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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162화 (162/200)

제162화

#162화

그라운드 제로는 싸우거나 숨어서 버티는 전략을 취한다.

보통 중반까지는 적당히 모습을 감추고 전투를 안 하는 게 이득이지만.

띠링-.

[전기장 범위가 줄어듭니다.]

신체에 대미지를 가하는 전기장이 행동을 강제하기 때문에.

수비적인 전략을 취하는 사람도 언젠간 전투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대현은 중간에 멈춰서 맵을 확인했다.

‘이제 3차 범위 축소네.’

전기장은 줄어들었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는데.

3번째에서 줄어들 때 즈음엔 전기장의 속도가 꽤 빨랐다.

그래서 차를 타고 이동할 게 아니라면, 다음 축소 범위 근처까지 미리 움직이는 게 좋았다.

‘이번에는 맵 왼쪽에 있는 산업단지 쪽으로 줄어드네.’

산업단지는 사막맵 왼쪽 외곽에 위치한 대도시다.

파밍하기에도 좋고 건물도 많지만, 외곽에 위치한 탓에 일반전에서는 오래 머물지 않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전기장이 맵의 왼쪽 가장자리를 중심으로 줄어들고 있었으니까.

‘산업단지는 높은 건물이 많아서 진입하기 까다로운데…….’

높은 건물이 있는 지역에 전기장이 걸치면.

미리 자리를 잡은 사람이 위에서 저격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아마 적들이 진을 치고 있겠지.

‘그래도 실력 체크를 하기는 편하려나.’

대현은 아까처럼 무빙을 하면서 서쪽으로 향했다.

중간에 차라도 운전해 볼까 했지만, 비술을 쓰면서 달리는 것도 그럭저럭 빨라서 그냥 달리기로 했다.

대현은 달리면서 생존자 수를 확인했다.

띠링-.

[생존자 수 : 40]

‘이제 남은 사람은 40명. 적당한 인원수다.’

그렇게 생각한 그가 산업단지의 초입 길에 도달했을 때였다.

드드드드.

두두두두.

멀리서 총소리가 작게 들려온다.

앞서 나가던 학생과 미리 대기하고 있던 학생끼리 충돌이 일어난 모양이었다.

‘킬 수는 어느 정도 달성했으니까, 이번에는 안정적으로 가야지.’

초반에는 적에게 적극적으로 붙어서 공격했지만.

지금은 방탄조끼 등의 방어구를 많이 장착했을 테니 공격하기 힘들게 뻔했다.

대현은 옆에 있는 가파른 산맥 위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참에 높은 고도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생각이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

주황색의 모래가 깔린 사막의 왼쪽으로 산업단지.

오른쪽에는 도로가 깔려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차를 타고 진입하는 건 애매할 것 같네.

띠링-.

[생존자 수 : 34]

그런 사이, 6명의 인원이 탈락했다.

대현은 총성이 들린 장소를 보며, 적들의 위치를 추정했다.

‘초입 길에 있는 빌딩이랑 철근 구조물. 그리고 공사장 위에도 있네.’

고층 지형물에서 저격하고 있는 사람이 5명 정도 있었다.

이러면 구석으로 진입해도 금세 포착되겠지.

결론적으로 빈틈을 찾기 힘들어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저기있는 애들이 서로서로 적이라는 건가?’

아마 저격하면서도 옆 건물의 총성이 신경 쓰일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전기장 범위까지 애매하게 걸치면?

‘언젠가 균형은 깨지게 되어있다.’

대현은 저격수가 자리를 옮기고 옆 건물에 있는 사람을 타격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부우우웅.

그때, 하늘에서 비행기가 지나간다.

‘보급이다!’

중간에 무기를 떨어트리고 가는 보급 비행기였다.

펄럭-.

보급 상자가 낙하산에 묶인 채 천천히 하강한다.

마침 위치도 근처니까.

대현은 잠시 보급을 먹고 오기로 했다.

보급 상자는 좀 더 높은 산맥의 위에 떨어졌다.

상자가 떨어지자, 빨간색 연막탄이 피어오르면서 자신의 위치를 알려준다.

‘보급 상자에는 좋은 저격총이 있을 확률이 높다.’

현재 고대현은 AR이 부족했다. 이참에 관련 장비를 얻으면 될 것이다.

덜컹-.

그가 F를 눌러서 보급 상자 내부를 확인한다.

예상대로 보급 상자에서만 나오는 고성능 저격총과 고배율 조준경이 있었다.

철컥철컥.

‘이 정도면 됐다.’

고대현은 파츠를 장착한 뒤, 다시 산업단지가 있는 곳을 내려다보았다.

도시로 진입하는 인원을 대상으로 한 교전은 일단락된 상태였다.

띠링-.

[전기장 범위가 줄어듭니다.]

그때, 전기장 범위가 더 줄어든다.

지도를 보니 산업단지의 북쪽 지점을 원점으로 잡으며 축소될 것 같았다.

‘이제 가야겠다.’

현시점부터는 전기장의 대미지가 강했기에.

