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150화 (150/300)

<-- Chapter 31 - 2017 WBC 2라운드 -->

드디어 4회로 넘어온 경기.

스코어도 3대0으로 대한민국이 리드를 잡고 있는 상황이었다.

"또 괴롭힐꺼야?"

"아니요. 리드를 잡고 있으니 좀 널널하게 하죠."

"그러면 좀 쉬면서 해야겠네."

이러한 흐름을 확인한 김태곤은 남은 투구수를 계산하며 장원정과 남은 이닝을 어떻게 풀어갈지 이야기하고 있었다.

"보니깐 타자들은 잠깐 쉴꺼 같은데?"

"3점이면 충분하기는 하지만..."

"어차피 지금 쿠바 타자들도 상태 안 좋으니깐 한번 해보자고."

"뭐... 해볼까?"

3회부터 이미 완벽히 자신만의 페이스를 잡은 상태였던 장원정은 4회부터 쿠바 타선을 완벽하게 쓸어버렸다.

[장원정 선수, 쿠바 타선을 완벽하게 쓸어버리고 있네요.]

[투구수가 적든 많든 장원정 선수의 제구력 같은건 변함이 없으니깐요.]

- 그래도 투구수가 이렇게 남을줄은 몰랐는데...

- 6이닝을 68구로 막은거 실화냐.

- 첫 3이닝을 36구도 놀라운데 이후 3이닝을 32구로 막아버려서 7회에도 올라올 기세네.

6이닝 무실점 68구.

80구 제한인 2라운드 상황을 생각하면 장원정은 1이닝 더 올라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투구수가 나올 수 있던 것은 선수들이 타격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대신 수비의 비중을 올렸고, 그에 따라 피칭 스타일이 공격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장원정과 김태곤은 6이닝 무실점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고 7회째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슬슬 추가점 나와야하지 않나?"

간만에 주자가 2루까지 나갔기에 장원정은 그렇게 말하였다.

그리고 그 말을 하기 무섭게 추가점이 나오게 되었다.

마침 타자가 유성이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한번 투런을 터트리는 박유성! 오늘 경기에서 멀티 홈런으로 승기를 완전히 가져옵니다!]

[이제 스코어 5대0으로 완전히 여유를 가지게 되었는데요.]

- 갓유성 지린다.

- 2홈런 4타점 1볼넷으로 오늘도 혼자서 야구한다.

- 다른 타자들이 밥상 차려주든말든 결국 점수 뽑은건 유성이니깐.

- 솔직히 몇명은 대충 하는 느낌이 드니깐...

- 그러고보니 김태규 아까 국민의례때 장난 치던거 봤냐?

- 아 그거보고 그 나이 먹고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더라.

팬들은 지러다로 최선을 다한다면 봐줄 생각도 있었다.

유성도 지금 활약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설령 지더라도 별 다른 말을 안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김태규처럼 부진하고 있는 타자가 저렇게 장난이나 치고 있는 걸보면 경기에 임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로인해 김태규처럼 진지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선수들은 팬들에게 격렬한 질타를 받고 있었다.

- 후배 보기 안 부끄럽냐.

- 이런 놈이 84억이라니 돈이 아까워진다.

7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장원정은 정학히 77구로 7이닝째를 막아내면서 7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 요건을 획득했다.

이어서 남은 2이닝은 이대윤, 장시화, 임창작 이 3명의 투수들이 나누어서 막았다.

- 가장 컨디션이 안 좋은 투수, 성적이 가장 안 좋은 투수, 가장 노쇠화된 투수.

- 무슨 디버프 종합 세트냐.

- 그래도 어떻게든 막았잖아?

- 3명 합해서 3실점이 잘 막은거냐. 하마터면 오승훈 뜰뻔했잖아.

7회까지 5대0이 유지되던 스코어는 경기가 끝난 시점에서 6대3으로 바뀌어 있었다.

세이브 상황이기에 오승훈이 나올법도 했지만 임창작도 마무리 투수였기에 그대로 밀어붙이며 오승훈은 몸도 풀지 않으며 경기가 끝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역시 역대 최악이라는 이름 답게 쿠바는 순식간에 무너졌군."

"오히려 네덜란드를 더 기대해봐야할 정도로 말이지."

"솔직히 지금 분위기라면 한국과 일본이 4강행이 유력하지."

