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15 - 새로운 시즌의 시작 -->
다이노스 투수진의 문제는 선발에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4월 26일 GL 트윈스전에서 마무리 김진호가 부상으로 인해 1달 정도 출전을 못하게 된것이었다.
그래서 김강문 감독은 임상민을 대체 마무리로 낙점하였고, 그로인해 불펜까지 개편이 진행되기 시작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임상민이 순조롭게 첫 마무리 등판에서 안정적으로 승리를 지켜내며 금방 공백을 해결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5월 1일이 되었다.
오늘부터 MC 다이노스는 신생팀 TK 위즈와 첫 삼연전 대결을 펼치게 되었다.
첫 경기에서 다이노스는 예상 외로 고전하는듯 했으나 오늘도 유성이 홈런을 때려내며 리드를 잡고 해킹이 8이닝 2실점, 임상민이 1이닝 퍼펙트로 깔끔하게 경기를 끝내버리며 스코어 4대2로 승리를 거둔 다이노스는 두번째 경기에서 이번 시즌 가장 유명한 3인방 중 가장 뛰어난 성적을 보이고 있는 블레이크를 만나게 되었다.
"이녀석 성적을 보면 말이지. 혹시 이면 계약 같은거 한게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지. 말이 100만불이지 알고보면 막 200만불씩 받고 온걸지도 몰라. 어떻게 생각해, 테임즈?"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옵션이라도 잔뜩 붙었겠지."
"옵션?"
그 말을 들은 선수들은 뭔가 맞았다는듯 납득이 되었다.
"하긴 저정도 투수를 100만불에 데려올리가..."
*
그들의 추측은 정답에 근접했다.
물론 금액까지 예측하지 못했기에 완전한 것은 아니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과 내일도 경기가 치루어질 예정인 이곳은 TK 위즈의 홈 구장 수원 TK 위즈파크였다.
그곳에서 블레이크는 자신의 에이전트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무도 모를꺼야. 공개되지 않은 옵션으로 최대 300만불까지 받을 수 있다는걸."
"당신은 정말 최고야. 100만불은 기본으로 깔고 나만 잘하면 300만불도 그냥 받아갈 수 있으니깐."
"그런대 내년에 복귀할꺼야?"
"글쎄... 우리팀 꼬마들 생각해서 1년 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
"그것도 나쁘지 않지. 이번에 너나 로키, 루이스까지 한국에 오는 바람에 내년에 더 많은 선수들이 한국에 오려고 벼르고 있거든."
"그거 괜찮군. 그나저나 크리스는 여기서 1년 구르더니 좀 재미가 없어지기는 했어."
"하하하. 아무리 수준이 낮다지만 40-40 클럽을 기록한 선수가 재미 없다니 역시 넌 최고야."
"MVP라는 녀석은 날 좀 재미있게 해주면 좋겠는데 말이야."
어느덧 경기 시간이 다가오자 블레이크는 슬슬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떠났다.
그리고 자리에 남아있던 블레이크의 에어전트는 다른 계약서들을 확인하였다.
블레이크 100만불 (옵션 200만)
로키 90만 (옵션 250만)
루이스 90만 (옵션 150만)
"300만, 340만, 240만이라... 일성쪽은 생각보다 돈을 안 쓰는듯 하니 여기는 꺼리는게 좋겠고... 헌화는 너무 많이 줘서 고마울 정도야."
KBO의 분위기가 어떤지는 크리스의 에이전트를 통해 들었다.
히어로즈라는 구단이 가난해서 그런지 크리스는 미공개된 옵션까지 포함해도 200만불 밖에 못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그는 3명의 투수 모두 크리스 이상으로 받도록 만들어놨다.
"로키나 루이스도 2,3년 정도 뛰겠다고 했으니 문제 없군."
차근차근 다음 고객을 물색한 그는 이내 서류를 챙기고 자리를 떠났다.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와서 초에 공격을 하는 다이노스 선수들은 블레이크의 강속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고, 그 모습을 확인한 블레이크는 조용히 말하였다.
"로키랑 붙어봤다고 했던가? 내 직구는 로키와 다를텐데 쉽게 될려나?"
"무리지. 그건 히어로즈전 완봉으로도 증명된거잖아?"
"그렇죠."
위즈의 두 기둥
블레이크와 옥스프링.
옥스프링은 블레이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한국에서는 흔히 빠던이라 불리는 빠따 던지기도 허용이 된다는 것도 말이었다.
