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109화 (109/300)

<-- Chapter 23 - 2016시즌 시작 -->

베어스와의 2차전.

선발은 이번 시즌 처음 KBO에 온 보우덴이었다.

"미국에서 뛸때의 자료랑 시범 경기에서의 자료가 있기는 한데 자료가 모자라기는 모자라."

"여차하면 투구수 테러할테니깐 앞 타자들 공 좀 잘 봐줘요."

"하하..."

유성의 부탁이 있다보니 다이노스 1,2,3번 타자들은 전부 5구 이상 지켜보며 보우덴의 투구수를 늘리는 것은 물론 구종까지 파악하여 유성에게 정보를 전달하였다.

[처음 만나는 투수라는 점을 감안해서 뒷 타자들을 위해 투구수를 늘리는 작전 같군요.]

[뒷 타자가 박유성, 테임즈, 박선민, 이호중이니 가능한 방법이네요.]

"취약점은 파악했는데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관건이네..."

한편 오늘 다이노스 선발인 이민오는 150KM 안 밖의 직구를 중심으로 베어스 타자들을 상대하였다.

"구위에서는 안 밀릴려나?"

"선발로 뛸때는 아직 모르지. 시즌은 기니깐..."

어찌되었든 1회는 양팀 모두 무실점으로 끝나게 되었다.

위기 상황이 나오기도 했으나 유성을 중심으로 버티고 있는 외야진 덕분에 실점을 하지 않고 2회로 넘어왔다.

[자, 2회 선두 타자로 박유성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는데요.]

[1회에 쭉 지켜봤기 때문에 공이 어떤지 확인했거든요?]

[제가 볼때는 꽤나 공이 좋아요. 다만 1회에 유인구를 적당히 사용했으면 투구수 조절이 가능했을텐데 말이죠.]

천천히 타석에 들어선 유성은 평소처럼 초구를 지켜보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스트라이크였다.

워낙 초구를 지켜보는 비율이 높다보니 이제는 대놓고 스트라이크를 찔러 넣는 투수도 많아진 상황이었다.

그래도 유성은 침착하게 다음 공을 기다렸다.

2구째는 유성이 노릴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빠지는 공이 들어왔다.

"음..."

1S-1B이 되자 잠시 타석에 물러나며 무엇인가 생각하기 시작하는 유성이었다.

[확실히 공이 좋습니다. 제가 한창때로 돌아가도 어찌될지 모를 정도로 말이죠.]

[하하하. 전성기때 그렇게 잘 치셨는데 어떻게든 되겠죠.]

그러는 사이에 고민을 마친 유성은 이어진 3구째 그대로 받아쳤다.

딱!

[쳤습니다! 크게 뜨는 타구. 플라이로 잡힐듯 한데요.]

[멀리 가는데요? 중견수 뒤로 계속 물러납니다! 넘어갑니다! 박유성의 시즌 3호 홈런으로 앞서가는 다이노스입니다.]

[이야. 잡힐꺼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넘어가네요.]

- 간만에 귀한거 봤네.

- 뭐가 귀한거임?

- 박유성 타구를 보면 대부분 직선 비슷한 라인드라이브 형식으로 날아가는데 방금은 그냥 크고 높게 날아간 그런 형식이라 귀하다고 하는거임.

1회 15구 넘게 지켜본 보람이 느껴지는 유성의 홈런으로 리드를 잡은 다이노스였으나 이후 추가점을 뽑아내지 못하며 꽁꽁 틀어막히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에 이민오가 동점을 허용하였고, 까딱하면 역전까지 허용할뻔 했으나 유격수 손시한의 엄청난 수비 덕분에 위기를 넘기며 4회에 접어들때 스코어 1대1 상황이 유지되었다.

"다시 내 타석인가..."

3회가 끝난 시점에서 보우덴의 투구수는 40개 정도였다.

1,2회 투구수를 30개 가까이 끌어냈음에도 3회에 손쉽게 말리면서 투구수를 절약 시켜주고 말았던 것이었다.

"여기서는 투구수를 늘리는 쪽으로 가야겠군."

그렇게 말하며 유성은 또 다른 배트르 꺼내들었다.

