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3화
#143화
사이언은 죽은 다음 일정 시간 동안 되살아난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이동과 공격이 가능한데.
이때의 대미지가 살아있을 때보다 강해서 처치하고 나서도 거리를 벌려야 하는 챔피언이었다.
‘사이언으로 계속 죽으면서 타워를 밀던 게 유행하던 때가 있었지…….’
대현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가끔 타워 체력이 애매하게 남을 때가 있다.
1대에서 2대 정도면 깰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다른 챔피언 같은 경우는 아쉬운 점이 종종 있었는데.
사이언은 다시 살아나서 타워의 체력을 집요하게 깎을 수 있어서 그의 마음에 들었다.
‘LOH는 결국 상대 타워를 없애야 하는 게임이니까.’
사이언이 계속 라인을 밀게 방치하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후반으로 갈수록 사이언의 체력도 높아져서 한 명으로는 막는 게 까다롭기에. 2명에서 3명이 단체로 레이드를 와야 했다.
이때.
‘궁극기로 도망칠 수 있지.’
사이언은 궁극기로 안정적인 도주가 가능했다.
돌진하면서 맵의 절반 정도를 이동할 수 있으며.
저지 불가 상태인 탓에 스턴 스킬도 다 씹을 수 있다.
‘에무무의 붕대나 트워스터 페이트의 골드 카드가 날아와도 그대로 궁극기를 써서 도망가면 된다.’
궁으로 도주 가능하니까.
여타 백도어 챔피언보다 생존 확률이 높으며, 반대로 궁극기를 써서 타워에 돌진도 가능하다고.
고대현이 설명하자 최성재가 의구심이 담긴 어투로 말한다.
“그런가? 근데 상대한테 너무 많이 죽어주면 별로 아닌가.”
“포탑 골드 얻는 거까지 계산하면서 해야지. 그리고 상대방이 계속 신경 쓰게 하는 것도 전략이야.”
“결국 운영하라는 거네.”
“응, 계속 휘둘릴 바엔 그냥 밀어버리는 게 나아.”
포탑을 깨도 골드를 준다.
특히 포탑 방패를 깨면 초반 골드 수급이 쏠쏠하다.
“죽더라도 손해가 적어. 사이드를 다 밀어서 팀 격차를 늘릴 수도 있고.”
“그러니까, 그냥 죽는 상황이 나와도 무시하고 타워를 밀라는 거지?”
“너무 던지지는 말고 적당히 해야지.”
아예 죽을 생각을 하고 타워를 깨는 전략이 미덥지 않아서 그런 걸까. 여기까지 들은 최성재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흠……, 해봐야 알 것 같네.”
그래도 안 한다는 말은 없었다.
“일단 연습 판이나 해보자.”
그렇게 게임이 시작되었다.
* * *
“사이언 님 미드 가신다고요?”
“네.”
“사이언으로 미드는 좀…….”
간과한 게 있다면.
픽이나 전략 자체가 일반적인 사람에게 거부감이 있다는 것이었다. 탑으로 가야 할 챔피언이 팀에서 중요한 포지션을 담당하는 미드로 가는 것을 다들 싫어했다.
“그럼 제가 탑 갈게요.”
“뭐, 어차피 일반전인데 상관없죠.”
그래도 일반전이라서 그런지.
크게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는 없었다.
-사이언
-마루파이트
-텔론
-샤크호
-케이사
VS
-쉐앤
-에무무
-트위스터 페이트
-게이트린
-젤아스
픽 선택 후 잡힌 대진표는 위와 같았다.
대현은 조합을 훑어보면서 턱 끝을 만졌다.
‘탑 쉐앤, 미드 트워스터 페이트, 서폿이 젤아스인 건가?’
이번에 고대현이 가는 라인은 서포터였다.
메인 라인으로 가서 너무 격차를 벌리면,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단순 캐리만 해주는 것이기에. 대현은 적당히 서폿 위치에서 밸런스를 유지하기로 했다.
-맞상대는 트위스터 페이트네. 라인 클리어가 빠른 앤데 잘되려나.
최성재가 맞 라인 상대를 보고 긴장한다.
