 전부 2점대 방어율 찍는 투수들이네."
한국을 상대하기 위해 등판하는 일본의 투수는 센가 코다이였다.
지난 시즌인 16시즌에 처음 풀타임 선발로 뛰면서 25경기 12승 3패에 방어율 2.61 삼진 181K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며 대한민국을 상대하는 선봉장으로 나서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일본을 상대하기 위해 나서는 대한민국의 투수는 모두의 예상대로 양현정이었다.
"현정이 상태는 어때?"
"아슬했어요. 그래도 드디어 페이스가 올라왔습니다."
"그거 좋은 소식이로군."
여전히 페이스가 안 좋은 상태였다면 조기에 내리고 불펜을 총 동원할 생각도 하였으나 양현정의 페이스가 극적으로 올라왔다는 소식 덕분에 김인신 감독은 안심하고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
[2차전에 4.1이닝을 불펜이 소화했는데요. 단 3명의 투수들이 상황을 정리해버렸죠.]
[게다가 하루 휴식이 있기 때문에 그 3인방은 물론 다른 투수들까지 다 나올수 있으니 해볼만 하다고 생각되네요.]
[물론 일본도 투수들을 총 동원하겠지만 후반으로 갈 수록 우리가 유리하다고 봅니다.]
[그러면 초반에 우리가 리드를 잡아야할텐데요.]
[하다못해 버티기라도 해야겠죠. 그 이전에 타선이 먼저 활약할 확률이 높지만요.]
- 양현정 + 누군가 + 필승조 3인 = 끝
- 그리고 박유성 홈런으로 게임 끝.
- 정말 간단한 패턴인데 너무 잘 이긴다.
"일본을 잡으러 가보실까나."
그동안 유성은 일본과 3번 맞붙어서 2승 1패를 기록했었다.
2014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만나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획득했고, 2015 프리미어 12에서는 조별리그에서는 패배했지만 4강에서 승리한 덕분에 우승을 차지하였다.
그만큼 좋은 기억이 있기에 유성은 일본전에 자신이 있었다.
마침 앞선 2경기에서 3홈런을 때렸기에 하나만 더 치면 박찬오와 내기했던 1억 기부에서 패자가 된다는 점도 있었지만 유성은 기본 좋게 홈런을 때리기로 했다.
"사실 져도 4강은 확정이지만... 1위로 올라가는게 좋겠지."
4강이 확정되자 대한민국은 다시 타선을 조정했는데 김태규를 비롯한 부진하던 타자들이 타선에 복귀한 것이었다.
"양현정이라..."
"1라운드 대만전에서는 부진했습니다."
"이번에도 부진한다면 좋겠지만 페이스가 올라왔다고 가정하고 상대하는게 좋겠지."
"그렇죠. 김강현이 없어서 대신 우릴 상대하게 하려고 좌완 에이스를 데려왔으니 의외로 우리한테 잘할 가능성도 있으니깐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국가대표 경기에서 한국과 맞붙을때 일본은 항상 전력을 다 했다.
리그 수준 차이가 나더라도 국가대표 경기에서는 항상 치열한 경기가 펼쳐졌고, 결정적일때 한국에게 무너진 적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오늘 경기에서 지더라도 4강에 올라가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도 2년 전의 패배도 그렇고, 우린 한국에게 복수해야할게 있다. 그러니 오늘 경기 모든 선수들이 출전 준비를 하도록 해라."
"네."
2년전과 똑같이 도쿄돔에서 치루는 경기.
그렇기에 수 많은 일본의 홈팬들과 한국의 원정팬들이 몰려들었다.
[이곳 도쿄돔에서는 경기가 시작되지도 않았습니다만 만원 관중을 달성하며 벌써부터 후끈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2년 전의 짜릿했던 역전승을 떠올릴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도쿄돔이고, 일본 입장에서는 2년 전 최악이라고 할 수 있던 경기가 펼쳐졌던 곳이 또 이곳 도쿄돔이죠.]
"저쪽 분위기 장난 아닌데?"
"2년 전 패배가 아직도 아픈거겠지."
2년 전에 극적인 역전 승을 거두었다고 해서 일본이 절대로 약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욱 경계를 해야했다.
그렇기에 김인신 감독은 베스트 라인업을 구상하였지만 일본은 오히려 이 라인업으로 나올 것을 예상하였다.
"예상대로군."
"나이가 있다보니 라인업이 큰 틀에서 안 바뀌지. 잘 풀리면 덕장 같은 식으로 인정받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래도 박유성은 잡기 힘든데 말이죠."
"별 수 없지. 박유성은 거르는 쪽으로 승부를 보도록 해."
아무리 전의에 불타는 일본이라고 해도 유성은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게다가 앞선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을 생각하면 차라리 유성을 거르는게 더 편한 판국이었다.
그러한 흐름을 느낀 유성은 조용히 이대오에게 자신이 출루한 뒤를 부탁했다.
