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31 - 2017 WBC 2라운드 -->
쿠바와의 첫 경기.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장원정은 새롭게 배터리를 이루게 된 김태곤과 오늘 경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타자들은 쿠바 투수진을 공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제한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80구니깐 일단 첫 타석에는 투구수 늘리는 쪽으로 가죠."
"15개라는 공은 잘 활용하면 1이닝은 가볍게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니깐..."
결국 제구력 싸움이라는 것인데 마침 대한민국의 선발은 제구력이 좋다고 평가받는 장원정이었다.
"저쪽도 투구수를 늘리는 쪽을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컨택력은 우리가 더 좋아. 막말로 우리 1,2,3번이 합해서 30개 이상 던지게 만들 수도 있으니깐."
"그렇단 말이죠? 그러면 제가 15개 정도 담당할테니 형들은 몇개씩 하실래요?"
"진짜 할려고?"
"영규형은 경험 있으시니 10개 정도만 해주셔도 충분하겠고, 건수형 5개는 쉽죠?"
"나도 그냥 10개까지 노려볼게."
"좋아요. 두분이서 20구 이상 끌고 가면 제가 40구까지 찍어버릴게요."
"...유성이가 같은 팀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나도."
사악한 작전을 구상한 대한민국 대표팀.
그런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는 쿠바는 마찬가지로 투구수를 늘리는 계속을 생각했지만 그쪽은 많아야 20구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대진상 오늘 경기에서 대한민국은 후공을 펼치기 때문에 그 계획은 조금 뒤에 나오게 되었다.
그렇게 경기가 시작되고, 1회 초 먼저 마운드에 오른 장원정은 예상대로 투구수를 늘리기 위해 나선 쿠바에게 나름 고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20구에 가까운 투구수를 기록하며고 말았다.
그래도 큰 위기를 맞지도 않았고, 실점도 하지 않았기에 대한민국 타선이 1회 말 타석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장원정 선수가 투구수 소모가 제법 되었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도 쿠바에게 투구수를 빼앗아 와야하는데요.]
[이영규, 서건수, 박유성 모두 컨택하면 손꼽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충분히 투구수를 늘릴 수 있을겁니다.]
'10개라...'
타석에 들어선 이영규는 자신의 몸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3차전에 초반 대량 득점 이후로 바로 교체 되면서 휴식을 취했고, 그로부터 며칠간 쉬었기에 체력은 문제 없었다.
"한번 해볼까나."
1,2구를 차분하게 지켜보며 쿠바 투수의 공을 확인한 이영규는 이내 자신의 이름을 딴 커트 기술 영규 놀이를 시작했다.
딱!
딱!
딱!
[이영규 선수 무서운 기세로 공을 커트하기 시작했습니다.]
[투구수 늘리기에는 투구수 늘리기라는거죠. 벌써 8구째 승부에 들어가고 있어요.]
"영규형 제대로 시동 걸렸는데? 그런대 풀카운트니깐 그대로 걸러버리면 9구만에 끝나버리는데?"
"그땐 건수형이 잘해야죠."
"...왜 이리 부담감이 늘어나는 기분일까."
"하하하, 무리할 필요 없어요. 정 안되면 제가 30개 정도 물고 늘어질테니깐요."
그런 유성의 말에 서건수는 생각했다.
'그런 모습 때문에 더 부담감이 생긴다고 말할 수가 없어.'
왜인지 모르게 울상이된 서건수는 이영규가 정말 9구만에 볼넷으로 출루하게 되자 한숨을 쉬며 타석에 들어섰다.
[이영규 선수가 무려 9개나 되는 공을 보면서 뒷 타자들에게 정보를 넘겨주었는데요.]
[왠지 서건수 선수는 한숨을 쉬고 있는거 같은데요.]
[몇가지 예상이 되는데요. 첫번째는 공을 칠 자신이 없다. 두번째는 이영규 선수처럼 커트할 자신이 없다. 세번째는 박유성 선수때문에 부담된다.]
[푸하하, 박유성 선수는 왜 나오죠?]
