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28 - 2016 한국시리즈 -->
"오늘 길게 던져야하는거 알지?"
"물론이지. 리드나 잘해."
"그래."
차분하게 피칭을 준비한 해킹은 베어스 타자들을 차례차례 무너트리기 시작했다.
해킹이 가뿐하게 1회 말을 끝나자 그 모습을 보고 다시 마운드에 오른 리퍼슨도 다이노스 타자들을 차례차례 무너트렸다.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삼진으로 2회 초를 마무리 하는 리퍼슨! 경기 시작부터 양 팀 선발들의 투수전이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는데요.]
[리퍼슨은 리퍼슨 나름대로 한국시리즈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 던지고 있고, 해킹은 여기서 끝내기 위해서 던지고 있으니깐요.]
- 다이노스는 불펜 2명 밖에 없고 베어스는 4명이나 있는데 믿을 놈이 없고.
- 저 중에 3이닝 무실점 한 애 있지 않냐?
- 아니. 저 친구 가끔 잘 던지는데 보니깐 3이닝 무실점 하던게 딱 잘 던지던 날 모습이더라.
팽팽하게 이어진 경기로 인해 0대0의 스코어는 5회까지 이어졌다.
스코어가 바뀐 것은 6회 초.
딱!
[드디어 안타가 터지면서 출루에 성공하는 다이노스!]
[이제 박유성 선수가 기다리고 있는데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좌타석에도 들어서면서 한국시리즈 유일의 안타를 때려내기도 했는데요.]
[그 이후로는 계속 고의 사구로 출루하는 바람에 타율 1.000이 쭉 유지되고 있습니다.]
- 타율 10할 실화냐.
- 1안타 빼면 전부 고의사구라는게 함정.
- 진짜 베어스 놈들도 지독하다니깐...
결국 유성이 또 고의사구로 출루하며 1,2루 찬스가 만들어진 가운데 이어서 테임즈가 타석에 들어섰다.
[어제 쓰리런을 때려내며 막판에 1점차까지 추격을 하게 만들었던 테임즈인데요.]
[오늘은 리퍼슨 때문에 이렇다 할 활약이 없지만요.]
- 여기서 슬슬 쳐줘야하는데...
- 홈런까지 안 바란다 저 둘이 들어올 정도만 쳐라.
딱!
[주자 뛰고! 또 쳤습니다!]
[빠르게 3루 돌고 홈으로! 이제야 공을 잡고 중계 플레이 이어가는데요!]
[1루 주자 과감하게 3루 돌고 홈으로!]
[정말 빠릅니다! 급하게 홈 승부!]
"세이프!"
[세이프! 2타점 적시 2루타가 터지며 드디어 앞서가는 다이노스입니다!]
[해킹이 안정적인 피칭을 이어가고 있는 지금 이 점수는 큽니다!]
- 아 여기서 끝인가...
- 작년보다 강해졌는데도 다이노스한테는 털리네.
- 선발 개판 났는데도 103승 거두었으니...
베어스팬들이 패배를 직감했을때 7회 말 베어스 타자들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1점 다시 1점 그리고 1점.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던 해킹은 7회를 버티지 못하고 3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궁지에 몰렸던 베어스가 극적으로 경기를 뒤집습니다!]
[결국 해킹이 6.2이닝 3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가는데요. 원종헌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8회부터 나올려고 준비 중이었을텐데 해킹이 흔들리는 바람에 조금 빨리 나오게 되었네요.]
"1점이라도 더 내면 9회 말까지 갈텐데..."
"아무래도 오늘도 힘들꺼 같지?"
"괜히 종헌이형만 힘 빼고 말았네."
결국 베어스가 8,9회 초를 3명의 투수로 마무리하면서 스코어 3대2로 경기가 끝나게 되었다.
[스코어 3대2로 한국시리즈 5차전은 베어스가 가져가게 되었습니다!]
[정말 팽팽한 경기가 한순간에 뒤집히고 말았네요. 물론 다이노스 입장에서는 6차전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지만요.]
