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28 - 2016 한국시리즈 -->
2회까지 0대0이 유지된 가운데 다이노스는 투수 교체 타이밍을 계산하고 있었다.
"5회에 선발을 내린다면 누굴 쓰는게 좋을까?"
"민오랑 진호가 3이닝 정도 막아줄겁니다. 그러면 나머지 애들이 1이닝 정도는 막아주겠죠."
"그러면 일단 5회까지 무실점으로 막는게 관건이겠군."
이번 포스트시즌은 이례적일 정도로 점수가 안 나오는 포스트 시즌이었다.
각팀 에이스들이 줄줄이 나왔다는 점도 있겠지만 각팀 타자들의 타격감이 그렇게 좋지 않다는 점도 한몫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이 이례적일 정도로 점수가 안 나오고 있는데 한국 시리즈에 오니 더욱 점수가 안 나오네요.]
[이호중 선수를 제외하면 타점을 올리는 선수가 1명도 없다는 점이 참 당황스럽네요.]
[득점도 박유성 선수 말고는 없고요.]
- 이래도 숙부존을 부정할꺼냐
- 트윈스 탈락했으니깐 이제 해당 사항 없는거 아니냐?
- 그랬으면 한국시리즈에서 점수가 좀 빵빵하게 나와야지.
"베어스는 오늘도 8이닝씩 던지게 만들려나?"
"투구수 보니깐 6이닝도 아슬하겠는데요?"
4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오늘 2번 타자로 나선 박민병이 안타를 때려내고 출루에 성공하고, 나범성이 볼넷으로 나서며 1사 1,2루의 찬스가 만들어졌다.
[간만에 기회가 만들어진 다이노스인데요.]
[박유성 선수를 거르면 1사 만루가 됩니다. 뒤에는 테임즈, 박선민, 이호중이 기다리고 있고요.]
[솔직히 말해서 이번에도 박유성 선수를 거르면 뒤가 힘들겁니다. 지금 보우덴의 투구수가 많거든요.]
- 아직 3.1이닝 밖에 안 던졌는데 70개 넘는거 실화냐.
- 오늘 7이닝만 채워도 대단한거다
- 내가 볼때 7이닝도 무리 같다.
"이번에도 거르겠죠? 그러면 전 미리 움직이죠."
"응?"
[어? 박유성 선수가... 좌타석에 들어섭니다.]
[아까 리드폭을 크게 잡았던건 애교네요. 어차피 고의사구로 거를테니 반대 타석에 서겠다는 의도로 보이는데요.]
'이런거까지 참아야하나?'
한국에서 수년간 뛰었던 리퍼슨이었다면 어찌어찌 참아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지금 마운드에 있는 투수는 올해 처음 KBO에서 뛰는 보우덴이었고, 결국 보우덴은 참지 못하고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팡!
"스트라이크!"
[드디어 스트라이크가 나왔네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박유성 선수 타석에서 초구가 스트라이크가 된건 이게 처음입니다.]
[그만큼 저 반대타석에 들어서게 확실한 도발이라는거죠.]
- 그러게 작작 걸렀어야지.
- 그런대 유성이 하는거보면 좌타로도 칠꺼 같아서 무섭다.
[2구째도 스트라이크인데 우타석에 안 돌아가는 박유성 선수인데요.]
[설마 하지만 저기 계속 있는건 아니겠죠?]
[혹시 모르죠. 박유성 선수가 좌타 연습을 해왔을지도...]
[설마요. 아무리 박유성 선수라지만...]
[야구는 원래 모르는거니깐요.]
- 에이 아무리 투수도 가능하다지만 스위치 타자가 될리가...
- 난 왠지 될꺼 같은데.
- 타자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성이잖아...
- 점점 될꺼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이쯤되니 보우덴도 느낌이 묘했는데 하나 빼자는 사인을 보냈고, 유성은 살짝 빠지는 그 공을 과감하게 스윙했다.
딱!
[쳤습니다! 아! 안타! 우익수 우측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타구!]
[주자 빠릅니다! 2루 주자 홈인!]
[이제야 잡았는데요! 1루 주자도 들어옵니다!]
[타자는! 3루에서! 세이프!]
[드디어 점수가 나옵니다! 박유성의 적시 2타점 3루타!]
[더 놀라운건 좌타석에서 때려냈다는 점입니다!]
- 설마하던게 현실로.