"반대쪽은 누가 올라올까?"

"푸에르토리코랑 미국이 유력하지 않을까 싶은데..."

"난 미국은 조금 힘들꺼 같아서 도미니카를 밀어보도록 하지."

"나도 도미니카."

"난 의외로 푸에르토리코가 떨어지고 미국, 도미니카도 될꺼 같은데."

"그건 좀 어려울꺼 같은데?"

한국과 일본의 4강행은 예상하기 쉽지만 푸에르토리코, 미국, 도미니카 3파전은 의외로 예상이 힘들었다.

예상대로 일본이 네덜란드를 잡으며 한국과 함께 1승을 먼저 획득한 가운데 대한민국과 네덜란드는 다시 만나게 되었다.

*

"이번에는 헐크를 안 만나서 다행이네."

"문제는 네덜란드 타선이 여전히 강하다는거지."

"약점이 투수니깐 아무래도 타격전으로 갈 확률이 높기는 하겠는데..."

네덜란드 전을 앞두고 대표팀은 마지막 회의를 하고 있었다.

쿠바전에 1이닝만에 40구 이상을 던지게 만든것을 봤기에 여차하면 볼넷을 주더라도 바로 걸러버릴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이번 경기에서는 적극적으로 치는편이 좋았다.

김인신 감독은 오늘 경기를 위해 타선을 조정했는데 타격전으로 간다면 지금의 타선으로는 이길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약하다고 평가 받는 전력인데 안타도 못 치는 놈을 계속 쓸 수는 없지. 리그에서 팀을 지휘할때는 그나마 2군이라는 백업이라도 있지만 국대는 한정된 인원에서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야하니깐."

네덜란드전 선발은 고심 끝에 다시 한번 우규인이 나서기로 했다.

뒤의 상대가 일본인만큼 양현정을 보내는게 더 좋을 것이라는 판단이었기 때문이었다.

"현정이는 어때?"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4강을 치룰쯤만 되어도 페이스가 올라올텐데..."

"일본전에 5이닝만 막도록 조절 해놔."

"네."

"규인이는 몇이닝 정도 가능할 것 같나?"

"네덜란드와 한번 붙어봤으니 그때보다 좋아질 수도 있고 나빠질 수도 있는데 일단 나빠질 경우 5이닝도 힘들겁니다. 반면 좋아진다면 6이닝 정도는 막아줄겁니다."

"여차하면 초반부터 불펜을 준비해야한다는 이야기로군. 좋아. 어차피 불펜에 여유가 많으니 2경기 모두 총력전으로 가지."

"네."

회의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애초에 그럴 필요도 없는게 남은 2경기 결과에 따라 4강 진출과 탈락이 갈리기 때문이었다.

전력으로 네덜란드와 일본을 상대할 뿐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경기.

양의정이 여전히 몸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다시 김태곤이 선발로 나서게 되었고, 벤치의 의중을 들었기에 공격적인 피칭으로 네덜란드를 상대했다.

하지만 1라운드와는 다르게 작정하고 덤벼들기 시작한 네덜란드 타선은 쉽게 공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비록 일본에게는 패배했지만 네덜란드는 자신들의 강력함을 유감없이 보여주었고, 우규인은 4.2이닝 4실점이라는 성적을 기록하며 물러나고 말았다.

다행인 점은 대한민국도 네덜란드 선발을 4이닝 5실점으로 강판 시켰다는 점이었다.

우규인 다음으로 등판한 투수는 차우천이었다.

선발로도 활용이 가능한 투수인만큼 긴 이닝을 소화할 것을 요청하며 차우천을 마운드에 올렸고, 차우천은 김인신 감독의 기대대로 2.1이닝동안 단 1점만을 내주며 네덜란드 타선을 틀어막았다.

딱!

[오늘도 갑니다! 이 타구는 멈추지 않고 담장을 향해! 그리고 넘어갑니다! 박유성의 쓰리런 홈런!]

[정말 결정적일때 터졌네요.]

[네. 박유성 선수가 5대5로 동점이 되자마자 쓰리런을 터트리면서 덕분에 8대5로 다시 달아나게 되었습니다.]

차우천이 2.1이닝을 소화하면서 벌써 경기는 8회를 향하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네덜란드는 2라운드에 합류한 지명 투수를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번 대회를 위해 WBC에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었는데 그게 바로 1라운드에는 참가하지 않지만 2라운드부터 참가를 하는 지명투수 제도였다.

