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15 - 새로운 시즌의 시작 -->
4월 1일
히어로즈와의 대결에서 다이노스는 해킹, 히어로즈는 피어맨드를 선발로 등판 시켰다.
올해로 KBO 리그가 3년째인 해킹과 다르게 올해가 처음인 피어맨드는 첫 경기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딱!
[큽니다! 커요! 담장을 넘어갑니다!]
[홈 개막전 첫 타석부터 홈런을 터트리는 박유성!]
벌써 시즌 4호 홈런을 때려내며 3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한 유성의 홈런 페이스는 그야말로 최고조였다.
다만 해킹도 1회부터 실점을 하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차근차근 때려 눕히면 되겠지."
그 말대로 3회가 끝났을때 다이노스는 6대2라는 스코어로 앞서나가고 있었다.
이미 피어맨드는 강판을 당한 상태였고, 다이노스는 이대로 리드를 유지하며 경기를 끝내버리면 되는 문제였다.
가장 위협적인 크리스도 시즌 초반에는 비교적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에 다이노스는 손쉽게 이날 경기를 승리로 가져 올 수 있었다.
최종 스코어 11대3
개막 이후 3연승을 달리며 시작부터 1위로 치고 나가기 시작한 다이노스.
그 기세를 이어 다음날에도 승리를 거두려 했던 다이노스는 또 비 때문에 경기가 취소되며 히어로즈 3연전 중 단 1경기만 치루게 되었다.
"이렇게 경기해서 언제 남은 141경기 다 하겠냐?"
"그러게요."
늘어난 일정으로 인해 작년보다 더 빨리 시즌을 시작하기는 했으나 그래도 애매하다는게 여러 선수들의 생각이었다.
"뭐... 작년에는 아시안게임 때문에 유례없이 늦어진거였으니 작년보단 빨리 하겠지."
"하긴 이제 작년처럼 11월에 할 일은 당분간 없으니깐."
4월 3일 금요일
여전히 마산구장에서 경기를 치루는 가운데 이번 주말 3연전 상대는 헌화 이글스였고, 마침 로테이션이 맞아떨어지며 오늘 경기는 에이스 매치가 펼쳐지게 되었다.
다이노스의 첼리와 이글스의 새로운 투수 로키가 맞붙게 된 것이었다.
"벌써 붙을 줄은 몰랐는데..."
첫 경기부터 단 106개의 공을 던지며 7이닝 무실점 무사사구 14K라는 압도적인 데뷔전을 치루었던 로키는 다이노스라는 상대를 만나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리그 우승팀과 MVP의 실력이 어떤지 봐주마."
다이노스의 홈이었기에 1회 초에는 첼리가 먼저 마운드에 오르며 이글스 타자들을 가볍게 정리 해버렸다.
그리고 이어서 1회 말에 마운드에 오른 로키는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를 보며 어떻게 상대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역시 찍어누르는게 좋겠지."
초구 155KM의 직구가 단숨에 스트라이크를 잡아냈고, 박민병은 물론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종박이나 범성도 그 공이 얼마나 강력한지 짐작 할 수 있었다.
"좀 건방지기는 하지만 투수 운용이 편하니 좋군."
그는 시즌을 시작하자마자 로키와 또 다른 외국인 투수 탈보트 경기를 제외하고 모든 경기에서 퀵후크를 시도하며 KS 와이번스 시절의 벌때 야구를 재현하려고 했다.
실제로 성과가 있었는데 아지 몇경기 밖에 치루지 않았지만 다이노스와 공동 1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성과를 알 수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전경기 승리를 기록 중인 팀이 하나는 사라지겠군."
"문제는 다이노스도 불펜이 강하다는 점이지."
"잘못하면 시즌 초반부터 무승부가 나올지도 모르겠어."
그 사이 다이노스의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로키는 메이저리그에서 온 괴물의 위엄을 제대로 뽐냈다.
"생각보다는 별로군. 아, 이 팀은 투수가 더 강한 팀이던가?"
크리스가 한국에 왔다는 점이나 다저스의 류 같은 사례를 생각하여 한국 리그를 제법 수준 높은 리그로 평가하였던 로키였으나 막상 상대를 해보니 일부만 특출난 리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MVP도 재미 없으면 곤란한데 말이지."
2회 초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첼리는 약간의 위기도 있었으나 유성의 호수비에 힘 입어 오히려 투구수를 아끼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그 모습을 지켜본 로키는 박수를 칠 수 밖에 없었다.