프리미어 12에서 21구 승부를 이어가게 했던 길이가 기존보다 긴 배트였다.

타석에 들어선 유성은 우선 처음 4개의 공을 전부 지켜보았다.

홈런을 맞았을때의 기억 때문인지 조심스럽게 투구가 이어졌고, 5구째를 준비하는 지금 1S-3B의 카운트가 만들어져 있었다.

"나가서 뛰어도 되겠지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건 이쪽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유성은 5구째를 커트해내며 풀카운트로 카운트를 바꾸었다.

'풀 카운트라... 이걸로 하지. 낚이면 좋고 안 낚여도 상관 없어.'

풀카운트가 되자 잠시 고민하던 양의정은 걸치는듯하면서도 걸치지 않는 그러한 변화구를 요구하였다.

그리고 보우덴은 그 사인대로 공을 던졌으나 유성은 놓치지 않고 다시 걷어냈다.

[다시 파울. 지금 절묘한 공이었는데요.]

[네. 헛스윙을 유도하면서도 안 속으면 볼넷이 되는 그런 공이었네요. 파울로 만들어버려서 의미가 없어졌지만요.]

6구째가 파울이 되자 양의정은 왠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이 풀카운트라는 상황이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기에 다시 아슬하게 들어오는 공을 요구했다.

'미트질 좀 해야겠군.'

확실한 스트라이크를 위해 손을 움직일 준비를 하던 양의정이었으나 다시 파울이 나오자 무엇인가 떠오를려고 했다.

"이런 상황 어디서 본거 같은데..."

오래된 기억은 아닌데 쉽게 떠오르지 않다보니 양의정은 별 수 없이 8구째도 다시 걸치는 공을 요구하였고, 유성이 다시 걷어내자 그때서야 깨달았다.

"21구 홈런..."

떠올리는게 너무 늦었다.

그렇게 자책한 양의정은 벤치에 사인을 보냈다.

'이녀석 투구수 테러를 할 작정이에요.'

'그러면 얼른 걸러!'

벤치에서 거르라는 사인이 나오자마자 양의정은 보우덴에게 거르라는 사인을 보냈다.

하지만 8개나 공을 던진 보우덴은 고개를 저으며 승부를 요구했다.

"아오. 저거 쓸때 없는 자존심..."

"거르라는 사인이 나왔나봐요?"

잠시 여유가 생기자 유성이 먼저 포수 양의정에게 말을 걸었다.

프리미어 12때 안면이 생겼기에 이정도 대화를 나눌 정도는 되었다.

"내가 조금만 빨리 떠올렸어도 9개씩이나 던질 일도 없었을꺼야."

"정작 투수는 승부하고 싶어하죠."

"..."

정곡을 찔렸기에 할말을 잃어버린 양의정은 별 수 없이 1개의 승부구를 더 허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9구째 다시 스트라이크 존을 아슬하게 벗어나는 공이 날아왔고, 양의정은 프레이밍으로 공을 존 안으로 끌어 오려했으나 유성이 가져온 기존보다 긴 배트가 가볍게 그 공을 커트해냈다.

그때서야 양의정도 깨달았다.

유성의 배트가 앞타석보다 길다는 것을 말이었다.

'영악한 놈. 작정하고 나왔구나.'

결국 10구째를 던지게 된 가운데 베어스 벤치에서 다시 사인이 나왔다.

조금 더 승부를 보라는 사인이었다.

"하긴 이제 투구수 50개를 조금 넘긴 상황이니..."

몇개 더 던지게 하더라도 6이닝 정도는 충분히 소화 가능한 투구수였다.

관건은 몇개의 공을 더 승부구로 사용하느냐였다.

풀카운트였기에 하나만 볼이 되어도 출루를 허용하게 된다.

2루는 물론 3루도 가볍게 훔치는게 바로 유성이었기 때문에 가능하면 출루를 안 시키는게 좋았다.

그럼에도 유성을 출루 시키는 것은 유성을 출루 시키는 것이 유성과 승부 하는 것보다 실점 할 확률이 낮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되먹은 DNA인지 모르지만 유성은 경기가 후반으로 갈 수록 그리고 팀이 승리할만한 결정적인 상황일수록 타율이 더 높아지는 그야말로 히어로형 타자였다.