트위스터 페이트는 미니언을 처리하는 속도가 빠른 챔피언 중 하나로, 범위 대미지를 주는 레드카드와 3중 카드 던지기만 쓰면 라인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그래도 초반에는 아이템 없으니까 그렇게 빠르진 않을 거야. 일단 너도 도끼부터 먼저 레벨업시켜서 라인 밀어.
대현은 바텀에서 서포터를 하면서 미드에 있는 최성재를 구경했다. 그가 픽한 샤크호는, 초반에 함정 상자를 까는 걸 제외하면 크게 할 게 없었다. 일정 레벨까지는 최성재가 있는 미드를 구경한다.
쿵찍-!
사이언은 한창 도끼 스킬로 상대 미니언을 공격하고 있었다.
‘도끼랑 핏빛 구체만 써도 미니언은 그럭저럭 처리가 가능하지.’
주요 스킬 2개가 다수의 미니언을 타격하기에 적합했다.
물론 트위스터 페이트도 미는 속도가 빨라서 아직 까지는 둘의 라인 클리어 속도가 비슷한 편이었다.
그러던 중, 사이언의 마나가 전부 소진되었다.
사이언은 근거리 챔피언이라서 마나가 떨어지면 가까이 가서 평타를 치는 게 전부였다. 반면 트위스터 페이트는 파란 카드로 마나를 소량 회복할 수 있어서 마나가 부족하지 않았다.
결국 타워 근처에서 미니언을 받아먹게 된 최성재가 고대현에게 말한다.
-사이언, 이거 초반에 마나가 부족하네. 그냥 귀환했다가 다시 올까?
-기다려봐. 적어도 하위템 하나 뜰 때까지는 있다 가야지.
조바심 때문에 귀환했다가 역으로 타워 채굴 각을 줄 수 있었다.
마나를 채우고 와도 없어지는 건 시간문제였고 말이다.
-도움!
그때였다.
사이언이 미니언을 처리하는 데 집중하는 사이.
정글에서 소규모 교전이 발생했다.
상대 정글인 에무무가 고대현의 팀 정글인 마루파이트 공격하고.
트위스터 페이트가 곧장 합류해서 골드 카드를 뽑는다.
-나도 합류할까?
-아니야, 저 정도면 굳이 갈 필요 없어.
보통은 가는 게 맞지만.
-저 정도면 살아서 도망칠 거야.
지도로 보니까 충분히 살아서 도망갈 각이 보였다.
* * *
-차라리 지금 빨리 상대 타워 때려. 5분 지나서 대미지 좀 들어갈걸?
게임이 시작되고 나서.
5분 동안은 포탑 타워가 받는 피해가 감소한다.
그러니 이때 타워 철거 특성까지 발동시키는 게 좋았다.
쿵찍.
미니언 파쇄기 특성으로 대포 미니언을 없앤 사이언이 타워를 때린다.
퍼걱!
그러자 철거 특성과 함께 최대 체력 대미지가 포탑 타워에 한꺼번에 들어간다. 사이언은 대형 미니언이나 몬스터를 처치할 때마다 최대 체력이 오른다. 덕분에 최대 체력의 일정 비율만큼 타격을 추는 철거 특성이 잘 먹힌 것이었다.
띠링띠링.
포탑 방패의 게이지가 없어지고.
타워의 체력이 훅 내려가면서 사이언에게 골드가 들어온다.
띠링.
[적이 첫 킬을 획득했습니다.]
그쯤, 탑에 있던 텔론이 쉐앤에게 첫 킬을 내줬다.
-솔로 킬? 쉐앤이 좀 하나 보네.
‘아니, 우리 팀이 못하는 건가.’
지도로 탑을 훑어본 최성재는 포탑 골드를 확인한 뒤.
-휴, 이제 귀환해서 아이템이나 사고 와야겠다.
아군 기지로 귀환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 전에 고대현이 혀를 차면서 이를 막는다.
-이대로 귀환했다가 돌아오면 사이언을 한 의미가 없지.
-아, 알았어…….
