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70화 (70/300)

<-- Chapter 15 - 새로운 시즌의 시작 -->

팽팽한 투수전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가운데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첼리가 4회 선제 실점을 하고 말았다.

유성의 호수비 덕분에 더 이상의 실점은 없었지만 블레이크에게 4이닝 동안 퍼펙트로 막히고 있는 상황에서의 실점은 다이노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5회 초가 되었고, 이번 이닝 다이노스의 선두 타자는 유성이었다.

"이렇게까지 팀이 몰리는적은 처음이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유성이라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과시하는 타자가 있다보니 다이노스는 간혹 완투, 완봉까지는 허용하였지만 노히트나 퍼펙트 같은 기록의 희생양이 되지는 않았다.

그만큼 중심타자인 그의 부담이 커지는 것이었다.

그러한 박의 모습을 보고 있던 스카우터 중 하나가 의문을 가졌다.

"그러고보니 박이 올해 몇살이었지?

"한국 방식으로는 22살. 우리식으로 하면 몇달 뒤에 21살이 된다는군."

"정말 어리기는 어리군."

"그럼에도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벌써부터 1억불 소리가 나오는거지."

유성이 이대로 부상 없이 예정대로 FA 일수를 채우면 포스팅에 참여할쯤에 만 25세가 되며 그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데뷔를 하게 되는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1년 정도는 줄이는게 좋겠는데..."

"그래서 지금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KBO 사무국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더군."

잠시 대화를 나누는 사이 유성은 초구 155KM의 직구를 지켜보았다.

"4이닝동안 58구를 던졌는데 여전히 팔팔하군."

이전에 만났던 로키도 그렇고 블레이크도 그렇고 내구성이 뛰어난 투수답게 구속이 잘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는 한편으로는 유성은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있었다.

"전 타석에서 능력이 흔들린건 스플리터 하나뿐."

이번 타석 다시 포심과 투심을 연달아 지켜본 결과 확신할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블레이크의 스플리터가 왜 마구인지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순순히 물러날 수는 없지."

주심의 좁은 존 덕분에 현재 카운트는 1S-2B이 만들어진 상태였다.

앞선 경기에서 누적된 데이터에 따르면 스플리터는 2스트라이크가 만들어져야 던지는 공이었다.

딱!

그렇게 유성은 4구째 153KM의 투심을 제대로 받아치며 4이닝동안 이어졌던 퍼펙트 행진을 막아냈다.

"스플리터가 나오기 전에 승부를 보시겠다? 나쁘지 않지."

퍼펙트가 유지되고 있었다면 모를까 깨진 이상 블레이크는 더 이상 스플리터를 아낄 이유가 없었다.

유성이 퍼펙트와 노히트를 동시에 깨는 안타를 때려냈으나 이후 3타자에게 모두 결정구로 스플리터를 사용하며 단숨에 3K를 잡아내며 동점을 만들 틈조차 허용하지 않은 블레이크였다.

[헛스윙 삼진! 퍼펙트가 깨진 이후 스플리터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블레이크입니다!]

[앞선 4이닝 동안 6개의 삼진을 잡았는데 이번 이닝에 바로 3개를 추가하면서 5이닝 9K로 삼진 기계 모드를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블레이크의 스플리터가 무서운건 직구처럼 오다가 떨어지는 방향을 조절 할 수 있다는거지."

"왼쪽, 오른쪽, 가운데까지 3방향으로 떨어지는 스플리터."

"우린 그걸 마구라고 부르지."

이것이 바로 메이저리그에서 마구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구종이었다.

그리고 다이노스 타자들은 이러한 마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첼리가 간만에 6이닝 1실점 호투를 기록하며 물러났으나 블레이크는 멈추지 않고 6회에 다시 삼진 2개를 추가하고 7회 2사까지 삼진 2개를 더 추가하며 6.2이닝 13K를 기록한 상태에서 유성을 만나게 되었다.

현재 블레이크의 투구수는 90개가 조금 넘은 상태였다.

앞선 경기들에서도 110개를 던지기 이전에 등판을 마쳤기에 조금만 노력하면 블레이크에게 완봉을 당하는 굴욕은 안 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성은 그러한 생각 대신 단 하나를 노렸다.

7회부터 등판을 시작한 다이노스의 불펜 투수들이 철저하게 위즈 타자들을 봉인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유가 있었고, 그렇기에 노릴 수 있었다.

딱!

[초구! 쳤습니다!]

[큽니다! 커요! 넘어갑니다!]

[157KM나 되는 블레이크의 직구가 담장을 넘어갑니다!]

스플리터라는 강력한 마구가 있지만 2스트라이크 이전에는 절대 사용을 안 하였기 때문에 유성에게 기어코 한방을 맞고만 것이었다.

"오? 블레이크 녀석 결국 2안타를 맞았네?"

스마트폰으로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로키는 유성이 블레이크의 직구를 때려내며 홈런을 치자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다음번에 상대할때는 직구 비중을 낮추던가 해야지."

다시 돌아와서 유성에게 홈런을 맞은 블레이크는 한숨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팀 타선이 안 도와주는 상태에서 가장 경계해야하던 타자에게 결국 한방을 맞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블레이크에게 시즌 첫 피홈런을 안겨주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투구수를 생각하면 블레이크도 8회까지만 던질 확률이 높거든요.]

유성 이후에 타석에 들어선 테임즈가 유성의 타격을 본 받아 스플리터를 던지기 전에 타격을 하며 안타를 때려내기도 했으나 이호중은 155KM가 넘는 강속구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며 맥 없이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결국 블레이크는 8이닝 1실점 16K라는 기록을 세우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하였고, 9회에 다이노스 타선이 터지면서 팀까지 패배를 거두고 말았다.

