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21 - 프리미어 12 -->
이어진 5회 초
다시 마운드에 오른 오타니는 분위기가 바뀐 것을 느꼈다.
하지만 상관 없었다.
지난 경기를 반면교사 삼아서 오늘 한국을 완벽하게 박살내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기 때문이었다.
[박유성 선수의 호수비로 약간이나마 분위기가 바뀌었는데요.]
[네. 아쉬운 점은 타순이 김현성 선수부터 시작한다는 점이죠.]
덕아웃에서 오타니를 지켜보던 유성은 오타니를 이렇게 평가했다.
"저녀석 부상 같은 문제가 없다면 몇년 뒤에 폭군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폭군이라..."
"물론 저에게는 이길수 없겠지만."
유성의 자신감에 옆에 있던 선수들의 분위기가 좋아졌다.
하지만 오타니가 다시 한번 무실점으로 이닝을 끝내버리자 선수들은 다른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5회가 끝났는데 아직 70개도 안 던졌어."
"진짜 폭군이네."
그나마 차우천이 5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덕분에 대한민국은 따라가는 것만 생각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5회 말이 끝난 가운데 4대0으로 끌려가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팀입니다.]
[슬슬 1점이라도 따라가야 뒤가 편한데요.]
하지만 오늘 작정하고 나왔던 오타니는 6회에도 삼자범퇴를 기록하며 무실점을 6이닝으로 늘렸다.
[개막전에 박유성 선수에게 2개의 홈런을 허용했던 오타니 선수가 오늘은 주심이 도와주기는 했지만 삼진 하나와 고의사구는 아니지만 고의성이 느껴지는 볼넷 하나로 도루 2개까지 허용했음에도 무실점으로 경기를 이끌고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무실점으로 막아냈다는건 결국 오타니 선수가 그만큼 우리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는거니깐요.]
- 아니 그런대 아직 80개도 안 던진거 실화냐?
- 골때리네...
- 7회에 유성이 타석이니깐 여기서 어떻게든 노려봐야겠지.
6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차우천은 이번 이닝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4대0의 스코어를 6회까지 계속해서 유지하도록 만들었다.
그렇다면 다음은 타자들의 몫이었다.
7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오타니는 아직 80개도 안 던진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 이닝 들어 힘이 빠진듯한 느낌을 보이기 시작했고,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그 뒤에 유성이 타석에 들어섰다.
"힘이 빠진 상태에다가 주자도 있으니 볼넷을 줘도 된다고 생각하고 던지겠군."
안타를 치고 나간 정근오도 발 빠른 주자이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더블 스틸 같은 도박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 배터리는 마음 놓고 빠지는 공을 던져서 유성을 출루 시킬 것이다.
물론 이전 타석처럼 고의사구 판정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 스트라이크를 하나 정도는 잡기 위해 존에 들어오는 공을 던질 것이다.
차분하게 초구와 2구를 지켜본 유성은 3구째가 다시 볼이 되는 것을 지켜보았으나 또 주심이 스트라이크를 판정하며 1S-2B이 되었다.
"...들어왔나요?"
"아슬하게 들어왔어."
"알겠습니다."
주심은 미국인이었다.
그렇기에 유성도 무작정 항의를 하지는 못했고, 어쩔 수 없이 4구째가 다시 볼이 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5구째 다시 애매한 코스의 공이 스트라이크가 되자 유성은 뭐라 말도 못하고 고개를 저으며 다음 공을 기다렸다.
[애매하네요. 진짜 애매해요. 이대윤 선수의 경우 애매한걸 안 잡아줬고, 오타니 선수는 애매한걸 잡아주고 있거든요. 이 잡아주는게 또 애매해요.]
- 3애매
- 5애매 아니냐.
[막 항의를 할 정도로 확실한 그런게 아니라는거죠. 아무튼 박유성 선수도 더 이상의 어필은 안 좋다고 생각하는지 그냥 고개를 저으면서 공을 기다리네요.]
[어떻게든 여기서 쳐야할텐데요.]
6구째 아슬하게 들어오는 공을 걷어낸 유성은 이참에 작정하고 오타니의 투구수를 늘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7구째인 아슬하게 벗어나는 공이 다시 파울이 되는 것을 본 오타니는 다시 존 안으로 들어가는 공을 던졌고, 유성은 다시 파울을 만들기 위해 배트를 휘둘렀다.
딱!
문제는 오타니가 던진 공이 포심이 아니라 투심이었다.