갓 캐치라고 불리는 그 어마어마한 점프캐치도 그렇고 수비만큼은 메이저 리그에서도 손 꼽히는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봐. 저기 MVP는 최근에 타격감이 좋던가?"
순간 궁금한 점이 생긴 로키는 옆에 있던 통역에게 물어보았고, 만족할만한 답을 들은 로키는 사냥감을 사냥하기 위해 마운드로 향했다.
'최근 박의 페이스는 최고 수준이야. 당장 3경기 연속 홈런을 칠 정도로 상승세이기도 하지.'
2회 말
선두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유성과 그런 유성을 사냥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로키.
이 대결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의 이목을 집중 시키기에 매우 충분한 대결이었다.
"누가 이길까?"
"아무래도 로키가 유리하지 않겠어? 박은 평소에 140 정도의 느린 직구를 상대하다가 갑자기 저런 강속구를 상대하게 되었으니깐."
"아직 몰라. 13시즌의 박은 150 넘는 공에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14시즌부터는 점차 개선이 되고 있었거든."
데이터를 거론하며 혹시 모른다고 말한 그도 하나 의문은 있었다.
"물론 155가 넘는 공은 상대해본적이 거의 없으니 그 부분은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프로 선수들 입장에서 140과 145는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150과 155는 큰 차이를 보였다.
팡!
"스트라이크!"
초구 157KM나 되는 터무니 없는 강속구가 제대로 존에 들어왔다.
'1회 세 타자 삼진 잡는데 사용한 공은 딱 13개.'
전형적인 파워피처이다보니 투구수 관리 능력은 탁월했다.
게다가 이 정도 구속의 보유자는 쉽게 커트신공으로 투구수 테러를 하기도 쉽지 않았다.
1회에 보였던 변화구는 옆으로 흐르는 슬라이더와 능력을 통해 알지 못했다면 구분도 못했을정도로 완성도 높은 체인지업.
"날 힘으로 찍어 누를 생각일테니 2개 정도는 더 직구가 오겠지."
그렇게 생각한 유성은 2구째 156KM의 직구를 다시 지켜보았다.
유성이 미동조차 안하였지만 로키는 더욱 신중하게 승부를 조심하였다.
"2S 이후 타율, 출루율, 장타율 모두 상승하던가?"
그렇다면 우선 유인구를 하나 모여줄 필요가 있었다.
3구째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듯 하면서 빠져나가는 감쪽같은 고속 슬라이더가 날아들었으나 유성은 이 공이 볼인걸 알았기에 참을 수 있었다.
그래도 궁시렁 거릴 수 밖에 없었는데
"뭔놈의 슬라이더가 144KM나 나오는거야?"
그동안 봐왔던 고속 슬라이더들과는 급이 다른 슬라이더였다.
유성이 슬라이더를 참아내자 혹시나 했던 로키는 더더욱 재미를 느꼈다.
지난 2년간 누적된 데이터로 인해 유성에겐 쓸때 없는 유인구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각 구단의 투수나 포수들은 깨달았다.
그렇기에 승부를 한다면 과감하게 덤비고 승부를 하지 않겠다면 과감하게 거르기 시작했다.
문제는 유성 앞의 범성이나 뒤의 테임즈, 이호중의 존재로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피할 생각은 없어."
그렇기에 로키는 포수에게 단 하나의 요구를 하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구종이었던 자신의 최강이자 최대의 무기인 직구.
[2S-1B로 로키 선수가 유리한 카운트를 잡고 있는데요.]
[방금 3구째는 왠만하면 다 속을만한 공이었는데 박유성 선수는 미동조차 안 했네요.]
[자, 제 4구째]
4구째를 던지기 전 로키의 몸에 아우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지난 2년간 보았던 오승훈, 리퍼슨 같은 투수들의 아우라보다 더욱 강렬한 아우라였다.
'온다'
공이 날아오는 코스는 몸쪽 높은 스트라이크 존을 걸치고 있었다.
거기에 대응하듯 배트를 돌리기 시작한 유성은 날아오는 공을 맞추었다.
그러나 로키의 직구는 괜히 메이저 리그에서 손꼽히는 구종이 아니었다.
과거 오승훈과의 대결 이후 처음으로 유성의 배트가 부숴졌고, 공은 저 멀리 날아가기 시작했다.