아직 홈런을 허용한 적이 없었기에 빠던을 본적이 없는 블레이크였으나 납득하였다.
"그러면 저쪽팀 MVP는 어때요?"
"박이라... 크리스와 비슷해. 아니, 컨택이나 선구 능력은 한단계 이상 위라고 봐도 될꺼야."
지난 시즌 KBO에서 40-40 클럽을 기록한 두명 중 한명인 크리스는 이미 제압하였다.
그렇기에 또 다른 40-40 클럽 선수를 제압하기 위해 옥스프링의 조언을 속속 빨아들이고 있는 블레이크였다.
"좋아요. 로키는 잘 던지다가 한방 맞았다지만 전 그럴 일이 없을테니... 다이노스도 박살내버리고 오죠."
"그래."
*
[2015 KBO 프로야구 MC 다이노스와 TK 위즈의 시즌 2차전이 이제 시작되려 합니다.]
[오늘 양 팀의 선발을 비교하자면 다이노스는 올해 한국에서 3년째이지만 현재 5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첼리가 나서고, 위즈의 경우 시즌 초반이라지만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블레이크가 등판을 하게 되겠습니다.]
- 0점대라니 사람이냐.
- 로키도 1점대인데 0점대는 워...
- 히어로즈도 완봉으로 털어버리는데 다이노스는 점수 뽑을 수 있겠냐?
- 다른건 몰라도 박유성이랑은 붙어봐야 알꺼 같은데...
잠시 후 국민 의례와 시구가 진행되고, 경기가 시작 되었다.
1회 초 다이노스의 공격을 막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블레이크는 초구부터 가볍게 153KM의 직구를 던지며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포심, 투심, 커터, 스플리터라..."
최근 161KM라는 공을 로키에 비하면 3KM 정도 느린 158KM가 최고 구속이지만 투심은 155KM까지 나오고 커터도 150KM나 나올 정도로 빠른 공이었다.
이것만 해도 대단하지만 블레이크가 0점대 방어율을 기록 중인것은 마구라고 불리고 있는 최고 153KM까지 나오는 스플리터였다.
"뭔 놈의 공이 죄다 150이 넘냐..."
혀를 차며 민병은 블레이크의 공을 차분히 지켜보았다.
물론 그렇다고 안타를 때려내지는 못하였고, 2루 땅볼로 물러난 대신 스플리터를 제외한 블레이크의 다른 3개 구종을 확인하며 뒷타자들에게 보여주었다.
"커터 장난 아닌데?"
"그러게요. 그나저나..."
5구까지 승부를 이어갔으나 종박도 포심, 투심, 커터 3개 구종만을 상대하고 물러나고 말았다.
"스플리터를 안 쓰네?"
"안 써도 이길 수 있으니깐. 히어로즈 전에서도 딱 9개 밖에 안 썼는데도 히어로즈 타자들을 완전히 박살내버렸으니깐."
참고로 그 9개 모두 결정구였고, 전부 삼진으로 이어졌다는 정보가 있었다.
"확실한 위닝샷이란 말이지."
"지금쯤 던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타석에 들어선 범성이 2S-1B로 몰려있는 상태였고, 타자들은 스플리터를 던지지 않을까 하고 주목하였으나 158KM의 전력 투구의 직구가 하이패스트볼로 날아가며 범성의 헛스윙을 유도하며 삼진을 잡아냈다.
오늘도 다이노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은 오늘 경기 다이노스가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히어로즈전 17개 삼진 중 9개의 결정구가 스플리터였고 나머지 8개는 포심과 투심으로 잡아냈다는군."
"로키랑 붙을때도 그랬지만 다이노스는 오늘도 어렵겠군."
"그건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였지만 말이지."
이어진 1회 말 첼리가 선두 타자를 출루시키며 시작부터 위기를 맞이하는듯 했으나 유격수 손시한의 기가막힌 호수비 덕분에 병살을 만들어내며 실점 위기를 막아내고 2회 초로 접어들었다.
이제 2회 초가 되자 수 많은 이목이 집중 되었는데 얼마전 루이스와 대결할때나 로키와 대결할때도 이목이 집중 되었으나 이 대결은 더욱 집중 될 수 밖에 없었다.
- 시즌 초반이라지만 2점대, 1점대, 0점대 찍는 투수를 순서대로 상대하고 있는데 당연히 점점 관심이 커지지.
- 그나저나 오늘 스플리터 하나도 안 던졌네?
- 딱 봐도 박유성 노리고 아껴둔거 같지?