[아니, 이게 뭐라고 하기는 힘든데 느낌이 그래요.]
[좋습니다. 과연 무엇이 답일지는 경기가 끝난 후에 알아보도록 하죠.]
타석에 들어선 서건수는 앞선 타석에서 이영규가 한것처럼 공을 지켜보았다.
아직 0-0의 카운터였기에 가만히 지켜보아도 전혀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4개의 공을 지켜본 서건수는 2S-2B의 카운터에서 본격적으로 커트를 시작했다.
KBO 최초의 200안타를 기록한 그라고 해도 고의적으로 커트하는건 힘든 일이었다.
그럼에도 서건수는 어찌어찌 공을 커트해냈다.
3개의 공을 커트하며 8구째를 기다리는 상황이 되자 쿠바 배터리는 이전과 다르게 이번에는 공격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주자가 없던 이전과 달리 여차하면 병살을 노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타자나 주자나 모두 발이 빠르다는 점이 있었지만 쿠바는 둘 다 잡을 자신이 있었다.
애초에 둘 다 잡아내지 못하면 평가전때 쿠바 투수진을 박살냈던 괴물을 상대해야했기에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쿠바도 참 힘들겠구만."
"과거 같은 위용도 없으니 더욱 힘들겠지."
개방 전의 쿠바였다면 모를까 개방으로 인해 유망주 유출이 극도로 가속된 지금의 쿠바로써는 한국을 상대할 정도로 뛰어난 선수가 없었다.
서건수를 잡기 위해 공격적인 피칭을 이어간 쿠바였으나 결국 서건수만을 잡아내면서 서건수에게 12구나 던지고 말았다.
[1사 1루 하지만 무려 21개의 공을 던졌습니다. 쿠바에게는 설상 가상이나 다름 없겠지만 이런 상황에 강점을 보이는 타자가 또 박유성 선수거든요.]
[2년 전 프리미어 12에서 21구짜리 승부였던가요. 마음 먹으면 20구를 더 던지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설마하지만 1회부터 30개 이상 던지게 만들려는 계획인건가...
- 80개 중에 30개를 1회부터 던지면 5회도 못 채우고 끌려 내려오는건데 짜고 준비한거면 지린다.
- 유성이가 나오니깐 30개가 가능하다고 생각될 정도야.
[이영규, 서건수, 박유성 모두 리그에서 손꼽히는 타석당 투구수를 자랑하는 타자들이거든요? 특히 박유성 선수가 압도적인지라 쿠바 투수는 1회부터 30개 이상 던질 것을 생각해야할 판입니다.]
그리고 유성은 경기 시작전에 말한대로 쿠바 투수의 투구수를 늘리기 시작했다.
유성의 경우 3개의 공을 걸러내고 2S-1B 상황에서 커트를 시작했다.
세 타자들은 투구수를 늘리기 위해 조금씩 다른 패턴을 보였는데 이영규의 경우 보통의 1번 타자들처럼 차분하게 공을 보는것처럼 하다가 늘리기 시작했고, 서건수의 경우 공을 침착하게 보는 것은 똑같았으나 주자의 유무라는 큰 차이가 있었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이영규가 일부로 리드 폭을 줄이면서 쿠바 배터리에게 병살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만들어주었고, 그러면서 공격적인 피칭으로 덤벼오는 쿠바 투수의 공을 걷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21구를 기반으로 유성은 차근차근 쿠바 투수의 공을 걷어내고 있었다.
여전히 이영규가 리드 폭을 줄이면서 병살 확률을 올려놨기에 쿠바 투수는 이번에도 병살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피칭을 시도했다.
문제는 이미 21구나 던지면서 체력이 떨어진 상태였기에 유성은 쿠바 투수의 공을 좀 더 쉽게 건드릴 수 있었다.
쿠바 투수는 물론 포수까지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인지 뭔가 리드도 대강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경기가 늘어지기 시작했다.
[눈 깜빡할 사이에 투구수가 30개를 넘어가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S-2B입니다만... 박유성 선수 정말 무섭네요. 타격 7,8관왕씩 해버리는 선수가 저렇게 커트까지 해버리면...]
