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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193화 (193/200)

제193화

#193화

철컹-.

그 시각.

부유성 내부의 감옥.

감옥에 갇힌 기간티아 성주가 철창을 두드린다.

하지만 스킬 제한이 걸려 있기에 본래의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제길!”

철창을 쾅, 내려친 그가 바닥에 주저앉는다.

이곳에 들어온 이상 마음대로 접속을 종료할 수 없었다.

이대로 한국 대륙이 멸망할 때까지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소리였다.

“내가 어쩌다가…….”

그가 탄식하면서 돌아가는 외부의 상황을 상상한다.

‘이제 내부를 다 헤집고 다니겠지.’

룰 브레이커의 힘이 예상보다 강했다.

그걸로 시스템마저 바꿀 생각인 듯했다.

‘레기온 성주의 말을 믿을 걸 그랬나.’

레기온 성주는 기간티아 성에 항상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기간티아 성주가 그런 게 어디 있냐면서 모든 경고를 무시했었다. 이것이 기간티아 성주가 자괴감을 크게 느끼고 있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전천후…….’

자신의 아들이 성을 배신했다.

야나 이바노프를 데려오자고 할 때부터 한 통속이었던 것 같다.

도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된 걸까.

“…….”

기간티아 성주가 말없이 가만히 있을 때였다.

철컥-.

바로 앞에 있는 철창 너머의 감옥이 사람으로 채워졌다.

기간티아 성주는 상대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지수?”

“아빠?”

전지수와 기간티아 성주의 눈이 마주친다.

전지수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시선을 피했다.

“천후가 저럴 거라는 거, 알고 있었니?”

“아니요…….”

전지수가 고개를 젓는다.

그녀는 알고 있는 사실이 거의 없었다. 라그나로크가 일어나기 전, 수상한 움직임이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 빼면…….

“내가 내부 사정을 이렇게 몰랐다니. 성주 실격이군.”

기간티아 성주가 한숨을 푹, 내쉰다.

전지수는 입가를 달싹이다가 말했다.

“저, 저 때문에 그런 거예요.”

“너 때문에?”

기간티아 성주가 전지수의 말을 듣고 눈을 크게 뜬다.

“그게 무슨 말이지? 반란을 일으킨 게 너 때문이라니.”

대외적으로 보면, 전지수를 위한다면 성을 온존시켜야 했다.

때문에 기간티아 성주는 전지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어지는 그녀의 말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제, 제가 계속 아빠 말에 휘둘리면서 살게 할 수는 없다고 해서……, 그래서 그런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걸 하라고…….”

기간티아 성주가 잠시 가만히 있다가 입을 연다.

“나는…….”

생각 중인 걸까.

기간티아 성주는 그 뒤로 말이 없었다.

전지수도 구태여 무언가를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렇게 조용한 시간이 이어졌다.

챙챙!

탕탕!!

그런 사이.

밖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 * *

고대현과 레기온 성주 모두 탈 것을 통한 비행이 가능했다.

덕분에 그들은 공중에 떠 있는 기간티아 성으로 빠르게 접근할 수 있었다.

“광범위 공격은 내가 담당할게.”

온페리스를 탄 레기온 성주가 더 높은 고도로 날아오른다.

그녀가 복사해둔 속성 중 하나인 갈래 화살을 온페리스에게 부여하고, 나머지는 자신의 총알에 부여한다.

타타타탕!!

레기온 성주가 거의 천 명이 넘는 인원을 동시에 상대한다.

여기서부터는 저격이 뛰어난 적도 있기에, 난이도가 높았다.

‘나는 바체슬라프를 막아야 해.’

고대현이 적을 스쳐 지나가서 성의 첨탑으로 간다.

“음파 공격!”

삐이이이-.

방어가 힘든 음파 공격이 일대를 뒤덮는다.

‘이럴 때 툰드리스가 편하긴 하네.’

툰드리스는 앞으로 더 커질 예정이다.

나중에 성체가 되면, 더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찰나였다.

“결국 왔구나.”

야나 이바노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회색 방어구를 착용하고 검은색 대검을 등에 메고 있었다.

“오랜만이네요.”

“너랑 이야기할 생각은 없다. 네 친구들과 같이 감옥에 넣어주마.”

우우웅-.

야나 이바노프의 대검이 붉게 발광한다.

쩌적, 쩌저적-.

대검의 중량이 늘어나면서 디디고 있는 성벽에 금이 간다.

다음 순간.

부웅-.

야나가 도약해서 붉은 대검을 휘두른다.

점프 거리가 생각보다 길어서 고대현도 겨우 회피했다.

“탈 것인가? 나쁘지 않네.”

그렇게 말한 야나 이바노프가 대검을 역수로 쥔다.

그리고 지금까지 사용했던 힘과는 다른 스킬을 사용했다.

“변속 고중력 2차 각성, 염동력.”

부우웅-.

야나 이바노프가 대검에 가해지는 염동력을 이용해서 체공한다.

