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24 - 괴물 대전 -->
"그대로 간다."
트윈스의 결단은 소수를 그대로 끌고 가는 것이었다.
1회부터 4대0으로 리드를 내주고 5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하고도 여전히 무사 1루인 상황에서 소수를 계속 끌고 가는 것은 도박이었다.
그럼에도 트윈스는 계속해서 소수를 기용했는데 그 믿음에 호응하듯 소수가 힘을 내기 시작했다.
딱!
[쳤습니다만 유격수 방면으로! 전진해서 2루! 그리고 1루!]
[박선민에게 병살타를 유도하면서 단숨에 2아웃을 잡아내는 소수입니다.]
[투구수가 20개를 넘었기는 했지만 병살로 2아웃을 잡으면서 여유가 생겼습니다.]
병살로 인해 주자가 사라진 가운데 타석에 들어선 이호중이 끈질기게 승부를 이어가기도 했으나 주자가 사라지며 부담감을 덜어낸 소수는 이호중까지 잡아내며 1회를 마무리 지었다.
[30개 가까이 던지면서 4실점을 했지만 어찌되었든 1회를 마무리한 소수입니다.]
[덕분에 스튜어트가 제법 오랫동안 기다렸는데요.]
[자, 스튜어트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음. 어디보자..."
중견수가 주 포지션인 유성이지만 자체적으로 시프트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익수쪽으로 치우쳐졌다.
그러한 유성의 움직임을 보고 좌,우익수들도 조금씩 우측으로 치우쳐지며 이동하였다.
"수비 시프트로군."
"난 저게 제일 신기해. 박유성이 직접 판단해서 시프트를 쓰는거라는데 적중률이 터무니 없이 높잖아?"
"이런 부분이 선수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거지."
날이 갈수록 유성의 가치가 올라가는 가운데 1회 말은 유성의 수비 시프트 덕분에 가볍게 마무리 되었다.
1회 4대0으로 리드를 잡은 다이노스는 이후 4회까지 0의 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타선도 터지지 않으며 4가 그대로 유지 되었는데 5회에 스튜어트가 한방을 맞으면서 5회 스코어가 4대2로 바뀌게 되었다.
"슬슬 추가점 뽑아야하는데..."
"1회에 4점 뽑을때만 해도 5회 전에 끌어내릴꺼라 생각했는데..."
"심지어 투구수 관리 잘해서 6회에도 올라올 기세인데..."
무너질듯 하면서 다시 올라선 소수를 보며 고개를 저은 다이노스 선수들은 6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범성이형 출루 좀 해봐."
"...노력해볼게."
가볍게 몸을 풀면서 타석에 들어선 범성은 마지막 이닝을 소화할듯한 소수의 공을 기다렸다.
[아직 리드를 잡고 있지만 슬슬 추가점이 필요한 시점인데요.]
[그래서 나범성, 박유성, 테임즈로 이어지는 타순이 나오는 이번 이닝이 중요한데요.]
- 보통 장타자들은 잠실에서 못하는데 우린 희안하게 잠실에서도 잘 치더라.
- 4할 가까이 치는 타자가 중간에 끼여있으니깐 그렇지.
- 유성이가 나름 법칙 같은게 있는데 전반기에 4할 넘게 치다가 후반기에 떨어져서 4할 못함.
- 후반기에 도루를 더 많이 해서 체력 떨어졌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
"...누가 내 이야기하나."
유성이 왠지 모르게 귀가 가렵다는 느낌을 받는 사이에 범성은 초구 떨어지는 공에 헛스윙을 하고 말았지만 2구째를 참아냈고, 3구째 승부를 준비하고 있었다.
'뒤를 생각하면 골치 아프니깐 떨공으로 후딱 들어가주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으로 트윈스 포수가 떨어지는 변화구를 요구했으나 타격감이 좋은 범성은 그 떨어지는 공을 받아쳤다.
[쳤습니다! 1루수 잡지 못하고! 외야로 타구가 흘러갑니다.]
[이 정도면 가뿐하게 2루까지 갈 수 있는데요.]
[네. 2루에서 멈추네요.]
"좋아. 찬스네."
[이러면 트윈스 입장에서는 힘들죠. 안타 하나만 맞아도 실점이고 박유성 선수는 잠실에서도 손쉽게 홈런을 때려 낼 수있는 그런 선수이다보니 까딱하면 다시 4점차로 리드가 벌려질 수 있으니깐요.]