[쳤습니다! 배트 부러지고! 중견수 급하게 뒤로 갑니다! 넘어가느냐! 중견수 펜스에 부딪히며 잡아냅니다!]
[아쉽게 아웃을 당하고 마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지금은 박유성 선수의 터무니 없는 괴력에 감탄을 할 수 밖에 없겠네요. 배트가 부숴졌는데 저렇게 멀리 날려버리는건 보통 선수들은 절대 못하거든요.]
- 와 미친 구속 봐라...
- 이글스가 진짜 괴물을 데려오기는 했네.
로키가 4구째로 던진 공의 구속은 무려 160KM였다.
이 터무니 없는 공에 감탄한 사람들은 그러한 공에 반응을 한 유성에 더욱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로키의 고속 슬라이더 때문에 직구에 대한 이미지가 약간 흐려졌을텐데 더 빠른 160짜리를 건드리다니..."
"역시 박은 대단해."
"아... 가격 오르는 소리 밖에 안 들려."
로키도 순간 철렁하였으나 호수비를 펼친 중견수에게 박수를 쳐주며 이어서 타석에 들어선 테임즈, 이호중을 차근차근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헛스윙 삼진!]
[테임즈에 이어 이호중까지 체인지업으로 돌려세우며 이제 2회가 끝났는데 벌써 삼진 5개를 챙기는 로키입니다!]
이후 팽팽한 투수전이 계속해서 이어졌고, 4회 초 유성이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범성이 안타를 쳐내며 2사 1루의 상황이 만들어진 상태에서 유성이 타석에 들어선 것이었다.
[자, 다시 박유성 선수와 맞붙게 된 로키인데요.]
[로키가 2회 5K를 잡은 이후 3,4회에는 구속이 떨어졌는데요.]
[물론 삼진 3개나 더 잡기는 했지만요.]
지금까지 3.2이닝 8K라는 괴물 같은 탈삼진 능력을 과시하고 있던 로키는 체력 저하로 구속이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유성을 상대 하기 위해 체력을 조절한 것이었다.
"151 밖에 안된다지만 안타를 쳐낸 3번도 쉽게 보면 안되겠군."
그렇게 중얼거린 로키는 다시 타석에 들어선 유성은 사냥할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 녀석만큼의 재미는 없겠지만 말이야."
초구 157KM의 직구가 다시 스트라이크가 되었다.
앞 타자들의 생각해서 150 초반에 초점을 맞추었던 유성은 생각보다 더 빨리 날아온 공으로 인해 그만 헛스윙을 하고 말았다.
[헛스윙! 박유성 선수를 상대로 다시 구속을 끌어올린 로키가 초구 헛스윙을 유도했습니다!]
[역시 그렇네요. 3,4회 구속이 떨어진 이유는 박유성 선수를 상대할 체력을 보전하기 위해서였어요.]
첫타석에 범타로 잡아내기는 했지만 호수비가 있지않았다면 꼼짝없이 2루타를 허용하는 타구였기에 로키는 더욱 집중력을 끌어 올리며 유성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2구째 145KM의 고속 슬라이더가 이번에는 아슬하게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며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아냈다.
오늘 주심의 존이 바깥쪽으로 약간 넓었기에 가능한 투구였다.
"..."
단숨에 2스트라이크에 몰린 유성은 로키가 투구를 준비하는 사이에 이어질 3구째가 무엇일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직 로키가 체인지업을 꺼낸적이 없는 상태였기에 우선 체인지업이 떠올랐고, 방금의 스트라이크로 인해 슬라이더가 다시 날아올 가능성도 있었다.
아니면 160의 공이 다시 날아올 수도 있었다.
"어렵네."
[어쩌면 오늘 그 희귀하다던 박유성 선수가 삼진 당하는 장면이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네요. 지난 2년간 단 61번의 삼진만을 허용한 박유성 선수였거든요.]
게다가 그 삼진들 중 2/3 이상이 150이 넘는 공을 던지는 파워피처들에게 당한 삼진이라는 점이 유성이 삼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했다.
[제 3구!]
딱!
[쳤습니다!]
[잡았습니다! 공이 로키의 글러브로 그대로 빨려들어갑니다.]
유성이 다시 한번 로키에게 패배를 한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아무리 잘 쳐도 결국 4할도 못치는게 야구니깐요.
이렇게 패배하는듯한 묘사도 해줘야죠.
안 그러면 이번 시즌도 광속으로 진행되버릴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