- 이제는 스위치 히터까지 하네.
- 이 타자를 누가 막을 것인가.
딱!
[타구가 높게 뜨고! 잡아내자마자 3루 주자 태그업!]
[짧은 외야 플라이였는데 그걸 또 들어오네요.]
[이걸로 스코어 3대0이 됩니다!]
- 지렸다
- 이게 바로 갓 유성인가...
- 1,2차전 내내 혼자 뛰더니 3차전에는 드디어 직접 점수 뽑네.
"...저건 대체 어디서 나온 괴물이야?"
허탈함을 느낀 베어스 배터리는 순간적으로 전의를 잃어버렸으나 마지막 아웃 카운트까지 잡아내며 4회를 마무리 했다.
"설마 쉬고 있는 동안 좌타로 치는걸 연습했던건 아니겠지?"
"존을 넒게 보는 연습만 해도 힘들텐데 그게 가능할리가..."
"만약 좌타로 치는걸 이후에도 보여준다면 몸값이 더 올라갈지도 모르겠군."
"진정한 의미에서 괴물이로군."
유성의 좌타 타격에 모두가 놀랐을때 4회에 마운드에 오른 최강금은 4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 투수까지 아웃 카운트 3개를 남기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순간 평점심을 잃어버리며 5회에 1점을 내주기는 했으나 수비진의 도움을 받으며 기어코 5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 요건을 완성했다.
[최강금 선수가 5이닝을 채우면서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5회가 고비였는데 결국 넘겼네요.]
[현재 투구수가 70개도 안되기 때문에 더 던질 수도 있고, 7차전을 대비할 수도 있는데요.]
[불펜을 아껴둔만큼 아마 최강금 선수는 여기서 끝낼듯 합니다.]
- 7차전까지 갈 일이 없을꺼 같은데...
- 그런대 불펜들 놀고 있었으니 일하기는 해야하니깐.
"더 던질 수 있겠냐?"
"80개까지는 가능합니다."
"좋아. 6회에도 올라가라."
보우덴이 6회까지 막아내며 6이닝 3실점을 기록한 사이에 최강금이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아, 최강금 선수가 6회에도 올라왔네요.]
[투구수가 여유가 있으니깐 80개까지 던진다고 가정하면 이번에도 올라올만 했죠.]
- 아니. 4회부터 맞기 시작했는데 왜 또 올리고 난리야.
- 이놈은 80개가 아니라 60개 제한 걸어야할판인데...
이렇게 불안감을 표한 다이노스팬들이었지만 예상을 깨고 최강금이 안정적으로 땅볼을 유도하며 6회를 75구 이전에 마무리 하며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정말 명품 투수전이네요.]
[최강금 선수를 보면 작년에 손민훈 선수가 생각 나죠?]
[투구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점이라던가 그런 부분이 비슷하죠.]
[어찌되었든 6이닝 1실점으로 오늘 등판을 마무리하는 최강금 선수입니다.]
이어진 7회 베어스도 결국 보우덴을 내리고 불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미 투구수가 100개를 넘긴 상황이었기에 지금은 차라리 불펜을 물량으로 투입하는게 더 좋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었다.
"베어스에게 남은 투수는 9명. 그 중 1명은 내일 선발로 나오니 제외고... 결국 8명이 3이닝을 막겠지."
"1명이 한 타자씩 상대하겠군."
"만약 오늘 경기를 잡는다면 내일, 모래에도 경기가 있으니 그렇게까지 빡빡하게는 안 쓸꺼 같은데..."
실제로 베어스는 출루를 허용할때만 투수를 교체하였기에 7,8,9회까지 단 4명의 투수만 사용하며 무실점으로 경기를 이끌었다.
반대로 다이노스는 김진호가 7회에 마운드에 올라서 무실점으로 이닝을 막아냈으나 8회에 올라온 이민오가 시작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위태로운 피칭을 이어가더니 다음 이닝인 9회에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동점! 9회 말에 동점을 만들어내는 베어스!]
[이제 1점만 더 내면 끝내기 역전승을 거둘 수 있습니다!]
물론 다이노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이민오가 무너지려고 하자 미리 준비를 하고 있던 임정후가 베어스 타자들을 잡아내며 끝내기의 위기를 벗어난 것이었다.
그렇게 경기는 연장전에 돌입했다.
*
[포스트시즌에는 연장전이 15회까지 이어지게 되는데요. 누가 더 유리할까요?]