[이런 모습들을 보면 말이죠. 얼른 메이저리그로 보내야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니깐요. 다른 팀들도 좀 살아야하니깐요.]
- 아직 2년 남았는데 뭘 벌써 보내실려고 하나.
- 야, 끔찍하지 않냐? 박유성한테 2년이나 더 털려야함.
- 헐... 우리 올해도 12패씩 당하는거냐?
- 일단 우리는 확실하게 탈탈 털릴꺼 같다.
몇몇 팀은 이미 다이노스에게 상대 전적에서 밀리는 것을 기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만큼 다이노스의 전력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었는데 리빌딩으로 전력이 감소할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최강팀은 다이노스였다.
다시 돌아와서 유성은 10구 넘게 승부를 이어가고 있었고, 이번 타석에서 이것을 20구까지 이어갈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목표는 40구."
딱!
[파울! 12구째도 파울!]
딱!
[파울! 15구째도 파울이 됩니다.]
딱!
[파울! 정말 20구까지 갈듯 합니다. 18구째가 커트되었네요.]
쿠바 투수 입장에서는 토가 나올정도로 긴 승부였고, 긴 이닝이었다.
심지어 20구째의 결과가 최악의 결과가 되고 말았는데
딱!
[이번에는 옆도 뒤도 아닌 앞으로! 그리고 멈추지 않고 날아가는 이 타구는 그대로 담장을! 넘어갑니다아아아!]
[20구 승부 끝에 터진 박유성의 선제 투런 홈런!]
대한민국 대표팀이 스코어 2대0으로 앞서가기 시작하였고 반면 쿠바는 무려 41구나 던졌음에도 1아웃만 잡아내고 2점을 더 내주고 말았다.
[이 승부는 정말 대한민국 입장에서 매우 편한 미래를 알리는 승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40개 넘게 던지며 체력이 빠진 쿠바 투수는 단숨에 구위가 떨어지며 이대오에게 초구만에 백투백 홈런을 허용하더니 이어서 나선 김태규에게는 이번 대회 첫 안타까지 헌납하고 말았다.
쉴틈 없이 몰아친 대한민국 타선은 결국 1바퀴를 돌았고, 이영규가 일부러 아웃 당해주지 않았다면 1회만에 쿠바 투수가 강판되고도 남는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1회가 끝난 시점에서 쿠바 투수의 투구수는 60개에 근접한 상태였다.
"이러면 길어봐야 3회겠군."
"저쪽에서 저렇게 나올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작정하고 나온게 분명하지. 아니면 3명이서 40개나 던지게 할 수가 없어."
상황이 이렇게 되자 쿠바도 투구수를 늘리기 위해 침착하게 승부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장원정은 수비진을 믿고 치기 쉬운 공을 던져 주었다.
쉬운 공을 준다는 것은 그들에게 점수를 뽑아낼 기회를 주는 것이지만 커트를 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 타자들에게 그것은 오히려 최고의 유인구였다.
딱!
딱!
딱!
그렇기에 장원정은 2회 초를 마무리 하는데 단 5개의 공만 사용하였다.
양의정과는 다른 스타일의 김태곤이었지만 장원정은 이 패턴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대표팀의 배터리가 분위기를 탄 가운데 쿠바 배터리도 어찌어찌 2회를 넘겼다.
하지만 투구수 차이가 너무나 컸기에 3회가 끝나고 쿠바의 선발은 강판될 수 밖에 없었다.
[3회가 끝난 시점에서 장원정 선수는 40구도 안 던졌지만 쿠바 선수는 80구에 근접하면서 결국 3이닝 3실점으로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1회가 끝나고 미리 준비하고 있던 쿠바 불펜이 올라왔지만 누가봐도 대한민국에게 유리한 흐름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이제 경기는 중반인 4회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쿠바는 약하니깐(?) 빠르게 넘기고 다음화는 네덜과의 리매치를...
사실 네덜란드도 별거 아니라서(?)
한일전에 더 집중하기로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