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111화 (111/300)

<-- Chapter 23 - 2016시즌 시작 -->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유성은 가볍게 배트를 두번 정도 휘둘러 보고 타석에 들어섰다.

[자, 마르티네즈가 이번에도 삼구 삼진으로 잡을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인데요.]

[박유성 선수가 쉽게 당해주지는 않을겁니다.]

유성이 타석에 들어서자 마르티네즈는 초구부터 전력으로 피치를 끌어 올렸다.

[초구부터 160KM가 나옵니다.]

[무조건 박유성 선수를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네요.]

"흠..."

확실히 작년에 있던 로키와 비교 했을때 마르티네즈는 조금 더 뛰어난 투수였다.

그러나 유성도 지난 시즌 로키, 블레이크 같은 강속구 투수들과 프리미어 12에서 맞붙은 오타니를 통해 한층 더 강속구 대응 능력이 향상 되었기에 이 공을 칠 자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유성은 2구째를 망설임 없이 받아쳤다.

[쳤습니다! 1루수 몸을 날리지만 잡지 못하고! 타구는 그대로 굴러갑니다!]

[아, 2루 노리나요?]

[멈추네요.]

[우익수가 박유성 선수의 생각보다 빨리 공을 잡았어요.]

- 2루 갈뻔 했는데 아깝다

- 그래도 출루했으니 다행이지.

팍! 팍!

출루에 성공한 유성은 적절히 리드를 벌리고 왼발로 땅을 파면서 달릴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한 유성의 모습을 확인한 테임즈는 초구를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1루에 주자가 있는 것보다는 2루에 주자가 있는게 더 좋기 때문이었다.

"그러고보니 작년 도루왕이라고 했던가?"

마운드의 마르티네즈는 그렇게 생각하며 포수 조잉선을 봤다.

한편 조잉선도 고민에 빠졌다.

'앉아서 쏴야하나?'

마르티네즈의 공을 공략해내는 유성이 터무니 없는 선수인거지 그의 공은 쉽게 공략하기 힘든 공이었다.

아무리 테임즈, 박선민, 이호중으로 이어지는 클린업이라고 해도 말이었다.

"초반부터 승부처로군."

그렇게 말하며 조잉선은 살짝 빠지며 존 안에 들어오는 스트라이크를 요구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전력의 직구를 요구한 것이었다.

"송구는 자신 있단 말이지?"

그렇다면 한번쯤 믿고 던져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1루에 나가있던 유성은 초구가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는 바깥쪽 공인 것을 확인하였다.

"스트라이크도 잡고 나까지 잡겠다는 생각이라는거지?"

그렇다면 거부하지 않고 승부한다.

마르티네즈가 초구를 던지기 위해 발을 들어올리자마자 유성은 출발하였고, 그러한 움직임을 느꼈으나 마르티네즈는 흔들림 없이 포수가 원하는 곳으로 공을 던졌다.

보통 같으면 타자는 헛스윙을 해서 포수의 송구를 지연 시키는 것으로 주자의 도루를 도와야했지만 지난 2년간 누적된 팀 플레이로 인해 테임즈는 유성이 달리기 시작했음에도 가만히 지켜보았다.

스트라이크를 하나 내주는 것으로 유성이 2루에 간다면 이득이기 때문이었다.

공을 잡은 조잉선은 그대로 미트를 움직여 오른손으로 움직였고, 오른손은 미트 속의 공을 잡았다.

도루 저지를 위해 공을 던진 뒤에 바로 앉은 마르티네즈는 그런 조잉선의 움직임을 보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보기 힘들던 앉아쏴가 지금 이 순간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루!]

[판정은...]

[세이프! 세이프가 됩니다!]

[이야... 전 아웃으로 봤는데 세이프네요.]

마르티네즈의 퀵모션은 매우 빠른 편이었고, 구속도 160KM가 나왔다.

거기다가 조잉선이 앉아서 바로 송구를 날렸기에 송구 시간까지 단축 되었다.