5차전에 펼쳐진 리퍼슨과 해킹의 2차전은 리퍼슨이 7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6.2이닝 3실점을 기록한 해킹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며 완투패의 복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
"결국 6차전까지 가게 되었군."
"이제는 승부를 봐야겠죠."
6차전 양팀의 선발은 장원정과 스튜어트.
6차전부터 마산에서 경기가 치루어지기에 하루의 휴식일 동안 양팀은 모든 전력을 다 끌어 보았다.
"내일이면 결판이 나겠군."
"더 길게 볼것 없이 형식이랑 종헌이도 6차전에 투입하죠."
"그래. 이제는 끝을 볼때야."
6차전에서 승부를 볼 생각인 다이노스와 달리 7차전까지는 끌고 가야하는 베어스도 6차전에 전력을 집중할 생각이었다.
"그동안 계속 고의 사구로 피했지만 6차전에는 피할 수 없을꺼야."
"설마 또 배트 던질려고?"
"...나를 대체 어떻게 보는거야?"
"괴물."
"몬스터."
"신."
"지배자."
"...뭐 그리 많아?"
"그러게 좀 적당히 하지. 뭔놈의 별명이 4년만에 이렇게 쭉 생겼냐."
내일 승리를 거둔다면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확정하게 된다.
그만큼 다이노스 타자들은 내일 경기에서 최대한 집중력을 끌어올릴 생각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만루정도는 만들어져야 나한테 타석이 올꺼 같은데 이번 시리즈에서 나한테 한번도 만루가 안 나왔네..."
"그나마 주자 2명은 있었지. 그마저도 걸러버려서 뒤에 만루가 만들어졌지만..."
결론은 간단했다.
유성을 제외한 다른 타자들이 열심히 일을 하던가 아니면 유성에게 만루 찬스를 만들어주던가 하는 것이었다.
"노력은 해볼게."
"5경기 동안 침묵했으니깐 이제는 좀 쳐줘..."
왜인지 애처로운 느낌까지 드는 유성의 말을 뒤로 하고 6차전이 다가왔다.
[4차전 아니면 5차전에 끝날 것이라 생각했던 시리즈가 6차전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마산으로 무대가 이동했는데요. 만약 오늘 다이노스가 승리를 거두면 3년만에 홈에서 우승 퍼레이드를 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다이노스는 오늘 모든 전력을 다 투입하겠죠?]
[네. 사실 그건 베어스도 마찬가지인데요. 하루 휴식이 있었던만큼 6차전에 모든 투수가 투입될겁니다.]
- 조금만 흔들린다 싶으면 바로 갈아치우겠지.
- 솔직히 다이노스는 4,5차전은 그렇다고 쳐도 6차전까지 내주면 완전 ㅈ되는거니깐.
그래서 오늘 마운드에 오른 스튜어트도 나름 부담감을 가지고 마운드에 오른 상황이었다.
딱!
[쳤습니다! 유격수 정면! 2루를 거쳐서 1루로!]
[아웃!]
[스튜어트가 선두 타자에게 볼넷을 내주었지만 이후 삼진과 병살타로 1회 초를 무실점으로 막아냅니다.]
1회 초를 막아내고 5경기동안 타순에 변화가 없던 다이노스는 드디어 변동을 주었다.
박민병이 1번으로 돌아가고 2번에 김성옥이 들어간 것이었다.
[그동안 타선이 꾸준히 침묵했기 때문에 이 기용은 한방을 노리는거죠?]
[네. 김성옥 선수가 적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10개가 넘는 홈런을 때릴 정도의 장타력을 보여줬거든요. 마침 구장이 잠실이 아닌 마산 구장이기 때문에 까딱하면 넘어간다고 생각하는게 좋습니다.]
"타율이 낮다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지."
"시즌 초반에 엄청 못하더니 후반기에 살아나면서 이젠 선발로 나오기까지 하네."
"일단 민병이형이 출루를 해줘야하는데..."
오늘 경기의 중요성은 타석에 들어선 민병도 잘 알고 있었다.
'5경기 쉬었으면 됬어. 이젠 쳐야한다.'
