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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141화 (141/200)

제141화

#141화

이하린은 근접 공격을 많이 시도하는 편이다. 가끔 보면 원거리는 거의 못 하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 경향은 빙의체가 아니라 본래의 신체 아바타를 사용하는 그라운드 제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라운드 제로에서만큼은 전투 센스가 좋지.’

내츄럴 아바타를 사용한 이하린의 근접전 기록은 게임고 전체에서 제일 높다. 물론 근접전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라서 큰 의미는 없지만.

최근 블록 방어전도 그렇고.

전체적인 실적이 좋아져서 이름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있었던 반별 영상 평가 시간.

그때 만든 매드 무비에서, 고대현 못지않게 이하린의 평가도 좋았다. 핵심 기술은 아니지만, 보통의 학생들은 거의 쓰지 않는 스킬을 사용함으로써 이목을 잡아끈 것이었다.

‘그래서 다들 활동적인 이미지라고 여기고 있지. 나도 마찬가지고.’

성격.

활동.

얼굴.

특별 전형 시험에서부터 지금까지.

이하린을 비교적 오랫동안 옆에서 봐온 만큼.

고대현은 이하린에 대한 이미지가 어느 정도 굳어 있는 상태였다.

“문제가 생겼다고요?”

그렇기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근희의 말에, 대현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 아직 심각하진 않지만. 전이랑 비교했을 때 몸이 더 안 좋아졌어. 저번 수업에서 의도치 않게 힘을 많이 써서 그런 모양이야.”

이근희가 자세한 원인을 말한다.

고대현이 디텍트 아이로 본 것과 같은 내용이었다.

역시 야나 이바노프와 붙은 뒤로부터 변화가 생긴 듯했다.

‘신경 지구력으로 패밀리어 계약을 해서 이전보다 부담감이 줄어든 건 확실할 텐데……, 생각보다 후유증이 강한 기술인가 보네.’

이하린과는 신경 지구력 20% 계약을 유지 중이다. 상대의 입장에서는 20% 정도 편해진 셈이었다. 하지만 20% 정도로는 부족한 모양이었다.

‘아직 1레벨이긴 한데…….’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A급 던전 레이드와 패밀리어와 동행 50시간은 채웠지만.

복사한 스킬 사용 10회를 채우지 않았기에, 싱크로율 분배기의 레벨이 1에 머무르고 있었다. 결국 나머지 업적을 해결해서 레벨을 더 올리면 그만인 문제였다.

‘민첩화랑 소멸 간섭파를 10번 써서 부담하는 퍼센트를 높이면 해결되려나?’

고대현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이근희가 말을 잇는다.

“너도 소멸 간섭파를 쓸 줄 알고 있던데…….”

그녀가 이하린을 안았던 일을 언급한다.

이하린에게 상호 작용, 안기를 사용한 탓에 이근희도 고대현이 소멸 간섭파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흠.’

소멸 간섭파 이야기가 나오자, 고대현이 이근희의 눈치를 살핀다. 패밀리어 계약을 통해 20%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대는 모르고 있었다.

‘접촉해서 상대의 스킬이랑 비술을 캔슬시키는 기술이니까. 아무나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소멸 간섭파는 이하린에게서 처음 발견한 것으로.

다른 학생들에게서 본 적이 없는 종류의 비술이었다. 대현은 이하린의 집에서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독자적으로 전승되는 것도 있다고 그랬었지.’

전해져 내려오는 구조를 생각하면 한 명만 아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나라별로 쓰는 게 다를 정도니 말이다.

‘그렇다면.’

정황상 소멸 간섭파는 이하린 쪽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었을 확률이 높았다. 그런 걸 사용했으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걸 어떻게 사용했는지 묻지는 않겠다. 네가 천재적이라서 그냥 보고 사용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그녀는 고대현의 예상과 달리 큰 의심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탁할 게 있는 듯했다. 이근희가 소멸 간섭파에 대한 것을 본제로 꺼내며 말을 이었다.

“그걸 하린이한테 써줬으면 좋겠는데.”

“네?”

“그때 이후로 과부하 상태에 진입하는 경우가 많아졌거든. 지금까진 그럭저럭 버텼는데, 이제 슬슬 한계인 것 같아.”

