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9화
#179화
LOH 정규전은 굉장히 많은 게임수를 필요로 하며.
한판에 소모되는 시간 또한 길어서 오랜 시간을 들여 숙달해야 하는 종목이었다.
LOH가 유행하는 템트리나 조합에 민감한 것은 예의 이유 때문이었다.
‘모든 경우의 수를 숙달하는 것보다는, 당장 강한 걸 익히는 게 효율적이고 빠르지.’
해서, 강한 조합이나 템트리를 연구하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 꽤 많았고.
그렇게 나온 메타 중, 나름 알짜배기를 골라내는 게 주나무의 역할이었다.
‘흠, 그런데 이런 방식은……, 듣도 보도 못했다.’
하지만, 그런 주나무도.
이렇게 자살하는 식으로 게임을 운영하는 사이언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는 생소한 문물을 관찰하듯, 턱 끝을 만지며 사이언의 게임 기록을 살폈다.
‘잠깐 동안 다시 살아나는 패시브를 이용해서 타워를 치고……, 상체 파괴자로 타워에 들어가는 대미지를 늘렸군.’
상체 파괴자는 챔피언 혼자 있을 때.
타워에 넣는 대미지를 증가시키며, 아군 대포 미니언의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을 상향시킨다. 아마, 이런 효과를 이용해서 미니언과 함께 타워를 밀었을 것이다.
‘상대 라이너가 마법 대미지를 주는 메이지 딜러면 더 잘 먹히겠네.’
그리고 전적을 보니.
탑보다도 미드에서 잘 먹혔다.
특히 맞상대가 마법 딜러였을 때 더 좋은 성능을 보여줬는데.
주나무는 그 이유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마법 딜러는 일반 공격이 약해. 대포 미니언을 처치할 때 스킬을 쓰지 않으면 좀 버겁겠지.’
LOH를 하는 학생이라면, 어쩔 수 없이 대포 미니언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대포 미니언은 다른 미니언과 달리 골드를 3배나 많이 주니까 말이다.
‘흠, 나쁘지 않아. 물론, 팀원의 시선을 견뎌야 하는 게 문제지만.’
정규전에서 의도적으로 적에게 죽어주는 행위는 안 된다.
하지만 이를 통해 타워에 가한 딜량이 1등이고.
전체적으로 도움이 됐으니 제재를 먹지는 않을 듯했다.
‘어디 보자…….’
주나무가 시간이 흐르는 걸 확인한다.
정규전은 타임 오버 클럭이 걸려있기에.
느리게 보는 관전 모드를 해제하면, 마치 빨리 감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전체적인 통계도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의 픽 데이터 집계가 갈수록 변화한다.
하지만 상위권은 큰 움직임이 없었다.
보통 검증된 픽만 하니 당연했다.
변수가 있다면 벤 선택의 차이일 뿐.
‘응?’
그렇기에, 주나무는 바뀌어가는 조합과 픽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비교적 같은 사람이 자주 매칭되는 상위권.
‘여네 벤이 늘었다?’
여네의 벤픽이 늘고 있었다.
여네는 근접 검사 챔피언으로, 뚜렷한 픽 트렌드가 있는 챔피언은 아니다.
그런데도 여네 벤이 나온다는 것은.
상대방에 여네를 잘하는 사람이 있다는 의미였다.
주나무는 상위권 매칭 라인에서 여네를 하는 학생을 찾아다녔다.
그 결과,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여네를 컨트롤하는 학생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고대현?’
고대현.
그가 지금까지 한 적이 없고.
이번 정규전에서 처음 꺼내는 챔피언 픽으로 상대 팀을 도륙 내고 있었다.
* * *
띠링-.
[여네 -> 트위스터 페이트]
[여네 -> 제도]
[여네 -> 쉐앤]
[아군 트리플 킬!]
[여네 님이 날뛰고 있습니다.]
고대현의 여네가 칼집에 칼을 넣으며 상황을 정리한다.
계속해서 사이드를 밀었더니, 결국 보다 못한 적들이 이쪽으로 온다.
‘뭐, 다 처리해버렸지만…….’
여네는 후반으로 갈수록 생명력 흡수가 부각되는 챔피언이다.
계속 상대를 공격하면서 체력을 회복하기에, 스킬만 피한다면 계속 버티면서 적을 죽일 수 있었다. 이런 경향은 그브나 바람 검사 같은 챔피언에도 동일하게 나타나지만.
‘여네는 실드 스킬도 있어서 더 버티는 게 있지.’
갑철궁 아이템과 칼날 가르기로 실드를 받고 몇 번 찌르기만 해도 상황이 반전된다. 결국, 여네를 막으려면 3명 정도는 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고대현이 너무 잘 큰 나머지, 3명이 와도 겨우겨우 잡을 정도였고. 그 틈을 타서 대현의 아군이 오브젝트나 타워 이득을 봐서 게임을 이길 수 있었다.
띠링-.
[적이 찬성 4 반대 1로 항복에 동의하셨습니다.]
그때, 눈앞에 서렌 메시지가 나타난다.
적이 항복함으로써 이번 게임도 무난하게 끝나는 것이었다.