대현은 재빨리 산업단지의 남쪽 지점을 향해 자신의 몸을 컨트롤했다.

이제 외부에서 오는 인원을 견제하는 사람은 없었다.

각자 다음 위치로 이동하기 바쁜 듯했다.

북쪽에 자리를 잡고 있던 저격수에겐 운이 좋은 상황이었다.

핏핏-!!

그때.

격발음과 함께 총알이 옆을 스쳐 지나간다.

아무래도 스코프를 통해 모습이 보인 모양이었다.

대현은 일전의 헤드샷 방지 무빙을 하면서 뛰어가고 있었고.

덕분에 큰 체력 손실 없이 옆 건물로 피신할 수 있었다.

‘어그로가 풀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동해야겠어.’

그쯤.

고대현이 방금 얻은 저격총을 꺼냈다.

총에는 16배율이 되는 초장거리 스코프가 장착되어 있었다.

그것으로 저 건너편을 보자, 사람들이 싸우고 있는 게 보였다.

건물 창문에 있는 사람이 저격하다가.

아래에서 올라오는 적을 인식하고 연막탄을 던진다.

덕분에 고대현 쪽으로 향하던 경계가 없어졌다.

‘이 정도면 몇 명 정도는 저격만으로 처리 가능했네.’

곧이어 스코프 너머에서 3명 정도의 사람이 총격전을 벌인다.

퍼엉-!!

수류탄까지 터지는 상황인지라.

‘지금이다.’

퓻퓻!!

그들은 멀리에서 다가오는 고대현의 총알을 인식하지 못했다.

다음 순간.

띠링-.

[킬 : 10]

각각 헤드샷과 몸통에 몇 대를 맞춰서 킬을 따내는 데 성공.

이것으로 고층에서 감시하고 있는 사람 중 절반은 사라졌다.

대현은 밖으로 나온 뒤.

아까처럼 고속으로 몸을 비틀며 돌진했다.

그때였다.

띠링-.

[생존자 수 : 10]

생존자수가 10명에 도달한다.

이제 진짜로 막바지였다.

‘시가지 전투로 들어가서 다행이다.’

철컥-.

대현은 저격총의 배율을 적당히 4배로 교체했다.

그리고 탑에서 만난 2 페이즈 자돌리브 레이드 시절의 경험을 살려.

타타탓!!

건물 벽을 타면서 이동했다.

고속 이동에 파쿠르까지 섞자, 마치 거미처럼 건물 사이를 이동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오른쪽에 6, 왼쪽에 4명이군.’

그리고 점프해서 몸이 공중에 떠올랐을 때.

스코프로 줌을 해서 간간이 보이는 상대방의 머리를 조준했다.

딸깍.

타앙-!!

띠링-.

[킬 : 11]

그러자 약간의 반동과 함께 처치 메시지가 나타난다.

대현은 학기 초에 했던 평가전.

이하린이 지붕 위에서 적을 교란시키던 것을 떠올렸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서 다각도로 움직이니까 편하네.’

당시에는 움직임이 딱딱해서 따라 하지도 못하겠다고 여겼지만.

탑에서 120일 정도 구르니까 안될 게 없었다.

결국.

띠링-.

[생존자 : 1명]

[#1]

[명중 수치. 대미지 수치 합산.]

[점수 합산 중…….]

[평가가 완료되었습니다.]

또다시 1위를 차지했다.

연속 3번이나 1등을 해서 티어 LP가 많이 올라간 걸까.

다음 평가부터는 매칭 기준이 더 올라간다는 문구가 나타난다.

띠링-.

[점수가 일정 수치를 초과하여 매칭 기준이 상승합니다.]

[그라운드 제로 티어 라인이 다이아로 조정됩니다.]

골드에서 다이아로 점프했다.

일반적인 사람에겐 높은 티어였지만.

‘아직 멀었다.’

고대현은 침착했다.

그에겐 이제부터 시작인 라인이었으므로.

* * *

그 시각.

임상배도 그라운드 제로를 하면서 정규전에 임하는 중이었다.

‘휴, 이제 그라운드 제로는 조금만 더 하면 끝이네.’

입학 이후로 처음 보는 정규전인지라, 임상배는 긴장하면서 매판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얼마 안 있으면 끝이었다.

‘고등학교 입학 후라서 그런가, 정규전 난이도가 높았지.’

임상배가 대기 시간에 휴식을 하면서 기억을 되짚어본다.

작년에 봤던 정규전에서는 일반적인 맵만 나왔지만.

올해는 특수맵의 비중이 늘어나는 등, 난이도가 높은 맵이 더 많이 나왔다.

‘끝나면 불 정규전이라고 말 좀 나오겠네.’

다이아 1부터 시작한 자신에게도 꽤 어려울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적어도 마스터까지는 가고 싶은데…….

임상배가 티어를 따지고 있으니.

띠링-.

[정규전 특수 맵 #3]

[해당 맵으로 이동합니다.]

