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113화 (113/300)

<-- Chapter 24 - 괴물 대전 -->

4월 19일

GL 트윈스 3연전을 치루기 위해 잠실 구장에 도착한 다이노스.

오늘 경기는 중요한 경기였는데 바로 에이스 매치가 펼쳐지기 때문이었다.

다이노스 선발 해킹과 트윈스의 새 외인 투수 아킬레스 페르난도의 맞대결이 펼쳐지게 된 것이었다.

"요즘 160 던지는 투수가 너무 많아졌어."

"그게 전부 다 외국인들이라는게 함정이지만."

"그러니깐 한국 투수들은 155 이상 던지는 투수가 안 보인다니깐..."

"그러고보니 종헌이형 5월에 올라온다고 안 했나?"

"오, 종헌이라면 155 던지는 몇 안되는 한국 투수지."

대장암이 완치되고 다시 운동을 시작하며 늦어도 6월에 복귀할 예정인 원종헌의 이야기를 하며 선수들은 다시 각오를 다졌다.

"종헌이 오기 전에 압도적으로 차이를 벌려두는거다."

"네."

"문제는 그렇게 할려면 오늘 저녀석을 무너트려야겠는데요."

아직 몇경기 등판하지 않았다지만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며 지난 시즌 블레이크가 보여준 충격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일단 지켜보는거죠?"

"그래 아무래도 처음 상대하는거니깐."

그동안 다이노스가 강속구를 앞세운 막강한 투수들을 무너트렸던 그 방법대로 다이노스는 오늘 페르난도를 상대할 준비를 했다.

"그동안 적응은 끝났지?"

"그래. 여전히 골치 아프지만 잡을 수는 있어."

"그러면 오늘은 비중을 올리도록 하지."

다만 그동안 다른 팀들도 다이노스의 플레이를 가만히 지켜본 것은 아니었다.

"가장 조심해야하는건 박유성과 테임즈잖아? 그 뒤의 타자들도 결국 둘만 잡아내면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는거고."

"이론으로는 그러한데... 둘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을려나...?"

트윈스가 홈인 상태로 경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오늘 경기는 다이노스의 선공으로 시작 되었다.

"오늘도 가만히 지켜보는거냐?"

"..."

"무심하기는 선배한테 사랑 못 받을 녀석이네."

오늘 트윈스의 포수는 와이번스에서 FA로 트윈스로 이동한 정상하였다.

베테랑 포수라고 할 수 있는 그였기에 1번 박민병에게 말을 걸며 신경을 긁어 보려 했으나 어느덧 풀타임 3년차를 맞이한 박민병이었기에 들리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다이노스 녀석들은 이래서 무섭단 말이지.'

가벼운 심리전으로는 절대 낚을 수가 없었다.

이러니 다이노스의 주전을 차지한 것인가 싶기도 할 정도로 말이었다.

'신중하게 할까? 아니면...'

'편한대로 해.'

그래도 정상하는 편했다.

말을 잘 안 듣다는 소문이 있는 외국인 선수들과 달리 그는 전담 포수가 된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존도 확인할 겸 인사차 바깥쪽 꽉차게 넣어볼까."

초구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에 꽉차는 직구를 요구하자 페르난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을 던졌다.

팡!

"스트라이크!"

[초구 152KM의 빠른 공이 스트라이크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바깥쪽 존을 제대로 공략했는데요. 최고 160KM를 던질 수 있는 투수답게 제구에 조금 더 비중을 올렸음에도 152라는 구속이 나오네요.]

'좋아. 하나 더 확인해보자.'

'그러지.'

바깥쪽 존이 괜찮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공 반개 정도를 더 빼면서 바깥쪽 존을 확실하게 알아보려 했다.

그렇게 2구째 조금 더 빨라진 154KM의 공이 요구보다 반개 더 빠지는 초구에 비해서 공 1개 정도 더 빠지는 위치로 날아갔다.

'이 정도라면...'