정규전은 타임 오버 클럭이 가해진 뒤 진행되는데.

그때 컨트롤 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걱정스럽게 말한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고대현을 응시한다.

“네가 정규전 전까지 중화를 시켜준다면…….”

여러 가지 말이 덧붙여졌지만, 결론은 간단했다.

“또 그때처럼 안으라는 건가요?”

“안아서 쓸 필요는 없어. 뭐, 정 그렇게 하고 싶다면 말리진 않겠다만…….”

곤란한 부탁이었다.

실제로 하는 건 아니지만, 결국 끝나고 현실에서 만나는 것이기에 어느 정도 거부감이 있었다.

“물론 맨입으로 부탁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비밀을 알려줄게.”

정보를 알려준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원래 바체슬라프의 단검을 가져와야 완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데.’

그런 수고 없이 수락만 하면 알려주겠다는 말이 이어졌다.

‘흠.’

얼마나 지났을까.

끄덕.

고대현이 단축키를 써서 고개를 끄덕이자 이근희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면서 어딘가로 이동했다. 대현은 그녀의 뒤를 따라가면서 그간의 기억을 떠올렸다.

‘여기까지 온건, 아마 내가 유일할 것 같네.’

인터넷에 이런 장소에 대한 정보는 존재하지 않았다.

‘역전되었다고 가정하면…….’

고대현도 사람인지라 호기심이 존재했다.

해서, 한때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추론을 했었다.

‘GM이나 관리자 같은 건가?’

그 결과 나온 게, 기존의 GM 비슷한 자리에 이근희가 있다는 것이었다. 역전이 된 뒤 모든 일을 기계가 하는 게 기본이지만, 이근희가 이 법칙에서 어긋난 존재면 이야기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도착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앞서가던 그녀가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저건…….”

고대현도 그제야 주변을 둘러봤다.

중앙에 빛나는 구체가 있는, 벽면이 온통 흰색으로 된 공간이었다.

띠링.

띠링.

가만히 있으니 계속해서 문구가 나타난다. 이렇게 연속해서 나타날 때가 거의 없기에. 대현은 각각 나타난 글귀의 내용을 자세히 살폈다.

[인장이 소모되었습니다.]

[F24 지역에 일정 구간 허가가 내려집니다.]

기록 같은 게 나타나 있었다. 평범한 내용이 아니었다.

대현은 인장이라는 글자에 눈길이 쏠렸다.

인장은 성주급이 새로운 제도나 일을 계획할 때나 사용하는 표식이 아니던가.

지금 그게 사용되었다고 나오는 건가?

“역시.”

어느 정도 예측이 맞았다는 생각과 함께 고개를 들자 이근희와 눈이 마주친다.

굳이 그녀가 말하는 걸 듣지 않아도, 이곳이 어딘지 알 수 있었다.

‘여긴.’

인류 관리 시스템.

에덴이 있는 곳이었다.

* * *

규칙을 깨려는 사람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이는 완벽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대다수는 관심이 없지만.

극히 일부는 스스로 프로그램을 학습해서 시스템 자체를 파고드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사람은 인류 관리 시스템에 의해 축출당하거나 아예 사회에서 배제당했다. 자동화된 시스템의 이용 자체가 막히면서, 도시에서 사는 게 아예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녀도 이런 축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기존의 어설펐던 자들과 달리.

이근희는 가지고 있는 기술의 수준이 상당히 높은지라, 예외적으로 인류 관리 시스템의 아래에서 방화벽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굉장히 높은 자리에 있는 것 같지만.

전적이 있는 만큼 이근희가 가지고 있는 권한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현실에서의 시스템 이용은 여전히 제한 조치이며. 기껏해야 혈육이 제한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 게 유일한 혜택이랄까.

그녀가 외딴 산속에서 살아가는 것도 그래서였다.

“지금까지 관리를 해왔는데 제일 변수는 역시 바체슬라프야.”

누구를 만난 건지는 몰라도.

불완전하던 룰 브레이커를 완벽하게 보완했다.

그것도 위험하다고 인식되는 부분을 교묘하게 비틀어서, 관리체계에 걸리지 않게 말이다.

