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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168화 (168/200)

제168화

#168화

그 시각.

전지수는 1반 교실에서 이전 판의 기억을 떠올리는 중이었다.

‘그 사람 대현이었겠지, 아마?’

40반에서 그라운드 제로 챌린저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알아차렸다.

정규전 마지막 판에서 자신과 싸웠던 사람이 고대현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말이다.

OT 때 봤던 고대현의 자세가 그녀의 뇌리를 스친다.

‘움직임이 비슷했지.’

마지막 그라운드 제로판.

전지수는, 처음 내린 빌딩 내부에서 고대현과 교전했었다.

그간 정규전을 위해 몰래 특훈해온 굴절 비술까지 썼으나, 첫 습격에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했다.

‘새로 연습한 비술이라서 아직 정확도가 떨어지네…….’

기둥 뒤에서 날린 굴절탄.

고대현에게 닿긴 했으나 히트 스팟이 너무 몸통 쪽이라 체력을 많이 깎지 못했고, 결국 전투는 근접전으로 이어졌다. 그것은 전지수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전투 양상이었다.

‘그렇게 속도가 빠르다니……, 전혀 예상 못했어.’

고대현과 전지수의 거리는 꽤 먼 편이었다.

하지만, 고대현이 달리기를 쓰면서 일순 거리를 좁혔다.

원래는 헤드샷을 노리려 했으나, 고대현은 머리가 무작위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탓에, 어쩔 수 없이 근접전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뭔가 이하린이랑 움직임이 비슷했지.’

기둥을 박차고 점프해서 달라붙는다.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절대 아니다.

전지수는 고대현의 동작에서 OT 때의 이하린을 겹쳐봤다.

자신이 절대 질 거라 예상하지 않았던 이하린 말이다.

‘똑같은 체술에 질 수는 없다.’

이번에도 같은 기술에 지면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런 강박과도 같은 생각 때문에.

전지수는 아버지가 사용을 자제하라고 했던 비술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고대현과의 전투 중, 그 비술을 썼던 장면을 상기했다.

퍽-!

하단 차기에 의해 몸이 땅을 향해 기운다.

이어서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빠른 발차기.

‘죽는다.’

두근─.

생존 본능이 극대화되면서 몸이 더 빠르게 움직인다.

이하린의 민첩화와는 다른, 더 원시적인 형태의 비술이었다.

빙글─.

덕분에, 원래라면 불가능한 공중에서의 회피가 가능해진다.

전지수는 모든 몸의 동작을 본능에 맡겼다.

정해진 방법이나 규칙 따위는 없고.

그저 눈으로 보면서 찰나의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모면한다.

아슬아슬하게 피할수록 생존 본능이 자극되어서 더 빠른 움직임이 가능했다.

퍼퍼퍽!

하지만 상대는 고대현.

단지 일시적인 광폭화 비술로 따라잡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결국 전지수는 상대의 기술을 카피하기로 했다.

오늘에서야 2번째로 보는 기술이지만.

퍽퍼퍼퍽!!

재능으로 그 간격을 메웠다.

‘의식이 날아갈 것 같아.’

그러나.

광폭화 비술은 더 강하게 쓰거나 심취하면 결국 이성을 잃는다. 계속 쓰기엔 위험하며 한계가 명확했다. 때문에 전인택이 그녀에게 사용을 자제하라고 할 정도였다.

‘그래도……, 어차피 정규전에서 지면 끝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지수는 광폭화 비술을 최대로 전개했다.

2성의 갈등 때문에 보는 눈이 많으니까.

이대로 티어가 떨어져도 한 소리 들을 게 뻔했다.

그렇게 될 바엔 뭐라도 하자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겨우겨우 대치하면서 버티고 있으니.

와락-.

고대현이 멱살을 잡고 태클을 건다. 갑자기 움직임이 바뀐 탓에 전지수가 대응하지 못하고 바닥을 구른다. 그리고 이어서 고대현의 관절기에 걸렸다.

우드득, 팔이 꺾이면서 통제권을 잃어간다.

‘이대로 가면 진다. 진다. 진다…….’

결국, 전지수는 이성을 잃고 광폭화에 잡아먹혔다.

그 후로는 머리에 남은 기억이 없었다.

눈을 뜨니 시험이 끝나고 교실 내부였다.

그쯤에서, 회상을 끝낸 전지수가 마지막 판의 기록 영상을 다시 살펴본다.

영상 속의 내용은 간략했다.

자신이 이성을 잃은 뒤.

고대현이 겨눈 총을 치악력으로 구기고.

결국 제압당한 다음 창밖으로 버려진다.

그리고 살아나서 리스폰되는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처리할 뿐이었다.

