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188화 (188/200)

제188화

#188화

기간티아 내부에 반란이 일어났다.

정태룡에게 소식을 들은 고대현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어떻게?

-나도 자세한 상황은 몰라. 핫 라인으로 들은 거라서.

-쯧……, 일단 바체슬라프부터 처리해야겠네.

기간티아가 레기온의 경쟁성이긴 하지만, 결국 한국 대륙의 일부다.

그런 성이 타격을 입으면 결국 전체적으로 손해였다.

‘뭔가 있다.’

반란이면, 바체슬라프도 한국 대륙 내부의 상황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고대현이 큰 흐름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순간이었다.

“쓸 때가 됐군.”

바체슬라프가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고대현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룰 브레이커?’

이렇게 2명을 상대하는 전투에서.

굳이 인벤토리를 여는 위험을 감수한다?

그것은 꺼내는 무기가 상황을 뒤집기 좋다는 의미다.

딸깍-.

이에, 고대현이 순간적으로 방향을 전환해서 뒤로 물러난다.

정체불명의 무기라고 하니까.

가까이해서 이득 될 건 없겠지.

“호오, 감이 좋군.”

그러자 바체슬라프가 입꼬리를 올린다.

그의 손에 기이하게 생긴 창이 들려 있었다.

‘룰 하나를 파괴한다고 그랬나? 도대체 범위가 어디까지지?’

야나 이바노프가 탈출했다면, 감옥 가두는 룰은 파괴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고대현이 긴장하면서 거리를 벌리고 있으니.

바체슬라프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휘리릭-.

그가 허공에 창을 찔러넣었다.

다음 순간.

찌지직-.

허공이 부서지기 시작하고.

게임에 버그가 나듯 배경 자체가 찌그러진다.

일반적인 스킬 효과가 아니었다.

게임 텍스처 자체가 저렇게 손상되다니.

‘아웃 라인에 들어갈 때랑 비슷한데?’

과거, 이하린의 엄마와 만나고 이상한 공간에 들어갔을 때와 비슷한 풍경이었다.

그렇다는 건, 역시 인류 관리 시스템 자체에 접근한다는 걸까?

지직-.

그때였다.

고대현의 시야에 시스템 문구가 나타났다.

띠링-.

[시스템 저항]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오류?’

오류가 발생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난다.

“나를 동일한 창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라.”

그 메시지는 바체슬라프가 위와 같이 중얼거림에 따라 변해갔다.

띠링-.

[시스템 저항]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수행할 수 없는 명령입니다.]

[수행…….]

치직–.

계속해서 창 주위로 스파크가 발생한다.

대현은 옆에 있는 학년 담임에게 말했다.

“계속 오류 뜨는데……, 저거 지금 처리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오류? 그게 무슨 소리니?”

계속 경계 태세를 취하던 학년 담임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야, 나한테만 보이는 건가?’

고대현은 그제야 저 글귀가 자신에게만 보이는 것을 알아차렸다. 일종의 상호 작용 같은, PC 시스템으로 보이는 글귀와 비슷한 부류라는 소리였다.

‘내가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거네.’

위를 상기한 고대현이 재빠르게 적에게 돌진한다.

하지만 움직일 거면 처음부터 움직였어야 했다.

생각 때문에 시간이 지체됐다.

띠링-.

[오류 발생]

[명령 수행@#$%%]

이상한 메시지가 바체슬라프의 머리 위에서 나타남과 동시에.

파킨!

그의 창이 깨진다.

부웅-.

한발 늦은 고대현의 대검이 공기를 가른다.

‘사라졌다…….’

이미 바체슬라프는 모습을 감춘 뒤였다.

“어, 어디로 간 거지?”

학년 담임이 두리번거리면서 외친다.

당황한 것은 고대현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대륙이 위험한 가운데.

적이 갑자기 이상한 무기를 사용하고 몸을 감췄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다른 창이 있는 위치…….’

그때였다.

고대현의 뇌리에 바체슬라프가 했던 말이 스쳐 지나간 것은.

‘야나 이바노프가 탈출했다고 그랬지. 그럼 거기에서도 룰브레이커가 사용됐다는 거고, 그렇다면…….’

바체슬라프의 위치를 추정한 고대현이 방향을 전환한다.

“저, 기간티아 성으로 가볼게요!”

그가 신영범에게 말한다.

“기간티아?”

챙!

신영범이 잔류 중인 러시아 병력을 상대하면서 대답한다.

“네, 거기로 갔을 것 같아서요.”

“기간티아에?”

“야나가 탈출했다고 하니까 거기로 갔을지도 몰라요!”

“뭐?”

눈을 크게 뜬 그가 앞에 있는 적 5명을 동시에 썰어 넘긴다.

“그럼 나도 가야겠군.”

적이 대륙 중심으로 간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대륙의 북부 일부 정도는 포기해도 된다.

‘빨리 워프 게이트를 타고 이동해야겠어.’

나머지는 홍영에게 맡기기로 한 신영범이 뒤를 돌아본다.

빨리 고대현과 기간티아 성으로 이동하기 위함이었다.

“음?”

그러나.

고대현은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패밀리어 효과 중 하나인, 아군 위치로 이동하기를 사용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신영범은, 고대현의 빠른 속도에 그저 혀를 내두를 뿐이었다.

* * *

기간티아 성에서 반란이 일어나기 약 1시간 전.

“하암.”

이하린은 한창 기간티아 성 내부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녀가 최전방에서 적들을 상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배정 자체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시,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기사 대행이니 어쩔 수 없나…….”

이하린이 주변을 둘러보면서 성을 지킨다.

성을 지키라는 임무를 받았지만.

역시나 적이 이쪽으로 올 일은 없어 보였다.