일본이 자신을 거르고 이대오와 승부를 볼 확률이 높았기에 유성은 출루 이후 2,3루로 도루를 시도하고 이대오는 그런 유성을 불러들여야하기 때문이었다.
"그러고보니 대호형은 이번에 마지막인가요?"
"대충 그렇게 생각 중인데 그건 왜 물어보냐?"
"형이 대표팀 은퇴하셔야 제가 10번을 받으니깐요."
이대오의 번호는 10번이었다.
소속팀이든 대표팀이든 말이었다.
문제는 유성도 10번이라는 것이었는데 이대오의 존재때문에 유성은 대표팀에서는 9번을 달았다.
아시안 게임에서는 10번을 달았지만 프리미어12와 이번 WBC는 9번이었다.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라고 묻는다면 이대오가 이번 대표팀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하게 된다면 10번은 유성의 차지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내가 프리미어12때 다시 나오면 어쩔려고?"
"그땐 안 드릴껀데요."
"...그럼 내가 안 나오게 잘해라."
"물론이죠."
2006 아시안게임부터 이어지기 시작한 이대오의 10번은 2017 WBC 이후로 박유성에게 넘어가게 되는게 공식화 되는 순간이었다.
"세대교체라는게 이런걸려나."
"유성이가 메이저리그로 간 이후가 걱정입니다만..."
"그때도 어떻게든 되겠지. 이 감독의 자리도 변화가 있을테니깐."
이번 대회에서 설령 결승까지 간다고 해도 남은 경기는 3경기에 불과했다.
이번 대회는 수 많은 변화를 가져올 기점이 될 대회였기에 대표팀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태규야."
"감독님."
"이왕 여기까지 온거 우승하는게 좋지 않겠냐? 8년 전에 아쉽게 우승을 못했잖냐."
"..."
"너도 그렇고 대오도 그렇고 나이가 있다보니 더 이상 국대에 뽑히기 힘들꺼야. 솔직히 말해서 나도 이번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런가요."
"그러니깐 후회 없이 최선을 다 해야하지 않겠냐?"
"..."
김태규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 모습을 보고 김인신 감독은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경기 시작까지 시간이 제법 남아있기에 잠시 시간을 주어도 문제 없었다.
김태규는 과거에 아쉽게 준우승을 거두었던 그 시절이나 1라운드에서 광탈해버렸던 직전 대회 그리고 수 많은 경기들을 떠올렸다.
그때는 뭐든지 좋았고, 겁도 없었다.
하지만 시간은 조금씩 흘러가며 조금씩 그때처럼 경기를 뛸 수 없게 되었다.
어느덧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대회를 치루고 있는 시점에서 김태규는 한숨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난 뭘 했던거지."
김인신 감독의 말 대로였다.
자신의 나이를 감안하면 이번 WBC 대회는 자신의 커리어에서 마지막 대회가 될 확률이 높았다.
그런 대회에서 자신은 컨디션 조절만 하며 대충 경기를 치루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덧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은 대회는 최대 3경기 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이번에는 해야겠지."
결심을 한 김태규는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향했다.
한일전 답게 이전과는 다르게 선수들은 진지한 모습으로 경기를 준비 하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며 유성은 오늘은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유성이는 오늘 견제 받을 확률이 높으니깐 우리가 더 잘해야해. 우리가 못하면 유성이는 그대로 견제를 받으면서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할테고, 그러면 우리에게 불리하게 경기가 흐를꺼야."
"내가 공 좀 많이 볼테니깐 건수 니가 이어줘라."
"네. 영규형."
"유성이는 일단 첫 타석은 걸러질 확률이 높으니깐 도루 할 수 있게 영규랑 건수는 주루 플레이 신경 쓰도록 해."
"네."
"문제는 대오형이 못 쳤을때인데요."
"확실히 오늘 나오는 녀석은 상대해본적이 없는 녀석인지라..."
"그건 걱정마. 대오가 못 치면 내가 칠테니깐."
"태규형."
"난 앞선 경기에서 부진했기 때문에 녀석들은 방심하고 날 빠르게 잡기 위해 덤빌꺼야. 그런 점을 생각하면 대오보다는 내가 칠 확률이 높지."
"마, 드디어 할 마음 생겼나?"
"그래. 이렇게 된거 8년 전에 못 들었던 우승 트로피를 들어봐야지."
그동안 1번부터 4번까지에 속하는 이영규, 서건수, 박유성, 이대오는 꾸준한 성적을 기록해왔으나 다른 타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타선은 약점으로 평가 받고 있었으나 김태규가 깨어나기 시작하면 다른 팀에 전혀 밀리지 않게 되는 것이었다.
"거기다가 다른 타자들도 분위기를 탄다면..."
"이렇게 된다면 오늘은 이길 수 있겠어."
"좋아요. 그러면 일본을 잡으러 가봅시다."
드디어 완전체가 된 대한민국 타선이 일본을 사냥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드디어 한일전 시작
인터넷이 맛가서 다음편은 저도 모르겠습니다.
데이터를 불태워서 올리는 중인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