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28 - 2016 한국시리즈 -->
[마산 구장]
"하아암."
"잠 못 잤냐?"
"중간에 낮잠 좀 자고 왔거든요."
몸을 적당히 풀어주고 잠시 벤치에 앉은 유성은 하품을 하며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몸 상태는?"
"음... 좋네요. 그 동안 쉬는 시간도 많았잖아요?"
"좋아. 오늘 날 뛰어 보자고."
[2016 한국시리즈 1차전. MC 다이노스 대 두성 베어스의 대결입니다.]
[이 두 팀은 작년에도 맞붙었는데요.]
[작년에는 베어스가 2위가 아니라 4위였다는 점도 있다보니 다이노스가 압도적으로 4대0으로 승리를 거두었는데요. 작년보다는 강해졌다고 평가를 받고 있는데다가 2위를 거둔 덕분에 소모가 거의 없는 베어스거든요. 사실상 진짜 맞대결이 되었습니다.]
[마침 다이노스가 작년보다 전력이 떨어진 상황이라 거의 비등비등 할꺼라고 봅니다.]
- 작년보다 더 많이 이기고 승률도 더 높은 팀에게 뭐라는거야.
- 베어스도 올라오기는 많이 올라왔잖아.
그래서 비교를 해본 결과 작년에 80승도 못한 베어스가 90승을 할 정도로 올라온 사이에 다이노스는 2승 밖에 안 늘어난 것이었다.
- 그래도 다이노스는 101승에서 늘린거잖아.
- 후반기 말린것만 아니었으면 더 늘어났겠지...
[이번 시즌 규정 이닝을 소화한 투수가 30명도 안되는데요.]
[심지어 작년보다 줄어들었죠.]
[그렇죠.]
[아무튼 방어율 이번 시즌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투수가 5명인데요. 베어스 선발로 나설 예정인 리퍼슨 선수가 그 중 1명이죠.]
[차이가 있다면 다른 4명의 투수들은 모두 190이닝 이상을 던지고, 삼진도 170개 이상을 잡아냈다는 점이 있죠.]
[그래도 리퍼슨 선수가 다승에선 1위를 차지하면서 결과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반대로 오늘 리퍼슨과 대결하는 해킹은 부상 때문에 아슬하게 규정 이닝을 채우고, 방어율 6위를 기록했는데요.]
[복귀 이후의 모습을 생각하면 리퍼슨과 충분히 맞대결을 할만하다고 봅니다.]
- 작년 포시에 각성하더니 올해 장난 아니네.
- 이 정도는 되어야 판타스틱4의 대장을 하지.
- 리퍼슨도 쩔기는 한데 해킹도 장난 아닌데
- 부상 복귀 하고 나서 6이닝은 가볍고, 7,8이닝은 꾸준히 먹어줬으니깐.
- 그러면서 무실점 아니면 1,2실점만 함.
- 진짜 2달 빠졌을때 그리 욕했는데 돌아오더니 다른 의미로 각성해버림.
다이노스가 후공이기 때문에 해킹이 먼저 마운드에 올랐다.
마운드에 오른 해킹은 부상 복귀 이후에 보인 효율적인 피칭을 통해 베어스 타선을 상대하기 시작했고, 베어스 타자들은 해킹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점수를 뽑아내지 못했다.
반면 그것은 다이노스도 마찬가지였는데 1회 세타자가 깔끔하게 정리 당하고 2회에 유성이 타석에 들어서자 리퍼슨이 그대로 고의 사구로 유성을 걸러버린 것이었다.
심지어 유성이 2루로 뛸때도 무시하고는 박선민을 잡아내고, 3루를 노리는데도 무시하며 뒷 타자들을 잡아내버렸다.
[오늘 베어스는 작정했네요.]
[네. 박유성과는 절대 승부 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으로 나왔어요.]
[실제로 리퍼슨의 공이 좋다보니 저렇게 출루 시키고, 2루 보내고, 3루까지 보내도 실점을 안 하고 있거든요.]
- 박유성 빼면 의외로 저 타선이 별거 아니라는걸 잘 알고 있네.
- 테임즈도 없는데다가 애들 타격감도 죽어있네.