‘다크 테이머는 여기가 아니라 접경지 쪽으로 가겠지?’

분탕을 치는 내부의 적도.

결국 싸움이 벌어지는 곳에 훼방을 놓는다.

성은 이미 점령한 영토다.

다시 복구할 수 있기에 사실상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물론 이번에는 정체불명의 무기도 있고.

야나 이바노프가 지하 감옥에 있기에 상황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건 내부의 배신자인데…….’

그녀가 전투가 일어나는 지평선 너머를 보고 있을 때였다.

전지수의 오빠인 전천후가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음? 나를 아나?”

그가 이하린을 빤히 응시하다가.

무언가 떠오른 듯 입을 연다.

“아, 전지수가 데려온 애구나.”

“네, 맞아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한 그녀가 전천후를 눈으로 슥, 훑어본다.

‘전천후. 기간티아 성에 도움을 주면서 잘 생활하고 있는 사람이었지.’

이하린은 그간 기간티아 성 내부에 있는 다크 테이머에 대해 조사했다.

전천후는 그중에서도 의심도 랭크 하위권에 머무르는 사람이었다.

사냥조 활동도 열심히 참가하고.

딱히 자리를 탐내거나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오히려 전지수를 더 밀어주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이번이 첫 라그나로크 참가라고 그랬나?”

“네.”

그렇기에, 이하린은 전천후를 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봤다.

상대의 행동이 연기라는 낌새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왜 여기로 온 거지?’

하지만 동선이 이상했다.

아까 접경지로 나간 것으로 아는 사람이 여기에 오다니.

이에 이하린이 경계한다.

아무리 잘 숨겨도.

결국 일을 치르기 위해서는 정해진 위치로 가야 하니 말이다.

그러나 너무 빠르게 경계를 한 것은 이하린의 실책이었다.

그도 그럴게, 전천후는 근거리 탐지의 신예라고 불리는 사람이니까.

“감이 좋네.”

입을 연 전천후가 팔을 움직인다.

‘뭐야, 진짜로?’

당황한 이하린도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뭔지 모를 때는 일단 때리고 생각하자.’

머리가 복잡해진 그녀가 일단 주먹을 내지른다.

부웅!

이를 간단하게 피한 전천후가 이하린에게 가까이 이동한다.

‘감히 내 앞에서 근거리로 들어와?’

상대의 자신감 있는 태도에 열받은 이하린.

그녀가 민첩화 비술을 사용하면서 더 빠르게 움직인다.

부웅!

스핏-!

한 발자국으로 공격을 피하던 전천후의 볼에 주먹이 스쳐 지나간다.

“꽤 빠르네. 살짝 맞을 줄은 몰랐어.”

그가 희미하게 웃는다.

아직 여유가 있다는 의미였다.

‘뭔가 있다.’

이에 이하린이 경계하면서 소멸 간섭파를 준비한다.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시키기 위함이었다.

스윽-.

그때, 손을 뒤로 뺀 전천후가 인벤토리에서 기이하게 생긴 창을 꺼낸다. 그걸 본 이하린이 알아차린다.

‘엄마가 말했던 무기다.’

룰을 하나 파괴할 수 있는 무기.

일회용이지만, 효과가 파격적인 만큼 배제해야 하는 기술이었다.

우우웅-.

손에 기운을 모은 그녀가 민첩하게 움직인다.

전력을 다한 민첩화 비술.

그리고 소멸 간섭파가 동시에 시전된다.

툭-.

‘닿았다.’

아무리 회피력이 좋다고 해도 가동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재빠른 움직임으로 이를 잡아낸 이하린이 웃는다.

“자, 이제…….”

하지만 그녀의 웃음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툭-.

그저 손이 상대에게 닿았을 뿐.

비술이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킨-!

“앞으로 이 일대에서 5분 동안 비술 사용은 금지다.”

손에 있던 창이 깨진 전천후가 선포하듯 말한다.

‘이게 룰 브레이커의 효과? 이렇게 범용성이 높은 거였어?’

이하린이 바닥에 있는 균열을 보면서 생각한다.

닿은 대상의 규칙을 파괴한다고 알고 있는데.

아무래도 땅을 찔러서 일대의 필드를 무력화시킨 것 같았다.

“다, 다른 병력은…….”

이하린이 주변을 둘러본다.

그러나 지원을 오는 방어 병력은 없었다.

‘설마, 내부를 이렇게 빨리 장악했다고?’

그녀가 경악하고 있으니, 전천후가 설명하듯 말한다.

“정체된 물은 고이고 썩기 마련이지. 내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아서 놀랐어.”

이미 성의 내부는 절반 정도 잠식되어 있었다.

이하린도 처음 아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내부가 곪아있을 줄이야.

그녀가 입을 연다.

“차기 성주가 될 생각인가요?”

“아니, 그렇게 시시한 건 필요 없어.”

“그럼 왜…….”

성주가 되고 싶지도 않은데 반란?

이하린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면 그저 다른 다크 테이머처럼 분탕을 치기 위함인가?

그녀가 여러 가지 추측을 하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전천후가 또 하나의 창을 꺼낸다.

“성주는 감당해야 할 게 많아. 자리를 물려주고도 살아계실 테니, 아마 앉은 사람은 계속해서 고통받겠지. 응……, 아마 그럴 거야. 걔는 원래 그런 자리를 차지하는 것에 마음이 없으니까.”

“무, 무슨 소리를?”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지?

이하린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오빠?”

전지수가 나타났다.

그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

전천후는 말없이 전지수를 응시했다.

그는 대답 대신 창을 바닥에 찔러넣으면서 선포했다.

“모든 감옥을 무력화시킨다.”

다음 순간.

성 전체가 흔들린다.

전천후가 희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악습을 끊을 때가 됐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