[베어스의 경우 4명의 투수가 더 남아있고, 다이노스도 마찬가지로 4명이 남아있는데요. 다이노스는 그 중 2명이 이미 1,2차전에 등판을 해서 오늘도 나오면 3연투가 되기 때문에 사용하기 힘들겁니다.]
[투수 숫자는 베어스가 유리하다는거군요.]
[네. 문제는 저 4명의 선수들 중에 믿을만한 선수가 이현성 선수 말고는 없다는 거죠.]
연장전은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다.
구청모가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배재한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는 사이에 베어스 불펜에서는 단 1명이 3이닝을 막아내는 예상 외의 괴력을 발휘하였기 때문이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날짜가 바뀌었네요.]
[무박 2일 경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연장 13회가 시작됩니다.]
[베어스의 투수는 이제 투수가 3명이 남았는데요.]
[3이닝이나 소화해준게 컸죠.]
[만약 이대로 점수가 안 나오면 15회 무승부가 이루어질 수도 있겠는데요.]
[문제는 다이노스에게 남은 두 투수가 이미 2연투로 피로가 쌓여있다는 점인데요.]
"혹시 모르니 범성이랑 유성이한테 준비 해두라고 해."
"네."
원종헌과 임상민 둘이서 3이닝을 막게 해도 상관 없지만 김강문 감독의 감이 이번 한국시리즈가 길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13회에 마운드에 오른 원종헌이 무실점으로 베어스 타선을 막아내는 사이에 다이노스 타선이 드디어 터졌다.
딱!
[쳤습니다! 큽니다! 이 타구는 더 이상 볼것도 없이 넘어갑니다!]
[박선민의 투런 홈런!]
[기나긴 승부가 연장 14회에 드디어 끝을 보이고 있습니다!]
연장 14회에 마운드에 오른 임상민이 1이닝을 막아내면서 결국 다이노스가 연장 14회 접전 끝에 스코어 5대3으로 한국 시리즈 3차전에서도 승리를 거둔 것이었다.
[경기 종료! 연장 14회까지 이어지는 총력전 끝에 다이노스가 3차전에서도 승리를 거둡니다!]
[이제는 사실상 끝났다고 할 수 있죠. 1,2,3차전에 모두 승리를 거둔 팀이 우승한 확률이 100%니깐요.]
"아, 지친다..."
"거기서 홈런 안 터졌으면 진짜..."
"우리 다음 경기 할 수 있을까."
"우린 그나마 푹 쉬어서 아직 할만한데 베어스는 4경기 더 하고 왔으니깐 우리가 더 유리한 편이야."
연장 14회 접전으로 인해 방전된 다이노스 선수들이 빠르게 휴식과 수면을 취하는 사이에 다이노스 코치진들이 모였다.
"일단 내일 상민이랑 종헌이 등판은 없는걸로 하고. 다른 애들로 이닝을 소화하도록 하지. 대신 만약을 대비해서 범성이랑 유성이를 준비 시키는걸로 하고."
"네. 그러면 이만."
장시간 경기를 지켜보았는데다가 선수들보다 나이가 많다보니 코치들도 다들 지친 상태였다.
그렇기에 회의가 짧게 끝나고 모두들 수면에 빠져들었다.
반면 베어스는 그러지 못했는데 다이노스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을 했음에도 공략에 실패하면서 새벽에도 회의가 이어졌다.
"투수들은 분명히 잘했습니다. 마지막에 홈런 맞은것도 타자가 잘 친거고요."
"그럼 타자들이 문제로군."
"면목 없습니다."
"아니. 나도 예상 못한 부분이야. 플레이오프때 그렇게 잘쳐놓고, 한국시리즈에서 못 치다니. 타선을 대대적으로 바꾸도록 하지."
1차전에 무득점으로 막히자 바로 타선에 변동을 주었다.
2차전에도 무득점으로 막히자 다시 변동을 주었다.
그럼에도 3차전에 겨우 3점만을 뽑아내자 베어스는 4차전에 다시 한번 타선을 변동 시켰다.
"작년처럼 허무하게 질 수는 없어."
베어스는 그렇게 결의를 다지며 4차전을 준비했다.
========== 작품 후기 ==========
그러고보니 오늘 광복절이네요.
제가 좀 더 부지런했으면 지금 17 WBC 쓰고 있었을텐데
거기서 일본 털어먹을 기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