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120화 (120/300)

<-- Chapter 25 - 리그를 지배하는 자 -->

5월 마지막 경기를 치루기 전에 한명의 반가운 얼굴이 돌아왔다.

155의 사나이 원종헌이 돌아온 것이었다.

"분위기 반전 시키니깐 바로 올라왔네?"

"1군에서 관리하면서 쓰겠다고 하더라고."

'...관리?'

김강문 감독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와 관리라는 단어가 꽤나 어색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난 시즌도 그렇고 이번 시즌에도 이글스 김성곤 감독에게 가려졌을뿐 김강문 감독도 혹사 논란이 생길 정도로 몇몇 투수들을 집중적으로 기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설마 다른 것도 아니고 암에서 회복하고 돌아온 선수를 굴리겠냐고 생각했으나 시즌이 끝나고 그게 현실이 될줄은 아무도 몰랐다.

시즌이 끝난 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우선 다이노스 선수들은 5월 마지막 경기를 준비했다.

5월 마지막 상대는 베어스.

압도적인 1위를 달리는 다이노스와 강력한 4선발을 구축하며 2위를 달리고 있는 베어스의 대결은 시작부터 팽팽하게 펼쳐졌다.

오늘 다이노스 선발인 이재후가 베어스 타자들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경기를 이끌어냈고, 베어스 선발 장원정도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며 이닝을 소화했다.

"슬슬 열 받네..."

한편 바로 전 경기에서 20호 홈런을 때려내며 4년 연속 20-20에 도달한 유성은 날이 갈수록 상대팀의 견제가 심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무래도 잠깐만 방심해도 결정타를 때려내는 클러치 능력을 의식한 것이 분명했다.

그러다보니 강력한 선발진이 구축된 베어스도 다르지 않았는데 유성은 오늘도 볼넷으로 출루하며 경기를 시작했다.

[요즘 베어스도 그렇고 다른팀들도 그렇고 박유성 선수를 계속 거르고 있는데요.]

[워낙 잘 치다보니깐 2스트라이크든 뭐든 필요 없으니 그냥 나가라라는거죠. 도루도 얼마든지 하든말든 상관 없다. 어차피 뒷 타자들을 잡아낼꺼니깐요.]

[그나마 상대할 방법이 있는 뒷 타자들과 다르게 박유성 선수는 약점이라고 할만한 것도 딱히 없으니... 이해 되네요.]

[문제는 그 뒷타자들이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는 점이죠.]

- 그렇게 견제를 받는데 20홈런 채우는거 보면 대단하다.

- 괜히 신이라 불리는게 아니지.

출루에 성공하고 단숨에 2루 도루를 성공한 유성은 베어스 2루수 오재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요즘 어때?"

"상대를 안 해주니깐 심심해요."

"그렇게 말하면서 도루 하는구나."

"상대를 안 해주니깐 괴롭히기라도 해야죠."

"그래도 적당히 해. 니 몸값을 생각해야지."

"어차피 홈런 칠껀데 그냥 상대 해주는게 더 좋을꺼 같은데요."

"..."

- 그 오재훤마저 유성이한테 밀렸다.

- 뭔 이야기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유성이가 쩌는듯.

이제는 관심법이라도 배운건지 대화 내용을 예측하는 사람이 나오는 가운데 유성은 득점에 실패했다.

베어스 선발 장원정이 꾸준히 위기 상황을 만들면서도 계속해서 위기 상황을 넘기기 때문이었다.

[장원정 선수를 보면 정말 꾸준하다는 생각밖에 안 드네요.]

[그러한 점을 고려해서 베어스가 영입했던거니깐요. 아무튼 이재후 선수가 4이닝 2실점을 기록한 가운데 장원정 선수도 4이닝 2실점을 기록했습니다.]

[그나저나 양 팀 모두 찬스가 잘 안 나오고 있다보니 작은 기회만 만들어져도 어떻게든 점수로 이어가야하는 상황이네요.]

