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19화 (19/300)

<-- Chapter 5 - 2013 포스트 시즌 -->

4회 말 무사 1,3루 상황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유성.

"바꿀까요?"

"음... 솔직히 자신 없군. 바꾸든 바꾸지 않든 실점을 할것 같거든."

"그러면..."

"일단 한번 믿어보도록 하지."

"네."

그러한 분위기를 읽은 유성은 투수 교체가 없다는 것을 짐작했다.

방금 전 홈런을 쳤던 그 느낌을 살려서 유희권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저녀석은 눈빛으로 누구 죽일 생각인가...'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 유희권은 그만 초구를 바깥쪽으로 크게 빠지는 공을 던지고 말았다.

포수인 최재한이 뛰어오르며 잡지 못했다면 그대로 실점을 할뻔한 상황이었다.

겨우 공을 잡은 최재한이 마운드 위로 올라갔다.

"왜 그래?"

"이렇게 떨리는적은 처음이야."

"아무리 괴물이라도 결국 4할도 못 치는 타자야. 맞더라도 정타로 맞는것만 허용 안하면 막아낼 수 있어."

"응."

"변화구 위주로 주문할테니 날 믿고 던져."

"그래.

유희권의 반응이 나쁘지 않은걸 본 최재한은 이후 리드 방향을 말하고 홈 플레이트 뒤로 돌아갔다.

[이제 문제는 2구째로 뭘 던지느냐인데요.]

'존에 걸치는 체인지업'

120 정도 밖에 안 되는 느린 공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 공을 차분히 지켜본 유성은 일단 기다리기로 했다.

"스트라이크!"

그 결과 1S-1B이 되었지만 체인지업을 자세히 살펴 볼 수 있었기에 손해는 아니었다.

제 3구째는 아까의 100KM도 안 되는 슬로우 커브가 아닌 보통의 커브였다.

물론 그거나 이거나 유성에겐 슬로우 커브였지만 아무튼 이번에도 지켜본 유성은 단숨에 2S-1B로 카운트가 몰렸다.

[자, 2개 연속으로 지켜봤는데 오히려 불리해졌습니다.]

[아직 여유가 있기 때문에 하나 빼면서 반응을 살필 수도 있는데 말이죠.]

그 말대로 4구째인 슬라이더는 존에 들어오는듯 하다가 살짝 빠져나가며 볼이 되었고, 유성은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왜 한번도 안 휘두르는거지?'

이쯤되자 베어스의 배터리는 의문을 가졌다.

각기 다른 변화구가 무려 3번 연속으로 날아왔고, 2번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직구를 꺼내기에는 제대로 홈런을 맞았던 공이기 때문에 존 안에 넣기는 불안했다.

그래도 그들이 지금 경기를 치루는 무대는 다른 것도 아닌 한국 시리즈였다.

무작정 도망가기만 해서는 승산이 없었다.

'바깥쪽 위주로 보여줬으니 몸쪽 존에 걸치는 직구.'

그래서 베어스의 배터리는 5구째에 승부수를 띄웠다.

[자, 5구째 던집니다!]

딱!

[또 쳤어요!]

[유격수 키를 넘깁니다!]

[3루 주자 홈인, 1루 주자도 빠르게 3루로!]

[이제야 공을 잡아서 던집니다!]

[타자! 3루로! 3루!]

완벽하게 좌중간을 가른 타구였기에 유성은 바로 속력을 끌어 올렸고, 단숨에 2루를 돌아 3루를 찍었다.

그 사이 주자 2명이 홈에 들어간 것은 덤이었다.

"세이프!"

[세잎! 싹쓸이 적시 2타점 3루타를 때려내는 박유성입니다!]

[이걸로 스코어 3대1이 됩니다.]

[이건 큰데요. 베어스는 플레이오프때 불펜 소모가 심했던지라 오늘까진 어떻게 소모를 최소화 해야하는데요.]

지금까지 3이닝 3실점.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보다는 못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베어스 벤치는 잠잠했다.

그 모습을 보고 유희권은 계속해서 공을 던졌다.

5번 타자 이호중의 커다란 플라이로 3루에 있던 유성이 홈에 들어왔음에도 말이었다.

그때 반전이 일어났다.

완벽하게 무너졌다고 생각했던 유희권이 모창모, 조영호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4회를 마친 것이었다.

[무려 3실점을 하며 흔들리는듯 했는데 연속 삼진으로 이닝을 마칩니다.]

[마치 오뚝이 같습니다.]

불굴의 의지로 4회를 마친 유희권.

이미 스코어는 4대1으로 벌어져 있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베어스 타자들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감정을 5회 쏟아붙기 시작했다.

[안타!]

[다시 안타!]