대현은 승리 메시지를 보면서 자신의 픽을 점검했다.
‘라인으로 갈 때는 텔론이나 여네를 했지……, 이번에는 정글에 걸릴 차례니까 뤼신이나 할까?’
뤼신은 횡파로 이동해서 기동력이 좋고, 초반 정글링 속도가 빠른 편에 속했다. 그리고 슬로우와 함께 와드로 이동할 수 있어서, 라인에 갱킹을 갈 때도 큰 무리가 없는 챔피언이었다.
띠링-.
[게임이 매칭되었습니다.]
때마침 다음 게임에 매칭되었다.
대현은 계획했던 대로 뤼신을 픽했다.
최종적인 아군 픽은 아래와 같았다.
-쉐앤 vs 세토
-뤼신 vs 너달리
-젤아스 vs 비크토르
-이주리얼 vs 게이트린
-파이쿠 vs 레온아
‘상대팀은 전체적으로 탱커가 많네.’
후반에 세토와 레온아가 달려든다면?
아군 젤아스 같은 경우에는 금방 물려서 죽을 확률이 높았다.
쉐앤이 보호를 해줘야 할 것 같았다.
대현의 팀은 짧은 회의를 한 뒤, 소환사의 계곡으로 진입했다.
정글은 원딜과 서포터에게 초반 정글링 도움을 받아야 하니까.
3명이 재빨리 레드 골렘의 앞으로 향하려 할 때였다.
“초반 습격이나 갈까요?”
아군 파이크가 초반 습격을 가자고 한다.
상대 바텀도 정글 리쉬를 하고 있을 게 분명하니.
몰래 잠입해서 1명 정도를 죽이고 오자는 것이었다.
“파이쿠있으니 나쁘지 않네요.”
“뭐, 뤼신 님이 잘 올 수 있으면 괜찮죠.”
파이쿠는 멀리 있는 적을 끌어당길 수 있는 그랩류 스킬이 있다.
아마, 뤼신의 횡파와 같이 쓰면 못 해도 점멸 정도는 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현의 팀 5명이 아래로 돌아서 상대 블루 정글 쪽으로 잠입한다.
그러자 블루 골렘 앞에 3명이 있는 게 포착되었다.
끼이이익-.
파이쿠가 작살 끌어당기기를 차징하면서 상대를 겨냥한다.
파이쿠의 그랩이 성공하였을 때는, 상대 원거리 딜러인 게이트린이 와드를 박기 위해 부쉬에 가까이 왔을 순간이었다.
푹-.
와드를 박자, 게이트린의 시야에 적 5명이 모여있는 게 들어온다.
이에 게이트린이 뒤로 빠지려 했지만.
촤라락-.
이미 파이쿠의 작살이 게이트린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지금이다!”
5명이 일제히 돌격한다.
젤아스가 스턴 구체를 날리고, 쉐앤이 도발을 걸었다.
결국 게이트린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띠링-.
[이주리얼 -> 게이트린]
[퍼스트 블러드!]
“너달리까지 처리하죠.”
원딜이 죽는 사이, 옆에서 같이 싸우던 너달리와 레온아의 체력도 많이 달았다.
팟-.
너달리와 레온아가 점멸을 사용해서 도망친다.
“아니에요. 보니까 이제 뒤로 다 빼고 적 미드도 합류하는데.”
“그럼 이쯤에서 빼죠. 정글도 먹어야 하니까.”
이미 상대의 스펠인 점멸과 힐을 빼고, 1킬까지 했다.
이득은 어느 정도 봤으니 다시 돌아가도 좋았다.
“잠깐만요.”
그때였다.
대현의 뤼신이 상대 너달리의 회피 위치를 예측해서 횡파를 날리고.
띠링-.
[뤼신 -> 너달리]
상대 정글까지 처리한다.
“좀 하시네요?”
“그러게요. 뤼신 그거 어려울 텐데.”
뤼신 픽을 미심쩍어하던 팀원이 감탄한다
“아니에요. 이 정도는 기본이죠.”
고대현은 능청을 떨면서 상대 정글에 있는 블루 골렘을 먹고 가자고 말했다.
“2명이나 죽어서 괜찮을 것 같네요.”
“빨리 처리하고 복귀합시다.”
대현은 상대 블루를 먹은 뒤, 정글 캠프 하나를 돌고 나서 바로 미드에 갱을 가기로 했다.
뤼신은 2레벨만 찍어도 이동 스킬이 2개인지라, 2렙 갱을 가도 큰 문제가 없었다.
“젤아스 님, 미드 찌를 거니까 준비 좀요.”
젤아스는 초반에 에너지 파동이 아니라 스턴 구체를 찍었다.
아마 이를 알고 있는 비크토르가 편하게 젤아스를 상대하고 있겠지.
“넵. 그럼 앞에서 움직여 볼게요.”
고대현의 말에, 젤아스가 적당히 앞에서 움직인다.
상대 비크토르가 미니언 앞으로 나오게 해서, 뤼신이 횡파를 맞추기 편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슈욱.
퍽-!