"상대 좀 해줘..."

최근들어서 하도 상대를 안 해줘서 유성은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작년보다 더 빠른 페이스로 볼넷을 늘리고 있다보니 역대 최다 볼넷 기록과 작년에 유성이 갱신했던 출루율 기록을 다시 갱신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사실 비율로 따지면 60-60도 가능한 페이스이기는 한데..."

"후반기에 홈런이 줄어들고 도루가 늘어나는걸 감안하면 50-70 정도로 보는게 좋겠죠."

"이렇게 출루 횟수가 늘어나면 80도루 이상도 노릴지 모르곘어."

작년에 76도루로 역대 단일 시즌 2위의 도루 기록을 세운만큼 역대 1위 기록에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다는게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의 생각이었다.

유성의 내구성은 이미 증명된 사항이기에 그들도 유성이 도루를 많이 하는 것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이후라면 모를까 아직은 연봉이 100만불도 안되는 선수였기 때문이었다.

"메이저리그는 수 많은 항목으로 선수를 평가하지만 가장 큰 요소 중에 하나가 연봉이지."

"그래서 최고 연봉을 받는 선수가 300만불에 불과한 KBO 리그를 어떻게 생각하지?"

"딱 연봉 수준인거죠.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의 10%가 KBO 최고 연봉이니..."

"음. 그렇게 따지면 일본도 비슷하지 않나?"

"거긴 지금은 그 정도 선수가 없기는 하지만 한때 600만불이 넘는 계약이 나왔던 곳이니 다르죠."

"일본이 그렇게 컸나?"

"..."

"알았어. 다르빗슈, 다나카, 오타니 같은 투수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모르는게 말이 되겠나?"

연봉 이야기에 빠져든 사이에 다이노스는 기회를 잡았다.

계속해서 위기를 맞이하다보니 장원정의 투구수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반면 이재후는 삼진을 꾸준히 잡으면서도 효율적인 피칭을 이어가고 있었기에 오늘 경기에서도 7이닝 정도가 소화 가능한 상태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해가 안되네요. 6이닝을 채운 시점에서 110구를 넘게 던졌는데 7회에 또 올리다니...]

[그렇죠. 아무리 불펜이 약하다지만 이건 좀 아니죠.]

불펜이 약하다고 해서 선발이 길게 던지는 것도 정도가 있었다.

물론 그것은 반대로도 적용이 되었는데 선발이 약하다고 해도 불펜이 많이 던지는 것도 정도가 있었다.

"다이노스도 좀 불안하지?"

"해킹은 부상으로 이탈했고, 이태작은 부진한 상태니깐."

"그래도 이재후와 스튜어트가 버티고 있고, 이민오에 대체 선발로 올라온 정소민까지 나름 잘 굴러가고 있어."

"저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가 관건이지. 대체 선발은 결국 대체 선발이야. 그 차이가 뭔지 알잖아? 그러니 다이노스는 해킹이 빨리 돌아오기를 빌어야지."

원종헌의 복귀.

허나 해킹은 부상으로 이탈했고, 이태작은 부진하며 로테이션을 겨우 지키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정소민이라는 대체 선발을 끌어 올렸으나 한계가 있었다.

"던질만한 선수가 없단말이지."

"김진호, 임상민, 원종헌은 불펜에 적합하고, 박준용도 부진으로 내려간 상태. 구청모 정도가 선발로 쓸만할듯 합니다."

"최강금은 어떨까?"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해킹의 복귀가 생각보다 늦어진다고 하니 별 수 없겠군."

아무튼 베어스의 무리한 선발 운용으로 인해 다이노스는 7회 리드를 잡을 수 있었고, 그러는 사이에 이재후가 무려 7.2이닝 2실점 12K로 베어스 타선으 박살내면서 다이노스는 손쉽게 점수 차를 벌렸고, 대망의 9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9회에 등판을 한 선수는 마무리 임상민이 아니라 오늘 1군에 합류했던 원종헌이었다.

