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146화 (146/300)

<-- Chapter 30 - 2017 WBC 개막 -->

6대1의 스코어로 5회 말까지 경기가 진행된 가운데 대표팀은 6회 초에 3번째 투수를 등판 시켰다.

심차민이 첫 타자만 잡고 물러난 가운데 이어서 마운드에 오른 차우천이 나머지 두 타자를 잡으며 6회 초를 가뿐하게 막아냈다.

대표팀 타선은 6,7회에는 침묵을 지킨 가운데 차우천은 7회 초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1.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였다.

순식간에 경기가 진행되며 8회 초가 되자 대표팀은 임창작과 이대윤을 준비 시켰다.

그리고 8회 초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원종헌.

[박유성 선수의 쓰리런 이후에 경기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TQP를 고려했을때 추가 점이 필요한 시기인데요.]

[우선 남은 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야겠죠.]

그 말대로 원종헌이 단 9구로 깔끔하게 8회 초를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8회 말 유성이 다시 한번 타석에 들어섰다.

2홈런과 서건수의 주루사로 타점은 없지만 2루타를 친 상황이었기에 여기서 안타를 하나 더 친다면 4안타 경기를 만들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성의 타격을 두려워한 이스라엘이 유성에게 유인구만을 일관하다가 볼넷 출루를 허용하였고, 유성은 5점차라는 스코어를 고려해서 도루를 하지 않았다.

"8회니깐 무리할 필요는 없다."

"네."

오늘 대표팀의 공격은 서건수와 유성 두사람이 이끌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만큼 다른 타자들의 상태가 안 좋았는데 특히 이대오, 김태규가 무안타로 침묵하며 유성이 이번 타석에 볼넷으로 걸러진 것이었다.

[서건수 선수나 박유성 선수는 타격감이 좋은데 다른 선수들은...]

[이제 첫 경기니깐요. 뒷 경기에서 더 잘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일단 지켜봐야겠죠.]

[제가 볼때 네덜란드 전은 다른 타자들까지 터져줘야할텐데요.]

[사실 우리가 2위를 잡을 수 있다면 굳이 네덜란드를 안 잡아도 되기는 합니다만...]

[실점을 최소화 할 수 있다면 2승 1패로도 2위 혹은 1위도 노려볼만 하니깐 이론상으로 가능한 이야기이기는 하네요.]

- 경우의 수 생각 안 하면 안되냐?

- 네덜한테 털렸던 기억이 있어서 불안하기는 하지.

- 일단 1경기는 잡았으니깐 뭐...

그러는 사이에 유성이 어찌어찌 2루를 거쳐 3루까지 갔지만 결국 홈에 들어오지 못하며 추가점을 뽑아내지 못했고, 9회 초 임창작이 마운드에 올랐다.

제구가 안되는 것인지 볼을 연발하던 임창작은 가까스로 2아웃을 잡아냈지만 2사 1,3루의 위기를 맞이하고 말았고, 그 상황을 본 선동열 코치가 발 빠르게 투수 교체를 감행하며 이대윤을 마운드에 올렸다.

[오승훈, 임상민, 이현성, 박희소 선수는 뒷 경기를 위해 아끼는군요.]

[저 4명의 투수들은 네덜란드와 대만전에 다 투입한다고 봐야겠죠.]

- 투수 운용 잘 하네?

- 이렇게 보여도 저번 대회에도 그렇고 투수 교체는 작두 탔음.

실제로 마지막 투수로 올라온 이대윤이 큰 타구를 허용하기는 했으나 유성이 가뿐하게 잡아내면서 6대1의 스코어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경기 종료! 대한민국이 WBC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둡니다!]

[이걸로 2라운드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잡게 되었는데요.]

[이제 우리 입장에서는 다음 경기인 네덜란드전 결과가 중요합니다.]

*

3안타 2홈런 5타점으로 이스라엘전 승리의 1등 공신이 된 유성은 경기가 끝나고 기자들에게 붙잡혀서 인터뷰까지 하고 돌아왔다.

"오, 유성이 왔다."

"응? 다들 여기서 뭐하세요?"

"너 기다렸지. 오늘 솔직히 투수들이랑 너랑 거의 몇명만 경기를 한 수준이니깐..."