얼마 지나지 않아, 뤼신의 횡파가 비크토르에게 적중한다.
‘맞췄으면, 들어가면서 생각한다.’
고대현이 횡파 스킬을 다시 한번 사용해서 적중한 적에게 돌진한다.
퍽퍽-!!
횡파와 함께 일반 공격을 가하자, 비크토르의 체력이 절반 정도로 떨어진다.
팟-!
결국, 상대 비크토르가 점멸을 쓰면서 도망친다.
비크토르도 후반 업그레이드 이동 속도 증가를 빼면, 그전까지는 큰 이동기가 없는 챔피언이니, 나중에 또 갱을 오기 편할 것 같았다.
대현은 그대로 정글로 빠지면서, 상대 레드 정글 진영에 발을 들였다.
‘블루는 내가 먹었으니 레드 쪽으로 갔겠고……, 이제 다른 캠프를 먹고 있겠지?’
벌써 레드 캠프와 톱날 부리 캠프는 비어있다.
고대현이 레드 캠프와 너셔 남작 캠프 사이의 길로 이동하고 있을 때였다.
‘너달리?’
너달리가 탑으로 향하는 게 보인다. 너달리도 원거리 챔피언이니, 대충 탑으로가서 레드 버프 효과로 슬로우를 가하다가 스킬을 쓸 생각인 듯했다.
‘너달리는 날 못 봤다.’
너달리는 한창 앞으로 향하고 있었고.
뒤에 있던 뤼신을 발견하지 못한 듯했다.
“쉐앤 님 탑으로 너달리가요.”
“그래요?”
“네, 저도 가니까 적당히 연기하고 있으세요.”
고대현도 곧장 탑으로 향한다. 쉐앤은 패시브 쉴드가 있고, 도발 돌진이 있으니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도착하자, 전투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상대 탑, 세토가 멱살 잡기로 쉐앤을 끌어당기고.
너달리가 평타를 치다가 창을 날린다.
하지만 쉐앤이 탱커 챔피언이다 보니 체력이 그리 많이 달지 않았다.
그런 사이, 뤼신이 탑 라인에 도착했다.
‘둘 다 스킬은 빠졌고. 아직 세토 집속 펀치가 남았네.’
대현은 방어막으로 쉐앤에게 이동하고, 너달리에게 횡파를 날렸다.
앞에 미니언이 있어서 원래 횡파가 막히는 위치였지만.
쿵-.
[강타를 사용하셨습니다.]
앞에 있는 미니언에 강타 스펠을 사용해서, 횡파를 방해하는 물체를 없애버린다.
슈욱.
퍽-!
뤼신이 너달리에게 돌진해서 공격한다.
“너달리부터 잡죠. 체력 낮으니까.”
“네, 잠시 기다리세요.”
이에 쉐앤도 도발 돌진으로 너달리를 공격한다.
너달리는 세토보다 체력이 낮았기에.
띠링-.
[쉐앤 -> 너달리]
금세 죽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남은 쪽은 세토 한 명.
‘마침 3레벨이다.’
대현은 세토의 집속 펀치를 무빙으로 피하면서, 땅 찍기로 슬로우를 가한다.
팟-!
결국 세토도 점멸을 빼면서 뒤로 빠진다. 저 정도 체력이면 라인 복귀를 해야 할 것이다.
‘이제 다시 너달리나 찌르러 갈까?’
대현은 아군 정글 캠프에서 정글링을 해서 레벨링을 한 다음.
다시 너달리가 있을 만한 곳으로 갔다.
‘횡파 큐큐.’
딸깍.
그가 운 좋게 발견한 너달리에게 횡파를 맞추고 들어간다. 이미 성장 차이가 컸기에, 너달리는 허우적거리다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띠링-.
[뤼신 -> 너달리]
벌써 갱 차이와 레벨 차이가 난다.
흔히 말하는 정글 캐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 *
LOH의 정규전이 시작된 뒤로 약 4시간 정도가 지났다.
하지만 이는 외부의 시간.
내부에서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지나 있었다.
‘이제 외부 시간은 5시. 곧 있으면 정규전이 끝날 때네.’
40반 라인의 담당 선생님인 김원은, 고대현의 티어 변화를 보면서 기대했다.
과연 LOH는 어떻게 나올까, 하고 말이다.
“정규전, 이제 끝났네요.”
그때였다.
다른 반 선생님이 정규전이 끝났다는 것을 알린다.
이에, 김원은 고대현의 티어부터 살폈다. 대현의 티어를 궁금해하는 건 김원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선생님들도 다 그에게 와서 대현의 티어를 살핀다.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띠링-.
[고대현 : 챌린저]
고대현의 티어가 나타난다.
“이, 이번에도 챌?”
“이러면 3챌인가요?”
“3챌이면 종합 티어로는 전국에서 거의 1등 아닌가요……?”
김원은 OT에서 고대현이 정태룡을 순간적으로 압도하는 걸 봤기에.
고대현이 언젠가는 탑급 위치로 올라갈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김원은 비교적 평온한 표정을 입을 열 수 있었다.
“역시……, 제가 담당하는 학생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