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0화
#160화
‘첫판은 가볍게 이겼네.’
대현은 1등이 표시된 상태창을 응시했다.
일전의 판이 끝나는 데에 걸린 시간이 나타나 있었다.
‘대략 30분 정도 걸렸네. 오버 클럭이 걸려서 현실로는 몇 초밖에 안 지났겠지만…….’
이제 다음 매칭이 잡힐 때까지 대기 시간이었다.
대현은 매칭 중이라는 문구를 보면서 손을 쥐락펴락했다.
‘탑에서 익힌 걸 사람한테 쓰는 건 처음이었지.’
그는 일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마지막 전기장 범위에 남은 10명의 학생.
대현은 이하린이 전지수를 제압하던 장면을 상기하며 컨트롤을 이어 나갔다.
그 결과, 꽤 봐줄 만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이하린이 보여준 매드무비 같은 장면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역시 사람이라서 약해.’
탑에서 봤던 엄청난 난이도의 괴물들.
오늘 싸운 학생들의 수준은, 잘 쳐봐야 2층에 있는 벽 몬스터 정도였다. 물론, 총을 소지하고 있는 탓에 원거리에서는 여지없이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하린의 비술을 쓰니 금세 피할 수 있었다.
첫발에 헤드샷이 뜨는 게 아니면.
그냥 엄청 뛰어서 벗어나면 되는 문제니까.
‘다음 판에서는 다른 비술도 써봐야겠네.’
비술은 이하린의 것 외에 정태룡의 것도 있었다.
‘그라운드 제로에서 쓰기 좋은 비술이지.’
그렇게 고대현이 다음 판을 기대하고 있을 때였다.
띠링-.
[2번째 판에 매칭되었습니다.]
[정규전 특수맵 #1]
[해당 맵으로 이동합니다.]
정규전 특수맵 #1로 매칭되었다.
‘정규전에서만 쓰는 맵이 따로 있나 보네?’
기존맵을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잘됐다.
이왕 할 거 새로운 맵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부우우웅─.
그때, 화면이 바뀌고 수송기 내부가 나타난다.
맵 하나에 들어가는 인원은 이전처럼 100명이었다.
대현은 주변에 앉은 사람들의 면면을 살폈다.
전부 얼굴이 가려져 있어서 신원을 알 수 없었다.
‘아직까지는 골드에서 플레 정도의 매칭이겠네. 빠르게 끝내야지.’
펄럭-.
그쯤에서 지도를 펼쳐서 살피는 고대현.
분위기를 보아하니, 수송기에서 내리기 전.
빠르게 신규맵의 지형을 훑는 게 우선인 듯했다.
‘맵 크기는 에란 웹이랑 똑같은데……, 물이 좀 많네.’
맵의 대부분이 물에 잠겨 있고, 섬 전체가 수상가옥이 이어진 형태였다.
수영을 하는 구도가 많이 나올 것 같은 가운데.
덜컹-.
수송기의 해치가 열리면서 하나둘 하강을 시작한다.
대현은 각을 보다가 8시 방향에 있는 민가를 향해 착륙하기로 했다.
쒜애애액.
펄럭-.
재빠르게 내려온 뒤.
주변을 살피자 위에서 3명 정도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게 눈에 들어왔다.
‘착륙하기 전에 처리한다.’
대현은 민가 내부에 있는 라이플을 주워서 재빨리 장전했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총구를 올렸다.
탕탕탕탕-!!
내려오던 학생들은 저항할 틈도 없이 총알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띠링-.
[킬 : 1]
마치 나방이 흩어지듯.
낙하산이 빙글빙글 돌면서 고대현이 있는 방향과 멀어진다.
‘시작부터 1킬 나이쓰.’
벌써 시작 인원 100명 중 한명을 처리해서 99명이 되었다.
대현은 총을 재장전한 뒤, 다음 무기들을 파밍 하러 이동했다.
장비는 보통 수상 가옥 내부에서 발견됐다.
수중에서 쏠 수 있는 스피어 건이나 잠수 장비 등.
이 맵에서만 주는 특수 무기가 많았다.
‘물속에서 이동하다가 마주칠 수도 있으니까…….’
대현은 스피어 건을 장전했다.
그리고 동선을 살핀 뒤, 잠수해서 목적지까지 헤엄치기 시작했다.
‘아까 하늘에 있던 애들이 내린 곳이 이 근처였지.’
아직 파밍을 다 끝마치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면 막 신규 무기를 사용해보고 있거나…….
이러한 대현의 생각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잠수해서 기척을 숨기고 접근하자, 이제 막 물속에 들어와서 스피어 건을 써보는 사람이 보였다.
딸깍.
대현은 물 속에 있는 적을 조준하면서 손가락을 움직였다.
다음 순간.
뽀그르르.
스피어 건에 장전된 작살이 물을 가르면서 나아간다.
육상에서 쓰는 총보다 탄속은 느리지만.
사람은 수중에서의 움직임이 느려지기에.
푸욱-!!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띠링-.
[킬 : 2]
‘컷!’
게임 시간이 1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2명을 처치했다.
‘이 기세로 나머지도 다 처리한다.’