[큽니다! 완전히 좌중간을 갈랐어요!]

[다시 안타!]

[첼리 선수 이번 이닝에 2아웃을 잡을 동안 4피안타에 1볼넷으로 2실점을 허용하고 마는군요.]

[그래서인지 불펜이 돌아가기 시작했네요.]

집중타를 얻어맞던 첼리는 다시 한번 장타를 허용하는듯 했으나 이번에는 유성이 있는 우익수 방향으로 타구가 날아갔고, 유성도 기다렸다는듯 이동해서 잡아내며 더 이상의 실점을 막아냈다.

동점에는 실패했으나 타자들이 1점차까지 따라와준 덕분에 유희권은 다시 기회를 받았고, 다이노스의 8,9,1번을 깔끔하게 막아냈다.

[5회 말 공격에서 득점에 실패한 다이노스입니다.]

[스코어 4대3. 경기가 점차 치열하게 전개 되고 있습니다.]

"첼리한테 6회까지 맡겨야하나?"

"투구수는 괜찮은데 집중타를 맞은게 좀 걸립니다."

"지금 누가 준비 중이지?"

"일단 민오랑 민훈이가 준비 중입니다."

손민훈과 이민오.

다이노스 최고령 베테랑과 다이노스 막내 투수.

각각 9세이브와 10세이브를 기록하며 19세이브를 합작한 이번 시즌 다이노스의 마무리들이었다.

"일단 민훈이 먼저 올리고, 상민이는 8회부터 가능한가?"

"네."

"좋아. 첼리가 6회까지만 채우고 이후부턴 민훈이가 이어가도록."

첼리도 그런 부분을 감안하고 남은 힘을 쏟아부으며 공을 던졌고, 1안타를 허용했으나 베어스의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최종적으로 6이닝 3실점 퀄리티 스타트(QS)로 경기를 마쳤다.

[첼리 선수 마지막 이닝이라는 생각으로 막아냅니다.]

[다이노스 불펜을 보면 손민훈, 이민오, 임상민 투수까지 보이는군요.]

[어찌되었든 리드를 잡고 있으니 필승조를 다 투입해서라도 이기겠다는거죠.]

6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선 범성이 볼넷으로 출루하고 유성은 4구째 133KM의 직구를 받아치며 적시 1타점 2루타를 터트렸다.

[이걸로 스코어 5대3이 됩니다.]

[그리고 박유성 선수도 본인이 미디어 데이때 말했던 대로 사이클링 히트까지 안타 단 하나만을 남기고 있습니다.]

- 5점 중 4타점을 뽑아내는 갓유성의 위엄이란...

- 누가 안타 좀 쳐서 유성이도 불러와라.

무사 2루의 상황에서 이호중, 모창모, 조영호가 연달아 나섰으나 유성을 3루로 보낸 이후에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하면서 결국 6회에 1점을 추가한 것으로 만족하게된 다이노스였다.

[점차 막바지로 향하는 한국 시리즈 1차전. 7회 초 베어스의 공격으로 이어집니다.]

[스코어 5대3으로 다이노스가 리드를 잡은 가운데 첼리 선수 다음으로 손민훈 선수가 등판합니다.]

베테랑은 역시 달랐다.

초구부터 과감하게 142KM의 직구를 살짝 몸쪽으로 붙여서 던지며 선두 타자를 1구만에 정리 한 것이었다.

그대로 페이스를 유지하며 이후 2명의 타자들도 2루 땅볼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7회를 순식간에 종료 시켰다.

[역시 손민훈이네요. 베어스 타선을 안정적으로 정리 했어요.]

[이제 베어스도 투수가... 안 바뀌었네요.]

[놀랍게도 7회에도 올라오는 유희권 선수입니다. 오늘 6이닝 5실점으로 누가봐도 내려갈만한데 아직도 올라오네요.]

하지만 벌써 7회나 되었기에 유희권은 다이노스 타자들을 막을 힘이 없었다.

8번 노진현을 플라이 막아냈지만 9번 김태곤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1번 김종하에게도 안타를 내주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1사 1,2루 위기를 맞이하는 유희권입니다.]

[참... 처절하네요.]

그의 처절한 모습에 무엇을 느낀 것일까 마산 구장의 베어스팬들이 유희권을 부르기 시작했다.

거기에 힘을 내며 2번 이상후를 막아내며 2사 1,2루 상황이 되었고, 지금부터 클린업을 상대하게 되었다.

[여기서 나범성 선수를 잡아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박유성 선수 앞에 밥상을 차려주게 되는것이거든요.]

'빠른 공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초구 134KM의 직구를 과감하게 몸쪽 낮은 곳으로 찔러 넣으며 스트라이크를 얻어냈다.