2군에서 이미 준비를 하고 올라왔기에 언제든지 등판이 가능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빠르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원종헌은 불같은 강속구로 그 의견들을 잠재워버렸다.

[152KM!]

[이 선수가 암 투병을 하고 돌아온 선수라는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 할매 지렸다.

- 강력한 필승조가 돌아왔다.

- 구멍 생겨서 위태로울줄 알았더니 개쩌는 셋업맨이 돌아옴.

원종헌은 그렇게 복귀전에 1이닝 3K 퍼펙트라는 강렬한 임펙트를 남기며 성공적인 복귀전을 마쳤다.

*

5월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한 다이노스는 5월에 치룬 23경기에서 18승 5패를 기록하며 4월보다는 페이스가 떨어졌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였다.

"이쯤되니깐 다이노스라는 팀이 신기할 지경이야."

"난 히어로즈가 더 신기하던데."

"거기도 대단하기는 한데 여기도 장난 아니야. 구멍 좀 생겼다 싶더니 바로 막아내고 있잖아."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은 다이노스가 왜 압도적인 1위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몇몇 코치들을 눈여겨 보기도 했는데 훗날 해당 코치들이 언어 문제로 고사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한편 어느시점부터 유성에 대한 찬양으로 가득하게 된 모 야구 프로그램은 오늘도 유성을 찬양하고 있었다.

무작정 찬양을 하는 것은 아니었고, 데이터 기반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었으나 야구 팬들은 이 방송을 박유성 방송이라고 부를 정도로 유성에 대한 이야기 비중이 높은 방송이었다.

"오늘도 박유성 선수가 3출루를 기록했죠."

"상대 투수들이 박유성 선수와의 승부를 너무 피해요. 피해도 테임즈, 박선민, 이호중이 있는데 결국 맞을꺼 그냥 박유성에게 맞는게 좋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죠."

"그러고보면 박유성 선수가 곧 200도루를 달성하는데요."

"10개 좀 넘게 남기는 했는데 지금 페이스면 뭐... 전반기 끝나기 전에 달성하겠죠."

"KBO 역사상 18명뿐인 200도루의 경지를 박유성 선수는 4년도 안되서 달성하네요."

- 솔직히 갓유성 성적 생각하면 이렇게 대놓고 박유성 빠는게 이해가 될 정도임.

- 박유성 기록이 아름답기는 하지.

- 3-5-8 같은 희대의 기록도 만드는 판에 이정도 덕질이야 뭐...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유성의 반응은 간단했다.

"없는 사실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 데이터 기반으로 이야기하고 예상하는거니깐 뭐... 큰 상관 없지 않을까요?"

"그래도 박유성 선수를 저렇게 철저하게 분석하는게 좀 걸리지 않을까요?"

"...열심히 분석했으면 저랑 승부 좀 해주면 좋겠네요. 왜 허구한날 승부를 피하는건지 모르겠어요."

"하하..."

뭐가 되었든 좋으니 나랑 승부 좀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런 유성의 의견을 반영했는지 다이노스가 베어스전에 스윕을 거두면서 기분 좋게 6월을 시작하자 자이언츠가 겁도 없이 유성에게 승부를 걸어왔다.

딱!

하나

딱!

딱!

딱!

승부를 한 댓가는 참혹했다.

그동안 출루, 도루만 주구장창 하고 홈런을 못 때렸던 것을 오늘 몰아 때리겠다는 것처럼 유성은 자이언츠가 승부를 하자마자 4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이러니깐 다른 팀들이 승부를 피하죠.]

[막혀있던 혈이 뚫리듯 4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며 대승을 이끄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 작품 후기 ==========

승부 해달라고 징징 거리길래 승부 해줬더니

4연타석 홈런으로 보답하는 인성...

그래도 그렇지 너무 기세를 올린거 같은데...

어떻게든 되겠죠.

미래의 나 수고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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