- 내가 볼때 오늘은 누가 먼저 내려가느냐가 승부처가 될꺼 같은데...
경기는 팽팽하게 펼쳐졌다.
양 팀의 호수비나 승부처에서 치지 못하는 타선으로 인해 6회까지 0의 행진이 이어졌다.
"무안타 4도루라니 실화인가..."
"다음 타석에서 또 거르면 6도루가 되겠지."
"그것도 꽤나 골치 아픈 기록이네요."
0의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최소한 만루의 찬스라도 나온다면 유성을 거르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그 만루 찬스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 팝콘 2개나 먹었는데 아직도 0이냐.
-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다더니...
그러던 중 7회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해킹이 7이닝 무실점으로 막아낸 가운데 6이닝 노히트를 기록하고 있던 리퍼슨이 7회 처음으로 안타를 허용하며 위기를 허용한 것이었다.
문제는 유성은 이번 이닝에도 걸러진 상태라는 것이었다.
[1사 1,3루로 오늘 경기 처음으로 기회를 잡은 다이노스인데요.]
[짧은 타구라도 좋습니다. 외야로 보내기만 하면 되요. 3루 주자가 박유성이니깐요.]
- 진짜 일 좀 해라 타자들아.
- 여기서 일할 타자들이었으면 유성이가 3루 갈때마다 일 했겠지...
딱!
[어? 큽니다!?]
[이건 됩니다! 잡고! 바로 홈으로!]
[그러나 주자가 더 빠릅니다! 6이닝동안 이어진 0의 행진이 끝나고, 7회 드디어 1점이 나옵니다! 선취 득점에 성공한 팀은 다이노스입니다!]
- 귀신 같이 일하는거 보소.
- 솔직히 유성이가 0.9점 뽑은거 아니냐.
- 출루할때마다 도루 해서 득점권으로 열나게 뛰고 지금도 미친듯이 뛰었으니...
- 출루 하기 전에도 일부러 헛스윙하면서 투구수 늘리게 하던거 보고 웃을뻔 했는데.
- 자잘해보였던 그런 플레이들이 여기서 영향을 주네.
- 이런거 보면 야구도 일종의 스노우 볼이라니깐.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공 1,2개가 이렇게 돌아오기도 하죠.]
[특히 오늘처럼 선발들이 최소 7이닝씩 던지는 날에는 더욱 그러한데요.]
결국 1점을 먼저 내주고만 리퍼슨과 베어스.
그런 상황에서 해킹은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먼저 내려갔다.
이어서 등판한 투수는 원종헌.
외부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번 시즌에 복귀해서 70이닝 가까이 소화한 문제로 인해 프런트와 김강문 감독이 마찰이 있었다.
"어쩔 수 없다는거 알고 있지 않는가?"
"그래서 암에서 회복한지 얼마 안된 선수를 그렇게 굴리셨나요?"
"결국 그 권한을 보장해준건 당신들이야."
"베어스 시절에서 배운게 없군요. 당신의 실력으로 4년 연속 우승을 한 것 같나요? 솔직히 말하죠. 당신은 능력 있는 감독이에요. 하지만 우승을 할 수 있는 감독은 아니에요. 박유성이 아니었으면 4번의 우승 중 단 1번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요?"
"야구는 혼자서 하는 스포츠가 아니네."
"박유성은 혼자서 야구 할 수 있는 선수죠. 기록이 말하고 있어요. 그는 규격 외의 선수이고, 그가 있었기에 다이노스가 4년 연속 우승을 할 수 있었다고요. 아무리 우리가 당신에게 성적을 요구하며 그런 권한들을 부여했다지만 선수들을 그렇게 막 굴리는건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겁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당시 승부조작 파동이 일어나고 있었기에 프런트와 김강문 감독이 서로 조금씩 양보를 하면서 이 대립은 조용히 넘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몇달이 흘러 한국시리즈가 되었다.
포스트 시즌 기간동안 모든 투수들이 푹 쉬었기에 원종헌도 좋은 컨디션으로 등판했다.
[이제 8회 초 원종헌 선수가 등판합니다.]
[해킹이 140 초반의 직구에 여러 변화구로 승부를 이어갔다면 원종헌 선수는 150이 넘는 강속구로 베어스 타선을 찍어 누르겠죠.]