야나의 주변에 고철 여러 개가 빙빙 돈다.

그녀를 중심으로 자전하는 듯했다.

“일단 시끄러운 입부터 꿰매야겠군.”

미간을 좁힌 야나 이바노프가 금속으로 된 바늘 모양의 창 여러 개를 발사한다.

핏핏핏!!

‘전부 스피드가 빠르다.’

툰드리스를 조작해서 피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방어가 필요해.’

따악-.

빙의체 모드를 전환한 고대현이 심상 무기를 전개한다.

사용한 것은 펜테온의 방패였다.

터엉-!!

끼기긱-.

무형의 방패에 막힌 창들이 비틀어진다.

이에 야나 이바노프가 눈을 크게 뜬다.

“언제 그런 기술을…….”

“신기하죠?”

한 번에 이길 거라 예상한 걸까.

기분 나쁜 표정을 지은 야나 이바노프가 다음 공격을 준비한다.

‘음?’

그때였다.

눈치가 빠른 고대현이 방향을 전환한다.

‘이건 시간을 끌려고 하는 거다.’

대현은 북부에서 세컨드와 서드가 자신을 상대로 사용했던 방법을 떠올렸다.

‘시간을 끌어야 하는 와중에 지킬 대상부터 공격했었지.’

고대현도 이참에 그 방식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가 야나를 무시하고, 곧장 바체슬라프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어딜 도망가는 거냐!”

이에 야나 이바노프가 추격해온다.

‘스킬을 써야겠네.’

딸깍-.

소환수를 역소환시킨 고대현이 야나 이바노프에게 감마 스트라이크를 시전한다.

그리고 적당한 틈을 노려서.

따악-.

공중에서 풀 다이브 모드로 바꾼 고대현이, 2차 각성 심상 무기 발도술을 사용한다.

스걱!!

이에 무형의 참격이 야나 이바노프의 등을 벤다.

“빠르구나.”

하지만 방어력이 높아서 의미 있는 타격은 들어가지 않았다.

대현은 다시 툰드리스를 소환해서 이동하기로 했다.

뒤에서 야나 이바노프가 강철 파편을 타고 날아오면서 고대현을 추격한다.

‘끈질기네.’

야나 이바노프는 방어력이 높고 기동성이 좋았다.

쉽게 떨쳐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고대현은 계속해서 기간티아 성 주위를 돌면서 야나 이바노프의 공격을 피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쿠구구-.

공중에 떠서 이동하던 기간티아 성이 정지했다.

대륙 보스몹이 있는 장소에 도착한 것이었다.

대현은 레기온 성주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히든 스킬을 얻는다고 그랬지…….”

바체슬라프는 그것으로 모든 사람을 발아래에 둘 작정이었다.

‘잠깐만……, 내가 저걸 막타쳐서 빼앗아 가면 되잖아?’

그쯤, 고대현이 생각을 바꾼다.

바체슬라프가 보스몹을 처치해서 스킬을 얻을 생각이라면.

처치하기 직전에 그걸 빼앗아 가면 되는 노릇이었다.

‘저기 있군.’

그때 고대현의 시야에 바체슬라프가 포착되었다.

그는 아래로 하강하고 있었다.

‘최대한 방해 해야겠다.’

이에 고대현이 바체슬라프에게 향한다.

“응? 어떻게 또 들어온 거지?”

분명 잠시 동안 접속하지 못하게 처리를 했을 텐데…….

고대현을 발견한 바체슬라프가 놀란 표정을 짓는다.

쿠웅!!

고대현의 대검과 바체슬라프의 도끼가 허공에서 충돌한다.

“네 녀석! 역시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구나!!”

“처음엔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까 그런 것 같더라고.”

꾸우욱-.

고대현과 바체슬라프가 대치하고 있으니, 뒤에서 야나 이바노프가 다가왔다. 아직 혼자서 2대 1은 불리했기에, 고대현이 빠르게 회피한다.

‘심상 무기는 풀 다이브 모드에서만 쓸 수 있다. 풀 다이브 모드에서는 내 회피력이 떨어지니까 조심해서 써야겠어.’

고대현이 날아오는 철심을 피하면서 공격할 각을 본다.

“지원이 왔군.”

그때였다.

바체슬라프 쪽에 새로운 적이 합류한다.

‘일본이랑 중국에서 온 적 같네.’

한국을 적대하던 모든 대륙의 병력이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땅도 넓은데 좀 주지 뭐 이리 발악을 하는 지 모르겠네.”

나타난 적군이 중얼거리면서 무기를 든다.

“역시 있는 놈들이 더 한다니까.”

그간 한국 대륙의 땅을 빼앗으려다 번번이 실패한 이들이 이를 갈면서 다가온다.

이에 고대현이 풀 다이브 모드로 전환해서 대검의 손잡이를 잡는다.

“그러게. 게임 좀 잘하지 그랬냐. 만만해 보이니까 이제 와서 헛소리하기는.”

스걱-!

다음 순간.