'그런대 그럴 수가 없었지.'

다시 2구째 131KM의 직구도 몸쪽으로 이번에는 높은 곳으로 찔러 넣었다.

이번에는 공에 반응한 범성이 배트를 휘둘렀지만 아쉽게 파울이 되었다.

'그래서 나만의 길을 찾아야했고 이게 내가 선택한 길이야.'

"으아악!"

소리를 지르며 던진 3구째의 혼신의 직구가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 낮은 코스로 정확하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휘둘러지기 시작한 범성의 배트.

그 모습을 대기타석에서 지켜보던 유성은 어릴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

한 남성이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을 모아두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몸쪽으로 공을 던졌다가 바깥쪽으로 공을 던지면 같은 구속이라도 몇KM씩 더 빨라져 보이기도 한다. 왜 그러는지 아는 사람?"

"없니? 아, 그래. 유성아."

"착시현상인가요?"

"음... 맞아. 여기서 중요한건 몸쪽이나 바깥쪽 공을 던진 이후 반대 방향으로 공을 던질때야."

"만약 130KM짜리 몸쪽 공을 던진 이후 바깥쪽으로 140KM의 바깥쪽 공을 던진다면?"

"구속 차이가 10KM 이상 나요."

"그래. 몸쪽 높은 혹은 낮은 공을 던진 이후 바깥쪽 낮은 공이나 높은 공을 던지면 그 위력이 극대화 되지. 다만 실제로 많은 차이를 보이지는 않아. 2~5KM 정도의 차이를 보이지."

*

[헛스윙! 삼진 아웃!]

[위기 상황에서 유희권 선수가 나범성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깁니다!]

[심지어 지금 구속이... 136KM가 나왔어요.]

[유희권 선수의 본인 최고 구속을 오늘 갱신 했어요!]

"뭐야. 더 올라가네?"

그리고 유희권은 웃으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유성은 여러 의미로 놀라게 되었다.

"...그 아저씨. 영 허풍은 아니었네."

유희권의 역할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양 팀 선발이 각각 6이닝 3실점, 7이닝 5실점으로 임무를 마친 가운데 다이노스는 8회 초 수비에 임상민이 등판하였다.

처음 두 타자는 안정적으로 잡아낸 임상민이었으나 2아웃 상황에서 그만 실투를 던지고 말았고,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아, 이거 위험하죠.]

[1점차까지 따라가는 베어스입니다.]

"어쩌죠?"

"한명만 지켜보도록 하지."

그러나 임상민은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을 허용하며 베어스는 2사 1루라는 기회를 잡게 되었다.

결국 다이노스는 마무리로 이민오를 투입 시켰다.

하지만 150KM가 넘는 구속으로 날아간 공들이 전부 볼이 되며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주자가 다시 나가고 말았다.

[아 위험합니다. 8회 초 2아웃 상황에서 연속으로 볼넷이 나왔어요.]

[빠르게 제구를 잡아야할텐데 말이죠.]

어쩔 수 없이 구속을 조금 낮추며 공을 던진 이민오는 어찌어찌 2S-2B로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끝을 보기 위해 던진 5구째 148KM의 직구가 이민오의 뒤로 날아가고 말았다.

한편 5구째를 던지기 전에 유성은 중견수 방향으로 이동하며 범성에게 전진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자신이 중견수 위치에 있었다면 상관 없지만 우익수 위치에 있었기에 중견수에 있는 선수를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잠시 후 베어스 선수가 칠 타구는 2루,유격과 중견수 사이에 절묘하게 떨어지는 텍사스성 안타가 될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갑작스러운 사인에 당황한 범성이었지만 사인을 보낸 것이 다른 사람도 아닌 유성이었기에 그를 신뢰하고 전진하기 시작했다.

'OK'

그리고 5구째가 제대로 맞아 내야를 넘어 외야로 향했고, 기다렸다는듯 전진해 있던 범성이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마치 예측이라도 한듯 전진 수비를 펼친 나범성 선수가 타구를 막아내며 위기를 넘기는 다이노스입니다.]

[공 던지기 전에 갑자기 앞으로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걸 예측했던가 싶네요.]

"감독님. 이건..."

"어쩌면 유성이의 진가는 수비였을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스코어 5대4로 다이노스가 리드를 유지한 상태로 8회 말 공격이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마지막에 나온 이론은...

어디서 봤는데 기억이 안나서 설명을 못해드리겠네요.

아무튼 글 쓰다가 유희왕님 불쌍해져서 버프 드렸습니다.

다이노스의 우승을 막기 위해서 말이죠.

사실 저도 지금 흐름 가는대로 쓰는 중인지라

누가 우승할지는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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