이근희는 현재 이 부분을 해결해야 했다.

“그럼 이하린은…….”

“난 전투 참가 불가능 상태거든. 그래서 나 대신 움직일 사람을 만든 거지.”

방화벽이라고 해도 사실상 자유로운 죄수 상태나 다름없으며, 대신 움직여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런데 하필 이하린에게 문제가 발생한 탓에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었다.

“내가 줄 수 있는 건 이런 정보가 전부지만. 그래도 네가 걔를 잘 케어해줬으면 좋겠구나.”

손가락만 움직이면 해결되기에, 대현의 입장에서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아직 뭔가 더 있는 것 같은데.’

다만, 그녀가 이야기한 것 중 몇 가지가 비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대현은 선뜻 말을 꺼내지 않았다.

띠링.

[적응형 퀘스트]

-치료 활동(1/10)

그때였다.

인물 데이터 분석이 끝나고, 평소처럼 적응형 퀘스트 창이 나타났다.

‘내 능력은 관리 시스템에 안 걸리는 모양이네.’

여러모로 편한 능력이었다.

안심한 대현은 다시금 관리 시스템 내부를 응시했다.

상호 작용 - [ F ]

“응?”

그러던 중.

구석에 있는 구체에서 상호 작용 표시가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대현은 다가가서 F 키를 누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거리가 멀고, 상황적으로 움직이기엔 눈치가 보이는지라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흠, 일단 수락했다가 다음에 다시 와볼 기회를 만들어야겠다.’

대현은 이근희의 부탁을 수락하기로 했다.

저걸 안 눌러 볼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네. 일단 상황 봐서 해보도록 할게요.”

“휴.”

수락하자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길 잠시.

곧 일정 조율 관련 이야기로 대화 주제가 넘어갔다.

“그럼 언제쯤 시간이 되니?”

“어…….”

그러고 보니.

해당 스킬은 3대 종목에서 사용되지 않는다.

무조건 본 대륙에서만 쓸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하린과 본 대륙에서 만나야 한다는 건데…….

“일정 다 끝나고. 밤에 봐야겠네요.”

예상보다 할 게 많았다.

이러나저러나 현재 이곳에서 쓰는 건 임시계정이고.

중요한 건 종합 티어였으니까.

‘낮에는 정규전 연습, 밤에 소환수랑 레이드 하다가 끝나고 만나서 치료 활동을 하면 되겠지, 뭐.’

정리하다 보니 일정이 복잡해졌지만.

오늘은 얻은 게 있기 때문인지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내가 하린이한테 잘 말해 놓을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걱정 안 해요.”

이곳에 다시 와야 할 이유도 있고 퀘스트도 있으니, 더 이상 거리낄 건 없었다.

“갈게요.”

그 말을 끝으로.

대현은 그녀가 열어준 게이트를 통해 본 대륙으로 돌아왔다.

화면이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진다.

화면 속의 자신이 다리를 딛고 서 있는 장소는 일전에 있던 성의 외곽 지대였다.

‘시간이 꽤 오래됐네. 이제 꺼야겠다.’

대현은 접속을 종료한 뒤 밖으로 나왔다.

현재 위치는 기숙사 지하에 있는 캡슐방.

금요일이라서 그런지 귀가하는 사람이 많아서 평소보다 한산했다.

‘나도 내일은 집에 가야지.’

대현은 방으로 올라간 다음 짐을 정리했다.

주말이니까 오랜만에 집에 갈 예정이었다.

‘제한이라…….’

그러던 중 이근희가 했던 말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처음에는 별난 일이라고 여겼는데. 되짚어보면 태해란의 부모님도 아동 방치로 조치를 받을 정도였다. 따지고 보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그때 안에 있던 상호 작용은 뭐였을까.’

경험상 상호 작용을 누르면 통제 권한을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관리 시스템에 대해 권한을 가지게 된다는 걸까.

그런 생각을 이어나가고 있을 때.

띠링─.

부모님에게 문자가 왔다.

‘뭐지.’

대현은 메시지를 보기 위해서 고개를 숙였다.

“이사?”

문자에는 이사를 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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