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41화 (41/300)

<-- Chapter 9 - 2014 올스타전 -->

"에취!"

"감기 걸렸니?"

"아니요. 갑자기 코가 가려워서"

그렇게 대답하고 넘어가려던 유성은 왠지 평소에 듣던 선배들과 목소리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고, 전설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박찬오 선배님!"

"니가 유성이지?"

"네."

그러고보면 오늘 올스타전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그의 은퇴식이 치루어질 예정이었다.

오늘 일정을 떠올린 유성은 찬오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오늘 은퇴식 하시죠?"

"그래. 겨우 1년 뛰었는데 올스타전에서 은퇴식을 해준다는게 조금 부담스럽긴한데... 뭐 궁금한거 있어?"

"메이저리그 이야기 좀 해주세요."

이때 유성은 자신이 말을 잘 못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고, 한참 후 한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박찬오의 별명이 투 마치 토커라는 사실을 말이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시절에는..."

시간 확인을 못했지만 못해도 30분은 넘게 소모 되었다.

만약 그때 홈런 레이스 참가자들을 부르지 않았다면 경기 시작 전까지 붙들려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유성아 너 어디 갔었냐?"

"투 마치 토커의 위력을 체험하고 왔어요."

"응?"

이번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는 작년의 토너먼트 식이 아닌 모든 선수가 같이 예선을 진행하고, 예선 1,2위가 결선에서 붙는 식으로 정해지게 되었다.

이재운, 김현성이 6개로 공동 1위에 올라간 상태에서 홈런 레이스 마지막 순서로 유성이 타석에 들어서게 되었다.

- 갓유성님 오셨다

- 올해도 막 10개씩 치고 그러는거지?

- 예선이니깐 무리하지말고 결승에서 확 치면 좋겠다

어찌되었든 초구부터 제대로 받아치며 담장을 넘기며 유성은 우선 꼴찌는 안 하게 되었다.

- 우선 둘 깔았고

- 또 간다!

- 이제 3명 깔았고!

가볍게 2개를 때려낸 유성은 아웃카운트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예선은 아웃카운트 7개가 주어지고 결승전은 10개가 주어졌다.

적절히 5개의 아웃카운트를 만드는 사이 3개를 더 쳐내며 5개로 3위로 올라간 유성은 이제 하나만 더 치면 공동 1위에 등극하게 되었다.

[자, 5아웃 상태에서 홈런 5개를 쳤는데요. 1개를 더 치면 공동 1위 거기서 1개를 더 치면 단독 1위가 됩니다.]

[만약 공동 1위가 되면 어떻게 될까요?]

[어... 시간이 없으니 그냥 바로 진행할지도 모르겠네요.]

유성도 그러한 생각을 했기에 6개로 공동 1위를 만들고 아웃 카운트 7개를 채우면서 1위가 3명이나 나오게 되었다.

[자... 시간 관계상 3명의 선수들 전부 결승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 갓유성님 둘 다 상대해줄려고 동점 찍는 클래스보소.

- 둘이 합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쩌네.

홈런 레이스 결선 첫번째 타자인 이재운은 8개의 홈런을 기록했고, 두번째 타자인 김현성은 무려 15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저 형이 뭘 잘못 먹었나...?"

생각도 못한 숫자가 나오자 유성도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유성의 표정을 보고 사회자가 유성에게 다가갔다.

"박유성 선수, 우승 할 수 있을것 같나요?"

"네? 어... 적당히 10개쯤 치고 내려올려고 했는데 이러면 20개 정도 쳐야겠네요."

"와, 여러분! 박유성 선수가 20개를 친다고 합니다!"

"아니 진짜 친다고는 안 했는데..."

- 갓유성님이 20개를 예언하셨다

- 이렇게 말해놓고 30개 치면 재미있겠네.

대략 정신이 멍해지기 시작한 유성은 일단 날아오는 공을 그대로 받아치며 홈런을 치기 시작했다.

[박유성 선수가 대단한게 평소랑 타격폼이 똑같아요. 보통 홈런 레이스에선 어퍼스윙으로 바꿔 나오는 선수도 많은데 정말 한결 같아요.]

[네. 그 와중에 아웃을 4번만 당하고 11개를 쳐낸 박유성 선수입니다.]

11개를 친 것을 확인한 유성은 슬슬 이후의 경기를 위해 힘 조절을 하기 시작했고, 9아웃이 되었을때 14개의 홈런을 쳐냈다.

"자, 이제 홈런 1개를 더 치면 동점이고, 아웃도 1개만 남았습니다."

많은 소리가 들렸으나 유성은 하나하나 신경을 끊기 시작하며 집중력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날아오는 공을 하나하나 분석하며 배트를 돌리기 시작했다.

먼 곳에서 바라보고 있던 박찬오는 그런 유성을 보고 간만에 긴장감을 느꼈다.

그리고 유성이 15번째 홈런을 때려내자 찬오는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당장 내년부터 메이저 리그에서 뛰어도 되겠네."

"그러게. 나 한창때보다 더 하는데 저녀석?"

"넌 한국에서 30홈런 1번 밖에 못 쳤잖아."

"그렇게 말하는 형은 10승 1번도 못했으면서"

그 옆에 있던 최희성, 서재용도 동감했다.

특히 서재용은 더욱 그러했는데

"작년에 저녀석한테 맞은 홈런이 아직도 아프다..."

"생일빵이 엄청나기는 했지."

그리고 유성이 기어코 20개를 채워내면서 많은 환호를 받으며 홈런 레이스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다.

*

번트왕과 퍼펙트 피처도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순조롭게 끝나가는 가운데 찬오는 이제 그라운드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갔다올게."