네덜란드는 이 제도로 합류 시킬 수 있는 투수가 1명 있었는데 그 선수는 바로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무리 중 1명인 LA 다저스의 켄리 잰슨이었다.

본래 4강부터 합류할 예정이었지만 네덜란드가 2라운드에서 어려움을 겪을듯 하자 잰슨이 2라운드부터 합류를 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패의 순간이 다가오면서 그를 부른 의미가 없어졌다는게 문제였지만 말이었다.

어찌되었든 9회에 대한민국 타선을 상대하기 위해 등판한 잰슨은 단숨에 두 타자를 무너트리고, 마지막 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마지막 타자는 유성이었다.

"나랑 붙어보고 싶어서 일본으로 건너왔다니 황당하다고 해야하나..."

보라스가 유성에게 말하길 잰슨은 원래 4강부터 합류할 예정이었지만 1라운드에서 네덜란드가 대한민국에게 패배하는 것을 보고 2라운드부터 합류하기로 하였다고 말하였다.

"그래도 메이저리그 최강의 마무리랑 한번 붙어보고 싶었단 말이지."

3점의 리드가 있기에 유성이 여기서 아웃을 당해도 별 다른 문제는 없었다.

그렇기에 유성은 심호흡을 하며 잰슨을 상대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팡!

초구부터 153KM나 되는 강속구가 정확하게 들어오며 유성을 움찔하게 만들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몇 안되는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는 마무리 투수답게 직구의 구위는 장난이 아니었다.

한국에 있던 그 어떤 투수도 잰슨만큼의 구위는 없었다.

초구만 보았음에도 유성은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게 바로 메이저리그 최강인가.'

한국에서 1점대나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며 리그를 지배하는 블레이크, 페르난도 같은 투수들도 잰슨에 비하면 몇수나 아래에 불과했다.

2구째는 슬라이더였다.

물론 이 슬라이더도 보통 공이 아니었다.

초구로 날아온 직구나 아직 보여주지 않은 또 다른 공에 비하면 떨어졌지만 말이었다.

2스트라이크가 되고 유성은 잠시 타임을 외치며 스윙 타이밍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구속은 앞서 올라온 다른 투수들보다 더 빨랐기에 배트 스피드를 올릴 필요가 있었고, 구위는 격이 달랐기에 파워를 보강해야했다.

그렇게 준비가 끝나고 유성은 3구째를 맞이할 준비를 끝냈다.

그 모습을 보며 잰슨은 3구째로 자신이 가진 최강의 공을 꺼내들었다.

단순히 강력한 구위의 직구나 평범한 슬라이더만 있었다면 잰슨은 최강의 마무리가 될 수 없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잰슨은 마리아노 리베라의 후계자라는 별명이 생기게한 마구나 다름 없는 변화구를 가지고 있었기에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될 수 있었고, 지금 몇년 후 메이저리그에 진입할지도 모르는 동양인 타자에게 전력을 다 한 그 공을 던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유성은 보았다.

작년부터 보이지 않던 뛰어난 투수에게만 보이던 그 아우라가 말이었다.

그 아우라는 지금까지 보아왔던 그 어떤 투수보다 더 강렬했으며 그대로 잰슨의 3구째가 날아왔다.

팡!

"헛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헛스윙 삼진을 당하는 박유성 선수.]

[역시 잰슨이네요. 압도적인 피칭으로 단숨에 이닝을 마무리 해버렸습니다.]

[아무리 박유성 선수라고 해도 잰슨의 저 커터를 바로 때려낼 수는 없네요.]

[2년 후에 다저스로 안 간다면 또 상대할 수 있을테니 그때를 기다려야겠죠.]

- 아깝다.

- 아니 뭔 커터가 155나 나오냐.

- 직구 153인데 커터가 155...

유성은 그렇게 잰슨에게 패배했다.

========== 작품 후기 ==========

실제로 네덜란드가 4강 진출해서 잰슨이 합류했는데

여기선 한국이 4강 가게 생겼으니 조기에 불러왔습니다.

그리고 잰슨은 메이저 최강의 마무리답게 유성이까지 썰어버렸네요.

인터넷이 또 맛가버려서 다음화는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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