다음 판으로의 진입을 알리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대기 공간에 있던 임상배의 시야가 검게 바뀌었다가 다시 밝아진다.

부우우우–.

수송기가 아닌 거대한 비행선 내부였다.

“이번 맵도 특수 맵이네.”

임상배가 미간을 좁히며 지도를 펼친다.

이번 맵도 특수 무기와 배경이 있는 맵인 것 같았다.

타고 있는 운송 수단의 디자인을 보아하니.

중세모드나 스팀펑크 계열인 것 같았다.

‘신영범 선생님이랑 했던 거랑 비슷하겠다.’

한때 신영범 학년 담임이 난이도 높은 중세모드를 진행했었다.

물론 그때는 신경 부하가 의도적으로 늘어난 모드고.

지금은 그냥 스킨이랑 무기만 씌운 맵이겠지만.

‘결국 난이도는 일반 맵보다 높겠네.’

속으로 한숨을 쉰 그가 착지할 지점을 가늠한다.

이렇게 처음 나오는 맵은, 좋은 자리를 빠르게 판단해서 선점하는 게 중요했으니까.

펄럭-.

그때.

어느덧 비행선이 섬 상공에 도달하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하강을 시작한다.

‘흠, 북쪽에는 산이 있고, 중간에 큰 강, 남쪽이 평야인가.’

이런 신 맵은 학생들이 모험을 하지 않는다.

보통 한적한 곳에서 적응을 거치려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과연 한적한 곳을 찾겠답시고 평야를 버린 뒤 산으로 가는 사람이 있을까.

지도에 보이는 산은 딱 봐도 민가가 적어서 파밍이 불리한 곳이었다.

‘그냥 평야 근처에 있는 신전으로 가야겠다.’

얼마나 지났을까.

펄럭-.

임상배도 비행선에서 내린 뒤, 목적지로 향했다.

시야에 들어온 맵은 고층이라 부를만한 건물이 거의 없었다.

고점은 기껏해야 산밖에 없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장거리 타격 걱정이 덜하니 다행인 건가?’

땅에 발을 디딘 임상배가 곧장 무기를 파밍한다.

무기는 기존의 총과 비슷한 장총이 있었는데.

총에 보라색 관이나 태엽 장치가 달린 총이었다.

철컥-.

‘5발 장전이 끝인가? 효율적이진 않네.’

임상배가 나무를 향해 총을 격발해본다.

핑-!

방아쇠를 당기자, 보라색의 짧은 광선 같은 투사체가 날아가서 나무에 박혔다.

파괴력은 일반 총이랑 비슷했다. 탄알이 5개밖에 안 들어가는 것만 빼면 말이다.

임상배는 탄알집 역할을 하는 보라색 관을 여러 개 챙긴 뒤, 마지막으로 근접 무기를 챙겼다.

‘뭘로 할까…….’

얼마나 지났을까.

고민하던 그가 경량화된 검을 홀더에 장착한다.

직접 다가가서 때리는 상황은 거의 없겠지만.

‘가끔 근접에서 때리는 미친놈들이 있지.’

이하린을 상기한 임상배는, 미간을 좁히고 주변을 슥 둘러본 뒤 맵을 펼쳤다.

전기장 역할을 하는 마력장이 생성되고 있었다.

‘기존 전기장이랑은 다르네.’

전기장은 무조건 맵의 가장 바깥 부분에서부터 조여든다.

하지만, 이곳은 맵 중간중간에 랜덤으로 마력장이 넓어지는 구조였다.

기존의 그라운드 제로 폭격지역이, 맵 전역에서 범위를 넓혀나가는 식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이전처럼 안정적으로 숨어서 오래 버티는 게 힘들어 보인다.

‘첫 마력장 포인트는 4개……, 나랑 가깝지는 않네.’

임상배는 목적지를 정한 다음 천천히 이동하기로 했다.

아직 장비를 다 모으지도 못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임상배가 맵의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니.

‘탐지계에 뭔가 느껴진다.’

넓게 펼친 감각망에 대규모 교전이 느껴진다.

예측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싸우고 있는 적들의 모습이 그의 눈에 포착되었다.

탕탕!!

처음에는 난전인 줄 알았지만.

자세히 보니 난전이 아니었다.

단 한 명이 5발짜리 구린 총으로 5명의 사람을 도륙 낸다.

‘처음 다루는 총이라 에임이 덜 익숙할 텐데, 저렇게 잘한다고?’

일반적인 실력자가 아니다.

100명씩 매칭이 되는지라 가끔 상위포식자가 나타날 때도 있는데.

아무래도 그런 류의 사람인 듯했다.

‘피해 가야겠다…….’

임상배가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튼다.

아직 남은 생존자는 85명.

적과 싸워서 도박을 하기엔 잃을 게 많았다.

‘그런데 뭔가 멈췄을 때 움직임이 걔랑 비슷한 것 같기도……?’

거리를 벌린 임상배의 머릿속에, 한때 그린 인페르노 맵에서 봤던 고대현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임상배는 고개를 저으며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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