"히어로형 타자라니 그런건 또 누가 만든거야?"

"사장이 붙이던데?"

"..."

지켜보던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도 이러한 분위기를 인지했다.

이미 10구나 던진 상태에서 유성을 출루 시키게 된다면 안 그래도 체력이 소모된 상태에서 뒷타자들을 상대해야하는 보우덴이 주자까지 견제해야하는 이중고를 겪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더 힘 빼기 전에 그냥 거르는게 좋을텐데 주자도 없으니 아예 멀리 날리는 것도 나쁘지 않고."

"사실 지금이 1사나 2사였다면 그게 맞아. 무사라서 거를 수가 없는거지."

"어째서?"

"무사에 출루를 하면 연속 도루로 단숨에 3루까지 가겠지. 그러면 땅볼 하나만 나와도 바로 홈에 갈 수 있어. 1사나 2사와는 급이 다른 부담감이 생기지."

그러는 사이 유성은 2개의 공을 더 커트해내며 12구째 승부를 준비 중이었다.

구종이 다양한 투수가 아니다보니 그만큼 유성을 확실하게 잡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메이저리그에서도 결정구가 없어서 망했다고 했던가?'

그러한 정보를 떠올리며 유성은 다시 12구째를 걷어내며 파울로 만들었다.

[이 승부 정말 길게 이어지는데요.]

[보우덴 입장에서는 정말 최악일겁니다. 이제 13개째를 던지게 되는데 거르자니 투구수가 아깝고 계속 승부하자니 또 계속 던질 투구수가 아깝거든요.]

- 유성 놀이 어디까지 갈까?

- 일단 15구까진 갈꺼 같다.

- 그 정도 되면 빡쳐서 걍 폭투로 출루 시킬지도 모르겠다.

그 예상대로 유성이 13구를 다시 걷어내자 보우덴은 사인을 무시하고 14구째를 폭투로 던졌다.

하지만 그 공이 어디로 향하는지 볼 수 있던 유성은 스윙을 시작하였다.

배트를 잡는 힘을 살짝 빼서 배트를 날려서 그 폭투를 맞추는 진기명기를 다시 선보인 것이었다.

[허... 폭투가 되어야할 공이 손에서 빠진 배트에 맞고 파울이 되었네요.]

[전 박유성 선수가 이럴때마다 무서워요. 이러다가 고의사구가 안 먹히는 타자가 되지 않을까 하고]

- 사실 그동안 고의 사구 당한건 치기 귀찮았던 갓유성님의 안배다.

- 솔직히 밸런스 붕괴 아니냐. 저런 타자를 어떻게 잡아?

그래도 유성도 미안한 마음이 있었기에 15,16구를 다시 파울로 만들고 17구째는 외야 플라이로 물러났다.

[결국 17구 승부 끝에 아쉽게 물러나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보우덴은 피해가 큰데요.]

[이제 4회 첫 타자를 잡았는데 투구수가 60개에 근접했어요.]

유성의 17구 승부 덕분에 힘이 빠진 보우덴은 안타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어찌어찌 다이노스 타자들을 막아내면서 실점을 하지는 않았지만 투구수는 80개를 향하고 있었다.

길었던 4회가 끝나고 1대1 상황이 계속 유지되는 가운데 다이노스 선발인 이민오는 4회부터 6회까지 꾸준한 쾌투를 이어가며 6이닝 1실점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반대로 보우덴도 4회가 끝났을때 80개 가까이 던진 상태였으나 5,6회에 운이 따라주면서 아슬하게 100개를 조금 넘긴 상태에서 6회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한번 더 붙어 보고 싶었는데 아쉽네. 뭐, 계획대로 7회 전에 끌어내리는건 성공했으니깐."

결국 불펜 싸움으로 이어진 경기 후반에 터지기 시작한 다이노스 타선의 화력에 밀려 베어스는 2차전에서도 스코어 4개1로 패배 하고 말았고, 다이노스는 위닝 시리즈를 확정 짓고 스윕을 노리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이렇게 흐름 탔을때 쭉 가야하는데

왜 난 새벽에 글이 잘 써지는걸까...

피곤하니 그냥 잘래요.

이 무슨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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