그럼에도 유성이 살아 남은 것은 투수가 1루로 견제를 할지 타자를 상대할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유성은 다른 주자보다 더 빠르게 스타트를 할 수 있었고, 조잉선과 마르티네즈가 만들어낸 합작에도 불구하고 잡아내지 못한 것이었다.

"아오, 저게 안 잡히네."

조잉선은 아쉬워했으나 마르티네즈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쉽기는 했으나 이런 것 하나하나에 신경 쓰면 하나의 경기를 책임질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도루가 많은 곳이라고 들었다만 초구부터 뛸 줄은 몰랐다만..."

[한국에 처음 오는 외국인 선수들이 당황하는게 바로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도루를 시도한다는 점이거든요?]

[그런대 지금 마르티네즈 선수를 보면 큰 상관이 없는듯 하네요.]

그 말대로 2구째를 곧 바로 스트라이크로 잡아내며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2루에 있는 유성이었다.

'여기선 변화구가 딱인데 저녀석 때문에 변화구를 쓸 수가 없으니...'

유성이라는 주자 때문에 변화구를 쓸 엄두를 못내는 조잉선과 달리 마르티네즈는 딱히 상관 없다는 생각이었다.

'어이어이 제 정신이야? 나야 편하니 상관 없다만.'

3구째로 다시 직구가 날아갔으나 유성은 기다렸다는듯 움직이기 시작했고, 테임즈도 동시에 배트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딱!

[주자 뛰고 쳤습니다! 2루수! 키를 넘어갑니다!]

[주자 3루 돌아서 홈으로! 홈인!]

[테임즈의 적시타로 앞서가는 다이노스입니다!]

- 갓파이브 지렸다

- 아니 왜 거기서 직구를 던지고 난리냐.

[지금은 어쩔 수 없는 리드였죠.]

[네. 2루에 박유성 선수가 있다보니 직구를 선택한거거든요? 까딱하면 3루도 노리는게 박유성 선수인지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지금은 테임즈 선수가 그런 흐름을 잘 읽어내고 안타를 때려낸걸 칭찬해주고 싶네요.]

- 해설이 말해주네.

- 갓유성 때문에 변화구 못 씀.

실점을 하기는 했으나 마르티네즈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글스의 타선이라면 2점까지는 어떻게든 뽑아줄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는데다가 더 이상 실점을 허용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박선민, 이호중, 손시한을 단숨에 삼진으로 잡아서 돌려세운 마르티네즈는 2회를 마무리하고 마운드에 내려왔다.

"설마 1점도 못 내겠어?"

그리고 마르티네즈의 분위기를 읽은 이글스 선수들은 2회에 끈질기게 타격을 시도하며 이태작의 체력을 소모 시켰다.

[이번 이닝 크게 흔들리고 있는 이태작입니다.]

[2사 만루의 위기를 맞이했는데요.]

이미 최일헌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갔다온 뒤였기에 다시 올라가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같은 이닝에 2번 마운드에 오르면 투수를 바꾸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바꿀까요?"

"일단은 지켜보도록 하지."

"네."

벤치가 이대로 간다는 사인을 보내자 김태곤은 우선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을 요구했다.

하지만 초구부터 다시 공이 맞아나가고 말았고,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에 어중간하게 공이 향하고 말았다.

[3루 주자 들어오고 2루 주자!]

[중견수 홈으로! 승부!]

[아웃! 송구 타이밍이 늦었는데도 주자가 잡히고 말았네요.]

- 아니 왜 홈으로 뛰고 난리야...

- 2사라서 뛴거 같은데 하필 갓유성이 송구함.

동점을 내주었으나 주자를 잡아내며 그대로 이닝이 마무리 되고, 1대1 스코어로 경기는 3회에 접어들었다.

"몸에 맞아서라도 나가야 할려나...?"

"차라리 삼진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투구수를 늘려요. 빨리 끌어내리는게 좋겠어요."

"그게 쉽지 않다는게 문제지..."