-트위스터가 아이템 사고 오면 미니언 지우는 속도가 더 빨라지니까 지금이 기회야.
아직 상대 미드가 라인으로 복귀하지도 않았다.
결국 계속 남아서 미드 타워를 때리기로 한 최성재.
쿵찍.
쿵찍.
도끼로 계속해서 상대 미드 포탑 타워를 공격한다.
그렇게 포탑 방패 게이지가 순조롭게 3에 가까워지고 있을 때.
텔론을 잡으려고 합류했다가 시간 낭비를 한 트위스터 페이트가 복귀한다. 자리를 비운 시간은 아주 찰나였지만, 그 사이에 타워 체력이 많이 감소했다.
이를 본 트위스터 페이트는 곧장 골드 카드를 꺼내서 사이언을 공격했다.
쿵찍. 쿵찍. 쿵찍.
하지만, 사이언이 물러나는 일은 없었다.
삥-!
미니언이 없어져서 포탑 레이져 공격까지 들어와도 그저 우직하게 타워를 공격할 뿐이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결국 사이언이 죽는다.
하지만 사이언의 패시브인 언데드가 발동되면서.
일정 시간 동안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이때 일반 공격밖에 못 쓰지만, 대상 최대 체력의 10% 피해를 추가로 입히는 등. 대미지가 생각보다 쏠쏠해서 죽은 상태로 킬을 낼 때도 있었다.
쿵쿵쿵-!
그러나 사이언은 트위스터 페이트를 공격하지 않고, 계속해서 타워를 공격했다.
-그냥 무시하고 타워 돌려 깎아.
고대현의 오더를 들은 끝에.
파킨!
포탑 방패 게이지가 하나 더 깨지면서 골드가 들어왔다.
-후우, 그래도 깨서 다행이네.
-이제 선 아이템으로 ‘선체 수리자’ 올려.
-선체 수리자?
-어.
-이거 신화 등급 아이템 아니지 않나? 그래도 이거부터 올려?
아이템은 보통 제일 높은 등급인 신화 등급 아이템부터 사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에 최성재가 질문하자, 고대현이 아이템 효과를 설명한다.
-타워 대미지 증가하고, 아군 대형 미니언 방어력이랑 마법 저항력 올려줘서 좋아.
선체 수리자.
타워에 가하는 대미지가 증가하며, 주변에 있는 아군 대형 미니언의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을 올린다. 해서, 일반 공격 대미지가 약한 마법사 챔피언을 상대로 효과가 좋았다. 무엇보다 타워를 더 빨리 부술 수 있고 말이다.
‘그래 뭐, 타워 밀려고 하는 거니까.’
최성재는 선체 수리자의 하위 아이템을 산 다음 미드 라인으로 복귀했다. 트위스터 페이트의 라인 클리어 속도가 빨라서 그런지, 벌써 상대 미니언이 아군 포탑 타워를 치고 있었다.
-어차피 6레벨 되면 다른 곳으로 간다. 그때 미드 타워 없애.
트위스터 페이트로 로밍을 안 가면 굳이 픽할 이유가 없었다.
라인이 비는 때를 노려야 한다. 다행히도 그 순간은 빨리 찾아왔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정글 마루파이트가 바텀 위주로 갱을 간 덕에 바텀 차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적 바텀이 열세에 몰린 것이었다. 트위스터 페이트와 쉐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
우웅-.
촤라락.
얼마 지나지 않아 궁극기를 키고 장거리 텔레포트를 하는 트위스터 페이트.
-바텀으로 왔다. 지금 미드 밀어.
-알았어.
쿵찍.
쩌억.
철거 특성이 발동되면서 타워 체력이 순식간에 줄어든다.
중간에 정글 에무무가 왔지만.
이를 무시하고 계속 밀었다.
체력이 높아서 죽을 위기까지는 가지 않았다.
결국 몇 초 뒤.
띠링.
[아군이 첫 포탑을 처리했습니다.]
사이언이 첫 포탑 처치를 획득했다.
-철거 드시더니 미드 엄청 빨리 미셨네?
-지금 보니까 아주 나쁘진 않네요.