프레이밍 기술이 딸리기는 해도 이 정도 공을 움직이는 것은 무리 없었다.

그러나 굳이 프레이밍으로 공을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 이 공은 스트라이크 존의 크기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판정은 스트라이크였다.

"들어왔어요?"

"들어왔어."

박민병이 보았을때 살짝 빠지는 공이었기에 주심에게 물어보았으나 주심이 들어왔다고 말하며 오늘 주심의 존이 꽤나 넓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운이 좋군. 조금 더 밖으로 빠졌는데 스트라이크라니.'

[주심이 지금 바깥쪽으로 조금 더 넓게 잡아주는거 같은데요. 이러면 투수 입장에서 편하죠. 안 그래도 잠실이라는 큰 구장을 쓰고 있는데 존까지 넒으니... 오늘 투수전이 길게 이어질듯 합니다.]

2스트라이크가 만들어지자 망설임 없이 페르난도는 변화구를 꺼내들었다.

[3구째 헛스윙 삼진!]

[체인지업으로 박민병 선수를 낚았네요.]

"아오... 존이 넓은데다가 체인지업도 좋아요."

"알았어."

오늘 주심의 존이 바깥쪽으로 조금 넓은데다가 체인지업이라는 강속구 투수에게 필수나 다름 없는 구종을 장착하고 있는 투수를 상대할려면 장갑을 꽉 매고 최대한 맞추는 것에 집중하는게 좋았다.

"직구, 직구, 체인지업이라..."

박민병이 3구만에 물러나버렸기 때문에 우선 초구를 지켜 보아야했다.

초구는 바깥쪽 넓은 존을 활용하며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왔다.

[차분하게 공을 지켜보고 있는데요.]

[처음 상대하는 상대이다보니 침착하게 봐야죠.]

"스크류볼은 안 쓰나?"

"또 클린업 상대로 쓰겠지."

"..."

2구째는 이번에는 몸쪽으로 과감하게 찔러 들어오는 직구였고, 종박은 공을 건드리기는 했으나 파울이 되며 2스트라이크로 카운트가 몰리고 말았다.

"페르난도는 여전히 뛰어나군."

"공식 발표로만 300만불이었지?"

"미공개 금액 생각하면 그 이상이겠다만..."

팝콘을 먹으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스카우터들은 오늘도 다이노스가 힘들게 경기를 이끌어 갈것이라고 예상하였다.

그 예상대로 종박은 3구째 체인지업은 가까스로 참아냈으나 4구째 전력으로 들어오는 159KM의 광속구에 맥 없이 헛스윙을 하며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뭘 때리는게 좋을까?"

"지금처럼 난감한 타자는 그냥 초구부터 휘두르는 것도 좋아."

"그렇단 말이지."

유성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범성은 차라리 초구를 노리는게 좋다는 유성의 말을 듣고 타석에 들어섰다.

'이녀석은 초구를 자주 노리지?'

수년간 누적된 데이터로 인해 범성은 약점이 명확한 타자였다.

그럼에도 2년 연속 3-30-100을 기록한 것은 약점을 공략할만한 투수가 많지 않다는 점과 약점보다 강점이 더 뛰어나다는 점 때문이었다.

'페르난도, 슬슬 꺼내자고.'

'벌써?'

'그래.'

아무리 뛰어난 구종이라도 사용을 하지 않으면 그 어떤 방식으로도 활용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정상하는 페르난도의 마구를 주문했다.

스크류볼이라는 마구를 말이었다.

[초구 쳤습니다만 투수 앞으로 흘러가고 가볍게 아웃을 만들어냅니다.]

[방금 그 공이 바로 스크류볼이로군요.]

[엄청나게 휘어지네요.]

"저게 스크류볼인가..."

"골치 아프겠군."

해설진은 물론 다이노스 선수들도 그 공을 직접 보게 되자 동요가 일어날 정도였다.

그러한 움직임을 지켜보던 스카우터들도 이 공에는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작년에 메이저리그에서 던질때보다 구종이 더 강화된거 같군."