‘부끄럽다.’

평정심을 찾은 상태에서 다시 보니 추한 장면이 많았다.

나중에 집에서 관전 기록을 요구할 텐데…….

전지수는 어떻게 변명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질 것 같아서 썼다는 대답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었다.

‘그래도 티어가 잘 나와서 다행이네. 만약에 티어까지 못 나왔으면…….’

오히려 탐지계를 쓰면서 신중하게 했을 때보다 잘 나왔다.

물론, 마지막 맵의 특성 때문에 광폭화가 더 잘 먹힌 거지만.

전지수는 약간의 허무함을 느꼈다.

그냥 생각 없이 움직인 게 더 잘 된 거니까.

당연한 감정의 변화였다.

‘끄응, 일단 다음 정규전이나 준비해야겠다. 어차피 그라운드 제로는 끝났고. 이제 못 바꾸니까.’

전지수는 애써 마음을 정리한 뒤 교실을 나섰다.

나중에 이하린을 만나면 마지막 판에 어땠냐고 물어볼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내가 고른 애가 챌까지 갔으니까…… 내 안목도 어느 정도 증명된 셈이겠지?’

그리고 후원자를 고르라는 미션을 내줬던 전인택을 떠올리며, 학생 식당으로 향했다.

* * *

정규전이 끝난 날의 오후 일정은 없었다.

다들 피곤할 것 같으니 쉬라는 차원에서였다.

타임 오버 클럭에 맞춰 강도를 조절해도.

결국 판 수가 많아서 총량이 같기에.

그라운드 제로 한판을 강도 높게 한 것과 피로도가 비슷했다.

‘다들 기숙사로 가네. 나도 가서 그냥 낮잠이나 잘까? 아니면 LOH나 하던가…….’

그렇게 생각한 고대현이 기숙사로 향한다.

그는 피곤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날에 게임을 하면서 더 실력을 높이고 싶었다.

그러던 중, 대현은 기숙사 내부에서 임상배와 마주쳤다.

“너…….”

임상배는 고대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아까 좀 하더라.”

위와 같이 말한 뒤, 대현의 옆을 지나쳤다.

이제 고대현은 그라운드 제로 챌린저이며.

교내에서도 그를 인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실제로 실력도 나쁘지 않았고 말이다.

이제 과거의 기억 때문에 억지를 부리는 건 의미가 없었다.

임상배가 쿨하게 인정하면서 떠나자, 고대현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쟤랑 정규전에서 만난 적이 있었나?’

고대현은 모든 판을 빠르게 처리하느라 상대의 특징을 기억한 적이 없었다. 그나마 뇌리에 남은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마지막 판에서 봤던 광인이랑 이하린, 정태룡, 범단월 정도일까.

‘뭐……, 어쨌든 인정받은 거니까. 기분이 나쁘진 않네.’

문득 맨 처음 입학했을 때.

기숙사에서 임상배가 견제를 하던 게 떠오른다.

특별 전형으로 들어왔다고 하면서 엄청 뭐라고 했었지…….

아무래도 같은 학교 출신인 탓에 믿기 힘든 부분이 더 많았을 거라 본다.

‘하지만.’

이제 그 시절도 추억이고.

다시 돌아올 일은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게, 그라운드 제로 챌린저를 찍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탑을 깨는 게 훨씬 힘들었다.

그렇기에, 탑을 수십 번이나 도전해서 10층까지 클리어한 지금.

더 이상 자신을 힘들게 할 건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고대현이 지하 캡슐방 근처에 도착했을 때였다.

캡슐방 내부에 있는 휴식 공간.

그곳에 전지수와 이하린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게 보였다.

‘뭐 하는 중이지?’

그라운드 제로를 한 날이라서 그런지.

캡슐방은 평소보다 사람이 없었다.

어차피 보는 인간도 없겠다.

대현은 그들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면 마지막 판은 어떻게…….”

“……그, 그건 좀…….”

같은 성이라서 그런 걸까.

전지수가 이하린의 기록을 보면서 상담해주려는 모양이었다.

“뭐해?”

“응? 아, 오늘 했던 기록도 볼 겸. 내일 있을 종목도 피드백해주려고.”

전지수가 고대현을 보면서 말한다.

이하린은 그라운드 제로에서 강세를 보이지만.

전략과 스킬 컨트롤 대응 부분이 약했으니까.

게다가 빙의체 방식이라 체술의 위력이 제한되기에.

이하린의 강점을 전부 컷팅 당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때문에 전지수는 이하린을 봐주려는 것이었다.

……겸사겸사 마지막 판의 기록도 보고 말이다.

“오늘 했던 기록이면……, 마지막 판인가?”

“응.”