그것을 깨달은 유성은 타격을 하고 아차하는 표정을 지었고, 열심히 1루로 달리기 시작했다.
마침 타구가 내야를 빠져나갈듯한 움직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쳤습니다! 아! 잡혔어요!]
[1루! 아웃입니다.]
[오타니가 포심이 아닌 투심을 던졌는데 박유성 선수가 어떻게 안타성 타구를 때려냈거든요? 그런대 문제는 2루수가 저걸 잡아버렸네요.]
[빠졌으면 무사 1,3루 정도는 되었을텐데 1사 2루에 만족하게 되었네요.]
- 아오 저걸 잡냐.
- 개막전땐 잘 때렸는데...
유성이라는 큰 산을 넘긴 오타니는 남은 힘을 끌어모아 정근오가 2루로 가는 것까지 무시하며 이대오, 박병훈을 잡아냈고, 결국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였다.
대신 투구수가 100개를 넘겼고, 정근오의 안타 덕분에 노히트가 깨진 상태였기에 오타니의 등판은 여기서 끝나게 되었다.
"후... 뒤집을 수 있을려나?"
"다들 실망하지마. 아직 8,9회 공격이 남아있어. 지금은 수비에 집중하자고."
"네."
7회 3번째 투수로 심차민이 마운드에 올라왔으나 주심의 존으로 인해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이하고 말았다.
"바꿔."
[심판 존이 진짜...]
[박유성 선수땐 어떻게 넘어가도 이거까지 이러면 곤란한데요.]
- 무슨 모양이냐.
- 이제보니깐 별모양 존이네.
- 별모양 존 하면 우리도 있지 않냐?
- 거긴 공평하기라도 하지 여긴 일본한테 이득이잖아.
어찌되었든 위기를 맞이하게 되자 다시 투수가 교체 되었다.
4번째 투수로 정우랑이 마운드에 올라왔고, 심차민 덕분에 별모양 존에 대한 파악은 되었기에 마음 먹고 공을 던질 수 있었다.
[헛스윙! 삼진 아웃!]
[7회 말 첫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대한민국!]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떳습니다! 중견수, 우익수. 중견수가 잡아냅니다!]
[이걸로 두 아웃! 이대로 가면 됩니다!]
두번째 타자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고
[다시 뜹니다! 좌익수! 천천히 그리고 침착하게 잡아내면서 이닝 종료!]
[위기의 상황에서 등판한 정우랑 선수가 위기를 넘깁니다!]
세번째 타자까지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대한민국은 7회 말 무사 1,2루의 위기를 벗어나게 되었다.
"좋아! 이거야!"
"이제 8회다! 다들 집중해!"
이때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본도 개막전때 2이닝을 소화했던 노리모토를 등판 시키며 8회 6,7,8번으로 이어지는 타선을 순식간에 정리 해버렸다.
[아, 8회에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너무 맥 없이 끝나버렸는데요.]
- 솔직히 말한다 나 전재산 한국 승에 걸었다.
- 아이고 이놈아 이대로 끝나더라도 한강은 가지마라.
- 9회에 삼자범퇴로 안 끝나면 유성이 타석이 다시 오기는 할텐데 이 점수 차이에서는...
그렇다.
4점 차이라는 이 점수 차는 너무나도 컸다.
아무리 유성 같은 타자가 있어도 겨우 아웃 카운트 3개 남은 시점에서 이 상황을 뒤집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기에 8회 말이 시작 되었다.
정우랑이 첫 타자를 잡아냈으나 연타를 허용하며 1사 1,2루가 되었고, 여기서 다시 교체를 통해 임상민이 등판을 하였다.
[5번째 투수로 임상민이 마운드에 오릅니다.]
[9회에는 정대형, 이현성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 쓰네요.]
긴장되는 순간이지만 임상민은 침착하게 아웃 카운트 2개를 우익수 플라이와 삼진으로 잡아내며 8회 말 위기를 다시 넘겼다.
그렇게 9회 초가 다가왔다.
*
"이제 9번부터 시작이지?"
"아, 진다고 생각하니깐 배 아프다."
"화장실 가던가."
이 경기는 수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수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여기서 대타가 나옵니다.]
[오재훤 선수가 나오는데요.]
'후... 장갑 다시 잡고... 한번 건드려 볼까?'
오재훤은 대타로 나온 지금 이 순간 타 팀팬들에게 까이던 그 모습을 찾아냈다.