"작년이 첫 실전이었으니깐 그 사이에 보강할 시간은 충분해."

"블레이크와 페르난도가 방어왕 경쟁을 할꺼라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페르난도가 더 유리한 고지에 있었군. 이렇게 되면 박유성이 어떻게 할지가 관심이 가는데 말이야."

페르난도의 스크류볼이 한층 더 강화된 것을 깨닫자 스카우터들은 다음 이닝에 페르난도와 유성이 맞붙는 장면에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찌되었든 1회 말에 마운드에 오른 해킹은 트윈스 타자들을 가볍게 처리하며 1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올해로 4년째 한국에서 뛰고 있는 해킹인데요. 지난 시즌 2점대 방어율 20승 200이닝을 기록하며 완벽하게 한국 리그를 제패했다고 할 수 있죠.]

[네. 그래서인지 올해도 안정적인 피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타선은 호러물 찍고 있고 투수진은 5선발 구축 하고 불펜도 탄탄하고...

- 대체 누가 다이노스 100승 재현 못한다고 했냐.

- 시즌 초반인데 설레발은 자제 좀.

어찌되었든 2회 초 유성이 타석에 들어섰다.

'이 녀석은 어줍잖은 속임수는 소용 없으니 전력으로 붙어야해.'

그렇기에 바깥쪽 넓은 존을 활용하기로 한 트윈스 배터리는 초구 158KM의 강속구를 바깥쪽 존에 찔러 넣으며 승부를 시도했다.

초구를 지켜보는 스타일답게 초구를 지켜보며 스트라이크를 내준 유성이었으나 이번 타석의 목적은 투구수를 늘리는 것이었다.

'이번 이닝에 20개는 던지게 만들어주마.'

2구째 다시 동일한 코스로 날아간 직구가 스트라이크가 되며 앞 타자들과 똑같이 유성은 2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정상하는 또 다른 변화구인 커브를 꺼내들었다.

딱!

[3구째 쳤습니다만 파울이 됩니다.]

[지금은 커브네요.]

[이번 이닝에 커브를 꺼내들며 박유성 선수에게 고민 거리를 안겨주는 트윈스 배터리인데요.]

"페이크로군."

"그래. 다음이 진짜야."

다른 타자도 아니고 유성과의 승부를 오래 끌고 갈 필요는 없었다.

그렇기에 트윈스 배터리는 4구째에 마구를 다시 꺼내들었다.

페르난도의 손에 있던 공이 천천히 날아오기 시작했다.

실제로는 150KM에 근접하는 빠른 공이었으나 유성에게는 느리게 보였다.

딱!

[4구째! 다시 파울!]

[스크류볼을 걷어냈네요. 딱 1번 본건데 그것도 본인 타석이 아니었는데 그걸 기억해내고 걷어내버렸네요.]

"뭐?"

"...우연인가?"

트윈스 배터리가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워 할때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은 진실을 파악했다.

"놀랍군. 작년보다 더 성장했어."

"구질 평가에서 블레이크의 스플리터 이상이었던 구종이었는데..."

"간단한 이야기지. 박유성은 우리 방식으로 아직 21세 밖에 안된 선수야."

"그 말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성장을 하고 있어."

딱!

[5구째 다시 파울!]

[2연속으로 스크류볼이었는데 다시 걷어내버렸습니다. 작년보다 컨택력이 더 강화된거 같은데요?]

[그러게요. 저걸 저렇게 걷어낼 줄은 예상도 못했는데...]

- 이제는 이 선수가 사람인가 싶다

- 메이저 갈려면 이번 시즌 끝나도 2년이나 더 걸림...

- 나머지 9개 구단 우는 소리 좀 안 들리게 해라!

6구째 체인지업을 걷어낸 유성은 지금 웃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새로운 챕터에 들어왔군요.

그래서 오늘 3편 쓸려고 했는데

집중이 잘 안되는 바람에 3편은 다른 날에 하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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