마지막 판에 대해선 고대현도 궁금한 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광인의 정체였다.

디텍트 아이로 본 결과 기록이 예전이랑 겹치는데.

컨트롤 스타일이 전혀 겹치지 않아서 확실하지 않았다.

전지수가 중간에 컨트롤할 것 같지도 않고 말이다.

‘하지만 보면 다 알게 될 일이지.’

광인은 강하다.

아마 내일 있을 종목에서도 위 구간으로 올라오겠지.

물론, 빙의체 방식의 게임에서는 그라운드 제로만큼 큰 힘을 못 쓰겠지만.

상대의 기술을 바로 카피하는 등, 감각이 뛰어나니까.

미리 탐색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럼 서로 막판 기록 보여주는 거로 갈까?”

“서로……?”

“응.”

고대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에, 전지수는 고민했다.

이하린은 어째서인지 기록을 보여주기를 꺼린다.

고대현이 마지막까지 남았으니, 아마 고대현의 것을 보면 둘 다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초반에 미친놈처럼 싸웠던 유저가 자신이라는 걸 안다는 건데…….

‘으음, 그래도 대현이랑 이하린한테는 보여줘도 되겠지?’

둘 다 쓰는 기술도 비슷한 근접기였으니, 전지수는 대현의 조건을 흔쾌히 수락했다.

“서로 보여주게?”

그때, 이하린이 쭈뼛거리면서 말한다.

그녀는 여러모로 고민하다가…… 결국 수락했다.

어차피 주변에 사람도 없고, 전지수는 후원 라인임과 더불어 조용한 성격이니까.

삑-.

각자 홀로그램 창을 띄워서 마지막 판 영상을 재생한다.

첫 시작은 전부 수송기 내부였다.

그렇게 내릴 시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고대현이 하강하고, 그 뒤를 전지수가 따라온다.

‘역시 전지수였네.’

그 모습을 본 고대현이 확신한다.

아니나 다를까.

몇 분 뒤, 전지수가 탐지계와 굴절 비술을 써서 고대현을 노리는 장면이 나온다.

“정규전 보기 전에 새로 익힌 거야?”

“응, 아빠가 익혀두라고 했거든. 원래 학기 초부터 수련했는데 좀 어려워서……, 이제야 조금 쓸 수 있게 됐어.”

“그렇구나.”

고대현이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자, 얼마 지나지 않아 과거의 전투 장면이 재생된다.

고대현이 체술을 쓰자 겨우 피하던 전지수의 움직임이 일순 빨라진다.

그리고 이어서 대현의 기술을 흉내 내면서 동물적으로 움직인다.

그 이후로는 악력으로 방어구를 찌그러트리며, 치악력으로 총구를 씹는 것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결국 고대현에 의해 처리되고…….

퍼퍼퍼퍽!!

스석!

푹!

다시 리스폰 된 전지수가 적을 무작위로 처리한다.

가끔 팔을 이용해서 동물처럼 이동하기도 하고, 입으로 상대를 물어뜯기고 한다.

쓸 수 있는 건 모두 쓰는, 흡사 광전사의 모습이었다.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네. 새로 연습하는 거라도 있던 거야?”

“그, 그게…….”

전지수가 우물쭈물하다가 설명한다.

“이것도 내 비술이야. 거의 안 쓰다가 이번에 어쩔 수 없이 사용했어.”

‘물음표로 뜨던 비술 정체가 저거였구나.’

기간티아 성주가 보인 민첩한 동작과 전지수의 비술 표시가 겹친 이유가 있었다. 전해져 내려온 줄기가 같은 모양이다.

‘흠, 난 민첩화가 있으니까 이거보단 전지수의 탐지 비술이 더 탐나는데…….’

고대현이 입맛을 다시고 있자, 어느새 고대현과 이하린의 전투가 재생된다.

이하린은 고대현보다 5배나 빠른 원본 민첩화라서 상당히 빠른 움직임을 보여줬다.

‘와…….’

이에 전지수가 속으로 감탄한다.

이 속도와 빠르기의 정확함.

마치 자기가 가진 광폭화의 상위버전 같지 않은가.

‘이런 걸 고대현이 이겼다고? 어떻게?’

전지수가 눈매를 좁히며 영상에 집중한다.

고대현이 이하린을 이기는 장면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전지수의 눈앞에 재생되었다.

쿵쿵쿵!

퍽퍽퍽!

‘?’

전지수가 눈을 깜빡인다.

‘어떻게 이런 걸 할 수 있는 거지? 그것도 연속으로 쉬지 않고 계속해서…….’

정말이지 기상천외한 기술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에 전지수는 고대현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대현이가……, 역시 지구력이 강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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