사실 민병의 타율은 다이노스 선수들 중에서 유성을 제외하고 가장 높았다.
그럼에도 타율이 3할이 안되었기에 부진하는 것처럼 보였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이를 악물고 차분하게 장원정의 공을 지켜보았다.
140 초중반을 유지하는 직구, 다양한 변화구, 뛰어난 제구력 그리고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
'버티고, 버텨서 끌고 간다.'
3구째로 1S-2B의 카운터가 만들어지자 박민병은 그 이후에 던지는 공들을 커트하기 시작했다.
베어스의 약점은 불펜.
앞선 3,4,5차전에서는 예외적으로 좋은 모습들을 보였지만 나름 소모가 된 상태인데다가 균열이 곳곳에 보이는 상황이었기에 빠르게 선발을 내릴 수 있다면 다이노스가 유리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8구째를 참아내면서 풀카운트를 만들어낸 박민병은 9구째를 노리기 위해 다음 공을 기다렸다.
[박민병 선수 끈질기게 물어지고 있는데요.]
[6차전에서 어떻게든 끝내기 위해서 전력을 다 하고 있네요.]
딱!
그리고 이어진 9구째를 받아친 박민병은 출루에 성공했다.
[선두 타자가 출루에 성공하면서 기회가 만들어집니다!]
[이어서 2번 김성옥이 타석에 들어섭니다.]
'어떻게든 나가야해. 그래야 뒤에 있는 클린업들에게 기회가 갈 수 있어.'
6차전이라는 중요한 경기에서 선발로 나선만큼 극심한 부담감이 새긴 김성옥이었으나 침착하게 초구를 지켜보았다.
초구가 스트라이크가 되면서 아쉬움을 표했지만 2구째 유인구를 참아내며 카운트를 원점으로 돌려냈다.
김성옥이 속지않자 베어스 배터리의 머리가 슬슬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좌완인 장원정이 있기에 박민병이 도루할 확률은 낮지만 인플레이 타구가 나오면 2루를 허용할 확률이 높았다.
'하나 더 떨어지는거.'
'차라리 찌르는게 어때?'
'아니. 떨어지는거.'
'...좋아.'
살짝 미묘한 감이 있었지만 2년간 함께 호흡을 맞춘 투수의 의견을 따르기로 한 양의정은 장원정의 공을 기다렸다.
하지만 김성옥이 다시 참아내면서 1S-2B의 카운트가 만들어지고 말았다.
[이걸 또 참아내는군요.]
[초구에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여서 2,3구에 스윙을 할 것이라 생각하고 유인구를 던진것 같은데 억지로 참아냈네요.]
유리한 카운트가 만들어지자 벤치에서 지켜보고 있던 유성은 타석에 들어설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 김성옥은 2개의 공을 더 지켜보며 2S-3B의 풀카운트를 만들어냈고, 이제 6구째를 승부하게 되었다.
[제 6구. 쳤습니다!]
딱!
[2루수! 잡... 놓쳤어요! 유격수 빠르게 잡아서 1루로! 세이프!]
[그 사이에 1루 주자도 2루로 가면서 득점권에 포지션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범성이형."
"응?"
"알지?"
"당연하지. 너랑 호흡 맞춘게 몇년째인데."
작년보다 한층 더 좋아진 선구안을 과시하고 있는 범성이 차분하게 타석에 들어섰다.
이쯤 되자 베어스 배터리도 슬슬 뒤에 있는 타자가 의식 되기 시작했다.
'저녀석 앞에서 만루는 절대 안돼.'
'여기서 무조건 끊는다.'
만루에서 거르라는 사인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오늘처럼 총력전을 펼치는 분위기라면 1점을 내기도 힘들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점수를 내줄만한 요건을 최대한 줄이는게 중요했다.
유성에게 만루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필사의 각오를 한 베어스 배터리였다.
========== 작품 후기 ==========
왜 난 새벽에 글이 조금 더 잘 써지는거 같은걸까...
이걸 낮시간으로 움직이지 못하면 내 몸이 망가져버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