"그래. 울지 말고."

"하하..."

한편 경기장의 전광판에는 한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1994년 처음 메이저리그에 등판하고, 그때부터 이어진 그의 행적이 지나갔다.

[2014 올스타전에서 박찬오 선수의 은퇴식이 진행 됩니다.]

박찬오가 시구를 하고 놀랍게도 포수는 김강문 감독이었다.

[아, 김강문 감독이 직접 받아주네요.]

[공주고 선후배이기도 하고... 여러 인연이 있는 사이죠.]

시구가 끝나고 선수들이 그에게 기습적으로 행가레를 해주고 이런 저런 수여식이 끝나고 박찬오의 은퇴식 소감이 이어졌다.

"감사합니다. 오늘 이 영광스럽고 특별한 이 지금 이순간을 제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지난 2012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유니폼을 벗었는데요. 그후 20개월 동안 저는 끊임없이 다시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올라서는 생각을 잊을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다시 마운드에 올라가서 공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수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나 찬오는 그 이야기들을 짧게 간추렸다.

그러나 그가 한 말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정말 마지막으로 소중하고 고마운, 저에게 야구에 대한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늘 잃지않게 해준 애국심과 한국인의 긍지를 늘 각인 시켜주신 지인 여러분들, 그리고 여기 계신 야구 팬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저는 공을 던지면서 꿈과 희망에 도전할순 없습니다. 하지만 야구인으로써 더 성장할 수 있는 노력을 하겠습니다. 내나라 대한민국 야구를 위해서, 야구 발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에 감사하다고 할때 오히려 제가 더 고맙더군요. 박찬오 선수는 한국 야구의 위상을 드높혀준 진정한 레전드입니다.]

[네. 그리고 이제 그 뒤를 이어갈 새로운 세대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죠.]

장내 상황이 정리 되자 올스타전의 마지막 행사.

2014 올스타전이 시작되었다.

[이제 2014 올스타전이 시작됩니다!]

[이렇게 보니깐 웨스턴 타선이 장난 아니네요.]

그리고 말대로 초반부터 박유성, 모창모, 강정주, 박병훈 등 웨스턴 리그의 폭팔적인 화력으로 인해 5회만에 15대0이라는 스코어가 만들어지면서 정작 본 경기가 재미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올스타전이라서 대충하는거야? 아니면 치기 쉬운거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런대 우리 나중에 아시안게임에서도 이 엔트리로 갈려나?"

"나범성, 박유성, 박병훈, 강정주로 클린업 구성하면 지리기는 지리겠네."

결국 올스타전은 최종 스코어 20대1이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웨스턴이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도 올스타전 MVP는 유성이 차지하게 되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유성이 무려 4연타석 홈런을 때려낸 것이었다.

"아니 유성아. 그런거 칠꺼면 시즌 중에 쳐야지."

"아니 그러면 공이 잘 맞는데 어떻게 해요. 일부러 아웃 당할 수도 없고"

"쩝..."

그렇게 올스타전이 끝나고 유성은 박찬오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마나 다행인 것은 이번에는 다이노스 선수 몇몇도 같이라는 점이었다.

"우와, 박찬오 선배님이라니..."

다들 감탄하고 있었으나 유성은 귀신 같은 본능으로 탈출한지 오래였다.

그리고 찬오에게 본격적인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 선수들은 한참 후에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왜 투 머치 토커라는지 알겠군...'

*

"후반기 목표는 어떤가요?"

"일단 팀의 우승이 목표고, 개인 성적은..."

잠시 고민하던 유성은 이내 말했다.

"작년에 30-30을 했으니 올해는 40-40을 해보겠습니다."

후반기가 시작되기 전에 했던 인터뷰로 인해 야구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작년에도 34홈런 40도루를 기록하며 제법 아쉽게 40-40을 하지 못했었고, 올해도 전반기가 끝난 상황에서 28-26를 기록하며 30-30이 코 앞인 상황이었다.

"아시안 게임 선발이 유력한데 40-40이 가능할까요?"

"아시안 게임 전까지 둘 다 35개 근처로 기록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현재 타율, 출루율, 장타율 1위에 타점, 득점 같은 부분도 1위를 노리면서 5관왕이 가능해지고 있는데 홈런, 도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지금 두개 다 50개 넘게 하는 사람이 1위 할꺼 같은데 전 둘 다 하다보니 50개씩 할 자신이 없어서 올해는 어려울듯 하네요."

실제로 홈런 1위인 크리스는 31개로 전반기를 마친 상태였고, 도루 1위인 김성수도 32개로 1위를 기록 중이었다.

"그래도 몇개 차이 안 나는데 아쉽지 않을까요?"

"뭐... 언젠가는 둘 다 할 수 있겠죠."

인터뷰를 차근차근 살펴본 팬들의 반응은 대표적으로 이러했다.

- 올해 40-40하고 내년에 50-50 하겠다는 이야기로 들리는데?

- 마침 내년부터 신생팀 들어온다고 경기수 다시 늘어날테니...

- 8관왕 가나요?

- 작년 3관왕에 올해 5관왕이면 내년에 충분히 8관왕 하겠지.

올스타전이 끝나고, 다시 시즌을 치룰 준비를 마친 유성은 선수단에 합류했다.

그렇게 MC 다이노스의 후반기가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올스타전이 실제로도 10점 넘게 차이 났던지라 그냥 대충 넘겼네요...

박찬호 선수 은퇴식때의 전문 앞부분과 뒷부분 일부를 가져와서 사용했습니다.

*

어제 선풍기 틀어두고 자서 그런가

감기 걸린거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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