우선 쭈그려 앉은 그는 홈을 가볍게 후후 불어서 먼지를 치웠고, 일어나서 타석에 들어서는척 하고 한발 빼고 배트를 만지작 거렸다.
그러면서 고민하는척 고개를 흔들며 시간을 끌었고, 발을 앞으로 들이밀며 배트로 홈 플레이트를 찍고 낮은 자세에서 배트를 까딱까닥 거린 이후 준비를 마쳤다.
초구가 볼이 되자 타석에 잠시 벗어나며 스윙을 한번 하였는데 좌타자 방향이 아니라 우타자 방향으로 스윙하고는 아차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다시 타석에 들어서며 허리를 한번 흔들어주고 배트를 까딱까닥 거리고 다시 준비를 마쳤다.
- 오늘 왜 이리 준비가 기냐.
- 그런대 투수 열 받겠는데?
그렇게 계속해서 투수의 신경을 긁은 오재훤은 결국 5구째를 밀어치며 안타를 때려냈다.
[왼쪽에 안타!]
[오재훤 선수가 안타를 때려냅니다!]
[1루로 달려가면서 일본 덕아웃 쪽에 포효를 한번 하네요.]
[이거죠. 분위기 끌어 올리는데 이거만큼 좋은게 없죠.]
"야, 지져스! 이거지!"
"뭔 일이야?"
"시끄럽고 보기나 해!"
이 안타는 한국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시작했고, 이어서 막혀있던 뚝이 터지듯 다시 안타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한 분위기는 현장의 선수들도 느끼고 있었다.
"...될려나?"
"혹시 모르니 준비 하죠."
그의 출루에 선수들이 움찔하기 시작했고, 김인신 감독은 고민에 빠졌다.
"영규를 뺄까?"
"영규를요? 아성이 넣어도 유성이가 중견수 가면 되니깐."
"...해보죠."
이영규가 빠지고 대타 손아성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2구째를 제대로 받아쳤고, 손아성의 타구가 투수의 다리를 스쳐 맞고 뒤로 흐르며 안타가 되었다.
[연속 안타! 이제 무사 1,2루!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어지는 타자는 오늘 오타니에게 유일하게 안타를 때려낸 정근오입니다!]
"이거 된다!"
"준비해!"
초구에 헛스윙을 하고만 그였으나 2구째를 놓치지 않고, 받아치며 정근오의 타구가 3루 베이스를 지나가며 안타가 되었다.
[페어! 오재훤은 3루 돌아서 홈으로! 드디어 0의 행진이 깨집니다!]
[손아성은 3루, 정근오는 2루까지! 단숨에 3연속 안타가 터지며 스코어 4대1이 됩니다!]
[역시 야구는 오래 이기고 있을 필요가 없어요. 마지막에 이기면 되니깐요.]
[그렇죠. 게다가 이제 아주 제대로 칼을 갈고 있던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게 됩니다.]
- 이 순간을 기다렸다
- 때려 잡자.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본 해설진들도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 이건 좀 힘든데요.]
[3안타가 전부 변화구입니다. 볼 배합을 어떻게 하는건지 모르겠네요.]
[오타니에게 거의 완벽하게 틀어막혔던 한국인데요...]
[역대 일한전이 항상 그랬죠. 쉽게 끝나는 경기가 없었죠.]
그리고 오늘 펼쳐지는 한일전도 쉽게 끝나지 않았다.
딱!
[쳤습니다! 유격수 못 잡았습니다! 3루 주자에 2루 주자까지!]
[박유성 선수는 재치있는 주루 플레이로 2루까지! 스코어 4대3!]
[이제 1점 차이로 따라갑니다!]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드디어 100화다 100화!
그런대 이제 1/4 좀 넘게 진행해서 뭐라고 할 말이 없네요...
*
이 경기에 나왔던 '야오이마이'가 언제 나왔는지 찾는다고
영상 3개나 틀어놨...
대호햄 하나 치면 동점이고
박뱅 호수비에 막혀서 아쉽게 못 쳤고
현수형 볼넷 나가고
민병헌 없으니 성범성범이 쳐서 결승타 찍어야겠고
8번은... 포수였고... 9번 다시 국민혐 출몰하니...
실제랑 다르게 쓰려 했는데
정작 실제 경기를 보고 있습니다.
명경기는 언제봐도 좋네요.
오재원의 저 루틴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저 타석 한정으로 급조되서 추가된 별에 별 루틴들이 다 있더군요.
내가 투수라도 빡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