대현은 적이 남기고 간 상자에서 몇 가지를 꺼내 파밍하고, 다시 수상가옥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맵을 눌러서 지도를 살폈다.
삑-.
그러자 화면 속 자신이 손목의 디스플레이를 응시했다.
띠링-.
[1차 위험 수역이 확장됩니다.]
[위험 수역에는 응시생에게 친화적이지 않은 몹들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 맵은 전기장 대신.
위험 수역이라는 게 맵 곳곳에서 넓어지는 방식이었다.
‘위험 수역에 몹이면, 상어 같은 몬스터라도 있는 모양이네.’
탑에서 고전했던 던전중 하나가 수중 던전이다.
그때는 이하린이랑 함께 와류를 극복해서 겨우 처치했었지만.
지금은 혼자니까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왼쪽이 파밍 하기 좋아 보인다. 저기로 가야지.’
대현은 물속을 체크하면서 맵 왼쪽에 있는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선착장은 맵에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어 보이는 장소였다.
해서, 어느 정도의 충돌은 필연적이었다.
‘벌써 싸우고 있네.’
가까이 접근하자 이미 교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대현은 조심스레 접근했다.
물속에서 회피가 힘든 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혹여나 양각이 잡히지 않게 주변을 확인한다.
옆으로 이동하면서 스피어 건을 장전하는 상대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퓻-!
뽀그르르.
공기 방울이 1자로 이어지면서 작살이 물속을 이동한다.
푹-!!
띠링-.
[킬 : 3]
이번에도 정확하게 헤드샷이었다.
수중 던전을 몇 번이나 클리어했던 고대현에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뽀그르르-.
그때였다.
옆에서 고대현을 향해 작살이 날아왔다.
팡-!
대현은 물속에 있는 기둥을 박차며 회피했다.
‘저기서 왔네. 경로가 보여서 다행이다.’
교전 중에 상대가 죽었다.
때문에, 원래 싸우고 있던 사람의 시선은 자연스레 고대현에게 향한 것이었다.
대현은 자신의 위치를 조정했다.
‘최대한 기둥이 있는 곳에서 싸워야겠다.’
수중에 있는 기둥과 이하린의 비술을 이용하면 그나마 회피가 가능했다.
대현은 다시 기둥을 발로 차면서 돌진했다.
장전하고 있는 적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스피어 건은 장전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지금 처리해야 해.’
팡팡팡-!!
고대현의 몸이 작살처럼 물속을 이동한다.
기둥을 발로 차며 지그재그로 이동한 끝에.
대현은 다음 발을 장전하던 적의 멱살을 잡을 수 있었다.
‘근접 관절기 8형이 좋겠군.’
무성의하게 흩어진 단축키를 탑에서 전부 재배열하고 정리했다.
덕분에 대현은 상황에 맞는 단축키를 재빠르게 입력 가능했다.
딸깍.
화면 속 자신이 상대의 목을 비틀고, 이어서 처치 문구가 나타난다.
띠링-.
[킬 : 4]
‘4명 컷.’
순식간에 3명을 처치했다.
고대현은 다시 수중 장비에 산소를 채우기 위해 물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선착장에서 저마다 총격전을 벌이는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쯤, 대현도 총을 전환해서 적들을 저격했다.
탕탕-!!
총알이 벽에 충돌하면서 튕겨 나간다.
다들 실력이 어느 정도 있어서 그런지 은 엄폐는 확실했다.
‘아무래도 그걸 써야겠네.’
고대현은 기둥 뒤로 숨어서 총알을 장전했다.
그리고 정태룡에게서 복사한 비술을 사용했다.
‘굴절탄 20%’
상대가 숨어있는 기둥을 표적으로 삼으며.
권총으로 전환 후 격발한다.
타앙–!!
총알이 날아가다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곡선을 그린다.
까앙-!!
아쉽게 빗나갔다. 철 기둥에 박힌 총알이 청명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가 다시 적을 노린다.
‘한 번 더.’
고대현은 비술을 무리 없이 연속해서 쓸 수 있다.
그러니 빗나가도 계속해서 날리면 될 뿐이었다.
까앙까앙까앙!!
빗나가는 궤도를 조금씩 수정하면서 각도를 바꾼다.
‘저기다!’
눈을 번뜩인 그가 느낌이 오는 곳을 향해 격발한다.
총알이 휘면서 날아간다.
다음 순간.
띠링-.
[킬 : 5]
처치 메시지가 나타났다.
정태룡의 비술을 이용해서 상대를 없애는 데에 성공한 것이었다.
‘이제 이 비술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탑에서는 검이랑 근접 격투 위주로 싸웠기에.
이 비술을 쓸 틈이 없었다.
그제야 감을 잡은 그가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지도를 살필 때였다.
드드드드–.
선착장이 흔들린다. 대현은 이유를 금세 알아차렸다. 위험 수역이 다가오고 있었다.
먼 거리에 있는 수면의 표면 아래로 거대한 무언가가 움직인다.
‘이 거리에서 저 정도 크기라……. 직접적인 전투는 피해야겠네.’
탑은 죽어도 다시 도전이 가능한 로그 라이크 방식이었지만.