그 예상대로 원종헌은 가볍게 1이닝을 삭제하며 다이노스의 승리까지 필요한 아웃카운트를 3개로 줄여냈다.
[리퍼슨이 8회에도 올라왔네요.]
[어차피 4선발 로테이션을 돌리니깐 1이닝 정도 더 던져도 문제 없다는거겠죠.]
[불펜이 약점이니 그 불펜 기용을 최소화 하겠다는 생각이기도 하죠. 믿을만한 불펜이 2명 정도 뿐이다보니 더욱 그렇게 느껴지네요.]
- 문제는 베어스 타선이 다이노스 불펜 뚫기에는 너무 못 치고 있는데.
- 임상민이 가볍게 1점 막겠지.
[8회를 막아낸 리퍼슨이지만 베어스에게는 안습한 9회가 남아있네요.]
[이번 시즌 1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10명의 마무리 투수 중에 단 3명의 투수만이 2점대 방어율을 기록했는데 임상민 선수가 가장 방어율이 좋습니다.]
[반면 베어스는 대타를 쓸려고 해도 마땅한 카드가 없어요.]
[투수랑 포수쪽을 강화했더니 정작 대타가 모자라요.]
- 불펜 약해서 투수를 물량으로 준비했더니 오히려 그게 발목 잡네.
- 다이노스는 그냥 막히던 말던 박유성이랑 투수진만 믿고 갔더니 1점으로 끝내기 직전이고.
결국 9회 초에 등판한 임상민이 9회를 완벽하게 틀어막으면서 한국 시리즈 1차전은 다이노스의 승리로 끝나게 되었다.
[경기 종료 됩니다! 한국 시리즈 1차전 그 승리팀은 MC 다이노스입니다!]
[지난 3년간 첫 경기에서 무조건 승리를 거두었고, 오늘 승리로 이 기록을 4년 연속으로 늘리는 다이노스입니다!]
- 투수전 길게 이어져서 쫄리기는 했는데 이기기는 이겼네.
- 타선이 좀 답답하기는 한데 테임즈 오면 조금은 나아지겠지.
*
"오늘 박유성 선수가 제일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무안타 3출루 4도루 1득점으로 베이스를 혼자서 다 쓸어버렸어요."
"게다가 고의사구로 나갈때 일부러 스윙을 하면서 투구수를 늘리게 만들었더니 그게 7회에 1점으로 돌아왔죠."
"비록 고의사구 때문에 타격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 영향력이 어느정도인지 잘 알 수 있었던 1차전입니다."
"베어스에게 고민은 이제 2차전이 되면 테임즈까지 나오거든요. 1차전은 리퍼슨의 구위로
막을 수 있었지만 2차전부터는 저 터무니 없는 타선을 어떻게 막느냐가 문제거든요."
"2차전 선발이 스튜어트와 장원정으로 예고되었는데요."
"일단 장원정 선수가 그래도 성적이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아요. 박유성 선수에게 자주 맞기는 했지만 그걸 제외하면 또 언터쳐블이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성적이 좋아지거든요."
"결국 2차전도 박유성 선수는 걸러지겠네요."
- 나범성, 박선민, 이호중까지 다 뭐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네.
- 믿을건 테임즈 뿐인데 시즌 막판에 하던거 생각하면 기대가 안된다.
- 투수진이 버티고, 타자들은 1,2점 짜내기로 가는 수 밖에 없을꺼 같다.
1차전에 타선이 침묵을 지켰기에 김강문 감독도 고민이 되었으나 2차전에 테임즈가 돌아오기에 그대로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렇게 2차전 다이노스의 타선은 나박테박이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이 결정은 다이노스를 위기에 빠트렸는데 훗날 김강문 감독이 회고하기를
"그때는 몰랐죠. 타선이 그렇게까지 안 터질줄은..."
이제 한국시리즈는 2차전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인터넷이 끊어지지 않는 이상
새벽 시간 말고는 글을 못 쓸꺼 같다...
작정하고 쓰면 하루에 3편은 가뿐하게 쓸 수 있는데
내 시선을 돌리는게 너무 많아서 고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