그제야 팀원의 안색이 풀렸다.
이렇게 되면 사이언뿐만 아니라 나머지에게도 팀 골드가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최성재는 뿌듯함을 느끼면서 대현에게 질문했다.
-이제 어떻게 해?
-이제부터는 그냥 계속해서 사이드 밀어.
선체 사이언의 핵심은 계속 라인을 밀어서 팀에게 이득을 주는 것이었다. 사이언을 막기 위해 잘 큰 상대방이 움직이기만 해도 아군에게 이득이었다.
그리하여 선체 수리자를 구매한 최성재는 탑으로 향했다.
텔론은 몸이 근질근질한 나머지 벽을 넘어서 로밍을 가고.
쉐앤은 중간중간 궁극기로 라인을 비워서 탑 라인에 존재하지 않았다.
‘일반전이라서 그런가 경각심이 없네.’
이제 어느 정도 감이 잡힌 최성재는, 지도로 아군 상황을 확인한 뒤.
‘미드에서 싸우고 있네.’
쿵쿵!
그대로 타워를 찍어눌렀다. 이번에는 선체 수리자까지 있어서 타워 철거 속도가 더 빨랐다. 최성재는 탑 타워를 2차까지 밀어버렸다. 이제 남은 타워는 억제기 앞의 타워랑. 적 중심에 있는 쌍둥이 포탑뿐.
-야, 적들 올라간다.
그쯤, 미드에서 싸우던 적들이 탑의 상황을 보고 허겁지겁 기지로 복귀해서 달려오기 시작했다.
휘익!
다양한 각도에서 날아드는 스턴 스킬들.
-이번에는 너무 많아서 그냥 빼는 게 좋겠다.
-그럼 궁으로 빠져나올게.
쿠웅.
사이언의 궁극기.
핏빛 돌진을 쓰자, 사이언이 저지 불가능 상태가 되면서 모든 스턴이 무로 돌아간다. 맵의 절반 가까이를 돌진하는 스킬이기 때문에, 그는 안전하게 적진을 탈출해서 복귀할 수 있었다.
‘어디 보자……, 전체적인 킬 차이가…….’
타워만 미느라 아군 상황에 눈이 어두운 최성재는 그제야 킬 스코어를 확인했다. 쉐앤과 트위스터 페이트가 도발과 골드 카드로 2중 스턴을 때리면서 이니시를 걸어서 그런 걸까. 킬 스코어는 적이 더 우세했다.
‘지금 보니까 대현이가 분신까지 써서 엄청 시간을 끌어주고 있었네.’
백도어를 하면서 타워를 밀려면.
아군이 시간을 끌어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
샤크호는 은신과 분신 컨트롤을 하면서 어그로를 끌기 좋은데.
고대현 이런 부분까지 고려해서 샤크호를 픽한 것이었다.
그때 고대현이 입을 열었다.
-흠, 이제 너랑 나랑 돌아가면서 빈집 털이 하면 되겠다.
현재 적은 사이언의 백도어를 의식하고 있다.
그런데 이쯤에서 전투에 사이언이 참여한다면?
백도어를 하고 있지 않으니.
적의 긴장감이 낮아질 확률이 높았다.
‘그때 내가 들어가서 치는 거지.’
고대현은 곧장 생각을 실행으로 옮겼다.
미드에서 아군이 죽어가는 사이.
적진에 은신 상태로 침투해서 분신과 함께 타워를 철거한다.
[억제기가 파괴되었습니다.]
[슈퍼 미니언을 생성합니다.]
슈퍼 미니언이 생성된 뒤로부터는 순조로웠다.
일반 미니언보다 체력이나 공격력이 높아서 두기만 해도 라인이 다 밀리니까.
적들이 집을 막는 사이.
용이나 오브젝트 이득을 취한다.
이렇게 용 버프 차이까지 벌어지면 결국 후반으로 갈수록 대현의 팀이 유리했으니…….
쿠웅.
다시 적진에 침투한 사이언의 자살 타워 공격에 의해.
띠링─.
[승리.]
얼마 지나지 않아 적의 본진 넥서스가 깨지면서 게임이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