솔직히 말해서 이전까지의 대표팀은 일부는 의욕이 가득했지만 일부는 이도저도 아니었고, 나머지 일부는 의욕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유성 혼자만 야구를 하게 되자 일부 선수들에게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고, 그것은 점차 시간이 지나며 경기로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에 치룬 네덜란드 전에 그런 모습이 나오기에는 시간이 모자랐다.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과 네덜란드가 맞붙습니다.]

[이스라엘과 대만의 경기가 또 예정 되어 있죠?]

[네. 여기서 이긴팀은 그대로 2라운드 진출 확정이라고 보면 되고, 진 팀은 저쪽 경기를 지켜봐야겠죠.]

편안하게 2라운드에 진출하느냐 경우의 수를 보며 3차전을 치룰 것인가 그것이 이번 경기에서 결정되는 것이었다.

대한민국과 네덜란드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펼쳐진 이스라엘과 대만의 경기는 타선이 폭팔한 이스라엘이 대만을 박살내며 3위로 올라선 상태였다.

"이러면 대만은 탈락이라고 보면 되겠군."

"중요한건 네덜란드인데 투수가 하필이면..."

대한민국은 우규인을 선발로 내세운 가운데 네덜란드는 밴덴헐크를 내세우며 힘으로 찍어누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솔직히 말해서 저녀석 공략이 가능할까?"

"또 유성이를 믿고 가야할꺼 같은데?"

"점점 후배에게만 맡기고 있으니 면목이 없어지는데..."

"그렇다고 저 150짜리를 던지는 놈의 공을 제대로 칠 수 있는것도 아니잖아."

"넌 꼭 그렇게 아픈 곳을 찔러야하냐?"

"솔직히... 몇년전이었으면 150이라고 해도 해볼만 했잖아? 그런대 지금은..."

"그렇지. 나도 강속구 대처에 한계를 느껴서 한국에 돌아오기는 했지. 그래도 어느정도는 공략했으니 너보다는 나아."

"그러고보면 니가 활약할때는 내가 못했고, 내가 활약하면 니가 못했지."

"전에 평행이론 같은거 본적이 있는데 그거 말하는거지?"

"그래."

이대오와 김태규.

둘 다 수 많은 업적을 기록한 한국의 레전드들이었다.

그런 타자들도 노쇠화를 막지는 못하며 어느덧 멀지 않은 시기에 은퇴를 고민하는 나이가 되었다.

"난 솔직히 이번 대회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있었어."

"그래서?"

"몸 좀 사리면서 하자고. 나도 84억짜리 계약 남아있고, 너도 이제 4년간 150억 값을 해야하잖아."

"...마. 내는 유성이랑 같이 쭉쭉 갈테니깐 안될꺼 같으면 빠진다고 해라."

"야, 대오야."

"됬다. 내는 시즌 말아먹더라도 WBC 제대로 할끼다."

대화는 거기서 끝이었다.

지난 경기와 동일한 라인업에 선발만 바뀐 네덜란드전은 불화의 씨를 남기고 시작되었다.

"대오형, 뭔 일 있어요?"

"아무것도 아니다."

"...뭔 일 있으면 도움은 못 되어도 들어는드릴게요."

"마, 내가 니보다 10년은 더 살았고, 경력도 10년은 더 많다. 아무리 그래도 후배 괴롭히는 짓은 안 한다."

"그러면 오늘은 기대해도 되겠죠?"

"...그건 노력해볼게."

그렇게 시작된 경기는 1차전과 달리 대한민국이 원정팀으로 뛰며 선공에 나서게 되었다.

1회 초부터 이영규가 3루타를 때려내며 찬스를 만들어냈고, 유성이 기다렸다는듯 안타를 때려내며 이영규를 불러들였다.

거기에 이어서 이대오까지 안타를 때려내며 드디어 타선이 터지는가 했으나 김태규가 병살을 치면서 단숨에 이닝이 끝나고 말았다.

[아쉬운 병살타가 나오고 말았습니다.]

[이건 좀 안 좋은데요.]

[그래도 일단 1점을 먼저 얻었으니깐요. 1차전처럼 투수들이 잘 막아준다면 괜찮을겁니다.]

그러나 우규인이 1회와 2회에 무려 3점을 실점하면서 대한민국은 3대1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을 보고 있던 이대오는 프리미어 12때부터 친밀하게 지내더니 WBC에서는 아예 조언을 주는 책사처럼 유성을 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도 유성에게 경기 흐름을 물어보고 있었다.