앞에 있던 사람 중 절반이 두 동강 났다.

* * *

“으응…….”

그쯤, 이하린이 정신을 차린다.

그녀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간티아 성의 지하 감옥에 있었다.

‘결국 이렇게 된 건가?’

바체슬라프를 막기 위해서 그간 열심히 수련했건만.

막상 중요한 상황이 되니까 아무것도 못 하고 이렇게 되었다.

‘무력하네.’

이곳에서는 스킬을 못 쓴다.

애초에 나가는 게 불가능한 곳이다.

이에 이하린이 가만히 앉아서 한숨을 쉬고 있을 때였다.

저벅저벅-.

익숙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엄마?”

“아, 여기 있었구나?”

“어, 어떻게 들어왔어요?”

이근희에게는 여기까지 들어올 권한이 없다.

그녀는 본 대륙에 끼칠 수 있는 권리가 없었다.

그렇게 하면 시스템에 의해서 제재를 받는다.

할 수 있는 것은 전체적인 균형에 도움을 주는 행위뿐이었다.

“괜찮아. 지금은 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 하거든.”

철컹-.

이근희가 몇 가지를 조작하더니 감옥의 문을 연다.

한때 하늘을 넘보던 실력자답게 시스템 해킹 속도가 빨랐다.

“가자.”

“아, 네.”

감옥에서 나온 이하린이 주변을 둘러본다.

그녀가 다른 칸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제 친구도 꺼내주세요.”

“아, 그러고 보니 너만 있는 게 아니었지.”

이근희가 전지수를 꺼내주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그때였다.

“나는 레이나프라 출신이다.”

“진짜요……?”

그녀의 귓전에 전지수와 전 기간티아 성주, 전인택의 대화 소리가 들려온 것은.

“가지고 있는 스킬이 비루해서 거기로 간 건 아니야. 나름의 뜻이 있어서 간 거지.”

“뜻이요?”

“나는 원래 근접 스킬로 성공하고 싶었다. 그게 더 적성에 맞았거든.”

전지수는 그가 하는 말을 묵묵히 들었다.

“처음에는 나름 길드에서도 잘나가고 일이 잘 풀렸어. 내 비술을 통해서 이름도 좀 날리고 말이야. 물론, 사람들은 광전사를 멸시해서 내가 성과를 거둘수록 날 혐오했지. 자기보다 못 나가야 하는데, 어떻게 더 잘 되냐는 말을 많이 들었어. 나는 그런 말을 들을수록 더 열심히 했단다. 그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기간티아 성주가 주먹을 꽉 쥔다.

“하지만 결국 시대에 뒤처져서 망했지. 내 주변 사람들은 날 욕하면서 떠났고. 그건 네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아…….”

“그때서야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봤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론은……, 내가 그동안 꿈에 취해 있었다는 거야. 메타가 변해가는 걸 알고서도, 나는 이걸로 성공할 거야, 라고 하면서 현실에서 눈 돌리고. 다른 현실적으로 사는 사람들을 전부 무시하고. 다 포기하고 순응하면서 사는 주제에, 라고 말하면서 귀담아듣지 않았지.”

“네에…….”

“그 뒤로는 계속 자책하면서 숨죽여 살았다. 그러다가 운 좋게 아공간 스킬을 얻었지. 근거리로도 쓰기 좋은 스킬이지만, 난 거기에 원거리 공격을 저장해서 날리는 식으로 바꾸려고 노력했어. 내가 제일 싫어했던 방식이지. 그때 내 기분이 어땠는지 아니?”

“어……, 나빴을까요?”

전지수가 어렵사리 대답하니, 그가 고개를 젓는다.

“아니, 좋았어.”

“네?”

“내 스킬을 보고 사람들이 날 좋게 봐주니까……, 그냥 좋았어. 성과도 좋고 말이야. 예전에 사용하던 방식? 다시 해보니까 재미가 없었어. 그때 갑자기 예전의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지. 실제로도 바보가 맞았고……, 지수야, 너도 그렇게 될 수 있단다. 당장은 뭔가 좋아하는 걸 하는 게 더 옳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결국 주변 시선이나 성과에 따라 마음은 바뀌게 되어있어.”

잠시 침묵이 흐른다.

얼마나 지났을까.

기간티아 성주가 전지수를 보면서 말을 잇는다.

“하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구나. 이 모든 상황을 내가 만들었고. 다 내 잘못이라고 느낀다.”

기간티아 성주가 한숨을 쉰다.

“야나 이바노프는 어차피 널 꺼내줄 거다. 그럴 계획이겠지. 그러니, 그때가 되면……, 네가 원하는 대로 살 거라. 그간 억눌렀던 근접 비술을 써도 좋아. 어차피 대륙 판도가 바뀔 테니까…….”

“저는…….”

전지수가 입가를 달싹이고 있을 때였다.

“자, 대화는 거기까지.”

이근희가 철창을 만지며 입을 열었다.

“나머지는 나가서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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