이 게임은 죽으면 끝이었다. 대현은 몸을 사리면서 안전한 방향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맵 중앙에 있는 중앙 수상가옥 마을에 발을 들일 때였다.
타앙-!
미리 매복하고 있던 적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현은 민첩화 비술을 써서 옆에 있는 드럼통 뒤에 숨었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적의 수를 가늠했다.
‘총 5명 정도인가?’
현재 맵의 생존 인원은 35명이다.
지금 벌어지는 총격 소리를 듣고.
저 멀리서 10명 정도는 더 다가올 수 있다는 소리였다.
팀전이 아님에도 양각을 당할 위험이 있었다.
대현은 일전처럼 굴절탄으로 상황을 마무리시키고자 했다.
‘굴절탄 연속 30발로 여기를 벌집으로 만들겠어.’
계속 쏘다 보면 매복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는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총성이 들린 방향으로 계속 비술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쉽게 킬이 나오지 않았다.
‘맞았다는 표시는 뜨는데 안 죽는 거 보니까 고렙 방탄조끼를 입었나 보네.’
총알에 맞더라도 방탄조끼를 착용 중이면 대미지가 덜 들어간다. 방탄 조끼의 내구도가 대신 줄어드는 것이다.
때문에 죽인 상대의 상자를 열어보면, 내구도가 절반 정도 떨어진 조끼가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흠, 가까이 가서 스피어 건으로 처리할까?’
고대현이 그냥 작살을 박아버릴까, 생각하던 찰나였다.
쒜애애액!
무언가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소리…….’
감이 좋은 그가 허리를 숙이는 단축키를 누른다.
휘익! 테엥!
그러자 총알이 머리가 있던 위치를 스치고 벽에 맞아서 떨어진다.
“이건……?”
삼인칭으로 보던 고대현은, 총알이 날아온 경로를 상기했다.
분명 중간에 살짝 휘었었다.
‘나 말고도 비술을 익힌 사람이 있나 보네.’
비술은 보통 상위권이 보유하고 있는 게 일반적이다.
한데 이런 티어 라인에도 비술을 쓰는 사람이 있다니…….
‘망쳐서 정규전 스타트 지점이 낮게 뜬 사람인가?’
그가 위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가 새로운 탄환을 날린다.
쒜애애액-.
이번에는 일반적인 총알이 아닌, 닿으면 폭발하는 유탄이었다.
‘쳇.’
대현은 민첩화 비술 계량형, 부분 강화를 쓰고 뛰었다.
퍼엉-!!
수상 가옥이 있던 자리가 터지면서 가라앉는다.
아래가 전부 물이라서, 발을 디딜 곳이 없어지는 건 치명적이었다.
겨우 다른 가옥으로 옮겨간 대현은, 해당 가옥에 있는 적 하나를 처치했다.
띠링-.
[킬 : 6]
‘적 중에 잘하는 사람 한명이 있긴 하네.’
그리고 무기를 재정비한 뒤.
잠수해서 비술을 쓴 적 학생이 있는 가옥으로 잠입했다.
그러나, 적은 탐지계 비술까지 있는지.
고대현이 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철컥- 삐이이이—.
섬광탄을 던져짐과 동시에 화면이 하얗게 변한다.
들어오는 정보는 소리뿐…….
위기의 순간이었다.
‘빛의 던전에서 했던 경험을 떠올려!’
대현은 탑에 있던 빛의 던전을 상기했다.
계속 빛을 뿜어서 빈틈을 노리던 보스몹과 몬스터들.
‘그때 화면 밝기를 낮추고, 소리를 최대한 감지해서 처치했었지.’
화면 밝기를 낮추기엔 이미 섬광탄이 발동되었기에 소용이 없다.
대현은 감각에 의지해서 구르기를 사용했다.
퓨퓨퓨퓩!
고대현이 있었던 자리를 총알이 뚫고 지나간다.
겨우 회피한 그는, 격발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타탓-!
스피어 건을 장착한 상태로.
부분 강화 민첩화를 씀과 동시에.
흑요석 대검을 위해 등록했던 단축키를 실행했다.
‘빗나가면 끝이다. 좀 더 확실하고 손맛이 있는 걸로 처치하겠어.’
지금은 근접 무기가 더 익숙하니까…….
고대현의 빙의체가 스피어 건을 든 상태로 팔을 뻗는다.
다음 순간.
푹-!
스피어 건 앞에 장착된 작살이 적의 몸통을 찌른다.
비술까지 가미된 폭발적인 돌진인지라.
적은 회피하지도 못한 채 처치되었다.
띠링-.
[킬 : 7]
‘후우, 간만에 쫄깃했네.’
대현은 처치 메시지를 보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출렁출렁-.
수면 위로 파도가 크게 일어났다.
이에, 고대현이 수상 가옥 밖으로 나가서 근원지를 응시하자, 위험 수역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저건?’
아까는 멀어서 정체를 몰랐지만.
지금은 물 아래에 있는 몹의 정체가 뭔지 확실하게 눈에 띄었다.
‘상어?’
거대한 상어들이 전기장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경계선 근처에 남은 학생들을 공격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