2회가 끝난 시점에서 25개도 안 되는 투수구를 감안하면 오늘 마르티네즈는 완투 페이스를 보이고 있었다.

3회에는 양 팀 모두 무실점으로 넘어갔으나 4회에 이태작이 역전 솔로 홈런을 맞으며 이글스가 2대1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오늘 제구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매 이닝마다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주었고, 결국 4이닝만에 강판을 당하고 말았다.

[오늘 다이노스가 과감한 수를 보이는데요.]

[그동안 선발이 거의 매 경기마다 6이닝씩 소화해준 덕분에 불펜에 여유가 있거든요.]

5회부터 다이노스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김진호였다.

"진호형이네?"

"딱 봐도 뒤집겠다는 생각이네."

중간에 다시 타석에 들어선 유성이 10구나 승부를 이어간 덕분에 투구수를 대폭 늘리기는 했으나 마르티네즈의 투구수는 5회가 끝난 지금 아직도 투구수가 70개도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완투는 안 당할꺼 같은데..."

"경기 뒤집을려면 더 빨리 끌어 내려야한다는게 문제지."

다이노스 선수들이 조금씩 막막함을 느끼고 있는 가운데 6회에 마르티네즈의 투구수를 늘리는데 성공하며 마르티네즈의 투구수가 80개를 넘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성은 끝을 보기 위해 7회 타석에서 들어섰다.

[여전히 2대1 스코어가 유지되는 가운데 다시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앞 타석에서는 10구나 승부를 이어갔지만 아쉽게 출루에는 실패 했었죠.]

[그만큼 오늘 마르티네즈의 공이 좋다는 이야기인데요. 그 대신 마르티네즈의 공을 많이 지켜보거든요? 이번 타석에서 하나 만들어낼듯 합니다.]

포심, 커터, 체인지업, 슬라이더.

마르티네즈의 4개의 구종을 모두 확인한 유성은 타격을 준비했다.

"덤벼."

그러한 유성의 기세를 읽은 마르티네즈는 아껴두었던 힘을 끌어 올렸다.

전 타석의 유성에게서 버티겠다는 의도가 느껴졌다면 이번에는 정면에서 맞붙겠다는 의도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어디 공략해봐라."

초구는 오늘 경기에서 가장 빠른 볼이었다.

그 공의 구속이 전광판에 나오자 이글스 팬들은 환호했다.

[163! 163KM가 나왔습니다!]

[여기서 최고 구속을 찍네요.]

[7회에 끝을 보겠다는 심정인듯 한데요.]

이어진 2구째 150KM나 나오는 커터가 유성의 몸쪽으로 향하는듯 하다가 꺾여서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갔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과감한 피칭을 하고 있네요. 까딱하면 데드볼로 출루 시킬 수도 있었는데 말이죠.]

[그만큼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한거겠죠.]

아직 90개도 던지지 않았지만 이미 마르티네즈의 몸은 땀 투성이였다.

나박테박이로 이어지는 클린업 5인방을 상대하는데 그만큼 집중력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빠른 승부를 위해 3구째 체인지업을 던지는 것으로 승부를 보려고 했던 마르티네즈였으나 유성은 그 체인지업을 참아냈다.

마르티네즈의 체인지업은 볼이 되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움찔하게 될 정도로 뛰어난 체인지업이었다.

그럼에도 참아낸 유성은 이제 남은 선택지를 기다렸다.

3개의 구종으로 2S-1B이 만들어진 지금 남은 구종은 단 하나

슬라이더뿐이었다.

가볍게 심호흡을 한 유성은 4구째를 기다렸고, 마르티네즈도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하는 변화구인 슬라이더를 던지기 위해 그립을 잡았다.

[제 4구!]

캐스터가 4구라고 말하자마자 마르티네즈는 공을 던졌고, 동시에 유성은 배트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끝에 나온 결과에 환호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누가 이겼는지는 다음화에...

다음화가 낮에 올라갈지 내일 올라갈지는 모르겠다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