"2점차라... 유성아 어때?"

"두 사람 다 4이닝이 한계일꺼에요. 그리고 불펜이 나올텐데... 솔직히 말해서 6회까지 1점 차이라도 좋으니 역전에 성공 시켜야해요."

"4이닝 안에 3점이라... 한번은 주자가 모여야겠는데?"

"다음 타석에는 칠 수 있어요. 문제는 제 앞에 주자가 있어야한다는건데..."

"그건 걱정마. 감 잡았으니깐."

"영규형이면 안심할 수 있죠."

"나도 잊지말라고?"

이영규, 서건수, 박유성, 이대오까지 대표팀의 1,2,3,4번이 최소 3점을 뽑아내기 위해 뭉치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김태규는 그쪽을 신경조차 쓰지 않고 편하게 경기를 지켜보았다.

"뭔가... 흐름이 이상한데?"

"그렇지? 마치 파벌 싸움?"

경기 후반에 등판할 확률이 높은 임창작과 오승훈은 그런 모습을 보며 이번 대표팀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회 초

1아웃에 주자 1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영규가 차분히 밴덴헐크의 투구수를 늘리기 시작했다.

[영규 놀이가 또 시작되려 하는거 같은데요?]

[잘하면 벤덴헐크를 조기에 끌어내릴 수도 있으니깐요. 이왕 하는거 더 많이 커트하면 좋겠습니다.]

이영규는 공을 커트하다가 하나를 잘못 건드리며 아쉽게 아웃을 당했으나 그 사이에 주자가 2루로 향하며 단숨에 추격이 가능한 스코어링 포지션이 만들어졌다.

이어서 타석에 들어선 서건수는 그것을 보며 차분하게 타격을 준비했다.

이영규 덕분에 체력이 나름 소모된 헐크는 여전히 150의 공을 던졌으나 적응이 끝난 서건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딱!

[쳤습니다! 내야를 단숨에 빠져나가며 안타!]

[주자 돌아서 바로 홈으로! 여유있게 들어옵니다!]

[스코어 3대2로 추격을 시작하는 대표팀입니다. 게다가 이제 2사 1루 상황에서 박유성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게 되는데요.]

"대오형, 밥상이라도 차려드릴까요?"

"차릴꺼면 좀 쉬운걸로 차려라."

"네. 그러죠."

대오의 주문을 받고 타석에 들어선 유성은 생각을 정했다.

'좋아, 2,3루로 만든다.'

딱!

[초구! 쳤습니다! 이 타구는 2루수가! 잡지 못하고 그대로 우익수에게!]

[1루 주자는 2루 돌아서 3루에서 멈추고, 타자! 2루에서!]

[세이프!]

[정말 아슬했네요.]

"어우. 생각보다 더 빠르네."

2루에서 살아남은 유성은 타임을 요청하고 1루 코치에게 장비를 넘겨주며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차라리 1루에 멈췄으면 더블 스틸을 노려봤을텐데 상관 없을려나? 아무튼 이제 2아웃에 대오 타석이니깐 걸리는대로 바로 뛰는거 알지?"

"당연하죠. 이렇게 보여도 벌써 프로 5년차 시즌을 앞두고 있다고요."

그리고 유성은 웃으며 2루에서 홈까지 뛸 준비를 했다.

- 갓유성님이 웃고 계신다.

- 한방이면 역전이니깐 웃음이 나오겠지.

- 여기서 쳐야 조선의 4번이다! 대오야!

"누가 내 이야기를 하나?"

왠지 그런 느낌이든 이대오는 천천히 1루로 향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이대오의 타구가 저 멀리 날아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타구는 멈추지 않고! 저 멀리! 담장을 향해! 그리고 넘어갑니다!]

[이대오의 역전 쓰리런 홈런! 스코어 5대3!]

========== 작품 후기 ==========

얼마만의 2편 연재인가...

이대호는 분명 사투리로 말하는데

제가 사투리는 약해서 조금 밖에 못 쓰겠네요.

위기가 거의 없었으니 대표팀의 분열 같은걸로 위기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분열이라고 해봐야 몇편 만에 해결되는 수준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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