[거르자니 뒤에 테임즈, 박선민, 이호중이 버티고 있죠.]
[그렇죠. 자주 나오는 이야기지만 박선민의 영입이 이런 효과를 가져온거죠.]
- 결론 당장 보이는것만 따지면 96억 잘씀.
- 그래도 4년 나누면 매년 24억씩 쓰는거라 매년 결과가 달라지는데...
- 굳이 쉴드 치자면 8억은 기부한다더라. 그래서 매년 22억씩 보면 됨.
- 그래도 비싼데?
- 이렇게 된 이상 커리어 하이 찍어주기를 빌어야지.
아무튼 타석에 들어선 유성은 초구를 기다렸다.
투구수가 한계에 근접한 소수는 남은 아웃 카운트를 고려해서 빠른 승부를 시도했다.
하지만 유성이 이번 타석에 80%의 확률을 깨고 20%의 확률에 불가하던 초구 스윙을 하였다.
딱!
마침 적절하게 소수의 구속이 155KM나 나왔기에 반발력은 충분했고, 유성의 타구는 멀리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 타구는 멀리 날아가고! 중견수와 우익수는 멍하니 지켜봅니다! 담장을 넘어갑니다! 스코어 6대2를 만드는 박유성의 투런 홈런!]
[적절하게 추가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시즌 8호 홈런을 때려내는 박유성입니다.]
- 킹갓 엠페러 유성님이 해냈다!
- 스튜어트 편하게 승리 챙겨가네.
투런을 맞은 소수는 남은 여력을 전부 쏟아부어서 테임즈, 박선민을 잡아냈으나 이호중에게 안타를 맞으며 결국 강판 되었다.
[5.2이닝 6실점을 기록하며 소수가 마운드를 내려가게 됩니다.]
[잠실임에도 불구하고 다이노스의 타선이 정말 무섭네요.]
[이제 트윈스가 고민 해야하는건 불펜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다이노스의 공격을 막느냐인데요. 아무래도 3차전이랑 주말 3연전이 있다보니 함부로 연투를 시키기도 힘들거든요.]
"아오 누가 이렇게 때리는거야?"
"누구겠냐?"
"...또 민병이형이구나. 형 홈런 치는 날에는 각오해."
"하하..."
유성이 칼을 가는 가운데 타석에 들어선 이호중은 2사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트윈스 불펜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덤빌꺼냐. 안 덤빌꺼냐."
'...무슨 소리야.'
뜬금 없는 이호중의 말에 순간 당황한 트윈스 포수는 우선 유인구를 던졌다.
그리고 초구가 볼이 되자 이호중은 힘을 풀고 편안하게 자세를 다시 잡았다.
그런 이호중의 모습을 본 스카우터들은 감탄했다.
"리그 수준은 그렇다고 쳐도 역시 베테랑 타자들은 다르군."
"뭘 말하는거죠?"
"메이저보다 수준 떨어진다고 해서 배울 점이 없는게 아니야. 난 솔직히 말해서 한국에서 새로 배운 점도 꽤나 많아."
'그러니깐 뭘 말하냐고요.'
입 밖으로 말하지는 못했지만 속으로 그는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는 사이에 이호중은 볼넷으로 출루에 성공했다.
"호중아. 너 진짜 회춘이라고 하는거냐?"
"무슨 소리에요?"
"그 유인구를 다 참을줄은 몰랐다."
"오래 하다보니깐 감만 좋아진거죠. 그나저나 대주자 없어요?"
"아, 그래. 대주자랑 교체다."
"수고하세요."
2사 1루가 된 가운데 이호중이 대주자와 교체되며 벤치로 귀환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타석에 들어선 손시한은 이 공을 어떻게 공략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호중 선배가 유인구를 다 참았으니 아마 직구 위주로 오겠지."
그 예상은 정확했는데 초구부터 스트라이크 존을 노리는 직구가 들어왔고, 손시한은 망설임 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딱!
[쳤습니다! 2루수 뛰어 올랐지만 잡지 못하고! 중견수가 잡았지만 주자 빠르게 2루 돌아서 3루로! 세이프! 2사 1,3루가 만들어지며 계속해서 기회가 이어집니다!]
[여기서 안타 하나면 점수차가 더 벌어질텐데요.]