"아무리 신생팀이라지만 정도가 있지. 2점도 못 뽑는게 말이 되냐!"

결국 분노한 블레이크는 마지막 공격을 위해 준비를 하던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하며 아이싱을 하러 갔다.

물론 영어로 말한 것이고 통역에게 통역을 하지말라고 하였기에 알아 들은 것은 같은 외국인 선수들뿐이었다.

사실 오늘 경기까지 6경기를 등판한 블레이크였으나 위즈의 빈약한 타선으로 인해 2승 밖에 못했으니 그동안 참은게 터졌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어찌되었든 다이노스전에 2연패로 루징 시리즈가 확정된 위즈는 마지막 경기는 어떻게든 반전을 만들어보려 했으나 대대적으로 폭팔한 다이노스의 타선에 박살나며 결국 스윕을 허용하고 말았다.

위즈를 스윕으로 잡아낸 다이노스의 다음 상대는 타이거즈와 자이언츠였고, 각각 스윕과 위닝 시리즈를 거두며 다이노스는 점차 독보적인 1위 자리를 굳히기 시작했다.

5월 12일 화요일

서울 잠실 구장에서 GL 트윈스와의 경기가 있었으나 우천으로 취소되며 다음날에 경기를 치루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저보다 어린 선수가 왜 이리 없죠?"

"...니가 특이한거라니깐."

유성은 얼마전부터 생각하기 시작한 의문을 민병에게 물어보고 있었다.

같은 해 지명된 선수들 중 투수인 손정옥, 임정후와 타자인 최재완은 대졸이라 유성보다 나이가 많았다.

유성보다 나이가 어린 선수도 잘 안 보이는 상황이었는데 지난 2년간은 그렇게 넘겼으나 3년째인 올해도 그보다 어린 선수가 없었기에 나름 불만이 생긴 것이었다.

그나마 민병이 유성보다 1살 많았으나 거의 친구나 다름 없을 정도로 친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내년에는 투수라도 좋으니 나랑 동갑이거나 어린 애가 자리 좀 잡으면 좋겠네요."

"그러면 나도 정말 고맙겠다."

"어, 깜짝아!"

갑자기 나타난 최일헌 코치로 인해 놀란 유성과 민병은 놀랐다.

"최코치님."

"민훈이, 명호, 핵천이 전부 나이가 많아. 당장 이번 시즌 끝나고 3명 다 은퇴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지. 그나마 지금 군에 간 애들 중에 괜찮은 애가 있으니 다행이지."

"지금 군에 간 선수 중에 쓸만한 투수가..."

"..."

"올해 9월쯤에 전역할텐데 상황에 따라 1군에 바로 올릴지도 몰라."

"그렇군요."

유성이나 민병이나 야수였기에 투수쪽은 잘 모르는 상태였으나 최일헌 코치가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짐작 할 수 있었다.

"정 안되면 저나 범성이형보고 또 등판 하라고 하세요."

"니가 오타니냐. 둘 다 하게."

"하하..."

*

5월 13일 GL 트윈스와의 경기를 치루기 전에 확인한 순위는 이러했다.

1위 다이노스

2위 라이온즈

3위 이글스

4위 히어로즈

5위 베어스

6위 와이번스

7위 타이거즈

8위 자이언츠

9위 트윈스

10위 위즈

유성은 경기를 준비하며 세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위즈에 간 투수는 실력은 있는데 승운은 없달까..."

"대신 다른 팀들은 확실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고요."

각자 로키와 루이스라는 강력한 에이스를 영입하며 투수진을 보강한 라이온즈와 이글스가 다이노스를 추격하는 가운데 작년 준우승팀인 히어로즈가 그 뒤에 붙었고, FA 장원진을 영입하며 선발을 보강한 베어스가 5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확실한 에이스를 영입한 팀들이 모두 5강을 유지하고 있네요."

"이런 기조를 봐서는 내년에는 장난 아니겠는데..."

"분위기를 봐서는 우리도 투수가 바뀔 느낌이 들기는 하는데 말이죠."

위즈전 이후 다시 부진을 하며 골머리를 썩게 하고 있는 첼리를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확실히 첼리는 교체될 가능성이 높아요."

"그런가요..."

작년에 욕설 논란이 있었으나 재후와 함께 노히트를 기록하며 팀의 투수진을 이끌었던 투수가 올해 확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팀의 1군 첫 시즌부터 합류하며 유성과 같이 활약을 하였던 창단 멤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투수였기에 유성은 아쉬움을 느꼈다.

"그래서 외국인 스카우터들이 움직이고 있나요?"

"조금씩 후보군을 고르고 있는 단계에요. 아, 혹시나 해서 해킹이랑 테임즈한테 추천할만한 선수를 물어봤는데 테임즈가 선수를 하나 추천하더라고요."

"그래요?"

"미국에 있을때 친한 친구였다고 하더라고요."

세나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다이노스 프론트는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6월은 되어야 찾기 시작할줄 알았는데 벌써부터 찾다니..."

"그만큼 첼리의 상태가 안 좋다는거죠."

"어쩔 수 없죠. 못하면 퇴출 되는게 외국인 선수니깐요."

첼리의 퇴출이 유력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유성이었으나 그도 별 다른 방도가 없었다.

결정적으로 그는 투수가 아닌 타자였다.

그렇기에 유성은 생각했다.

첼리의 마지막을 위하여 승이라도 잔뜩 챙겨주자고 말이었다.

마침 비가 온 다음날인 오늘 13일 경기 선발이 첼리였다.

========== 작품 후기 ==========

찰리는 지금 들리는 소식을 보면...

경기 뛸 상태가 아니라서 은퇴 직전이라더군요.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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