1회에 14구를 던진 블레이크였으나 몸풀기였다는듯 2회 초 선두 타자인 유성에게 초구부터 156KM의 강속구를 던졌다.
팡!
"스트라이크!"
[자, 초구부터 정확하게 찔러 넣고 있는데요.]
[박유성 선수가 초구를 지켜볼 확률이 80%가 넘기 때문에 이렇게 과감하게 찔러 넣는 방법도 좋죠.]
실제로 대다수의 투수들은 유성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넣을려고 한다.
유성이 초구를 안 휘두를 확률이 80%가 넘었기 때문이었는데 사실 처음 상대하는 투수의 경우 100% 초구를 휘두르지 않는게 유성이었다.
"아무리 많은 영상을 보고, 여러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직접 보는것보다 못하지."
실제로 초구를 지켜본 유성은 블레이크의 직구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있었다.
로키의 직구와 맞먹는 그런 직구였다.
"이게 포심이면..."
이어진 2구째 154KM의 직구가 날아오다가 살짝 휘었다.
그로인해 유성은 타구를 맞추었으나 간발의 차이로 파울이 되고 말았다.
"투심 한번 더럽게 잘 휘네."
[자, 파울이 되면서 2스트라이크가 되었는데요.]
[오늘 블레이크의 투심이 엄청 좋거든요. 박유성 선수 입장에서 이 공을 공략하기 매우 난감할듯 합니다.]
이어진 3구째 다시 157KM의 직구가 날아갔고, 유성은 다시 파울로 커트를 해냈다.
로키라는 또 다른 강속구 투수를 상대해보았기에 이전보다 강속구 대처 능력이 좋아진 유성에게 이러한 직구 위주의 피칭은 쉽게 먹히지 않았다.
"직구가 안 통하면 변화구를 꺼내야겠지."
4구째 148KM의 커터가 빠른 속도가 날아들었고, 유성은 스트라이크 존에 아슬하게 걸치는 이 공이 커터인 것을 깨닫고 커터가 떨어지는 각도에 맞춰 배트를 휘둘러 공을 맞춰냈다.
하지만 커터의 떨어지는 각이 예상보다 더 심하였기에 다시 한번 파울이 되고 말았다.
[다시 파울! 자세가 약간 무너졌는데도 어떻게든 쳐내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지금은 커터였네요. 커터도 이런 엄청난 각으로 떨어지는데 아직 안 던져본 스플리터는 어떨지 궁금하네요.]
"생각보다 컨택이 좋군. 아, 옥스프링이 컨택이랑 선구안은 크리스 이상이라고 했던가?"
경기 시작전 옥스프링의 말을 떠올린 블레이크는 이 승부의 끝을 보기로 했다.
이번 시즌 경기마다 10개 이하만을 사용하였던 필승의 결정구 스플리터를 꺼내기로 한 것이었다.
"잘 가라."
그렇게 말하며 공을 던지려하는 블레이크에게 강렬한 아우라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순간 유성은 직감하였다.
자신에게 스플리터가 날아온다는 사실을 말이었다.
그때 유성의 능력이 흔들렸다.
블레이크의 5구째가 어디에 도착할지 알기 힘들어진 것이었다.
'뭐?!'
스플리터가 날아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유성은 스윙을 시작하였으나 갑작스럽게 능력이 흔들리며 스플리터가 얼마나 떨어질지는 알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릴때부터 단련해온 유성의 감각은 스플리터의 움직임을 감지하였고, 터무니 없을 정도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기어코 건드려냈다.
딱!
하지만 유성이 쳐낸 타구가 투수 앞으로 흘러가며 허무하게 아웃을 당하고 말았다.
스플리터를 기어코 쳐낸 유성을 본 블레이크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어찌되었든 한국에서 자신의 스플리터를 건드린 첫 타자였기 때문이었다.
"다음 타석이 기대되는군."
그렇게 말하며 블레이크는 후속타자들을 단숨에 정리해버리며 2회 초를 마무리 지었다.
========== 작품 후기 ==========
어떤분이 외국인 연봉 문제를 거론하시길래
숨겨져 있던 옵션을 거론하였습니다.
솔직히 올해 최형우나 차우찬을 생각하면
그동안 구단에서 옵션질 많이 했을거 같더라고요.
현실의 KT는 이렇게 투자를 안 하겠지만 여기는 TK니깐
투자 좀 했다는 설정으로...
덕분에 위즈는 내구성 좋은 절대 에이스를 얻었으니 이득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