- 하나만 더 치면 된다.
- 그런대 하필 타자가...
- 어차피 트윈스 졌음.
- 난 거포님 치는거 봤으니 퇴근한다
- 잘가.
화산처럼 끊임없이 터지는 다이노스 타선이었으나 그 흐름이 한번 끊어지게 되었는데 김태곤이 안타를 때려내지 못하면서 기껏 찬스를 만들었음에도 추가 점을 뽑아내지 못한 것이었다.
결국 6대2로 6회가 마무리된 가운데 스튜어트가 6회에 계속해서 등판하였다.
스튜어트는 1점을 실점하기는 했으나 6회는 물론 7회까지 피칭을 이어가며 7이닝 3실점이라는 훌륭한 성적을 기록하며 등판을 마무리했다.
승리 투수 요건을 챙긴 것은 덤이었다.
7회 6대3으로 리드를 잡은 다이노스는 8회부터 필승조를 가동하기 시작했고, 트윈스 타자들은 꾸역꾸역 1점을 만회했으나 결국 더 이상의 추격을 하지 못하면서 다이노스는 스코어 6대4로 승리를 거두며 트윈스전 위닝 시리즈를 확보하게 되었다.
위닝 시리즈를 확보한 다이노스는 다음날 경기까지 승리를 거두며 트윈스전 스윕을 완성하였고, 이어진 와이번스 3연전에서도 위닝 시리즈를 거두며 19경기 16승 3패라는 터무니 없는 시즌 초반 포스를 과시했다.
*
"시즌 초반부터 다이노스가 독주하기 시작했는데요."
"작년 모습을 생각하면 크게 이상할건 없죠."
"네. 박유성 선수도 9홈런 7도루로 안정적인 페이스를 유지 중이죠."
"그러면 다이노스를 추격하는 2위에는 베어스가 있는데요."
"보우덴이 예상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안정적인 4선발이 구축된 덕분이거든요? 위즈도 원투펀치가 확실해지니 작년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고요."
그래도 다이노스보다는 모자랐다.
와이번스전을 위닝 시리즈로 마무리한 다이노스는 그 다음주에 이어진 히어로즈 3연전 중 1경기가 우천으로 취소 되었지만 다른 2경기를 모두 쓸어 담으며 페이스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4연승으로 기세가 높아진 다이노스가 자이언츠를 만납니다.]
[첫 만남에서는 1승 1패를 했었죠.]
사실 이때까지는 아무도 생각 못했을 것이었다.
자이언츠가 이번 시즌 다이노스에게 역사에 남을 정도로 호구가 된다는 사실을 말이었다.
"자이언츠야? 왜 이리 기분이 좋지?"
"글쎄. 자이언츠랑 붙으니깐?"
"신기하네. 자이언츠랑 붙는다니깐 왠지 모르게 편해."
4월 마지막 경기와 5월 첫 경기가 치루어질 예정인 자이언츠 3연전의 결과만을 말하자면 다이노스의 완승이었다.
이태작, 해킹, 이민오가 등판을 한 자이언츠 3연전에서 3명의 선발이 모두 QS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며 자이언츠 타선을 봉쇄했고, 타선은 매 경기마다 5점 이상을 뽑아내며 자이언츠 투수진을 흔들었다.
그 중 백미는 유성이었는데
딱!
[쳤습니다! 잠시 주춤했던 박유성이 이 홈런으로 이번 시즌 가장 먼저 시즌 10호 홈런에 도달합니다!]
[오늘 경기에서 도루도 10도루를 달성하면서 가장 빠른 속도로 10-10을 달성했습니다.]
딱!
[큽니다! 이 타구는 아무도 잡을 수 없습니다! 그대로 담장을 넘어갑니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담장을 넘기네요.]
딱!
[오늘도 갑니다! 단숨에 리드를 가져오는 박유성의 쓰리런!]
[3경기 연속 홈런으로 시즌 12호 홈런을 기록하는 박유성!]
3연전간 매 경기 홈런을 때려내며 자이언츠 투수진을 박살내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자이언츠에게 스윕을 거둔 다이노스는 4월에만 23경기 20승 3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월간 최다승 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 작품 후기 ==========
7월부터 흔들릴 예정이니 초반에 미친듯이 달리도록 하죠.
그나저나 슬슬 챕터를 바꿔야하는데 뭘로 바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